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산업과 게임 문화, 그리고 그 안의 사람들에 관한 도서가 늘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습니다. 놓치기 아까운 지식, 재미를 담은 '게임 책'을 디스이즈게임이 한 권씩 선정해보려 합니다. 출판사가 직접 제공한 자료를 정리·편집해 전달하는 '게임과 책'입니다. 세 번째 책 <나의 오락실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간단 책소개
<나의 오락실 이야기>는 일본의 아케이드 게임 전문 저널리스트 이시이 젠지가 1972년부터 2017년에 이르기까지 평생에 걸쳐 경험한 '게임센터'(오락실)의 역사를 망라한 책이다. 저자가 아케이드 전문지 '게메스트'에 근속하며 관찰한 현지 오락실 산업의 변화를 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국내에도 많은 영향을 준 현지 오락실 문화의 특징, 유명 아케이드 타이틀 및 기기들이 오락실 업계, 더 나아가 게임계 전체에 미친 파급력 등을 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고전게임 전문 칼럼니스트이자 유튜버로도 활동 중인 '꿀단지곰'이 번역본 감수를 맡았다.
# 본문 중에서
한 마디로 게임센터(오락실)에도 이런저런 다양한 타입이 있다. 화려한 대도시에 위치한 게임센터와, 지방의 역전에 있는 오락실은 스타일이 다르다. 게메스트의 독자는 전국에 퍼져 있었고, 지방의 오락실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도 많았다. 그런가하면, 메이커 쪽과 접촉했을 때에는 도시의 대규모 게임센터 이미지를 상정하여 말하는 사람이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점에서 갭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고, 조금 더 플레이어의 시선으로 보게 되기를 바라게 되었다.
- 서장 ~ 나와 게임센터 중에서
기계식 게임기 중에는 이미 레이스 게임도 존재했다. 1960~70년대의 투영식 레이스 게임에서는, 회전하는 그림이 그려진 천에 빛을 쏘아 비추는 것으로 흘러가는 배경을 표현하고 있다. 거기에 미니어처 자동차를 겹쳐 놓아 달리고 있다는 분위기를 재현했다. 기계에 달린 핸들을 돌려 마주오는 방해 차량을 피해 계속 달리는 게임성은 뒤에 나온 비디오 게임에서의 레이스 게임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이 밖에도 기계식 게임기 중에는 잠수함에서 적 함대를 어뢰로 쏘는 게임, 공과 10엔짜리 동전을 골대까지 유도하는 게임에, 축구나 농구 등의 스포츠 게임 등이 존재했다. 이 게임들은 모터나 수동으로 움직이는 이른바 유희 기계이다. 그러다보니 동력을 전달하는 부분이 고장 나기 쉽고 유지 보수가 힘들었다.
- 제1장 게임센터 전야 ~일렉메카=기계식 게임기에서 비디오 게임으로~ 중에서
또 그때까지의 액션 게임과 달리, 서로 공격하는 감각이 강했던 것도 마계촌의 특징이다. 예를 들면 <팩 랜드>에서는 기본적으로 플레이어가 적의 공격을 피하면서 진행해 나간다. 파워 쿠키를 먹는 것으로 반격을 할 수 있지만 평소에는 점프해서 장애물을 넘어가는 행동이 메인이 된다. 이에 비교하면 <마계촌>은 창이나 단검 등의 무기를 던질 수가 있기 때문에 공격이라는 면에 있어서는 슈팅 게임 수준의 파괴력을 지닌다. 그리고 이렇게 펼쳐지는 몬스터왕의 치열한 전투는 본능에 호소하는 면이 있어서 몰입도가 높았다.
- 제3장 80년대 게임센터는 백화요란의 시대 중에서
실제로 (일본이건 한국이건) 당시 오락실에서 금품을 빼앗긴 학생은 많았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삥뜯기”인 것이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당시 오락실에는 이 삥뜯기를 하는 불량배 부류가 모이는 장소라는 이미지는 강하게 존재했다. 그리고 그것은, 오락실과 비디오 게임 자체를 깔보는 듯한 세간의 태도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런 사건이 있었다고 해서, 오락실 자체가 정말 나쁜 곳이었을까. 예를 들어 학교에서도 왕따나 괴롭힘 등등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학교는 나쁜 곳”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사실 이런 문제나 사건들은, 그냥 미성년자들이 모이는 것만으로도 필연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단지 그런 것뿐인 일이다.
(중략)
21세기가 된 현재, 비디오 게임은 엄연한 문화로 사회에서 널리 인정받고, 그 관련 기록과 자료의 수집이 국가에 의해 보조를 받고 있기까지 하고 있다. 이러한 요즘 분위기를 고려하면, 1980년대의 오락실을 둘러싼 상황을 거짓말 같은 이야기로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당시에 오락실을 보편적으로 사회악이라고 취급했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당시의 게임센터에 다니는) 플레이어는 그런 역경 속에서 비디오 게임이라는 취미를 스스로 택하여 즐겨야 했다. 거기에는 분명 그들 나름의 “각오”가 있었던 것이다.
