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토즈소프트가 9일 <파이널 판타지 14>에 관한 기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최정해 PD가 참가해 12일 시작될 <파이널 판타지 14> 2022 디지털 팬페스티벌 서울과 5월 업데이트될 '효월의 종언'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코로나19 시국, 과연 액토즈소프트는 어떤 팬페스티벌을 준비했을까. 그리고 최정해 PD가 '최고 수준의 짙은 감동'이라는 표현을 거듭 사용한 효월의 종언은 어떤 내용으로 채워져 있을까. <파이널 판타지 14>에 대한 최정해 PD의 진심이 가득 담겨있었던 간담회 내용을 정리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인터뷰는 방역 수칙을 준수해 진행됐습니다.
Q. 팬페스티벌 오프라인 행사를 취소했다. 많은 준비를 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클 듯하다.
A. 최정해 PD: 같은 취미를 가진 유저분들을 오프라인에 모셔서 좋아하는 걸 함께 보고 느끼는 게 행사의 취지였다. 온라인에서 즐거웠던 부분을 오프라인에서도 그대로 이어가자는 의도였는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됐다. 아쉬운 마음이 크다. 모험가분들은 물론이고 준비하는 스태프의 안전도 중요해서... 너무 안타깝게 생각한다.
만약 다음 행사를 하게 된다면 2024년일 텐데 그때는 이러한 시국이 종료됐을 거라고 믿는다. 그렇게 되면 오프라인에서 정말 큰 규모로 모험가분들을 모시고 제대로 진행해보고 싶다.
Q. 꽤 오랫동안 팬페스티벌을 준비한 거로 알고 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
A. 개최 자체가 기쁘긴 하지만, 아쉬운 마음도 크다. 사실 온라인으로 진행하다 보니 운영팀 차원의 업무 리소스는 줄었다. 티켓판매, 입장 관리, 현장 기획 등은 물론 개발자 패널, PVP 대회, 피아노 공연도 사라졌다. 전체적인 볼륨 자체는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처음 진행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도 많다. 방송 전문가가 아니라서 테크니컬 이슈나 오디오 문제로 인해 머리가 꽤 아프더라. 준비 코스트는 오히려 늘어난 상황이라 힘들었다. 결코 편하지 않았달까. (웃음) 많이 준비한 만큼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한다.
Q. 온라인으로 전환됨에 따라 '이건 좀 아쉽다' 싶은 콘텐츠도 있을 듯하다.
A. 유저분들 입장에서는 개발자를 보지 못한다는 게 가장 아쉽게 느껴질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피아노 공연을 들려드리지 못하는 부분이나 2019년 펼쳐진 '더 피스트 챔피언십'과 같은 대회를 전달하지 못하는 점도 못내 아쉽다.
사실 게임사 입장에서는 유저와의 만남이 부담스러운 자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희는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얻는다. 때문에 이번 상황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게임을 즐겨주시는 유저분들도 아쉽고 개발진과 저희도 무척 아쉬운 상황이다. 올여름 7주년 기념 방송이 예정돼있다. 그때는 상황이 괜찮아져서 한국 유저분들을 모시고 현장 관람을 진행할 수 있길 바란다.
Q. 단순한 온라인 진행이 아니라 유저들을 '화상 회의' 형태로 모신 이유도 궁금한데.
A. 현장에서 행사를 진행하면 유저분들의 반응을 보고 힘을 얻을 때가 많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되면 채팅 반응을 확인하는 게 무척 어렵다. 따라서 줌을 활용해 온택트 형태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면 유저분들의 반응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으니 부드러운 진행도 가능하다. 사실 유저분들의 호응이 있어야 그림이 예쁜 것도 있다. (웃음)
아무래도 9~10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방송이다 보니 조금 부담스러워하는 분도 계신다. 당첨됐는데 드랍하는 분도 많고... (웃음) 유저분들이나 저희나 정말 힘든 상황에서 진행하는 팬페스티벌이 아닌가 싶다.
