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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병정의 게임 비평] E-Sports는 환상인가 현실인가 (하)

얼음병정 2017-03-17 11:44:41

디스이즈게임은 얼음병정 님의 게임 비평과 리뷰를 소개합니다. 냉철한 자신의 시선으로 풀어낸 리뷰와 비평을 통해 디스이즈게임이 놓칠 수 있었던 게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독자 여러분도 함께 담론의 장을 열었으면 합니다.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의 편집 방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편집자


 

# Intro

 

앞서 우리는 e스포츠라는 시장의 형성 과정과 그 이유를 살펴보았습니다. 또 e스포츠가 형성됨에 있어 어떤 게임을 선택했는지, 선택의 이유는 무엇일지 살펴보았습니다. 

 

[이전편 보러가기] e스포츠는 환상인가 현실인가 (상)

 

e스포츠는 ‘현재 내가 충족할 수 없는 조건을 가진 무언가’를 자극하여 ‘내가 경험할 수 있는 그 이상의 경험’을 전달하는 콘텐츠입니다. 선수들의 게임 플레이에서 우리는 희열을 느꼈고 이들의 경쟁 구도 안에서 우리는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스타크래프트>는 상황적으로나 게임성으로나 이 역할을 수행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리고 2012년에 이르기까지 e스포츠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이제 e스포츠 시장은 '게임'에게 있어 달콤한 유혹이 되었습니다. e스포츠화된 게임은 장기적인 흥행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죠. 누구나 자기들이 개발한 게임이 e스포츠화하여 만인의 사랑을 받길 원합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게임이 e스포츠로 전환되지 못하고 흥행에도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 어떤 게임이 e스포츠에 부적합한가?

 


 

위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 가지 더 고려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과연 어떤 게임이 e스포츠에 부적합할까요?’ 이것도 <스타크래프트>를 추적하여 이야기해봅시다.

 

<스타크래프트>의 말년은 밝지 않았습니다. 게임단이 형성되고 본격적으로 게임에 대해 분석이 들어가면서 게임의 몰이해 요소가 조금씩 사라졌습니다. 이전까지 대회로서의 <스타크래프트>는 빌드 타임, 빌드 간 상성, 오버벨런스, APM(Actions Per Minutes; 1분에 몇 개의 명령을 내리는지 나타내는 수치), 선수의 심리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 등 게임에 대한 세부적인 이해가 필요하지 않은 시장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분석이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깊은 이해 없이도 쉽게 ‘몰이해’를 뽑아낼 수 있었고 이를 해결해가며 감탄과 찬사를, 드라마를 만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후반에 다다르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스타크래프트>의 민낯이 드러나고 말았죠. 이 게임은 ‘플레이어의 성향보다 게임의 시스템에 더 의존성이 짙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앞에 제가 표현한 방식대로 다시 설명하자면 ‘추상적 변수보다는 구조적인 변수에 대해 의존성이 짙다’는 것입니다. 구조적 변수는 정말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는 변수입니다. 바로 ‘계산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정답을 산출해내진 못하더라도 게임을 승리하기 위한 가장 그럴듯한 값을 산출해낼 수 있습니다. 아케이드 게임 <메탈슬러그>가 그러했습니다. 적 NPC 배치와 공격 패턴 등 정말 많은 변수 상황을 집어넣고 게임의 속도를 빠르게 처리해 즉각적으로 판단하여 처리하도록 유도했습니다만 결국은 'PD대정령'과 같은 ‘공략하는 사람’이 등장하고 말았죠.

 


 

<스타크래프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구조적 변수의 이상값을 계산해내며 이 게임의 변수는 엄청나게 줄어 들어버렸습니다. 선수들의 역량이 결정하긴 했지만, 이 역량의 차이와 선수의 심리 파악에는 그만큼의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요구했습니다. 고로 위의 명제는 다시 표현하면 ‘게임의 시스템을 이해해야만 선수들의 능력을 이해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선수들의 능력을 통해 얻는 재미가 게임의 시스템을 유도해야만 얻어낼 수 있는 요소가 되면서 이것 또한 진입장벽이 되어버린 거죠. 높은 복잡성으로 인해 입문 진입장벽도 높은 동시에 재미를 유도하는 ‘몰이해’에 들어서기 위해 또 다른 진입장벽과 부딪쳐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또한 '복잡한 게임'인데다가 '2차 목표 전달'이 어려웠던 시스템 때문에 '프로 입문에 진입장벽'이 높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는 호감도 유지로도 보완할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유저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e스포츠 시장에서 보여주는 경기는 다이나믹하고 놀랍습니다. 하지만 정작 나는 그렇게 플레이하지 못하죠. 나는 나대로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최적값을 찾습니다. 한두 가지 빌드를 연습해보고 승률이 좋으면 계속 쓰죠.

