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TIG 게임연구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작성됐습니다. 게임연구소는 게임이나 개발, 산업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5배. 지난해 디스이즈게임이 기사화한 게임 운영 문제의 수를 2013년과 비교했을 때 나온 수치입니다. 2018년이 2013년보다 2.5배 더 많았습니다.
모바일 시대로 바뀌며 게임의 운영 문제가 눈에 띄게 더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물론 TIG가 쓴 관련 기사들이 모든 사건들을 빠짐 없이 기록한 것은 아닙니다만, 최소한 기사로 쓰여질 정도로 중요하거나 영향력 있는 사건만 비교해도 5년 전보다 2.5배 더 많아졌죠.
급증한 운영 사고의 주요 출처는 모바일게임이었습니다. 실제로 2018년부터 2019년 7월까지 쓴 운영 관련 사고 기사를 살펴보니 64%가 모바일게임 관련 기사였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게임의 주요 플랫폼이 바뀌었다고 그동안 쌓인 노하우가 없어지는 것도 아닐텐데…. 이전보다 환경이 달라져서? 아니면 신생 개발사가 많아져서? 운영의 중요성이 떨어져서?
사실 온라인게임 시대에도 운영 문제는 많았습니다. 운영자가 게임에 부적절하게 개입하거나, 아이템을 복사하는 등 문제의 강도가 심각한 것도 적지 않았죠.
하지만 이 때는 운영이라는 것이 생소한 상태에서(사실상 온라인게임을 통해 운영의 중요성이 대두됐으니까요) 경험을 쌓아가던 시기였습니다. 시행착오가 없을 수 없는 시기였죠. 실제로 시간이 지날수록 운영 관련 사건사고가 줄었고요. 반면 모바일은 이미 이런 경험이 있는 상태에서 시장이 열렸음에도 크고 작은 사고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요?
# 온라인게임 전성기엔 왜 운영 문제가 적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온라인게임 시절엔 비싼 게임, 몇 년은 서비스할(혹은 서비스한) 게임을 위해 아무리 작은 위험 요소라도 줄여야 했으니까요. 그렇기에 게임사는 운영을 신경쓸 수 밖에 없었죠.
운영이란 뭘까요? 게임사에서 운영 부문이라고 하면 보통 유저들에게 정보를 알리거나 유저 문의 해결, 이벤트 기획, 동향 파악 등을 이야기합니다. 콘텐츠를 잘 '서비스'하는 일이죠. 개발이 음식 만드는 것이라면, 운영은 홀에서 고객을 마주하고 음식을 전달하고 때로는 손님의 마음을 캐치해 주방이나 사장실(?)에 전달하는 일인 셈입니다.
운영을 잘하면 개발자들이 만든 콘텐츠가 유저들에게 최소한 왜곡되지 않고 전달되고(때론 더 좋게 포장되기도 합니다), 유저들의 불만도 늦지 않게 해소되죠. 특히 불만 같은 경우,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땐 최소 수 개월은 쌓인 것이 폭발한 것이기 때문에 운영 측이 제때 이를 캐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음식점이 성공하기 위한 최소 조건은 '음식에 대한 불만이 없을 것'입니다. 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잘해도 음식점을 성공하게 만들 순 없겠죠. 하지만 홀 사람들의 태도 때문에 작은 실수가 더 커지거나, 반대로 큰 실수를 했는데도 잘 넘어가는 사례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식당은 이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기도 하고요.
게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똑같은 게임을 즐겨도 운영이 어떻느냐에 따라 유저의 만족도가 다르고, 무엇보다도 사고가 났을 때 유저들이 보이는 태도가 다릅니다. 게임이 재미 없으면 유저들이 그냥 떠날 뿐이지만, 운영을 못하면 게임을 증오하니까요. 때문에 운영은 게임사에게 '리스크 관리' 의미가 강합니다.
이는 온라인처럼 게임 하나 만들고 서비스하는데 몇백억 원이 들어가는 시장, 그 때문에 많은 게임을 서비스하기 힘든 시장서 더 중요합니다. 서비스하는 입장에선 비싸고 몇 개 밖에 가질 수 없는 게임을 관리 안했다가 큰 피해를 입는 것보다, 돈은 더 쓰더라도 위험 요소 자체를 줄이는 것이 더 나으니까요. 당시 운영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아래처럼 입 모아 말했습니다.
게임의 성공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위험 요소를 줄이는 것(운영)은 투자만으로도 가능하니까요. 온라인처럼 규모 큰 프로젝트라면 리스크 관리 때문에라도 운영에 많이 투자했죠.
