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란 ‘남이 쌓아놓은 도미노’다.
왜? 톡 건드리기만 해도 굉장히 멋진 결과를 볼 수 있으니까. 그 체험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도미노라고 표현한 이유는 마치 ‘나비효과’처럼 내가 한 액션이 더 큰 재미로 돌아온다는 정도의 개념이다. 단순히 클릭클릭~으로 몬스터를 잡았다고 하더라고 내 캐릭터가 성장한다는 결과가 내가 한 액션보다 재미있다면 더 큰 액션이 될 것이기 때문에.
사실 개발자 입장에서 ‘재미난 도미노’를 쌓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어려가지 현상이 일어난다. 개발자도 게이머다. 쌓는 건 굉장히 힘든데 이것을 미는 사람은 플레이어고 고객이라고 생각하면 순간 시샘을 하게 된다. “나도 이걸 밀어보고 싶다”는 이중적인 마음!
그래서 위험하지만 대부분의 개발자에게는 ‘악동기질’이 있다. ‘여기까지 한 번 해보시지~’란 느낌으로 플레이어를 경쟁상대로 보는 시각이 생길 수 있는 데 이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특히나 온라인게임의 서비스가 시작된 상태에서는 더욱 위험하다.
게임이 어렵고 복잡해질수록 극소수의 인원만이 도전할 수 있을 것이고 그만큼 실패하는 유저들은 떨어져 나갈 것이다. 분명히 경계를 해야 하고 좌우를 잘 살펴야 할 부분이다.
즉, 궁극적인 승부의 경쟁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죽도록 고생해서 종국에는 보람을 얻었다’는 정도는 좋지만 그것을 넘어서 유저를 고생시키기 위한 장치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사실은 개발자들 자체도 게이머에서 출발한 사람들이니까 그런 함정에 빠지기 쉽다. 개인적으로 <하프라이프2>를 플레이하면서 정말 노골적으로 느낀 것은 ‘아~ 정말로 개발자들이 게이머(나)를 즐겁게 해주려고 노력을 했구나’라고 느꼈다.
좀비가 한 마리 등장하더라도 드럼통으로 밀치거나 일반 공격을 하거나… 등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었다. 몬스터의 입장에서는 플레이어를 괴롭히러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진짜 몬스터 존재의 이유는 플레이어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 그냥 등장해서 ‘꺄악~’ 놀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게이머를 즐겁게 해주면서, 만족시켜주면서 죽을까… 고민하는 것이 그들의 숙명이다.
나도 그렇게 게이머들을 위한 입장에서 생각을 해야겠다고 반성을 많이 했다.
그렇게 쉽지 않은 ‘재미의 도미노’를 개발자들은 프로이기 왕창왕창~ 쌓는다. 굉장히 어려워보이는 도미노지만 경력있는 게임 개발팀은 한번 해 봤으니까 잘 쌓을 수 있고, 경지에 오른 개발자는 안 보고도 정확한 간격으로 쌓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쌓은 뒤에 아쉬울 때도 많다. 가장 심할 때는 역시 들인 노력보다 플레이어가 느낀 재미의 총합이 적을 때. 털썩! OTL…
지금의 마비노기? 적당한 수준의 도미노라고 생각한다. 온라인게임은 패키지게임처럼 한번 쌓아놓은 도미노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즐기는 게임이므로 즐길 수 있는 도미노는 많다고 생각한다. 도미노를 쌓는 ‘남’의 입장에서는 그것을 ‘톡’ 건드려줄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즐겁다. 그래서 온라인게임은 매력적인 장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