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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7주년] 유니티 김범주 본부장 "2022년, 메타버스의 옥석이 가려질 것"

"의미있는 서비스 선보일 수 있다면... 굳이 설득이 필요할까"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이형철(텐더) 2022-03-24 17:23:36

디스이즈게임이 창간 17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게임 생태계를 이끌고 있는 리더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유저분들께 너무나 익숙한 메이저 게임사는 물론, 게임 엔진이나 공공기관 관계자 등 최대한 다양한 분의 목소리를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김범주 유니티 코리아 에반젤리즘 본부장은 여러모로 독특한 인물입니다. 영화 기획사와 애니메이션 제작사, 엔씨소프트를 거쳐 유니티 코리아에 합류한 이색적인 커리어를 갖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최근에는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 사회 전반에 불어닥친 '메타버스'에 대한 견해를 가감 없이 전하며 많은 이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과연 김범주 본부장이 바라본 '메타버스'는 어떤 모습일까요? 인터뷰를 통해 김범주 본부장과 함께 메타버스와 유니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인터뷰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해 진행됐습니다.



 

#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은 최선의 기술을 통해 효과적 스토리텔링을 찾아가는 과정"

Q. 디스이즈게임: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A. 김범주 본부장: 게임 엔진의 리더 '유니티 코리아'에서 에반젤리즘이라는 조직을 담당하고 있는 김범주입니다. 유니티의 출발은 게임 엔진이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트윈이나 메타버스 등 여러 방면에서 쓰이다 보니 다양한 업계 분들을 만나 활용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Q. 유니티는 익숙하지만, '에반젤리즘'은 다소 낯선 느낌입니다.

 

A. 그리 재밌는 이야기는 아닌데... (웃음) 에반젤리즘은 게임 엔진에 대해 경험과 지식을 갖춘 사람들이 모인 팀입니다. 활용 방법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는 유니티의 장점, 그중에서도 기술적인 요소에 대한 내용을 알리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요. 뎁스있는 지식을 전해드리는 게 목표인 셈이죠. 

 

유니티를 잘 쓰는 분도 많지만, 그분들이 원하는 건 '인사이트'일 때가 많습니다. 지식에 관한 노하우는 유튜브 등에서 거의 다 찾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기술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지, 부서가 만들어지면 무엇을 목적으로 해야할 지에 대한 고민이 많으시더라고요. 저 역시 나름대로 다양한 업계에서 기술로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는 만큼, 그러한 고민에 대한 그림을 말씀드릴 기회도 많은 편입니다.

 

"뎁스있는 지식을 전해드리는 게 목표다" (출처: 유니티)

Q. 본부장님의 이력도 꽤 독특하게 느껴집니다. 영화 기획사와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거치셨는데요, 당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셨는지요.

  

A. 유니티에 오기 전에는 엔씨소프트에서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었고, 블루사이드에서 콘솔게임에 들어갈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기도 했어요. 그전에는 영화 연출부에서 스토리보드 작가나 콘셉트 아트를 담당했습니다. 저주받은... (웃음) 걸작으로 불리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 들어간 게임 세상을 디자인하기도 했고요.

 


Q. 각 회사의 색깔이 굉장히 다른 느낌도 있는데, 특별히 이러한 커리어를 쌓았던 이유가 있으실까요?

 

A. 글쎄요. 저는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쓸 수 있는 최선의 기술을 통해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을 찾아가는 일이니까요.

 

스토리텔링을 배우고자 영화를 시작했을 때 이야기인데요, 고소영씨가 출연한 <구미호>라는 작품에 '지옥역'이 있거든요. 그런데 감독님께 지옥역을 그려서 보여드리면 계속 세부적인 조정을 요구하시더라고요. 그게 며칠째 계속되니 안되겠다 싶어 3D 프로그램을 활용해 지옥역을 만들어 보여드렸습니다. 어찌 보면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만든 사례라고 볼 수 있죠.

 

영화 쪽 일을 하면서도 게임 엔진을 활용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테스트를 계속해서 이어갔습니다. 렌더링 타임이 긴 게 답답하기도 했고, 하나의 스토리보드를 만들 때 하나하나 바이패드로 이동하며 만드는 것이 소모적이라고 판단했으니까요. 조이스틱, 마우스, 키보드로 캐릭터를 움직여 마치 3자가 촬영하듯 스토리보드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블루사이드에서 그러한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이처럼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은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기 위함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니까요. 

