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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규제 특집] 녹소연, “게임 내 확률 표시법은 규제가 아닌 사회적 책임”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 윤문용 정책국장 인터뷰

송예원(꼼신) 2016-07-04 19:42:33

자율규제 1년, 확률형 아이템을 두고 게임 업계가 다시 시끌시끌하다. 지난 29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게임 안에 확률을 공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자율규제는 이용자들이 정보 접근이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주목할 점은 개정안 계획을 발표한 곳이다. 처음 보도자료를 배포한 곳도, 이를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는 것도 노웅래 의원실이 아닌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이기 때문이다. 정책국장은 셧다운제 완화, 게임물등급위원회 개혁 등에 힘써왔던 윤문용 전 전병헌 의원실 비서관이 맡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윤 국장은 “이번 개정안이 규제가 아니라 오히려 이용자를 보호하고 게임 산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확률형 아이템 게임 내 확률 표시법’은 어떻게 시작됐으며,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을까? 아닌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 윤문용 정책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안정빈 기자

 

 


 

 

# 자율규제 고발 나선 녹소연 “문제 제기로 끝내지 않겠다”

 

게임, 통신 등 IT 분야의 전문성을 추구하는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은 지난 6월 1일 녹색소비자연대와는 별도 법인으로 설립됐다. 모바일상품권 환급 시스템, 단말기유통법(단통법) 개선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치권과 손을 잡고 행동을 보인 것은 게임법 개정안이 처음이다. 

 

TIG> 게임업계에서 ‘녹색소비자연대’는 다소 낯선 이름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는 소비자들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는 시민단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그동안 먹거리나 신재생 에너지 등 환경과 관련된 문제에 앞장서왔다. 녹색상품 애용운동이나 환경친화성 소비자감시단과 같은 활동을 펼쳐왔는데, 최근 대형 마트에서 옥시 제품 불매운동을 위한 퍼포먼스를 펼친 것도 사업일환 중 하나다.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수많은 단체가 존재하지만 그동안 통신이나 게임분야는 소외돼 왔다. 심지어 정치권에서도 게임산업에 대한 진흥 또는 규제 두 가지의 목소리만 있어왔을 뿐, 소비자 중심의 정책도 없었다.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는 사각지대에 놓인 정보통신 분야의 이용자를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별도 법인으로 설립됐다. ‘확률형 아이템 게임 내 확률 표시법’ 발의는 첫 걸음이다. 

 

 

 

   

윤 국장은 확률형 아이템 게임 내 표시를 법제화 하기 위해 3선 중진 인사인 노웅래 의원을 먼저 찾았다. 인지도를 쫓기보다 개정안에 실질적 힘을 실어줄 인물이 필요했다. 다만 게임 업계에서는 생소한 두 이름이기에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TIG>​ 녹색소비자연대에서 사전 움직임 없이 곧바로 정치권과 손을 잡고 법제화를 주장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가 생각하는 자율규제의 문제점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윤문용: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 문제는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 2008년부터 자율규제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넥슨과 넷마블과 같은 거대 기업들이 상이한 입장을 보여 미뤄져야만 했다. 입장이 다른 각 회사들이 합리적이 협의를 통해 통일된 입장을 내놓기란 꼭 게임회사가 아니어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미뤄만 지다가 지난해 급히 자율규제가 시행됐다. 뚜껑을 열어보니 공개된 정보 대부분이 아이템 별 확률이 아니라 ‘확률구간공개’ 방식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확률공개 게임 158개 게임 중 153개가 구간공개 방식을 택했다. 더 큰 문제는 그조차 직접 찾아보지 않으면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자율규제 출범 당시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에서는 ‘‘진보적인 변화가 있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모습이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있는 걸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변화된 모습은 보여준 게 없다. 그리고 피해는 소비자가 고스란히 받고 있다. 소비자의 권리를 되찾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확률형 아이템 게임내 표시법은 ‘규제’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자율규제에 대한 평가는 업계에서도 두 갈래로 나뉜다. 그러나 법제화 문제는 다르다. 오랜 세월 지지부진했던 모습을 미뤄보면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여전히 자정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게임인연대 김정태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게임의 본질을 망각한 ‘확률 표시법’은 제 2의 셧다운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TIG>​ 업계에서는 또 다른 규제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문용: 이 법안의 핵심은 소비자의 알권리를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있다. 셧다운제와 같은 규제와는 성격이 다르다. 확률형 아이템을 금지하자는 게 아니다. 각 회사의 수익형 모델까지 정책으로 법제화하는 건 우리 역시 반대한다. 

 

묻고 싶다. 소비자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정보를 누구나 보기 쉬운 곳에 공개하자는 게 규제라고 보는가?  