(후략)
- 제4장 80년대 게임센터의 실태와 플레이어의 심경 중에서
<스파 2>의 대전 플레이가 일반적이 된 것은, 소위 말하는 대전용 기기인 '대전대'의 등장에 의한 것이 크다. 이 대전대는 2대의 범용 미디타입 게임기 본체를 등을 맞추어 붙이고, 통신 케이블로 연결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같은 화면을 2개의 모니터로 따로 내보낼 수가 있게 된다.
이런 대전대가 있으면, 대전 상대의 얼굴을 보지 않고 난입할 수가 있다. 옆에 상대가 없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플레이에 집중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특별히 대전대를 만들어 놓으면 대전 전용이라고 플레이어가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난입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게 된 것이다.
- 제5장 대전격투 게임과 3D폴리곤의 발전 중에서
# 저자·역자 소개
저자 : 이시이 젠지
1986년~1999년에 발행되었던 일본의 오락실 게임 전문 잡지 게메스트의 전 편집장으로 일세를 풍미했던 게임 전문가. 다라이어스 등의 슈팅 게임에서 일본 1위의 스코어를 기록하는 명 플레이어이기도 하며, 게임 관련 저술가로 오래 활약하였다. 저서로는 『게임크리에이터 인터뷰집 게임에 인생을 바친 남자들』, 『이시이 젠지를 우로!~전 게메스트 편집장 컬럼집』, 『라이트노벨의 신조류』 등이 있으며, 다수의 매체에서 여전히 게임과 서브컬쳐 관련 저술을 지속하고 있다.
번역 : 엄다인
1970년대생으로 1980~90년대에 오락실을 집처럼 다녔던 소위 “오락실 꼬마” 출신의 전형적인 올드타입 오덕. 1990년대 PC통신 시절의 인연으로 한국의 게임잡지 게이머즈, 게임비평, 애니메이션 잡지 뉴타입 등에서 외부 필자로 게임 공략이나 칼럼 기고 활동을 하였고, 포켓몬 코리아, 대원미디어 등의 서브컬쳐 관련사들에서 근무하기도 하였다. 저서로는 《파워레인저 SPD 어린이TV동화》(2005)를 저술하였고, 《서태지매니아》(2000) 등에 자료 협조를 하였다.
감수 : 꿀딴지곰
자칭 고전 게임 칼럼니스트. 비디오 게이머 경력 40년을 자랑하는 레트로 게임계의 고인물이다. 17년간 네이버 지식인에서 고전 게임을 찾아주는 게임 탐정으로 활동하면서 ‘꿀파고’라는 별칭도 얻었으며, 덕분에 고전 게임 커뮤니티와 관련 업계에서 나름 이름이 알려졌다.
여기저기 고전 게임판에서 오지랖 넓게 활동하며 나름 성덕의 입지를 굳히자, 관련 업체에서 러브콜이 들어오기도 했다. 동아일보의 게임 전문 매체인 게임동아와 함께 네이버 포스트에서 ‘꿀딴지곰 겜덕 연구소’라는 코너를 맡아 5년간 연재했으며, 일본 고전 게임기를 소개하는 책을 여럿 감수했다. 현재 유튜브 게임 채널 ‘꿀딴지곰 게임 탐정 사무소’를 운영 중이며, 게임 관련 논문을 다수 게재한 고학년 덕후답게 대학에서 교수로 16년째 재직 중이다.
# 출판사가 제공하는 책소개
흔히 오락실이라 불리던 ‘게임센터’는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분명 게임이라는 중요한 서브컬쳐의 역사 속 한 단계를 상징하는 단어였다.
‘플스(플레이스테이션의 줄임말)’나 ‘스위치’ 같이 일반인들도 게임기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시대인 지금, 컨슈머 게임기를 거쳐 온라인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이 사실 상의 대세가 되어버린 지금에 와서 보면, 동전 하나를 넣어서 즐기는 게임센터의 아케이드 게임은 흘러간 역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오래된 옛날에 원초적이고 직접적인 쾌감을 쫓던 때를 상징한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어져온 모든 게임이 추구하는 기본 요소인 ‘돈으로 사는 원초적 쾌감’에 대한 추억은 꼭 그 시대를 겪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지금에도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인 것이다.
