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영화', '프로야구 800만 관중'... 다른 문화 콘텐츠와는 달리 게임의 흥행 지표를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는 찾기 어렵습니다. '흥행'뿐 아니라 현재 게임에는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공데이터가 없습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한 사람이 같은 장소에 모여서 소비하는 콘텐츠가 아니고, 소비하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게임사가 동시 접속자 수나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 이상, 스팀이나 구글플레이같은 플랫폼 사업자가 공개하는 데이터나 시장 분석 업체의 리포트를 참고하는 수밖에 없죠.
이정엽 교수는 게임도 관련한 정책 수립과 학술 연구를 위해 통합전산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앞선 글을 통해 살펴본 게임 아카이브가 공공 데이터를 공개한다면, 보다 투명하고 건강한 게임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영화나 공연은 통합전산망을 구축해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난점이 있지만, 게임의 제작과 유통 과정이 대부분 디지털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들이 협조만 해준다면 통합전산망을 쉽게 구축할 수 있다고 이 교수는 설명합니다.
이 글은 2월 18일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한 대토론회' 자료를 수정, 보강한 것입니다. 외부 원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편집=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창간 15주년 특집]
게임의 문화적 가치 보존을 위한 게임 아카이브 / 이정엽 교수
1. 게임은 문화다? 기억되어야 '진짜' 문화 (바로가기)
2. 게임문화박물관, '라키비움'으로 세우자 (바로가기)
3. 외국과 한국의 게임 아카이브 사례 (바로가기)
4. '천만 영화', '800만 관중'... 게임의 흥행 지표는?
현재 개정될 것으로 보이는 ‘게임진흥법’에서도 새롭게 설립하는 ‘게임진흥원’의 역할 중 “게임의 수집과 보존, 활용”을 명시해 놓기는 했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방법은 전혀 나와 있지 않아 앞으로 국가 주도의 게임 아카이브나 박물관 건립이 어떻게 추진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더 문제인 것은 ‘게임진흥법’이 현재 출시되는 게임들의 DB 구축과 정보화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관리하는 여러 분야 중 영화나 공연 같은 분야는 각각 영화 통합전산망(KOBIS), 공연예술 통합전산망(KOPIS)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통합전산망의 설립 근거를 각각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39조와 “공연법” 제4조에 명시하고 있다.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 제39조 (영화상영관입장권 통합전산망)
①영화진흥위원회는 공중이 전산시스템을 이용하여 영화상영관의 관객 수 그 밖의 영화상영관에 관한 사항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 수 있게 하려면 영화상영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운영하여야 한다.
② 영화상영관 경영자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영하는 영화상영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가입하여야 한다.
③ 제2항에 따라 영화상영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가입한 자는 해당 영화상영관의 입장객 수, 입장권 판매액 등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에 관한 자료를 고의적인 누락이나 조작 없이 영화상영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전송하여야 한다.
④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 영화상영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의 운영, 가입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이 39조의 3항에 따른 법률 시행규칙은 1. 영화상영관 명칭, 2. 상영 영화의 제목, 3. 영화 상영기간, 4. 영화의 상영등급, 5. 영화 제작자의 국적, 6. 영화 관람요금, 7. 입장권 판매액, 8. 영화상영관의 입장객 수, 9. 그 밖에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상영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운영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등 영화관 통합전산망에 수록되어야 할 필수 항목을 지정하고 있다.
공연법 4조 역시 영화 통합전산망과 유사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공공데이터로 활용하여 영화 및 공연 정책 수립과 시장 규모 예측, 학술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게임 분야는 여전히 이번 게임진흥법 개정에서도 이러한 DB화와 공공데이터 활용을 위한 시도를 하고 있지 않다.
현재 자체 등급분류 사업자로 지정받은 구글이나 애플 같은 플랫폼 사업자는 국내에 출판되는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의 등급분류를 자율적으로 시행하면서 이와 관련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게임과 관련한 국가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나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이러한 사항을 자율로 맡겨놓은 채 게임과 관련한 전반적인 자료수집을 등한시 하고 있다.
과거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이러한 게임 등급분류 아카이브를 구축하면서 유사한 시도를 한 적이 있으나 현재는 유명무실화 된 상태다. 사실 게임 분야는 그 제작과 유통 과정이 대부분 디지털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플랫폼 사업자들이 협조만 해준다면 통합전산망을 매우 쉽게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통합전산망을 통해 투명한 세수 확보, 공공데이터 활용을 통한 정책 수립 및 학술 연구, 확률형 아이템 공개 등이 모두 가능해진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독일의 USK나 컴퓨터박물관의 사례처럼 여러 나라가 비디오 게임 아카이브를 통해 디지털 통합전산망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확한 정책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도 매년 게임 백서를 발간하고 있지만, 늘 외부 조사업체를 통해 게임 산업 규모와 통계를 수집하고 있다.
이러한 게임 통합전산망 구축이 게임 아카이브 설립과 함께 이루어진다면 굳이 외부 업체를 통해 게임 산업 통계를 유추할 필요 없이 정확하고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다. 현재 게임 시장에서 사용자들의 불만이 심해지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 등의 문제 등도 이와 같은 정확한 데이터 통계를 통해 쉽게 바로잡을 수 있다고 판단된다.
굳이 별도의 게임별 홈페이지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공개할 것이 아니라, 통합전산망에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공개해놓고, 판매액까지 공개한다면 사용자들은 이 부분에 상당히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처럼 게임 아카이브는 단순히 과거의 게임을 모아놓고 전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플랫폼의 다양화와 온라인화에 발맞추어 게임과 관련한 많은 자료를 수집-보존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정책 수립과 투명한 세수 확보 등에 이바지할 수 있다. 어서 빨리 훌륭한 게임문화박물관이 건립되어 게임을 마음 편하게 문화라고 부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