RPG 중심의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은 이런 경향을 가속했습니다. 일단 RPG라는 장르 자체가 오랜 플레이를 전제로 합니다. 유저들이 애착을 가지기 쉬운 장르죠. 또 장르·플랫폼 특성 상 오래 서비스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런 게임은 점점 (신규 유저 유치보단) 기존 유저 케어가 중요해지죠. 즉, 운영을 잘못하면 유저들이 더 크게 반발하기 좋은, 게임사도 잃을 것이 많아지기 쉬운 환경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시엔 게임 수는 (지금에 비해) 많지 않고, 게임 하나하나의 무게감은 크다 보니 매체나 커뮤니티에서도 게임 내부적인 문제를 많이 다뤘습니다. 게임사 입장에선 문제를 빨리 예방·해결하지 못하면 이미지가 나빠지기 쉬웠죠. 또 한편으론 이 덕에(?)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기사 등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할 수도 있었고요.
때문에 온라인게임 시장이 성숙해 질수록 게임사가 '운영'에 들이는 공도 커졌습니다. 좋은 운영이란 얘기는 못들어도, 최소한 운영 때문에 사고는 나지 않게끔 퀄리티를 끌어 올리려 했죠. 실제로 과거 온라인게임사 운영 파트에서 일했던 여러 관계자에 따르면, 온라인 전성기 시절엔 상위권 게임 하나에 운영 인력이 100명 규모로 배정되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사람만 많이 고용했던 것이 아니라, 시스템 딴에서 구성원들의 전문화나 역량 강화 등을 꾀했죠. 팀 안에 교육 담당이 따로 있는 것은 기본이고, CS 영역도 단순히 '계정 도용'같은 식으로 전문 영역을 나눈 게 아니라 '계정 도용 - 해킹', '계정 도용 - 비밀번호 유출' 같은 식으로 한층 더 섬세하게 특화 영역을 만들어 대응했을 정도죠.
# 그런데 모바일 시대엔 왜? - 처음엔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초창기 모바일게임(정확히 말하면 스마트폰게임) 시장에선 상황이 달랐습니다. 이 때 모바일게임은 <애니팡>이나 <드래곤플라이트>처럼 캐주얼한 게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만드는데 돈도 많이 들지 않았고, 게임도 단순해 이게 오래 서비스되리라 생각하지 않았죠. 또 온라인에 비해 단순한 게임성 때문에 큰 운영 문제가 발생하기도 힘들었고요.
유저도 단순한 게임성 때문에 당시 게임에 그렇게 큰 애착을 가지진 않았습니다. 매체나 커뮤니티는 너무 많은 게임이 쏟아지고 각각의 비중은 온라인 때에 비해 낮다 보니 게임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는 경우가 별로 없었습니다. 정확히 말해 그런 사례가 점점 줄었죠. 설사 운영 상 문제가 있어도 온라인 때처럼 크기 힘든 상황이었고, 조명도 잘 안 되는 환경이었습니다.
게임사로선 운영에 신경 쓰는 것이 이상한(?) 시대였죠.
스마트폰게임 초창기엔 지금과 달리 캐주얼한 게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운영 필요성도 상대적으로 적었고요.
물론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닙니다. 온라인 시절 경험이 있으니, 게임사도 처음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많은 운영 인력을 배정했거든요. 하지만 모바일게임을 서비스 해보니 운영 문제 생길 일이 별로 없었고, 게임의 수명도 짧아 공 들일 필요성도 (온라인에 비해) 낮았습니다. 소수 정예를 유지하기 보단, 수십 개의 게임을 쏟아내 몇 개 띄우는 것이 이득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요.
당시 모바일게임 분야에서 일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대부분의 회사가 운영의 비중을, 게임 하나에 배정된 운영 인력을 줄이는 기조로 움직였습니다. 처음엔 보통 운영자나 GM 등으로 부르는 오퍼레이션 영역이 줄었고, 그 다음은 고객응대(CS) 영역이 줄었죠.
실제로 모바일게임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나오고 있는 수집형 RPG의 경우, 2019년 현재 보통 10명 이하의 운영 인력이 배정됩니다. 그나마 모바일게임 운영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지금'도요. 운영 비중이 낮았던 당시 상황은 어땠을지 말하지 않아도 잘 알겠죠? 온라인게임을 같이 서비스하는 회사가 아니라면, 운영 조직 자체의 힘이 약해졌죠.