  

 

 

# "메타버스로 의미있는 서비스 선보일 수 있다면... 굳이 설득이 필요할까"

  

Q. 최근 메타버스는 그야말로 광풍에 가까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본부장님께서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요.

 

A. 기술 성숙도에 비해 개념이 조금 빨리 찾아온 느낌은 있습니다. 기업들은 메타버스에 관심이 많은 반면, 게임을 좋아하는 분들은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MMORPG에서 나왔던 건데 왜 메타버스냐고 꼬집기도 하고요. 이러한 평가를 받지 않으려면 색다른 게 필요합니다. 과거 '모바일 인터넷'이라는 개념만 있을 땐 체감하기 어려웠지만, 손 위에서 인터넷을 한 뒤 느낌표가 떴던 것처럼 말이죠.

 

마크 주커버그가 메타버스를 두고 사진과 영상보다 더 현실적이며, 타이핑 대신 제스처와 목소리로 소통하는 '감각적인 인터넷'이라고 표현했잖아요. 다만, 이러한 개념을 표현할 기기가 아직은 없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페토>나 <이프랜드>가 인기 있는 서비스긴 하지만, 다른 이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나의 제스처가 직접적으로 들어가진 않으니까요. VR이나 XR이 더 가벼워지고 쓰기 쉬워진다면 메타버스라는 개념도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평면 스크린에서 경험할 수 있는 메타버스 요소도 적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이프렌드>나 <제페토>도 그중 하나니까. 조금 일찍 온 감이 있긴 하지만, 구조적으로는 지금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봅니다.

  

마크 주커버그는 메타버스를 선도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출처: 마크 주커버그 SNS)

 

Q. 게임과 메타버스의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A. 예전에 기능성 게임을 만들면서 '순수한 재미가 아닌 다른 목적의 가상 공간이 존재한다면 쓸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VR 챗>이나 영화를 감상하는 빅스크린을 보면 마치 게임처럼 느껴지잖아요. 가상 캐릭터도 있고, 공간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알던 게임의 정의와 일치하는가 하면 그건 아닌 듯해요. 정확한 목표나 경험치는 물론, 보상도 확실하지 않은 일종의 회색 지대가 생기는 거니까. 게임에서 쓴 기술과 개념 등 익숙한 느낌은 있지만 목적은 다른 공간이 생긴 겁니다. 이걸 게임이라고 불러야할까요, 웹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저는 거기에 적합한 용어가 '메타버스'라고 생각합니다.

 

VR 챗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출처: VR 챗)

 

메타버스는 여러모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봅니다. 예전엔 기술과 개념에 관심을 갖는 건 게임회사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금융사, 자동차, 건축, 부동산 등 수많은 회사가 산업 전반에서 가상 공간, 폴리곤, 아바타, 레벨 디자인에 관심을 갖고 있죠. 

 

그간 게임산업은 정말 치열하게 발전해 왔습니다. 기술적 활용 방식에 대한 고민도 있지만, 사람의 본질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았어요. 균형과 보상이 주는 의미에 대한 고민들, 이를테면 강한 아이템만 주기보다 사람의 심리와 욕구를 조절하는 과정과 기술적 부분이 지속적으로 발전했던 겁니다. 다른 업계가 이러한 기술과 아이디어에 관심을 갖는 건 정말 크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의 격벽이 없어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여기저기서 발전하고 있던 기술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재밌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대부분의 산업군에서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지점이야말로 메타버스가 주는 기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산업 전반에서 가상 공간과 폴리곤, 아바타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Q. 메타버스가 유행처럼 번진 원인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A. 최초의 미디어를 문자라고 생각해 봅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문자는 그림에서 움직이는 그림, 흑백에서 칼라, 칼라에서 고해상도, VR로 발전하고 있어요. 사람과 소통하기 위한 도구이자 수단인 미디어가 추상적인 것에서 점점 발전하고 있는 셈입니다. 메타버스 역시 미디어라고 볼 수 있고요. 인터넷이 우리 생활에서 뗄 수 없는 기술적 공간이 됐는데, 이를 게임에서 훈련된 기술과 개념을 통해 더 현실적이고 자연스럽게 표현하고자 하는 욕심이 메타버스를 드라이브하는 저변에 깔려있다고 봅니다.

 

 

Q. 여러 메타버스 활용 사례 중 본부장님께서 보시기에 ​가장 쇼킹했던 건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합니다.

 

A. 쇼킹하기보다는 기존의 인터넷, PC 사용법과 다르다고 느낀 지점은 있습니다. 언젠가 VR 챗에서 루프탑 파티에 간 적이 있는데, 어떤 친구가 본인이 만든 랩을 불러주더라고요. 옆에서 듣는 사람들도 어깨를 들썩거리면서 같이 춤췄죠. 홍대 앞 버스킹 공간이 만들어진 듯했습니다. 키보드나 마우스로 표현할 수 없는 영역이구나 싶었죠.