 

이것들은 결국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막히거나 뚫리는 두 가지 가능성으로 좁혀집니다.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기보다는 계속 안주하게 되면서 게임의 복잡도와는 별개로 몰입에서 이탈하게 됩니다. 그런데 e스포츠 시장은 내가 게임을 하는 것보다 더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내가 게임을 하는 것보다 보는 것이 더 재미있습니다. 굳이 내가 게임을 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한편 e스포츠 시장을 보면서 게임 보는 눈은 올라가는데 내 실력은 따라가 주지 못합니다.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는 열망은 스스로를 옭아맵니다. 승패에 집착하게 되고 스트레스를 야기합니다. 또한 전반적으로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게임에 도전하는 이들의 폭이 그리 넓지 않습니다. 이렇다 보니 게임에 입문할 때에도, 게임을 어느 정도 플레이 한 이후에도, 게임을 잘하게 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장벽을 느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입니다.

 

이렇게 되면 '신인'을 발굴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신인을 양성하려면 가능성을 보아야 하는데 유저층 자체가 얇다 보니 이들을 찾기도 힘들어집니다. 선수들은 노화되거나 뜻을 잃습니다. 선수들은 조금씩 이탈하는데 신인은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 입니다. 결과적으로 시장 유지력을 잃은 것입니다.

 

게임을 보는 데 있어 변수를 잃고, 게임을 하는 데 있어 변수를 잃고, 게임의 유저층은 갈수록 얇아지고, 복잡한 시스템이 가지는 진입장벽은 호감도가 지탱해줄 수 없을 정도로 유저를 몰아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승부조작' 사건은 큰 치명타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스타크래프트>는 e스포츠 측면에서는 한계가 뚜렷한 게임이었습니다. 너무 복잡했으니까요. 게임의 구조가 선수의 역량을 가릴 정도로 복잡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진행됐을 때 흥미를 잃을 수 있단 것을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스포츠 시장으로서는 장수할 수 없는 게임이었던 거죠.

 

하지만 이런 <스타크래프트>와 정말 유사하면서도 장기적으로 대회가 운영되고 있는 스포츠가 있습니다. 바로 '체스', '장기', '바둑'과 같은 테이블탑 게임들입니다.

 

이는 <스타크래프트> 장기화의 방법이 분명 있었다는 뜻이 될 것입니다.

 

 

# e스포츠 시장은 한 게임에 정착할 수 있을까?

 


 

위의 의문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잠깐 정리부터 하고 갑시다. 

 

구조적인 이유와 호감 측면의 이유로 대부분의 게임들이 e스포츠화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아발론>과 <사이퍼즈>, <건즈>, <워크래프트3>(국내시장), <스타크래프트2>(국내시장) 등 많은 게임들을 거쳐 갔죠.

 

이런 상황에 <스타크래프트>의 몰락은 우리를 당황스럽게 합니다. e스포츠 시장을 있게 한 게임이 e스포츠로서 결함이 있었단 게 되니까요. 이 때 우리는 하나의 딜레마를 인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게임은 복잡해야 재미있다.

- 게임은 단순해야 진입하기 쉽다.

 

e스포츠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어야 했습니다. 복잡해야 변수가 형성될 것이고 변수가 있어야 게임을 보는 데 ‘몰이해’를 계속 유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오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단순해야 합니다. 호감도의 영향이 아래 안정적으로 게임을 이해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저층을 넓힐 수 있고 프로게이머를 도전하는 이들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게임이 오래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Easy to learn, Hard to master”가 중요한 명제로 등장합니다. 진입하기부터 게임을 파악하기에 이르기까지의 폭이 넓어야만 합니다. 

 

이런 면에서 가장 유리한 게임은 격투 게임입니다. RTS나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와는 다르게 목표 설정이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체력이나 점수는 즉각적으로 확인 가능하며, 동시에 화려한 전투는 유저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RTS나 MOBA와 다르게 3차 목표, 2차 목표의 허들이 낮은 만큼 보는 재미는 확실하지만 게임의 패턴이 단순화되기 쉬우며 이는 재미의 차이를 만듭니다. 따라서 ‘격투 게임들이 e스포츠 시장에서 활성화가 되어있거나 될 수 있느냐’라고 한다면 이는 미지수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RTS가 다시 선택될 일이 있을까?" 라는 의문에 "아니"라는 방점을 찍은 게 <스타크래프트2>였습니다. <스타크래프트2>는 <스타크래프트> 이상으로 복잡하고 구조적인 변수에 의존적인 시스템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욱이 <스타크래프트>라는 시장과 충돌로 호감도도 사지 못한 데다가 게임 시스템적 호감도 측면에서는 똘똘 뭉치고 다녀 시각적으로 충분치 못한 분대 규모, 화려하기만 하고 직관적이지 못한 전투 과정, 불필요하게 빨라 게임에 대한 이해 이전에 화면이 지나 가버리는 게임 속도 등 e스포츠에 부적합한 요소가 너무 많습니다.