당시에는 그래도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아 모바일 환경도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 "내가 이 게임에 들인 게 얼만데!" 다시 한 번 대두되는 운영
시작은 RPG였습니다. 카드배틀부터 수집형 RPG, 오늘날 대세 장르가 된 MMORPG까지. 모바일에서도 코어한 게임이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게임성은 복잡해졌고, 유저가 게임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 돈도 커졌습니다. 게임성이 복잡해지니 운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졌고, 유저가 들이는 공은 커졌으니 문제가 생겼을 때 유저가 격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퍼즐 게임의 버그는 스테이지 진행이 막히거나 심해도 리셋될 정도(?)겠지만, 수집형 RPG의 버그는 게임의 경제를 무너트리고 핵심 재미인 '수집'까지 망가트릴 수 있으니까요. 똑같이 결제 유도 운영을 한다고 해도 캐주얼 게임의 결제 규모와 수집형 RPG의 결제 규모도 다르고요.
2015년 하반기 <세븐나이츠>에서 발생한 불매 운동(일명 무과금 선언)은 이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커지고 코어해지며 운영 사고가 많아지긴 했지만, 이처럼 유저들이 불매 운동을 벌이고 오프라인 간담회에서도 거센 반응을 보였던 것은 전무했습니다. 이런 격한 반응은 업계 관계자들에게 많은 것을 알렸죠.
더군다나 이 사건은 그동안 꾸준히 쌓여온 불만이 특정 업데이트를 계기로 터진 것이었습니다. 이런 일을 막으려면 수면 아래 있는 유저들의 불만을 잘 캐치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해당 게임에 대해 잘 알고 유저 커뮤니티도 꾸준히 보아온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예. 모바일에서도 실력 좋은 운영 인력의 필요성이 증가하기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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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모바일게임 개발비 증가 트렌드는 운영의 중요성을 한층 더 강화했습니다. 초창기엔 온라인의 반의 반도 안 되는 돈으로 초호화 모바일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면, 모바일 시장 경쟁이 심해지고 게임의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개발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부턴가 50억, 100억 쓴 게임을 쉽게 볼 수 있게 됐죠.
게임사 입장에서도 과거처럼 20~30개 게임 뿌린(?) 후 성공작 몇 개를 건지는 모델이 힘들어졌습니다. 오히려 온라인게임 시절처럼 소수정예 타이틀 하나하나에 공을 들이고, 론칭 후에도 잘 운영해 오래 서비스하는 모델이 합리적인 상황이 됐죠.
RPG 중심으로 흐르기 시작한 시장 트렌드는 이런 경향을 더욱 가속했습니다. 유저가 게임에 쓰는 돈도, 시간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오래 서비스되는 게임도 많아졌고요. 유저들이 게임에 가진 애착도 더 커졌고, 사고가 생겼을 때 반응도 더 격렬해졌습니다. 이젠 운영을 신경 안 쓰면 게임이 뒤집힐 수도 있는 상황이 됐죠. 시장 환경도, 기업의 니즈도 운영 강화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도 운영 문제가 끊이지 않을까요? 중요하다 생각해 투자하고, 사람도 고용했을텐데….
# 세상에 여전히 운영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
이 부분은 크게 4가지로 얘기할 수 있습니다. 일단 당연한 얘기부터 해치우죠. 첫 번째는 여전히 운영에 힘을 주지 않는(혹은 못하는) 경우입니다. 의외로(?) 지금도 이런 케이스는 많습니다.
운영은 기본적으로 비싼 게임을 오래 서비스하려 할 때 더 빛을 보는 행위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싼 값에 게임을 가져와 1~2년만 서비스하고 말 회사는 운영에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죠. 또 대형 타이틀을 서비스해 본 경험이 없어 운영의 필요성을 아직 체감 못했거나, 정말 회사에 여력이 없어 운영까진 신경 못 쓰는 경우도 분명 존재합니다.
두 번째는 운영이라는 것 자체가 기반이 없는 회사가 사람만 고용해 궤도에 올리기 힘든 부분이라는 점입니다. 운영 경험이 없는 회사가 노하우를 쌓기도 힘들고, 경력자를 고용해도 이 경력을 자기 게임에 적용하기 힘듭니다. 예를 들어 운영의 한 영역인 오퍼레이션은 게임 상황과 유저 동향을 잘 캐치하고 개발팀에 전달해, 유저 불만을 해소하고 게임이 갈 방향을 회사와 유저 모두가 만족할 수 있게 유도하는 일입니다.