▲ 동전으로 얻을 수 있는 쾌감을 대표한 오락실 게임의 역사를 탐구한다
본 서적은 일본의 오락실 게임 전문 잡지였던 게메스트의 편집장이었던 저자의 체험과 시선을 따라서, 일본 오락실 게임의 역사를 따라가 반추한다. 그리고 실제로 한국의 오락실은 일본의 오락실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고 상당 부분의 역사를 공유한다. 동시대에 국가의 차이와 환경적 차이로 한국과 일본의 게임 역사 전체에서 오락실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서로 다르지만, 오락실 게이머들 간에 공감대가 형성 가능하던 때가 분명히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오락실이 불량청소년의 상징처럼 나쁜 취급을 받던 것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던 때가 공통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유명한 스트리트 파이터Ⅱ가 오락실에 등장하고 싹쓸이급 인기를 모은 뒤 대전격투게임의 전세계적 대유행 이후로 오락실에서 상대를 찾아 해매던 것도, 슈팅 게임의 고득점에 몰두하는 슈터들이 아직 남아 있는 것도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이다. 이후 소위 팀배틀 같은 것의 유행으로 일본의 오락실 게임 대회에 한국인이 나가서 수상하고 하는 것도 오락실 시대부터 이어져온 역사이며, 현재에도 대전격투 게임 이외에 RTS 등 여러 게임 장르들에서도 게임을 사랑하는 한국인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으로 이어지는 역사가 되어왔던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의 배경이 되는 오락실의 역사를 다룬 이 책은 오락실 게이머의 시선으로, 동전을 넣어서 실력과 투자한 금액 만큼의 쾌감을 얻을 수 있던 오락실 시대를 정리해 놓은 게임문화 회고록이며 대중문화 역사서에 가까운 서적인 것이다.
▲ 막연한 레트로가 아니라 고전 클래식 게임인 오락실 게임 이야기
오락실에 대한 추억을 가진 사람들도 한편으로는 오락실은 청소년 범죄의 소굴이고 아이들을 타락시키는 불량한 장소 취급이었던 때가 있음을 기억할 것이다. 이후 스타크래프트 같은 인기 게임이 국민적 유행을 타며 PC방으로 순화된 ‘게임방’의 시대에서조차도 또한 뉴스 방송에서 실험이랍시고 PC방의 전원을 내려버리는 식의 황당한 대접을 받았던 역사는 반복되었고, 아직도 도박이나 불법 게임 부류 등을 통해 게임에 대한 나쁜 이미지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오락실 게임이 호황을 누리던 1980~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이 부모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게임을 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게임이 일상화되어 연령과 성별을 관통하는 21세기의 놀이 문화가 되어 있는 지금, 세대 차이로 무작정 배척이나 무관심으로 일관하지 않고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고 부모 시대의 놀이문화를 함께 즐겨보는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추억의 오락실 게임은 막연한 레트로 유행이 아니라, 버젓한 ‘대중문화’인 게임 역사 속에 고전 게임으로 다시금 평가 받으며 연구 및 플레이될 가치가 있음을 이 책은 과거의 오락실 역사를 통해 다시 한번 정리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마치 대중음악에서 흘러간 곡들이 다시 뜨는 ‘레트로’의 유행이 돌아오는 정도인 것 정도가 아니라, 현대 게임에도 이어지는 쏘고 피하고 움직이며 노는 액션 게임들의 공식을 마련한 ‘클래식’ 게임들인 오락실 게임의 흐름과 가치를 다시 살펴볼 기회가 되는 것이다.
▲ 오락실 게임에 추억을 가진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
오락실과 오락실 게임은, 한국에서는 이제 실물을 보기 힘든 과거 20세기의 유물 취급에 가깝다. 유투브나 각종 인터넷 방송 등에서는 게임을 다루는 사람들이 레트로 유행의 일부로 오락실 게임의 이야기를 좀 하는 경우가 있지만, 정작 리얼타임 오락실 게이머의 시점에서 다루어진 책이나 연구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이 책은 오락실 게임의 과거와 현재로 이어지는 흐름을 이야기하면서, 21세기 들어서는 전국 온라인 대전이 행해지고 있는 현대 일본의 오락실 이야기로 마무리 지어진다. 극장이나 쇼핑센터 한 구석에 코인 노래방 기기와 함께 에뮬 기기가 놓여있는 한국의 오락실 취급과 확연히 달라진 부분인데, 이 책은 어디서 이런 차이가 나온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설령 오락실 게임에 대한 추억이 없는 세대라고 하더라도, 과거 20세기에는 분명히 게임업계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오락실이란 장소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이 책은 한번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전 국민의 70%가 게임을 하고 있는 2022년의 시점에서, 이 책은 막연히 오락실 게임이 비디오게임의 근원이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이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가장 오래된 ‘유행’이자 ‘대중문화’였음을 다시 되새기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막연히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추억 만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대중들 사이에서 이어져갈 게임이란 문화에 대한 기록이자 역사로 다시 되새겨질 것이란 의미를 상기시키는, 고전 오락실 게임들에 대한 헌사에 가까운 책이라 말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