Q. 이번 팬페스티벌의 메인 테마는 무엇인가.
A. 6.0 효월의 종언에 대한 PR이 가장 크다. 앞으로 우리 게임에 이런 요소가 나올 거라는 일종의 로드맵을 알려드리는 자리라고 보시면 된다. 게임에 대해 유저분들이 느낀 궁금한 부분을 PD님과 전투 콘텐츠 담당자가 직접 답변하는 자리도 마련될 예정이다. 5.0 칠흑의 반역자에서 가장 인기가 좋았던 에메트셀크, 엘리디부스, 제노스 성우분들을 모시고 진행하는 라이브도 쏠쏠한 재미가 되지 않을까 싶다.
Q. 한국 로컬 팬페스티벌의 굿즈는 무엇을 기준으로 준비했는지 알려달라.
A. 사실 2017, 2019년 발매한 한국 굿즈는 적자를 봤다. 그래서 이번에는 부디 손해는 보지 말자는 마인드가 컸다. 내부에서도 적자를 보면서까지 해야 하냐는 말이 나와서... (웃음) 지난 페스티벌보다 가짓수도 좀 줄였다.
잘 팔릴만한 것들을 압축해서 진행했는데 다행히 반응이 너무 좋아서 기존 계획보다 수량을 두 세 배가량 늘려 판매를 시작했고, 10분 만에 완판됐다. 예약 구매 과정에서만 만 개 넘게 팔린 굿즈도 있고. 처음으로 적자가 아닌 팬페스티벌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많은 사랑 보내주신 유저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Q. 한국 전용 굿즈를 상시 판매할 계획도 있나.
A. 저희가 라이선스를 보유한 게 아니라 권한을 계약해서 하는 거다 보니 상시로 하기엔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다. 들어가는 품에 비해 수익도 좋지 않고. (웃음) 팬페스티벌 시즌 유저분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진행하는 부분이라는 걸 너그러이 이해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Q. 게임 내외적으로 정액 결제비 외에 다른 수요까지 많이 늘어난 느낌이다. 어떤 부분이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나.
A. <파이널 판타지 14>는 칠흑의 반역자를 통해 역대 최고의 성과를 냈다. 게임을 즐겨주시는 유저분들의 숫자가 많이 늘어난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특히 5.4 업데이트에서는 역대 확장팩, 레이드 패치를 통틀어 최대 트래픽을 갱신하기도 했다. 너무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아마 올해가 훨씬 잘 될 수 있지 않을까... (웃음) 잘해야 될 것 같다.
Q. 글로벌 서버는 업데이트 후 엄청난 접속 대기열에 시달렸다. 한국 서버도 비슷한 분위기던데 이러한 부분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현 서버는 2015년 사용하던 것과 동일하다. 꽤 시간이 흐른 터라 수명이 끝나가는 서버도 생기고 있어서 교체해가며 유지하고 있다. 사실 2020년부터 모든 서버를 새롭게 최신 제품으로 교체하는 걸 검토하고 있었다. 목표는 5.0 업데이트 전에 최신 장비로 옮기는 거였다.
하지만 반도체 대란으로 인해 장비 수급에 어려움이 생김에 따라 올 하반기에나 계획 실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게임 서버 자체는 이번 주에 몇백 대 들어올 예정인데... 이를 하나로 묶어둘 네트워크 장비는 여름쯤에나 들어오지 싶다.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이슈에 대응할 생각이지만, 그래도 글로벌 서버처럼 대기 인원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그냥 제 바람이다. (웃음) 최대한 신경 써서 문제가 없게끔 노력하겠다. 하반기에는 아마도 최신 장비로 바뀔 거라... 훨씬 쾌적하게 <파이널 판타지 14>를 즐기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파이널 판타지 14>는 전세계에서 소위 '잘나가는' MMORPG가 됐다. 전반적인 유저 반응이나 서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말해주면 좋을 듯하다.
A. 6.0 효월의 종언은 빛과 어둠의 싸움이 완결되는 최종장에 해당하는 확장팩이다. 메인 시나리오 볼륨만 따지면 5.0의 1.5배 정도이며 음성을 포함한 컷씬도 18시간 이상 준비돼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 따지면 열 편에 가까운 엄청난 분량의 콘텐츠가 포함돼있다고 보면 된다. 시나리오의 볼륨만 큰 게 아니다. 그간 빛의 전사가 해온 모험의 인과관계들을 최고의 내러티브로 풀어내며 짙은 감동을 자아낸다.
