‘황제’ 문호준은 넥슨 카트라이더 15차 리그를 통해 e스포츠 역사에 획을 긋는 대기록을 세웠다.
지난 4월 5일, 용산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 열린 넥슨 카트라이더 15차 리그에서 ‘황제’ 문호준이 우승을 차지하며 7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한 것. e스포츠 종목을 통틀어 하나의 리그에서 7차례 우승을 기록한 선수는 카트라이더의 문호준이 유일하다.
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프로의 세계에 뛰어든 문호준은 첫 시즌에서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을 뿐 이후 진행된 리그에서는 계속 상위권에 입상하며 카트라이더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카트 리그가 1년 6개월여 간 열리지 않던 시기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고, 결국 카트라이더 리그 7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는데 성공했다.
디스이즈게임은 15차 리그 결승전이 마무리된 뒤 카트 리그의 산증인 문호준과 그의 아버지이자 감독인 문성민 씨를 직접 만나봤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첫 우승부터 7회 우승 대기록의 순간, 리그가 열리지 않아 힘들었던 시절 등 ‘황제’ 문호준과 카트 리그에 대한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나눴으며, 선수의 아버지이자 카트 팀의 감독인 문성민 씨가 갖고 있는 카트 리그에 대한 생각도 들어봤다. /진행=디스이즈게임 심현 기자, 정리=디스이즈게임 이정한 기자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문호준> 15차 리그에서 우승한 뒤 지금은 열심히 학교를 다니고 있다. 새 학년이 된 이후 리그에 집중하느라 친구들과 친해질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요즘에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데 많은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7번째 우승 이후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문호준> 다들 그냥 당연히 내가 우승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내가 우승하는 것이 너무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친구들이 그만큼 날 믿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정말 좋았다. 우승한 뒤 친구들에게 간식을 샀다.
문성민>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몇 해 전에 독일 언론 매체에서 다큐멘터리를 촬영한 적이 있다. 이후 지역 방송에서 제작한 20분짜리 다큐멘터리에도 출연했는데 덕분에 군산에서는 유명 인사가 됐다. (문)호준이를 못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15차 리그에서도 우승할 자신 있었나?
문성민> 아마 이번 시즌은 별다른 생각 없이 경기에 임했을 것이다(웃음).
문호준> 지난 14차 리그 결승 때 찜질방에서 잠을 잔 뒤 경기를 했더니 압도적으로 1위를 했다. 그래서 이번 15차 리그 결승 때도 찜질방에서 잤는데 덕분에 1위를 한 게 아닌가 싶다(웃음). 농담이고...경기 후반에 유영혁 선수가 다섯 라운드 연속 1위를 하는 것을 보고 조금 당황했다. 중계진이 나와 유영혁 선수의 점수 차이가 1점이라고 해서 집중력이 흐트러졌는데 아버지가 천천히 경기하라고 조언해 주셔서 마음을 다잡고 경기한 것이 우승에 큰 힘이 된 것 같다.
15차 리그 우승으로 7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문호준> 이번 우승으로 카트 리그는 ‘내 것’이 됐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열심히 노력한 성과가 7회 우승이라는 결과를 낸 것 같다. 나는 다른 분들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우승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다.
▶ 9살의 어린 프로게이머, ‘소황제’가 되다!
문호준은 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프로로 데뷔했다. 처음 출전한 3차 스프리스 카트 리그에서는 예선 탈락했지만 이어진 4차 넥슨 카트 리그에서 3위를 차지하며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이후 5차 SK1682 카트 리그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문호준은 9차 버디버디컵, 10차 버디버디컵에서도 우승컵을 품에 안으며 어린 황제라는 의미의 ‘소황제’로 불리기도 했다.
9살 때 리그에 데뷔했는데 프로로 데뷔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문호준> 사실 첫 리그 출전은 3차 리그였다. 그런데 3차 리그에서는 예선 탈락해 버렸다. 이후 4차 리그에서 3위를 하면서 내 이름을 알리게 됐다.
문성민> 호준이가 9살 되던 때 아는 후배가 PC방을 오픈 했다. 그래서 축하 인사 차 화분과 봉투를 들고 PC방을 방문했는데 그때 호준이를 데리고 갔다. 마침 카트라이더가 처음 나왔을 때라 게임을 한번 시켜봤는데 흥미를 갖고 열심히 하더라. 이후 호준이의 꿈이 카트라이더 프로게이머가 돼 버렸다.
