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앤파이터>와 <크리티카> 출신 개발진들의 만남. 이들이 만드는 ‘액션’ 모바일게임. 이 두 마디의 소개만으로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오랜만에 돌아온 ‘스마트탐방, 오늘 소개할 곳은 극한의 액션을 내세우는 모바일게임 <크로커스>의 개발사 오리진게임즈입니다.
그동안 액션을 사랑했던 많은 개발자들은 모바일을 만나 타협점을 찾아야 했습니다. 터치 기반의 기계가 주는 한계점이 분명했으니까요. 때로는 고집도 부려봤지만 원하는 손맛을 주는 것도, 불편함을 제거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죠.
국내 액션 시장을 주도했던 게임을 경험했던 오리진게임즈도 고민은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타협점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럼에도, 고도의 액션을 원하는 게이머는 존재한다’. 꿈꾸던 종착점부터 달랐으니까요. 모바일게임의 액션 장르를 새롭게 만들고 싶다는 오리진게임즈의 정무정 대표, 고정환 PD를 만났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송예원 기자
# 극한의 액션을 추구한다! 모바일 액션 RPG <크로커스>
<크로커스>의 핵심은 한마디로 '액션'이다. 공중콤보에 캔슬까지, PC에서 즐겼던 액션게임의 기본기와 재미를 모바일에서도 느낄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로 개발 중이다. 캐릭터가 성장함에 따라 각 스킬에는 넉백이나 추가타 등 각종 연계기가 따라붙는다. 이 때 이동은 물론 스킬 발동부터 뒤따르는 연계기까지 직접 조작을 지향하고 있다.
탄탄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설정을 가진 각 캐릭터는 고유의 액션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과학자 딸이라는 설정의 한 여자 캐릭터는 고도의 기술력으로 상태이상 기술을 펼치는가 하면, 근육질 몸매의 로드파이터 캐릭터는 홀딩 기술을 바탕으로 던지고 날려버리는 액션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화려한 액션과 독특한 콘셉트에 맞춘 카툰풍 그래픽 또한 <크로커스>가 내세우는 강점이다. 극적인 연출을 통해 극도의 액션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그래픽은 <던전앤파이터> '남격가' 일러스트를 그린 '홍랑' 홍지원 AD와 <리그 오브 레전드> 콘셉트 원화를 맡았던 김윤동 AD가 맡는다.
[관련기사] (영상) 모바일에서 선보이는 극한의 하드보일드 액션! 크로커스
# “<던전앤파이터>의 액션을 모바일에 담고 싶었다”
TIG> 솔직히 게임을 처음 보고 든 생각이 ‘이게 사람의 손으로 플레이가 가능해?’였다. (웃음) 모바일에서 공중 콤보를 직접 조작하는 게임이라니.
정무정 대표: 맞다. 처음부터 ‘어려움’이 콘셉트였다. (웃음) 2014년에 법인을 세웠고, 지금의 <크로커스>가 시작된 건 지난해 6월쯤이었다. 그 사이 모바일게임 유저들은 보는 게임에 대한 익숙함과 피로도는 쌓여갔고 조작에 대한 니즈는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미 개발을 앞두고 있거나 하반기 출시 예정인 게임 중에 상당수가 기존 모바일게임보다는 ‘어려운’ 게임이 많다. 우리는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 때까지는 더 다양한 게임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크로커스>는 난이도나 그래픽이나 모든 면에서 차별점은 분명하지 않나. 수십 개의 모바일 RPG에서 그래도 단연 도드라지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아이템 조합이나 분쇄 시스템은 PC 온라인에서도 처음 도입할 때는 꽤 복잡한 콘텐츠였다. 모바일에 도입됐을 때 처음엔 두 가지 반응이더라. ‘아~ PC에서 보던 그거군’과, ‘복잡하다?’정도. 물론 후자가 더 많았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익숙하고 당연한 콘텐츠로 인식되고 있다. 조작에 대해서도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TIG> 대표·PD를 시작해서 전반적인 개발진의 출신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정무정 대표: <던전앤파이터>, <크리니카> 등을 만들었던 우리가 퍼즐게임을 만든다는 게 더 이상하지 않겠나? (웃음) 잘하는 거 선택한 게 아니냐고 묻는다면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사실 <크로커스>의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가기 전 2014년 중순~2015년 초반까지 공백이 있는 이유는 장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맨 처음엔 AOS 형태의 던전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액션 RPG를 기획했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자연스럽게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는데,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TIG> 자, 그래서 <크로커스>가 추구하는 액션은 무엇인가?
