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마약'이다.
게임은 즐거운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나쁜 면도 갖고 있다.
게임이라는 것은 양날의 검처럼 사람들에게 생활의 활력을 주는 조미료 역할을 하는 반면 게임 자체가 갖는 중독성으로 종종 문제를 일으키곤 하기 때문이다.
특히 게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독성은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악영향이 온라인게임 전성시대가 되면서 그로 인한 폐해가 더 커진 것 같다. 온라인게임 자체가 중독성을 강하게 요구하기 때문이다.
싱글 플레이를 기초로 한 패키지나 비디오게임의 경우 혼자서 플레이다가 쉬었다가 생각나면 또 플레이하면서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온라인게임의 세계는 항상 경쟁을 하는 세계이다 보니 스스로도 통제하기 힘든 ‘중독성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중독성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RPG를 좋아하지 않는다.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게임에서 어디까지 해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게임 제작자로서 그 게임이 유저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뻔히 보여서 재미가 없다. 또한 아이템을 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지게 한다.
그래서 나는 게임 자체로서 가져야 할 즐거움 만을 강조하고 싶다. ‘중독성=흥행’이라는 공식 중에는 ‘진짜로 자기가 즐거워서 하는 중독성’이 있고 ‘어쩔 수 없이 빠지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
두 중독성의 가치는 현격히 다른 것이다. 전자는 ‘몰입의 즐거움’을 주는 반면 후자는 ‘허무한 중독의 후유증’을 준다.
나는 사람이 게임을 하지 않고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게임은 ‘필요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게임을 안 만들고 살 자신이 없다.
어떤... 사명감이라고 해야 할까? 다른 사람들이 만들지 않는 ‘좋은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있다.
내가 만드는 게임에 유저들이 깊이 중독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적당히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올해 선보이게 될 신작을 통해서 이런 내 바람들이 어느 정도 구현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게임은 분명 즐거운 생활의 일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