카트라이더를 처음 접했을 때는 어땠나?
문호준> 아버지와 친구분들께서 카트라이더를 하시는 것을 보고 나도 한번 해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서 아버지께 프로게이머를 하겠다고 말씀 드렸다. 반대하셨을 법도 한데 아버지께서 흔쾌히 내 꿈을 허락해 주시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셨다. 그래서 지금의 문호준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문성민> 호준이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잘하는 선수들을 불러다가 먹이고 재우면서 팀을 꾸렸다. 그렇게 호준이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첫 대회에 출전하게 된 계기가 있나?
문호준> 연습을 할 만큼 했으니 한번 출전해보자는 생각으로 나갔는데 탈락했다. 이후 4차 리그에서 3위를 했고 5차 리그에서 드라마틱하게 우승했다.
5차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때 기분은 어땠나?
문호준> 결승 초반에는 우승할 줄 꿈에도 몰랐다. 그냥 2위를 할 줄 알았는데 드라마틱하게 역전승을 했다. 마지막 즈음에 라이딩을 하는데 내 앞 순위였던 (정)선호 형이 뒤로 밀려나면서 극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역전승을 해서 그런지 첫 우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얼떨떨했다.
우승 이후 카트 신동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문호준> ‘TV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라는 노래가 있지 않나? 내가 정말 TV에 나오고 여러 매체에서 이름이 계속 언급되니까 신기했다. 게다가 전국사이버제전과 KeSPA컵에서 우승하고 정식 프로게이머까지 되면서 의욕이 더 생겼다. 이후로 프로게이머로서의 삶에 집중했다. 4차 리그 전에 초등부 대회에 나간 적이 있었는데 너무 쉽게 한 손만으로 이기는 것을 보면서 내 길은 프로라고 생각했다.
첫 우승 이후 한동안 우승을 하지 못했다.
문호준> 첫 우승 이후 자만했던 것 같다. 몇 차례 우승을 놓치면서 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고, 다시 연습에 매진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당시에 얻은 교훈이 지금도 나를 이끄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3회 우승을 했을 당시에는 팀원이 나 혼자 뿐이었다. 연습이 쉽지 않았지만 나 혼자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강진우와 3회 우승을 놓고 경쟁을 하고 있었는데.
문호준> 사실 3회 우승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지금 카트 리그는 선수들의 강약이 확실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경쟁이 치열했다. 특히 3회 우승을 놓고 경쟁하던 (강)진우 형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 정도로 잘하는 라이벌이었다. 최고의 라이벌 진우 형이 있었기 때문에 더 열심히 노력할 수 있었다. 진우 형이 덕분에 내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린 나이에 정상에 오른 만큼 시기와 질투를 하는 사람도 많았다.
문호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안티 팬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유명하고 인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무관심이 더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안티 팬의 존재를 보면서 나도 유명해졌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 리그 중단도 꺾지 못한 카트 리그에 대한 열정!
한동안 잘 진행되던 카트라이더 리그는 10차 버디버디컵 카트라이더 리그 이후 1년 6개월여 간 기약 없는 휴식기에 들어갔다. 당시 많은 카트라이더 팀이 운영난을 극복하지 못해 문을 닫았고, 카트 선수들 역시 다른 길을 찾아 카트 계를 떠났다.
하지만 문호준은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서도 카트라이더를 포기하지 않았다. 잠시 다른 게임을 하면서 방황을 하기도 했지만, 1년 6개월여 만에 열린 넥슨 카트라이더 11차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황제’의 건재함을 만천하에 과시했다.
카트 리그가 1년 6개월 간 열리지 않던 시기가 있었는데.
문호준> 처음에는 리그가 열릴 거라는 믿음으로 열심히 연습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도 리그가 열리지 않더라.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서든어택>을 즐기면서 시간을 보냈다.
나는 연습을 게을리 한 반면 1년 6개월 동안 전대웅 선수는 열심히 했더라. 그래서 지금의 빅3 체제가 만들어졌다. 1년 6개월 동안 리그가 열리지 않아서 많이 답답했는데 이렇게라도 다시 열리게 돼서 다행이다.