 

또한 <스타크래프트>의 전례 때문에 모든 RTS는 <스타크래프트>를 기준으로 삼아 평가된다는 점도 e스포츠 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게다가 RTS라는 시스템 자체가 <스타크래프트>가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유저의 역량보다는 계산된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게임의 전황을 파악하기 힘들며, 게임을 파악하기 이전에 호감이 사라진다는 측면에서 점차 시장 자체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잘하려고 한다면 쓸데없이 복잡하지만 단순히 이기려고 한다면 ‘군대 모으고 진출’ 말고는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MOBA, <리그 오브 레전드>가 흥행한 것입니다. 

 

오직 하나의 콘텐츠만으로도 이렇게 장수할 수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게임 내에서 요구하는 변수사항이 정말 많습니다. 일단 팀플레이 베이스이기 때문에 적뿐만 아니라 아군 또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이 있습니다. 제로섬 시스템을 가지기에 누군가 이득을 보면 누군가 손해를 보게 되어 있으며 필드에 존재하는 몬스터의 효과에 따라 전황을 다양하게 조작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아이템의 개수와 능력에 따른 시너지도 달라서 구조적 변수 측면에서도 영향을 가하게 되어 있지만, 구조적 변수를 계산한 대로 이행하려면 일단 플레이어의 역량이 우선되어야만 합니다.

 

RTS에서의 부담은 줄이되 전장에서의 변수는 늘리는 방식으로 RTS가 가지고 있던 단점을 상당히 보완한 형태의 시스템이 바로 MOBA입니다. 이 덕에 MOBA 장르는 <리그 오브 레전드>와 <도타2>를 중심으로 크게 형성되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의 장수를 기대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언젠가는 <리그 오브 레전드>와 <도타2>도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습니다. e스포츠가 RTS에서 시작한 만큼 RTS에서 받던 재미와 비교해보았을 때 MOBA 경기는 그만큼 재미있진 않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또 MOBA의 경우 경기를 보는 것보다 실제 플레이 했을 때의 재미가 더 크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유저의 역량에 의존한 시스템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만큼 일반 유저와 프로 사이의 간극이 이전 <스타크래프트>만큼 넓고 다양한 변수를 가진 시스템은 아니라는 지적이 됩니다. 

 

그래서 이번 'ASL'이 이만큼의 주목을 받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전에 <스타크래프트>라는 시장에 받았던 환희와 감동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이만큼이나 많았단 거죠.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스타크래프트>는 e스포츠로서는 한계가 너무 뚜렷한 게임입니다.

 

 

# e스포츠 시장을 어떻게 장기화할 수 있을까?

 

‘꼭 한 게임에 정착해야 해?’ 라고 묻는다면 ‘그렇다’라고 답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ESL과 WCG(World Cyber Games) 같은 운영 방식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다양한 게임들을 제공하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게임을 변경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운영 방식은 한 번의 대회를 운영함에 있어 변수가 너무 많이 작용합니다. 게임의 흥행 여부, 선수층, 수요층, 관련 된 자금의 변동성이 큰 것입니다. 마치 주식시장처럼 말입니다

 

아직 e스포츠는 시장 자체에 대한 선호보다는 특정 게임의 대회를 선호하는 것이 주류인 상황입니다. 내가 잘 모르는 게임은 경기를 보아도 큰 재미를 느낄 수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ESL과 WCG의 시스템은 언제 흥미를 잃을지 모를 위험한 시스템인 것입니다.

 

이런 부분을 해결하는 방법은 '지역화'에 있습니다. 축구나 야구, 또 세계적인 월드컵 WBC 등의 대회가 하는 것처럼 '지역 대표' 또는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을 통해 호감도를 높이는 방법이죠. 이런 방식은 실제로 월드컵과 올림픽을 보았을 때 유효합니다. EPL에서도 단지 '박지성'이 있단 이유만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응원하는 이들이 많았으니까요. 