이 일을 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1. 운영자가 자기 게임에 대해 잘 알 것, 2. 운영자가 게임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적절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 3. 운영자가 유저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을 것.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것이 바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이 중 일단 자기 게임에 대해 잘 아는 것부터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RPG처럼 긴 플레이타임이 필요한 장르는 더 그렇죠. 운영 조직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면 교육 등으로 시간을 줄일 순 있겠지만, 이렇게 할 수 있는 회사는 소수겠죠.
'적절한 데이터'라는 것도 문제입니다. 운영이나 게임을 잘 알아야 필요한 데이터, 효과적인 데이터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유저가 게임서 이탈하는 시기를 체크할 때 단순히 유저들이 이탈한 때만 조사한 것과 이탈 전 유저가 한 것도 함께 조사한 것, 이탈 유저의 레벨이나 누적 결제액까지 조사한 것은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의 폭과 깊이가 전혀 다릅니다.
즉, 과거 운영에 힘을 주지 않은 회사라면 단순히 경력자를 충원한다고 해서 바로 운영 퀄리티를 높일 수 없단 얘기죠.
세 번째는 운영진이 전문성을 갖추기 힘든 모바일게임 시장, 요즘 시대의 특수성입니다. 모바일게임은 유저들이 몰렸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규모 차이가 큽니다. 그리고 온라인에 비해 업데이트·이벤트 주기가 짧은 모바일 특성 상, 이런 변화가 굉장히 자주 일어나고요. 이에 따라 게임을 담당하는 운영 인력의 규모도 과거보다 더 유동적일 수 밖에 없죠.
때문에 한 명의 운영자가 모바일게임 하나를 전담할 수 있는 시간은 의외로 길지 않습니다. 현재 운영 관련 일을 하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보통 운영자 한 명이 게임 하나를 전담하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12개월 안팎입니다. 짧으면 6개월인 경우도 있고요.
즉, 운영자 개인의 능력과 별개로, 운영자가 어느 한 게임을 잘 알기는 상당히 힘든 환경이라는 말이죠. 운영이라는 일은 운영자의 역량과 별개로, 그 게임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가 있어야 잘 할 수 있는 분야인데도요.
이 부분을 잘 보완하려면 회사 차원에서 운영 메뉴얼, 노하우 전수 시스템 등을 잘 갖춰야 합니다. 다만 이것 역시 운영에 힘을 주지 않았던 회사라면 바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죠.
마지막은 운영 사고의 특수성, 유저 반응 체크의 어려움입니다.
불만 글 하나가 올라오려면 마음에 수십 개의 불만이 쌓여야 하고, 불만 때문에 유저들이 들고 있어났을 땐 유저 한 명에게 수천 개의 불만이 쌓인 상태다.
이번 취재 때문에 만난 운영 전문가 중 한 명이 한 말입니다. 이미 유저들의 불만이 수면 위에 떠올랐을 때는 밖에서 보는 것 이상의 불만이 있다는 것을 한 말이죠.
이는 거꾸로 유저들의 불만을 캐치하기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게임을 하며 커뮤니티에 글을 남기거나 운영자에게 메일을 보내는 유저는 소수입니다. 또 대부분의 사람은 행동 구조 상 변화를 꺼려하기 때문에 불만이 어느 정도 쌓이지 않는 이상 글이나 이탈 같은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요. 때문에 게임사가 표면에서 캐치할 수 있는 부정적인 피드백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데이터 수집을 잘 해도요.
이를 제대로 캐치하려면 유저 입장도 잘 알고 게임을 잘 아는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이런 사람들은 바로 얻을 수 없고, 키우기도 힘듭니다. 게임 서비스 초반부터 운영 조직을 제대로 갖췄다면 모를까, 중간에 확충한다고 문제가 바로 해결되긴 힘든 구조죠.
결국 운영에 다시 투자했는데도 운영 문제가 끊이지 않는 까닭은 대부분 '운영 노하우가 한 번 끊기면 다시 복구하기 어렵다'는 얘기죠. 모바일 같이 변화무쌍한 시장에선 더더욱요.
# 그럼 모바일 시대에 운영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해요?
운영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긴 관점에서, 환경까지 고려해 운영 '시스템'을 갖춰라"입니다. 사실 변화무쌍한 모바일게임 시대에 중소 개발사가 일정 규모·퀄리티 이상의 운영 조직을 유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운영 조직이 힘을 잃으면 복구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나온 얘기가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라는 이야기입니다.
