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라…
음… 솔직히 게임의 정의를 거창하게 내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수학적으로 정의를 내리면, 플레이어가 ‘Rule’(규칙)에 따라 ‘Goal’(목표)에 다다르기 위해 하는 일련의 행위나 장치를 의미하지 않을까.(그래서 한때 미국에서 Goal이 없는 ‘심즈’가 ‘게임이냐 아니냐’ 하는 논란이 분분했었고.)
게임은 그냥 게임이다.
골치 아플 필요 없다. 심심할 때 재미있게 하는 것. 속상하거나 복잡한 일 있을 때 잊어버리기 위해 하는 것. 힘든 일상 중에 잠시 쉬기 위해 하는 것. 그렇게 일상 생활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한 거다.
싱글플레이 게임은 개발자가 상황을 완전히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 같은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다. 개발자의 ‘연출’이 가능하므로 감동을 주는 것도 어렵지 않다. 어떤 캐릭터가 플레이어를 위해 희생해 눈물나게 할 수도 있고, 아주 굉장히 코믹한 상황연출도 가능하다. 유저를 시나리오에 따라 완벽한 상황 조건에 처하게 할 수 있으므로 고전적인 감동도 가능한 일이다.
반면 온라인게임은 어떤 위대한 개발자가 나와서, 그런 연출된 무언가를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그런 감동을 주는 것은 기술적으로 힘들어 보인다. 한 사람만을 위한 세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온라인게임에서는 개발자가 의도하지 않은 감동이나 즐거움이 있다.
파티를 만들어 협력 플레이를 통해 혼자서는 못 깰 퀘스트를 가까스로 깼을 때나, 다른 파티원의 희생으로 보스 몬스터를 잡았을 때의 성취감은 싱글플레이에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는 즐거움이다. 리니지의 공성전도 그런 즐거움의 하나일테고.
하지만 이도 어찌보면 몬스터의 능력치나 게이머의 레벨업 속도를 감안한 퀘스트 설계 등,개발자의 세심한 기획의 산물이기도 하다. 분명히 요즘 온라인게임 기획서 속에 이런 연출을 위한 세팅이 되어있을 테니까.
물론 이런 게임의 즐거움도 좋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것보다 실제 온라인게임에서 맛보는 즐거움은 ‘사소한’ 것이 아닐까 한다.
아이템 ‘빠방하게’ 챙겨서 큰 몹을 이겼을 때의 쾌감도 좋다. 하지만, 그렇게 나가 싸웠는데 린치만 당하고, 아이템도 떨구고 처량한 신세에 내몰렸을 때, 자살하거나 PK하고픈 심정으로, X 씹은 심정으로 터벅터벅 걷고 있을 때, 옆을 지나던 예쁜 캐릭터가 ‘힘내세요’ 하면서 싸구려 아이템 하나라도 건네 줄 때의 위로란...
일상생활에서도 비슷하지 않나. 기분 안 좋은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누군가 작은 호의가 정말 고맙게 느껴진다. 물론 그런 좋은 일은 자주 안 일어난다. 오히려 ‘머피의 법칙’처럼 짜증나는 일이 더 많다. 그럴 때일수록 그 사소한 호의가 더 고맙게 느껴진다.
작지만 소중한 기억이 크고 험한 현실을 이겨나가는 힘이 된다. 온라인게임 안에서도 짜증나고 피곤한 일 참 많다. 무한 ‘노가다’가 그럴 수도 있고, PK당하는 일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우연히 뜻이 맞아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친구들, 혹은 예기치 않았던 사소한 호의가 계속 게임을 붙잡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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