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게임즈가 개발하는 MMORPG <히트2>가 오는 25일 한국 시장에 출시된다.
<HIT>(Heroes of Incredible Tales, 이하 히트로 통일)는 2015년 넷게임즈가 내놓은 RPG로 론칭 당시 당세대 모바일게임 중에서는 최고 수준의 그래픽과 컨트롤의 손맛이 담긴 반격 액션이 인기를 끌었다. <히트>는 정식 출시 이후 구글 플레이 및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으며, 넥슨과 넷게임즈는 게임으로 2016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받았다.
넷게임즈는 넥슨게임즈로 탈바꿈했고, 수집형 RPG <오버히트>(2017) 이후 5년 만의 '히트' 레이블 게임인 <히트2>가 서비스를 앞두게 됐다. 넥슨게임즈 산하 XH 스튜디오 측은 <히트2>만의 강점으로 '조율자의 제단'을 꼽았다. 조율자의 제단이란, 유저들이 주기적으로 특정 사안에 직접 투표해 서버 단위의 게임 규칙을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규칙들은 유저들의 게임 이용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각 규칙이 어떻게 적용되는가에 따라서 캐릭터 육성, PK 등 전반적인 플레이 환경이 현저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히트2> 유저들의 ‘소중한 한 표의 행사’로 이후 게임 플레이의 판도가 바뀌는 셈이다. 특정 길드가 일방적으로 필드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투표를 통한 의제 결정이라는 변수를 마련한 것이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히트2>의 '조율자의 제단'에서 유저들의 투표권은 거래될 수 있다. 국가와 달리 게임에서는 일종의 매표행위가 허용되는 셈인데, <히트2>에서 유저의 권리는 거래 가능한 상품으로 취급된다. 그러므로 유저들은 유저들은 각 서버의 상황, 투표 대상 규칙, 특정 시점의 투표 현황을 고려해,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도, 투표권을 판매해 재화를 획득, 캐릭터 성장에 투자할 수도 있다.
제작진은 <히트2>에서 일종의 공리주의 딜레마를 실현시키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라인'(힘이 센 길드)에게 투표권을 팔고 자신의 캐릭터를 키우는 데 쓰거나, 라인에게 도전하기 위해 반대 세력을 조직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한 투표권으로 얻는 이득이 쏠쏠하다면, 유저들은 일정 부분 과금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도입 최초 투표 결과의 적용 기간은 1주일이다.
<히트2>에서는 내가 속한 게임 세계인 서버의 규칙을 정하는 데 개개인이 참여하게 되며, 그 결과로 게서버의 미래가 변화한다. 부여된 투표권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거래되거나, 게임을 바꾸는 데 쓰인다. <히트2>가 꿈꾸는 새로운 시도로 게임 세계에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주목된다.
그렇다면 <히트2>의 투표로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봤다.
사람 개개인의 성향이 다르듯이 유저의 성향도 다르다. 유저 간의 끝없는 경쟁, 대립과 분쟁을 선호하는 유저가 있다면, 게임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며 느긋하게 게임 내 세계관을 즐기고 싶은 유저도 있을 것이다. 주머니 사정도 제각각일 것이다.
화끈한 과금으로 단기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전투력을 확보해, 끝없는 PK를 즐길 유저도, 합리적 지출만 지속할 유저도 존재한다. 이런 유저들이 성향에 따라 이합집산을 반복한다면, <히트2> 속 서버는 총천연색일 것이다. 서버 내 존재하는 모든 필드에 약육강식의 규칙만이 존재하는 ‘전장 그 자체’가 있을 수 있고, 평화주의자들이 합심해 안정적인 캐릭터 육성에 주력하는 모델이 구축될 수도 있다.
때로는 강력한 폭군들이 모여 폭정을 일삼을 수도 있다. 이들에겐 투표권을 매집하는 막대한 재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이들의 폭정에 반하는 유저들이 모여 ‘투표권 행사를 통해 우리 권리를 찾자’는 일종의 저항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한 편의 정치 드라마가 <히트2>라는 게임 안에서 실시간으로 쓰여지는 셈이다.
향후 게임이 고도화됨에 따라 유저들끼리 세운 규칙에 의한 'PK 서버', 또는 'PK 없는 서버'로 이민을 떠나는 장면이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어떤 유저들이 MMORPG를 즐길지 생각해보자면 한 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으나, ‘경쟁, 빠른 성장을 통한 비교우위, 권력 형성’ 등의 키워드를 선호하는 유저들이 다수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런 유저들이 모여 유사한 규칙의 방향성을 지향한다면, <히트2> 속 서버들은 대체로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운영될 수 있다. 특히 빛의 속도로 정보를 교류하는 요즘의 세태 탓에 더욱 그렇다. ‘경쟁을 가속화할 최상의 규칙’을 누군가는 제안할 것이며, 각 서버의 상위 계급을 형성하는 유저들은 이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수용해 투표안건으로 설정하고, 투표권 거래를 통해 운영 규칙으로 만들 수 있다.
이 경우 일부 현실세계의 모습이 게임에서도 그대로 투영될 것이다. 큰 힘을 가진 소수의 세력들의 주도로 많은 규칙들이 정해지고 운영되는 세상. 일부 유저들은 이 세상이 싫어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고자 다른 서버를 찾을 것이고, 결국 그 곳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마주해 좌절할 수 있다.
물론 이들이 모여 새로운 세력을 결집한다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수도 있다.
위에 언급한 시나리오 외의 경우의 수는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 또 어떤 흐름이나 추세가 만들어지기까지 소요될 시간도 예측하기 어렵다. 보상이 크지 않다면, 유저들이 투표를 외면하고 효용감 없는 투표 결과 때문에 게임을 떠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충분히 흥미로운 시도다. <히트2> 개발진은 디렉터 코멘터리에서 "각 서버마다 상황이 다르며, 게임의 운영 정책을 게임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기에 유저들의 불만이 나온다"라며 투표 시스템의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 기획 배경의 취지 맞게 ‘유저들이 원하는 세상’이 구현될 수 있을지 여부, 그리고 그 과정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이뤄져 갈지도 그 자체로 흥미로울 것이다. 더 나아가 일정 기간 동안 특정한 규칙으로 각 서버의 특성이 정해지더라도 ‘1주 단위의 투표’라는 변수로 언제든 달리진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그간 유저들에게 주어지지 않았던 ‘게임 운영규칙 일부에 대한 결정권’을 시스템 단에서 추가했다는 것은 대단히 신선한 시도로 평가된다. 여기에 더해 현실 세계에선 거래가 불가능한 투표권을 거래하는 시스템도 들어있다. ‘투표를 통한 게임 규칙 결정’과 ‘투표권 거래’의 조합은 <히트2> 운영에 많은 변수들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