 

만약 이를 단순히 규제라고 치부한다면, 게임 회사들이 게임 유저(소비자)와 사회가 오랫동안 요구하는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할 생각도 없다고 보여진다. 자연스럽게 사회는 그들이 책임을 회피한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게임산업이 온갖 규제로 홍역을 치렀던 것은 누구보다도 가까이 지켜봐왔다. 방어가 필요하다면 모두가 뭉쳐 방어 태세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들어왔다면 받아 들일 수도 있어야 한다. 정책의 성격과 상관없이 매출에만 신경을 쓰며 사회적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오히려 꼭 막아야 할 규제를 막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누가 이들을 위해서 싸워줄 수 있을까?

 

 

TIG> 다소 비약적인 생각이 아닌가 싶다. 

 

오랫동안 게임 업계를 지켜봐 왔지만, 정부나 사회로부터 억압이 있었을 때 기업에서 제대로 큰 소리를 내는 건 거의 못 본 것 같다. 2013년 '매출액 1% 징수법'(손인춘법)에 반발하며 있었던 지스타 보이콧이 유일했던 것 같은데, 셧다운제든, 중독법이든 가장 큰 소리를 낸 건 언론과 유저 아니었나. 

 

과거 게임 등급물 심의 경우도 100% 민간화가 되지 못한 이유는 게임회사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게임 업계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개정안이었는데, 막상 논의가 시작됐을 때 업계를 리드하던 대형 회사들은 운영비를 누가 어떻게 부담하느냐며 갈등을 빚었다. 

 

회사, 특히 주주들에게 성과를 보여야 하는 상장사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비판 하는 게 아니다. 권리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가 노력해야 한다. 또 그 기반에는 사회적 책임감도 있어야 한다. 유저를, 사회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남궁훈 카카오(전 위메이드) 대표는 지난 2013년 해운대구 의원의 매출 1% 징수 법안 발의에 항의하며 지스타 보이콧을 제안해 화제가 됐다. [관련기사] ‘지스타 보이콧’ 발등에 불 떨어진 부산시

 

 

# “사회적 책임 다해 소비자 신뢰도 회복하길 바란다”

 

규제 논란 외에도 남아있는 과제는 많다. 외산 게임이 대표적이다. 해외서버에서 서비스되는 게임의 경우 국내 법망을 벗어나게 되는데, 이에 대한 대응책은 논의된 바 없다. 모바일게임은 다양한 글로벌플랫폼을 통해 보다 쉽게 들어올 수 있어 ‘역차별’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반대로 PC 온라인게임의 경우 셧다운제에 이은 또 다른 진입장벽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TIG>​ 역차별 논란도 있다. 외산게임의 공습으로 힘들어진 게임 시장이 불리해지는 것 아닌가?

 

윤문용: 먼저 국내 소비자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기준을 마련한다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만약 유저들이 확률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확률형 아이템이 등장하는 해외 게임을 해외 서버까지 가서 즐기겠다고 한다면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일본, 중국, 한국 게임처럼 이렇게 극단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한 게임 시장이 많지 않다. 그리고 확률형 아이템을 선호하는 일본의 경우 상세한 확률 공개가 이미 보편화 돼있다. 업데이트 등의 변동이 있으면 그에 따른 확률도 공개하는 사례도 있다. 법안 발의 시 제출 자료로 사용하기 위해 이에 대해 상세히 분석 중이다. 

 

무엇보다 '확률 공개' 자체에 대해서는 이미 업계에도 충분히 공감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까지 시행해온 자율 규제를 부정하는 것 밖에 안 된다. 강제하는 법안 발의를 막기 위해 자율 규제를 시행하지 않았나. 만약 역차별 논란이 일어난다면 그 역시 자율규제를 부정하는 것이다.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10위 안에도 외산게임이 적지 않지만, K-IDEA 회원사가 아니기에 이들은 개별 아이템 확률은 커녕 구간 확률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 19개 국회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논의가 없던 것은 아니다.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모든 연령대 게임에서 획득 가능한 모든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라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확률형 아이템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템 드롭률을 포함하는 등 그 범위가 모호해 업계의 반발을 높이 샀다. 

 

그러나 일부 유저들의 반응은 달랐다.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기 보기에 앞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라는 부분에서 환호했다. 당시 시행을 앞둔 자율규제는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녹색소비자연대가 제안하고 노웅래 의원이 발의한 이번 법안도 마찬가지다. 윤 국장은 이번 개정안 발표가 유저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문용: 개정안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배포한 후 웹진과 포털 뉴스의 반응을 살펴봤다. 댓글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지지를 보내주고 있더라.

 

개인적으로 게임 산업을 위협하는 원인 중 하나가 게임사에 대한 유저들의 신뢰도 하락이라고 생각한다. 부분유료화모델이 보편화 되면서 게임사들은 유저들을 쥐어짜는데 여념이 없다. 어떤 게임에서는 캐시 아이템을 구입하지 않으면 다른 유저와 동등하게 즐길 수 없다. 심지어 월정액 게임에 뽑기 캐시아이템을 넣는 이중과금 구조를 넣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과도한 과금 유도는 유저들을 피로하게 만들었고,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 출시돼도 더 이상 믿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확률형 아이템 게임 내 확률 표시법’ 이런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는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게임 산업의 제 2의 전성기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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