고정환 PD: 쉽게 얘기하면 PC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액션을 모바일에서 플레이할 수 있기를 원했다. 자동전투의 100콤보는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모든 기술에 연계기가 가능하고, 모든 기본기는 캔슬까지 되고, 심지어 슈퍼캔슬도 있는 액션 말이다. 캐릭터가 성장할 수록 사용할 수 있는 스킬과 스킬마다 붙는 연계기가기 늘어난다.
액션 게임은 리듬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적했던 공중 콤보의 경우도 사용하기 쉽지 않고 콤보가 끊길 수도 있지만, 성공했을 때 ‘탁-탁’ 상대를 때리는 묘한 리듬감이 있는 재미가 있다. 이동할 때도 부스팅 스킬과 점프를 이용해 가속으로 가다가 점프를 하는 리듬감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적어도 지금까지는 시장에 이런 게임이 없었던 것 같다.
# '조작의 맛'은 확실하게, 그러나 피로하지는 않은 액션?
TIG> 정무정 대표의 말처럼 2~3년 간 많은 개발자들이 모바일 액션 RPG에 대해 고민해 왔다. 초창기 고민은 ‘과연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에서 액션이 가능할까?’였는데, 어느 정도 답을 찾아낸 게임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크로커스>는 그 길과도 달라 보인다. 답을 찾았나?
정무정: 답을 찾았다기 보다 타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조작을 기준으로 하면 현재 테스트 버전은 세 번째다. 첫 번째 버전이 제일 어려웠다. 예를 들면 공중으로 띄우는 조작을 버튼이 아니라 아래서 위로 슬라이드 하는 방식을 넣었다. 정말 말도 안 되게 어려웠다. 솔직히 나도 제대로 된 플레이가 어려울 정도로 ‘헬’(Hell)이었으니까. (웃음)
두 번째 버전은 반대로 최대한 쉽게 만들어 봤다. 완전 오토타깃팅에 스킬을 누르기만 하면 알아서 몬스터를 찾아가 콤보까지 해내는 수준이었다. 스킬 버튼들을 돌려서 터치하면 연계기도 나오니 사실상 한 손 조작이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문제는 자동화 탓에 원하는 조작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옆쪽의 몬스터를 치고 싶어도 자동으로 가장 가까운 몬스터를 때리니 오히려 방해가 됐다.
그렇게 나온 현재 버전은 중간지점이다. 타깃팅은 있지만 유저가 바라보는 방향에만 제한을 둔다든지, 공중 띄우기는 버튼으로 쉽게 할 수 있지만 그 다음의 액션 이동부터 공격까지 유저 스스로가 결정하는 식이다.
TIG> 아무리 1년 뒤라고 해도 과연 오리진게임즈가 찾은 그 타협점을 모든 유저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염려된다.
정무정 대표: 물론 쉽게 플레이하려면 쉽다. 예를 들어 평타 누르고 스킬 한 번 누르고 다시 평타를 난타하면 각 스킬에 따른 다양한 연계기가 등장한다.
고정환 PD: 중요한 건 아무리 액션을 좋아해도 모바일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극도의 조작을 요구한다면 당연히 피로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처럼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선택지를 줬다고 생각하면 된다. 만약 하루에 5번의 전투를 하면, 적어도 한 번은 직접 조작해서 승리하는 짜릿함을 맛봤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이다.
일반적으로 모바일게임에서 ‘PVE 모드’라고 말하는 스테이지는 방식의 모드는 쉽게 클리어할 수 있도록 밸런스를 맞출 예정이다. 물론 자동플레이도 가능하다. 다만 자동을 눌러도 쿨타임에 맞춰 스킬이 돌아가는 게 아니라, 버튼이 10번 이상 눌리면서 콤보가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론칭 스펙에서 캐릭터의 만렙도 40레벨 밖에 되지 않는다. 대신 온라인게임처럼 만렙 이후 엔드 콘텐츠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조작의 재미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구조를 생각하고 있다. 레이드도 단순히 단체로 들어가 스킬을 퍼붓는 게 아니라 장판공격 등 패턴을 넣었다. 당연히 1:1 PVP는 실시간 동기화로 진행된다.
TIG> 개인적으로 이 액션과 조작으로 PVP를 한다면 내 손가락을 저주할 것 같다.
정우정 대표: 조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과거 서비스했던 게임을 돌아보면 PVP 콘텐츠는 아무리 개발진이 노력을 해도 이용률이 10%를 넘기 힘들다. 15%를 넘겼다면 ‘대박’이라고 말할 정도다. 대신 90% 유저들은 10%의 유저가 플레이 한 영상으로 즐기더라. 내가 할 수 없는 플레이를 누군가가 해냈을 때 대리만족과 통쾌함이 있는 것 같다.