사실 멘트를 정말 많이 고민했는데... 직접 플레이하면서 느낀 감정을 그대로 담다 보니 '짙은 감동'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어떻게 이런 내러티브를 풀어낼 수 있을까 감탄하면서 플레이했다. 정말 최고 수준의 짙은 감동이다. 여러 번 눈물도 흘렸다. (웃음) 스토리를 알고 계신 분이라면 '최고의 모험을 했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Q. 효월의 종언이라는 이름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A. 한국에서는 만월, 신월 같은 한자보다는 보름달, 반달, 초승달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잖나. 그래서 처음에는 스퀘어에닉스와의 협의를 통해 '새벽달의 종언'을 쓰려했다. 그런데 확인해보니 새벽달 관련 상표권이 이미 등록돼있더라. 정말 아쉬웠다. (웃음)
Q. 6.0 업데이트에서 진행될 변화는 어떤 게 있나.
A. 최고 레벨이 8~90으로 올라가고 신규 스킬이나 던전도 추가된다. 또한, 배리어 힐러 '현자'와 양손낫을 다루는 근접 딜러 '리퍼'가 신규 잡 2종으로 등장하며 두 개의 대도시와 여섯 개의 신규 지역도 업데이트된다.
PC방 혜택도 강화된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이게 맞나 싶긴 하지만, 언젠가는 좋아질 거라 생각해서 업데이트했다. PC방에서 한 시간 플레이하면 얻을 수 있었던 포인트가 두 배로 늘어나고, 경험치 토큰의 레벨도 올라간다. 희귀 탈 것도 보상으로 들어가는 만큼, PC방 유저분들은 지속적으로 희귀한 아이템을 얻으실 수 있을 거다.
좋은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업데이트 날짜가 5월 10일이라 3개월 정도 남은 상황인데... 열심히 로컬라이징하고 성우 녹음도 진행 중이다.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린다.
Q. 그러고 보면 런칭 초부터 가장 공들인 것 중 하나가 PC방 서비스인데... 준비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준다면? 또한, 한국 PC방 서비스에 대한 요시다 나오키 PD의 피드백은 어떤 게 있었나.
A. PC방 혜택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만 약 1년 정도 소요됐다. 왜 한국 시장에서 PC방이 중요한 포지션인지, 한국 젊은 세대들에게 PC방은 어떤 곳인지, 왜 그 곳에서 우리 게임을 많이 노출해야 하는지 등을 시장 자료 조사를 포함해 트렌드와 선호도 등 상세한 자료를 보여주며 설득했다. 설득을 마친 뒤에는 어떤 식으로 개발할 지를 합의하는 데 반 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요시다 나오키 PD님은 수백 명의 개발자를 거느린 총괄 PD다. 그러면 그냥 오더를 내리듯 일을 진행해도 될 텐데 절대 그렇게 하지 않으신다. 오히려 데이터와 지표를 가지고 내부 직원들을 설득한 뒤 일을 진행하는 스타일이다. 덕분에 메일 한 번 주고받는 데도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지만... 이제는 의사소통이 아주 잘 된다. 볼 없이 스트라이크가 되는 느낌이랄까.
Q. 제대로 된 감동을 전하려면 로컬라이징이 매우 중요할 텐데 특별히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A. 효월의 종언은 정말 볼륨이 크다. 게다가 신생부터 이어져 온 스토리의 최종장이다 보니 번역하면서도 기존 스토리를 다시 돌아보며 놓친 세계관이 없는지 특별히 더 신경 썼다.
현자에 관한 에피소드도 있다. 신규잡 '현자'는 기존에 있던 '새벽의 현자'와 동음이의어다. 하지만 두 현자의 의미는 다르다. 새벽의 현자는 특정 분야의 지식을 터득하거나 그 분야 발전에 공헌한 자에게 수여되는 칭호다. 반면 신규잡 현자는 마법대학에서 만든 의학, 에테르학, 마법학 세 가지 학문을 통합한 학문인 '현학'에 통달한 자를 뜻한다. 같은 현자인데 의미는 완전히 다른 셈이다. 따라서 기존 새벽의 현자를 일괄 현인으로 변경했다. 컷씬에 나오는 음성 보이스만 해도 39곳이라 전부 다시 녹음해서 바꿨다.