문성민> 사실 호준이를 카트라이더 리그에 출전시키지 않으려고 했었다. 버디버디컵 10차 카트 리그 때 우승 상금을 20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500만원 내린다고 하더라. 감독의 입장에서는 상금이 줄어들게 되면 팀을 운영하기 힘들다. 지금 카트 팀이 줄어든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감독들 모두 <스타크래프트> 팀을 바라보면서 창단했다가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주최 측에서는 상금을 내리는 대신 리그를 꾸준히 열겠다고 했는데 이후 리그가 1년 6개월 동안 열리지 않았다. 이번 연간 단위 리그의 경우도 정규 시즌이 3번이고 이벤트전가지 포함해야 연 5회다. 예전에는 프로게이머는 세금이 3.3%고 아마추어는 30%였는데 최근에는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 오히려 연회비를 내고 소양교육을 받아야 하는 등 프로게이머가 아마추어에 비해 지출이 더 많다. 지금 심정 같아서는 프로게이머 자격도 포기하고 싶다.
e스포츠 시장이 <스타크래프트>에 맞춰져 있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팀이 없어지는 이유는 팀을 만들고 싶어도 자금 부족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팀이 많으면 많을수록 팬들이 더 많이 생길 텐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 정말 아쉽다. 과거에는 내가 얘기를 해서 넥슨이 게임단 감독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없어졌다. 알고 보니 담당자가 계속 바뀌면서 일을 새롭게 진행하기 때문이더라. 그래서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종목으로의 전향을 생각해본 적은 없나?
문호준> 물론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그런데 <서든어택>은 내가 나이가 너무 어려서 안되고 <스타크래프트 2>는 잘하는 선수가 이미 너무 많더라. 반면 <카트라이더>는 내가 현재 1위기 때문에 계속 하고 싶었다. 리그가 열리지 않았지만, 당시에는 차기 시즌을 기다리면서 준비할 수 밖에 없었다.
<스타크래프트 2> 전향을 진지하게 고민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문호준> 연습을 해봤는데 내게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문성민>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다. 스타2 연습을 위해 스타테일 팀에 합숙을 시키려고도 했었다. 그런데 호준이의 카트라이더에 대한 열정이 아직 대단해서 전향을 결정할 수 없었다. 본인이 원하면 다른 종목을 시키겠지만, 아직은 호준이의 생각에 따라야 할 것 같다. 지금도 솔직한 심정은 호준이를 다른 종목으로 전향시키고 싶다.
대만에서는 <카트라이더>가 e스포츠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문호준> 몇 년 전에 초청을 받아서 대만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정말 좋더라. 대만 카트라이더 팀은 숙소도 좋다. 한국의 <스타크래프트> 게임단보다 숙소 면에서는 더 좋은 것 같다.
대만으로 진출하는 생각은 해본 적 없나?
문호준> 아직 한국에서 할 수 있으니까 한국에서 더 하고 싶다. 대만에는 언제든지 갈 수 있기 때문에 아직은 한국에 남고 싶다. 해외에서 생활하는 것보다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것이 더 좋으니까 말이다.
한국 e스포츠는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에 너무 편중돼 있다. 서운하지 않나?
문호준> 평소 길에서 <스타크래프트> 선수들이 걸어가면 다 알아보는데 카트 선수는 몰라본다. <카트라이더>가 아니라 <스타크래프트로> 게이머를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아이들 사이에서는 카트가 더 인기가 있으니 지금은 그걸로 만족하고 있다.
문호준의 아버지이자 감독인 문성민 씨.
카트 리그가 1년 6개월여 만에 재개됐을 때는 기분이 어땠나?
문호준> 신인인 전대웅 선수가 너무 잘해서 당황했다. 온라인에서는 잘하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대회에서도 잘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하지만 경험 부족 때문인지 리그에서 1위는 못하더라. 지금의 나는 연습을 안 해도 결승까지 갈 수 있다. 솔직하게 말하면 내 뜻대로 경기 시간을 늘이고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전과 달리 최근에는 퍼펙트 경기가 수월해져서 퍼펙트 경기를 많이 노리고 있다.
문성민> 현재 리그에 사용되는 트랙의 타임 레코드도 사실 호준이가 마음만 먹으면 다 깰 수 있다. 그런데 굳이 레코드 등록을 하지 않아서 다른 선수가 1위로 되어 있는 트랙이 많다. 이 사실을 꼭 말하고 싶었다.
과거의 카트 리그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어떤가?
문호준> 예전에 활동하던 선수들이 상대하기 더 힘들다. 최근에는 빅3 세 명만 경쟁하지만 전에는 여러 선수들의 실력이 모두 쟁쟁하고 비슷해서 경쟁하는 맛이 있었다.