 

이 경우 한 게임에 정착하여 구단화하는 시스템을 추구하지 않으면 구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니면 올림픽처럼 가야 하는데 올림픽처럼 많은 게임을 구해 놓은 상황도 아닙니다. 또 뭐가 됐든 종목의 다양화 문제 때문에 이들의 장기적인 흥미 유도를 고려해야만 하는 상황이 옵니다. 또한, 지역화에 대한 시장 내 반발도 존재합니다. 특히 팬들을 중심으로요. 지역화는 일종의 편가르기고 지역갈등을 조장할 수 있으니까요. e스포츠만큼은 이런 문제에 자유롭길 바라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지역화시키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이제 앞서 우리가 던졌던 의문을 되짚어봅시다. 기존 <스타크래프트>와 <리그 오브 레전드>가 추구했던 비지역화 구단 시스템을 지속하면서, '체스'나 '바둑'처럼 장기화할 순 없을까요?

 

답은 학원 시스템에 있습니다. <스타 뒷담화>에서 김태형 해설과 엄재경 해설이 논의했던 얘기죠. RTS와 MOBA의 높은 진입장벽을 학원 스포츠 시스템을 통해 보완해주는 방안이죠. 만약 이것이 성사될 경우 게임에 대한 진입장벽 약화와 선수층 보완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봅시다. 게임을 돈 주고 배우라고 얘기할 부모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돈 주고 배우려고 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요? 우리 사회가 게임이 그만큼의 가치를 가진 매체라고 인식하는 사회일까요? 학원 스포츠 시스템이 얼마나 현실성 있는 방안일까요.

 

이렇게까지 해서 장기화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산업 종사자들의 안정화 문제 때문입니다. <스타크래프트>와 <리그 오브 레전드>의 교체를 통해 우리는 '캐스터', '해설', '게임연출가', '선수' 등 e스포츠를 이끄는 전반적인 직업이 공유되기가 무척이나 힘든 세계라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산업에 종사하고 산업 형성에 공헌하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직장을 잃는 상황이 쉽게 올 수 있다’는 불안을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산업이 장기화 되는데 있어 인력 유출 및 인력 부족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시장을 장기화 하려면 하나의 게임이 장기화 되는 것이 가장 안정적입니다. 하나의 게임 시장이 무너졌을 때의 여파가 선수들과 산업 종사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가져다주는지 우리는 이미 경험한 바가 있으니까요.

 

이번 ASL은 일종의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BJ 선수층' 활용이 바로 그것입니다. BJ 선수들의 매칭은 과거 '격투기 시장'이 음지에 있을 때 활용되었던 방식과 유사합니다. 파이트머니가 주어지고, 선수들은 파이트머니에 의해 기용되어 경기가 결정되는 거죠. 여기에 ASL은 이전 MSL과 OSL이 운영했던 방식의 대회를 정기 개최하여 선수들의 인지도를 상승시키는 방안으로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아무래도 게임단 시스템보다 훨씬 인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다수의 선수층을 확보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전 게임단 시스템이 가지고 있었던 분석에 의한 구조적 변수 감소 문제와 복잡도로 인해 발생한 프로 진입 진입장벽 문제는 훨씬 완화된 상태에 있습니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가 e스포츠로서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ASL의 전망을 밝게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것이 일시적인 호응인지 그리고 일시적인 호응이라도 이걸 장기화할 힘을 ASL 관계자들과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가졌는지는 확언할 수 없습니다.

 

 

# Outro

 

이렇게 e스포츠는 산업이 안정화 노선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도 스포츠화하기 힘든 매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쯤 되면 우리는 그냥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외를 막론하고 우리가 e스포츠에 대해 거는 기대는 뜨겁습니다. 우리는 <스타크래프트>를 <리그 오브 레전드>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이 둘은 기존의 축구나 야구 같은 게임들이 주던 재미와는 전적으로 다른 재미를 줬습니다.

 

e스포츠는 축구나 야구 농구처럼 다이나믹한 동시에 체스나 바둑처럼 심도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선수의 열정과 고뇌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껏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즐거움을 통해 느꼈던 그때의 희열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환상을 좇아 현실로 만드는 길을 걷는 데에 두려움이 없습니다. 그리고 시장이 더 커지고 안정화되어 어느 스포츠 시장 부럽지 않은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저들의 기대를 표현한 것이 이번 ASL 흥행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ASL을 포함해, 전반적인 e스포츠 시장은 아직 위험합니다. 시장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이를 기반으로 운영해나갈 게임을 찾아내려면 그만큼 e스포츠라는 시장과 e스포츠에 적합한 게임을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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