고정환 PD: 그래서 우리는 다수 유저의 참여를 바라기 보다 소수 유저의 참여 동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캐시나 아이템 등의 보상보다는 명예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캐릭터의 외형이 달라진다든지, 마을 등의 공간에서 랭커의 느낌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는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랭킹도 점수 하나로 끝나지 않고 국가별, 캐릭터별, 길드 내 등 다양하게 집계된다.
더불어 관전모드와 리플레이도 들어간다. 상위 랭커가 플레이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게 정말 되는 거야?’라며 도전 욕구가 생기지 않을까? 또 이를 다른 유저 또는 비유저와 공유하며 자신이 엄청난 액션게임을 하는 듯한 만족감을 얻었으면 한다.
TIG> 이번에 보여준 캐릭터는 공중 액션이 특징이었다. 앞으로 나올 캐릭터들도 각자 나름대로의 특징있는 액션이 있을 것 같은데.
고정환 PD: 물론이다. 음.. 지금 작업하고 있는 여자 캐릭터는 상태이상을 중심으로 마구잡이로 깨부수는 액션을 볼 수 있다. 또 다른 남자캐릭터는 근육진 몸매의 로드파이트 콘셉트로 홀딩 스킬을 사용해 벽바운드나 바닥으로 질질 끌고 가는 전투를 펼친다.
TIG> 웬만해서 모바일게임에서는 잘 안 하는 것들이다.
정무정 대표: 온라인에서도 몇 개 없지 않나? (웃음)
고정환 PD: 홀딩 스킬은 실시간 전투에서 만드는 게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버그도 엄청 많고 하드코딩을 안 할 수가 없다. 오리진게임즈 개발진 대부분이 <던전앤파이터> 출신이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작업이 아닌가 싶다.
# "카툰풍 그래픽, 보는 맛과 액션의 재미 두 마리 토끼 잡을 것"
TIG> 액션만 봐도 각 캐릭터가 독특한 설정을 담고 있을 것 같다.
고정환: 모바일시대에서는 조금 올드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게임에서 세계관과 설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크로커스>도 조금은 방대할 수 있는 세계관이 있고, 모든 콘텐츠는 이를 바탕으로 흘러간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단 1년 만에 산업혁명이 이뤄진 세상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화학이나 마법은 없는 ‘스팀펑크’ 세계로, 분위기는 <매드맥스> 같은 느낌도 있다.
물론 각 캐릭터도 독특한 콘셉트와 설정이 있다. 앞서 설명한 여자 캐릭터를 예를 들어보자. 성격은 냉정하고 싸가지 없지만 굉장히 똑똑하다는 설정이다. 아버지가 과학자로, 그에게서 배운 기술로 다양한 무기를 다룰 줄 알며, 이를 바탕으로 상태이상이 가능한 무기를 만들어냈다.
TIG> 그래서 그래픽도 요즘 국내에서 유행하고 있는 실사풍이 아닌 카툰풍을 택한 건가?
정무정 대표: 물론 연관이 없는 건 아니다. 확실히 카툰풍 그래픽이 캐릭터의 매력을 보여주기 좋다. <던전앤파이터>, <크리티카> <최강의 군단> 등의 게임을 보면 팬층이 이른바 ‘콘셉트 덕후’들도 많은데, 동시에 액션과 연계성이 있다.
우리가 카툰풍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액션 때문이다. 과장된 액션의 연출을 보여주기엔 실사풍보다 카툰풍이 훨씬 자연스럽다. 기술적으로도 카툰풍이 화려한 이펙트를 보여주기 수월하다. 프레임 저하도 덜하고, 용량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액션 덕후가 즐기기 좋은 웰메이드 게임으로 자연스럽게 수렴되는 것 같다.
TIG> 국내도 국내지만, 중국이나 일본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정무정 대표: 오히려 실사풍 그래픽이 더 동양적 느낌을 준다. 한국이나 중국에서 멋있다고 취급 받던 캐릭터를 오히려 북미에서는 ‘게이 같다’라는 평가를 받는 모습을 봤다. 북미시장에서 반응이 좋았던 한국 액션 RPG도 카툰풍인 <크리티카>와 <마블 퓨처파이트>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훨씬 일반적인 감성으로 접근하기에 유리하다고 본다.
반대로 실사풍이 강세인 국내나 중국 시장에서는 차별성이 있는 게임으로 보여지기를 바란다. 천편일률적인 모바일 액션 RPG 시장에서 <크로커스>는 단연 도드라져 보이지 않을까?
TIG> 마지막으로 중요한 질문이 남았다. 게임은 언제쯤 출시될 수 있나?
정무정 대표: 내부 계획으로는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조작의 난이도 밸런스 조율과 기획된 엔드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있다. 또 개성 있고 다채로운 캐릭터도 제작 중이다. 글로벌에 출시될 때 지역 별 특색에 맞는 캐릭터로 어필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