문성민> 예전에 대회에 나섰던 선수들 모두 지금까지 <카트라이더>를 즐기고 있다. 다만 게임을 즐길 뿐 대회에는 나올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리그가 안정적이지 않아 선수들이 게임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다.
카트라이더 리그를 키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지원을 조금만 받는다면 전에 게임 하던 선수들 대부분이 복귀할 생각을 갖고 있다. 지금은 다들 나이를 먹다 보니 불투명한 리그에 시간을 투자하기 힘들어진 것뿐이다.
최근 카트 리그 붐업을 위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문성민> 그냥 담담하다. 지금껏 넥슨이 성장하는데 가장 큰 힘이 된 게임이 카트라이더 아닌가? 그런데 그동안 너무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서운한 생각이 든다. 관계자들의 열정이 예전만 못한 것 같다. <카트라이더>를 띄우는 건 좋지만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일이 좀 진행됐으면 좋겠다.
최근 <카트라이더>의 인기는 어떤 것 같나?
문호준> 최근 다른 리그는 커지고 있는 반면 카트라이더 리그는 계속 작아지고 있다. 그래서 안타깝다. 계속 제자리 걸음이다. 팬들도 줄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WCG라도 열리면 좋을 텐데 그렇지도 못하다.
문성민> <카트라이더>는 아시아에서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 대회를 개최해야 한다. 그래야 리그를 키울 수 있다. 대만의 경우 리그 속도가 한국의 S2와 비슷하다 그래서 이번 시즌에 S2로 채널을 내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선택이 카트 리그 붐업을 위한 좋은 선택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15차 리그부터는 S2로 채널이 바뀌었는데.
문호준> S2는 이중대-이중선 선수가 유명하다. 두 선수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채널이 바뀌자마자 열심히 준비했다. S2의 경우 한번 거리가 벌어지면 좁히기 어렵다. <카트라이더>는 빠르니까 하는 건데 속도가 느려진 것 같아 재미가 반감됐다.
최근 상대하기 가장 껄끄러운 상대는?
문호준> 전대웅 선수다. 솔직히 온라인에서는 이기기 힘들다. 너무 잘한다. 그런데 대회에서 많이 떠는 것 같다. 반면 나는 무대 체질이기 때문에 리그에서는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최근 연습량은 어떻게 되나?
문호준> 방과 후 두세 시간 정도 연습한다. 연습 시간이 좀 적더라도 경기 감각만 유지하면 실력 역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카트라이더>는 연습량보다 센스가 중요한 게임이다. 센스가 좋아야 우승도 가능하다. 나는 달리면서도 여러 상황을 생각해서 움직인다. 그것이 우승의 원동력이다.
문성민> 이 정도 실력이 되면 하루에 두 시간 정도만 연습해도 실력을 유지할 수 있다. 전에는 연습을 통해 실력을 키웠지만 지금은 센스다. 센스가 좋은 선수가 우승할 수 있다.
방송을 유심히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내가 경기 중간 호준이에게 사인을 보내는 이유가 있다. 호준이의 전적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코치를 하는 것이 승패에 정말 중요하다. 옆에서 나를 지켜보던 안한샘 감독도 요즘 작전 지시를 따라서 하고 있는데 너무 (유)영혁이를 밀어주기 위한 지시를 하는 것이 보인다. 감독이 계속 그렇게 지시하면 다른 선수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작전은 아닌 것 같다.
문성민 씨가 문호준을 위해 만든 트랙별 작전표.
▶ “여건이 되는 한 끝까지 프로게이머로 남고 싶다”
최근 한국 e스포츠는 <스타크래프트 2>와 <리그 오브 레전드>가 큰 인기를 얻으며 강세를 띄고 있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기타 종목 선수들은 지금도 스타2나 LOL로의 종목 전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실제로 종목 전환을 위해 맹연습 중인 선수들도 있다.
반면 문호준은 향후 진로에 대해 “여건이 된다면 끝까지 <카트라이더> 프로게이머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다른 종목에 대한 전향 고민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가장 잘하는 카트 리그에서 끝까지 활동하고 싶다는 것. 이를 위해 온게임넷, 넥슨 등 리그를 주최하는 기업들이 더 큰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문호준은 “리그가 커지고 활성화되면 팬들도 늘어나고 예전에 활동했던 선수들이 돌아올 수 있지 않겠나? 앞으로 계속 카트라이더 선수로 활동할 수 있도록 카트 리그가 더욱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e스포츠 관계자들에게 부탁의 말을 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문호준> 5차 리그다. 드라마틱하게 우승해서 그런 것 같다. 첫 우승이었고 너무 감동적으로 우승을 해서 기억에 남는다. 당시 5차 리그 타이틀 스폰서가 SK1692였는데 그래서 내 휴대폰 뒷자리 번호도 1682다.