모바일게임이 시장의 중심이 된 이상, 모바일 특유의 예측할 수 없는 운영 수요는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런 환경이 당장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이미 시장과 유저들은 빠른 변화와 피드백에 익숙해졌으니까요. 이젠 온라인도 이 영향을 받을 정도죠. 이제 이 어려움은 게임사가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상수가 됐죠.
때문에 운영에 힘을 주려면 단순히 조직을 확충하는 것을 넘어, 이런 환경 속에서 '전문가'를 키우고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이게 당장 눈에 띄는 효과를 만들진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바뀐 환경에서 운영 노하우를 유지하고 키우려면 이런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쌓인 노하우는 최소한 게임이 게임성·사업성이 아닌 것 때문에 쓰러질 일을 막아줄 것입니다.
15년 전부터 운영 일을 한 큐로드 '변남용' 본부장의 조언입니다. 모바일 시대 특유의 불안정성을 피할 수 없다면, 게임사가 그런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긴 관점에서 운영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는 이야기죠. 예를 들어 환경 때문에 운영진이 전문성 쌓기 힘들다면, 게임·유저 전문가가 유지될 수 있는 환경, 이들을 활용한 교육·인수인계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의외로 이런 시스템을 갖춘 회사는 많지 않습니다. 반대로 한 번 갖추기만 하면 노하우의 손실이나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고요.
<클래시로얄>, <브롤스타즈> 등으로 유명한 슈퍼셀이 대표적입니다. 사실 슈퍼셀은 복수의 게임을 글로벌 서비스한다는 면에서 운영 실수나 사고가 일어나기 좋은 회사입니다. 일단 글로벌 서비스라는 것 자체가 국가 별 상황 파악이 쉽지 않고, 외주 운영 인력을 써야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슈퍼셀은 ▲ 본사 차원서 게임·유저 이해도 있는 운영 인력 유지 ▲ 본사 차원에서의 외주 운영 인력 교육 ▲ 본사와 지사, 외주 업체간 지속적인 업무·교육 교류 ▲ (본사·지사·외주 구분 없이) 성과 관리 체계 도입해 운영 퀄리티 유지 등의 장치를 통해 이런 위험 요소를 최소화했습니다.
앞서 말한 운영 전문가들의 조언에 빗대 말하면, 본사 차원에서 게임과 유저에 대한 이해도를 유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인수인계를 해 노하우도 유지하며 시행착오를 줄인 셈이죠.
# 마치며…
모바일이 게임 시장의 중심이 된지 5년이 넘었습니다. 초창기 시간 때우기에 불과했던 게임성은 이제 충분히 코어해졌고 게임사가 게임에 투자하는 돈도 커졌습니다. 유저들이 모바일에 쓰는 시간과 공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습니다. 쓰는 돈의 크기는 말할 것도 없죠.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운영의 중요성은 과거 온라인 이상으로 올라갔습니다. 게임사 입장에선 더더욱 쓰러져선 안되는 타이틀이 됐고, 유저들이 자기 계정에 가지는 애착도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커졌으니까요. 이제는 운영 때문에 유저들을 적으로 돌리는 일도 일어날 정도입니다. 이젠 리스크 관리를 넘어, 잘못하면 리스크 그 자체가 될수도 있는 시대가 됐죠.
다시 한 번 운영이 중요해진 지금, 이 글이 누군가에게 계기나 답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취재 중 만난 한 운영 전문가의 말로 글을 마칩니다.
비단 온라인·모바일 이슈가 아니더라도, 유저가 게임에 대해 가지는 애착이 클수록 운영의 중요성, 그게 부실할 때의 위험은 계속 부각될 것입니다. 개발 현실 상 운영 비중이 크게 늘어나긴 힘들겠지만, 좋은 게임을 선보이려는 회사라면 운영에도 꾸준히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어요. 그게 게임에게도, 유저에게도 좋으니까요.
간단 요약
- 운영의 가장 큰 힘은 리스크 관리. 게임의 성공은 장담할 수 없지만, 위험 요소는 운영만 잘해도 줄일 수 있다.
- 모바일게임이 캐주얼했을 때는 운영 필요성이 적었지만, 코어해지고 쓰는 돈도 커진 지금은 좋은 운영이 필수적이다. 온라인게임 시절보다도 더.
- 게임이란 콘텐츠 특성 상 약해진 운영 조직을 단기간에 강화하긴 힘들다.
- 운영을 강화하려면 이젠 조직을 확장하는 것 뿐만 아니라, 팀원들이 전문성 키우기 힘들어진 환경에 걸맞은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