그 외에는 <파이널 판타지 14> 설정집 한국어 완전 번역판을 팬페스티벌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14일부터 예약 판매에 들어갈 텐데... 텍스트만 3~40만 개가 넘는다. 일본어 원문을 한국판 번역 기준에 맞춰서 하다 보니 기존 시나리오를 다시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정말 고생 많이 했다. (웃음)
업데이트 볼륨이 워낙 큰 데다 설정집 작업까지 하다 보니 로컬라이징 팀이 연휴도 없이 초죽음 상태로 일하고 있다. 많은 응원과 기대 부탁드린다. 특히 설정집은 비용이 꽤 많이 들었다. 첫 번째 출판이 손해를 보지 않아야 다음 과정에 들어갈 수 있으니 모쪼록 많이 구매해주시면 좋을 듯하다. 진짜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 (웃음)
Q. 한국 서버 패치 주기가 글로벌에 비해 다소 늦다는 지적에 대한 생각도 들려달라.
A. 오픈베타 때부터 들어오는 단골 질문이다. (웃음) 이번 인터뷰를 통해 답변을 드리자면... 한국보다 1년 먼저 서비스한 중국은 글로벌 서버로부터 3개월 뒤에 패치가 진행된다. 한국은 약 5개월이다. 이것이 지금의 패치 사이클이다.
유저분들이 보실 땐 글로벌, 중국, 한국이 모두 같은 버전의 5.0이라고 느끼실 수 있다. 하지만 개발사 입장에서는 완전히 다른 빌드다. 글로벌은 4개 국어에 대한 음성과 텍스트, 중국은 중국어와 일본 음성이 들어간다. 또한, 한국의 게임위 등급표시나 PC방 혜택처럼 각 국가별 맞춤 요소도 존재한다. 보상, 아이템도 전부 다르다.
따라서 개발도 매번 새롭게 진행돼야 한다. 만약 현시점에서 글로벌 판과 패치 주기를 동일하게 맞춘다고 가정하면 중국, 한국판을 별도로 개발하고 검증하는 기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결과적으로는 글로벌 패치 간격도 늘어나게 된다. 많은 분이 패치 주기 단축을 원하신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다. 하지만 간단히 좁히긴 어려운 요소라는 걸 부디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Q.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한다.
A. 다음 주 토요일 요시다 PD님이 '<파이널 판타지 14>의 새로운 도전, 향후 10년에 대하여'라는 타이틀로 레터라이브 특별편을 진행할 예정이다. 개발팀이 향후 10년에 대한 플랜을 그리고 있는 만큼, 저희 역시 글로벌판에 맞춰 향후 10년을 준비하는 한 해를 보내려 한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도 있잖나. 지난 9년 간 협업을 잘 해왔듯 앞으로의 10년도 문제없이 흘러갈 거라 굳게 믿고 있다. 가끔 사내 경영진분들이 최정해 PD는 액토즈소프트가 아니라 스퀘어에닉스 사람인 것 같다고 하신다. (웃음) 그만큼 <파이널 판타지 14> 개발팀과 한국 운영팀의 신뢰는 두텁다.
한국에서 한국어로 계속 게임을 운영할 테니 아무 걱정 마시고 올해 런칭할 초월의 종원을 즐겨주셨으면 한다. 또한, <파이널 판타지 14>가 풀어갈 앞으로의 10년에 대해서도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팬 분들께도 한 말씀드리고 싶다.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분이 힘겨워하고 있는 이 시국에 저희 팬페스티벌이 많은 모험가분께 작은 즐거움이라도 선사했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다음 인사는 올여름 7주년 기념 방송에서 드릴 수 있을 듯한데... 부디 그때까지 건강하시길 바란다. 제가 PD라서 그런 게 아니라 6.0은 정말 좋은 게임이니까 반드시 플레이해보시길 강력 추천드린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