그럼 가장 아쉬웠던 대회는 언제였나?
문호준> 이번 15차 리그다. 퍼펙트 게임을 할 수 있었는데 눈앞에서 놓쳤다. 50점을 따낸 뒤 6라운드에서 1위를 놓치면서 페이스가 흐트러졌다. 퍼펙트 게임을 노렸던 건 아니지만 다섯 라운드 연속 1위를 하니 퍼펙트 게임 욕심이 나더라. 지금 생각해봐도 결승전 퍼펙트 우승은 불가능한 일인 것 같다.
문호준의 팬 층은 어떻게 되나?
문성민> 9차 리그 시작할 때는 어머니나 초등학생 팬이 많았는데 지금은 중고등학생 팬들의 비중이 높더라. 아무래도 호준이가 성장해서 여성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이 생긴 게 아닌가 싶다(웃음).
별명이 여러 개인데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무엇인가?
문호준> 이제는 황제가 아닌 ‘카트의 신’으로 불리고 싶다. 황제라는 칭호가 이제는 작게 느껴진다. 이제 신이 될 때가 된 것 같다.
문성민> e스포츠 업계를 통틀어 손가락에 꼽는 올드게이머가 아닌가? 이제 대우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
문호준> 4차 리그 때부터 소리지르며 응원하는 팬이 있는데 지금까지도 경기장에 찾아와서 응원을 해주신다. 응원해주시는 게 너무 감사해서 내가 쓰던 장비를 선물로 드리기도 했다. 몸이 불편하신 분인데도 열심히 응원해주셔서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아버지가 감독을 맡고 있는데 솔직히 불만은 없나?
문호준> 아버지께서 계셨기 때문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 내 꿈이 프로게이머였기 때문에 아버지의 호된 훈련도 견딜 수 있었다. 다만 최근에는 내가 알아서 잘 하는데도 잔소리를 해서 조금 밉다(웃음). 이상하게 다른 게임을 하려고 하면 아버지가 방에 들어와서 뭐라고 하신다. 이제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잘 하니까 믿고 맡겨주셨으면 좋겠다.
향후 진로에 대한 고민은 하고 있나?
문호준> 아직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지금은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아직 젊으니까 카트 리그가 없어진 뒤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 <리그 오브 레전드>나 <스타크래프트 2> 등에 관심이 있는데 내게 아직까지 1순위는 <카트라이더>다.
프로게이머로서 앞으로 계속 활동할 생각인가?
문호준> 지금은 젊으니까 게임을 더 하고 싶다. 나름 게이머의 삶에도 만족하고 있고, 학교 성적도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프로게이머 활동을 계속하기 위해 서울디지텍고등학교 입학을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e스포츠 관계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면 말해달라.
문호준> 대회 규모도 작은데 리그도 너무 뜸하게 열리고 있다. 좀더 규모가 커지고 리그도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리그가 커지면 예전에 활동하던 선수들도 다시 복귀할 수 있지 않겠나?
문성민> 선수들이 6명 이상인 팀을 운영할 때는 한 달에 유지비만 2,000만 원 이상 들었다. 그렇게 2년을 살았더니 빚만 쌓이더라. 예전 카트 리그의 경우 치고 받는 재미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빅3를 제외하고는 겨룰 만한 선수가 없다. 그래서 재미가 없어졌다. 더 많은 선수들의 참여를 유도하려면 상금 크기를 키워서 팀을 운영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리고 감독들이 팀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카트 리그도 상금이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수준으로 높아져야 팀 운영이 가능하다.
진행 중인 리그와 다음 리그 사이의 기간이 긴 것도 큰 문제다. 호준이야 계속 리그에 나오니 상관 없지만 다른 선수들의 경우 1라운드에서 탈락하면 3, 4개월은 그냥 쉬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탈락한 선수들을 데리고 팀을 운영할 방법이 없다. 부디 관계자 분들이 이 부분을 잘 생각하셔서 카트 리그 발전을 위해 노력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