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감동이다.
게임 개발자로서 항상 생각하는 것이 있다.
‘내가 왜 옛날에 게임을 했을까?’ ‘게임이 나에게 주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게임을 영화나 음악 같은 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한다.
놀이는 언제나 단순한 규칙으로 시작되지만 승리에 대한 감동은 결코 단순하거나 작지 않다. 어렸을 때 동네에서 또래들과 하던 술래잡기의 아슬아슬한 긴장감이나 짜릿한 승부의 재미. 이런 놀이나 게임이 주는 카타르시스와 감동의 실체는 같다.
그런데 사람들은 게임에서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영화나 소설, 그 이상의 감동이 게임에도 있다는 것을 접근성이 좋은 온라인게임으로 구현해 보고 싶었다. 이것이 <카트라이더>의 개발마인드다.
개인적으로 스포츠나 레이싱, 격투게임을 무척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유독 레이싱게임은 대중들에게 벽이 높았다. 심지어 남자들에게도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
‘레이싱은 어렵지 않다. 조금만 스피드를 느끼면 질주본능에 빠진다’는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풀어야할 숙제가 있었다. 바로 ‘쉬운 레이싱을 통한 재미있는 대결’이라는 컨셉트였다.
<카트라이더> 개발의 큰 원칙은 두 가지였다. 하나 -누구나 할 수 있다-, 둘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정복하기 힘들다-. 레이싱게임은 접하기 쉬운 만큼 싫증을 빨리 느낀다. 그래서 재미는 있지만 깊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이템전과 스피드전을 통해 레이싱게임 초보와 마니아 모두를 만족시키고 싶었다.
그러나 게임을 만들면서 절대로 유저를 가르치려고 들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 ‘재미’를 쫓는 본능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게임의 시스템을 익히고 그것을 이용하게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감동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카트라이더>처럼 ‘쉬운 대결’ 중에서 그 종목만이 가질 수 있는 특징적인 요소를 뽑아서 다시한번 대중적인 게임을 만들고 싶다.
한편으로 이제는 ‘찐한’ 스토리를 넣어보고 싶다. ‘당신이 지금 움직이고 있는 캐릭터가 왜 이렇게 하며 무엇을 지키고 싶어하는지’란 코드가 들어가 있지만 역시 쉬운 것. 장르는 롤플레잉, 액션 중 무엇이라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스토리와 온라인의 결합은 어떻게 보면 어렵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의외로 단순한 해답이 나올 수도 있다. 그것은 앞으로의 차기작을 통해서 찾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