 

그 외에는 VR을 통해 기존의 그림 또는 서예용 도구가 가진 감각적이고 섬세한 움직임을 그대로 담아낸 프로그램이 나오더라고요. 메타버스의 감각적인 부분, 이를테면 평면화면에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담아낸 사례가 점점 늘어나는 느낌입니다.

 

 

Q. 감각적인 부분이라...

 

A. 메타버스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각기 다른 포커스를 갖고 있습니다. 저는 감각적인 부분에 치중된 편인 반면, 누군가는 블록체인을 통해 이 안에서 어떻게 하면 투자하고 돈을 벌지에 집중하죠. 

 

네오스 VR이라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어떤 친구가 칼을 샀는데, 손으로 잡아보니 칼이 휘더라고요. 조인트가 어긋난 거죠. 그러자 다른 친구들이 그 칼을 고쳐줬습니다. 네오스 VR은 내부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를 유저가 직접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죠.

 

평면 스크린에서 MMORPG를 플레이하면 객체적으로 게임을 바라보게 돼요. 빠른 레벨업이나 어떤 활동을 해야할 지 분석하는 게임을 하는 거죠. 반면, VR로 표현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경험을 보면 메타 추적이 아니라 순수한 감각이나 공감할 수 있는 상황에 치중하는 느낌입니다. 물론, MMORPG도 초기에는 메타를 그리 중요시하지 않았어요. 따라서 메타버스도 익숙해지면 분석적으로 보는 이가 늘어날 겁니다. 

 

"평면화면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담아낸 사례가 늘어나는 느낌이다" (출처: 네오스 VR)

 

Q. 메타버스를 경제와 연결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데... 본부장님께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계십니까.

 

A. 경제를 하려면 사회가 필요합니다. 사회 구성요소의 사전적 정의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할 무리'인데요, 그러려면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만나야 합니다. 만남이 생기려면 의미가 필요하고요. 그 의미는 이익 또는 재미가 될 겁니다. VR에서 활동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사회가 되고 그게 경제활동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봐요.

 

하지만 경제나 손해 보지 않는 가치 창출을 먼저 생각하는 건... 물론, 이런 것도 필요하지만 제 생각에는 의미 있는 경험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봅니다. 그래야만 사람과 가치가 생기고, 경제활동도 따라오니까요.

 

<VR 챗>에서 자신이 만든 탈것이나 옷을 판매하는 분이 계세요. 그런데 재미있는 게 그 가게에서 일하는 점원분이 "이거 구매하시면 제작자분이 유니티 기초 강좌도 해주십니다!"라면서 호객행위까지 하시더라고요. 이런 부분은 어찌 보면 기존 시장에 가깝잖아요. 이처럼 사회가 이뤄지려면 사람들이 찾을만한 재미나 의미를 줘야 하는데... 그런 게 먼저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경제를 하려면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과정이 먼저 필요하다"

 

Q. 다만, 메타버스는 긍정론과 부정론이 굉장히 심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세상을 바꿀 기술이라고 하지만, 다른 이는 기존에 있던 기술의 이름만 바꾼 거라고 평가하니까요. 양쪽의 시각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십니까.


A. <울티마 온라인>의 리드 디자이너였고, 재미 이론으로 유명한 라프 코스터는 "메타버스가 하고자 하는 온라인에 탈 중앙화 사회, 평등한 세계를 구현하자는 메시지는 이미 90년대에 해봤던 것들"이라고 하더라고요. 게임 쪽에서 보면 익숙한 개념인 만큼, 8, 90년대 게임 히스토리를 꿰고 있는 분들께는 익숙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반대로 낯설어 하는 분도 계시지만요.

 

따라서 개념을 발전시켜보자는 의미도 강하지만, 이를 넓게 퍼뜨리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여기서 필요한 개념이 바로 메타버스고요. 놀이와 현실은 따로 있는 게 아니거든요. 놀이 때문에 현실이 발전하고 상호 작용하는 거니까. 이를 게임 산업에만 국한시키는 게 아니라 넓게 활용해보자는 의미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긍정론과 부정론이 부딪히는 현상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모두가 긍정적인 부분만 보면 품질이 나쁜 메타버스 서비스도 살아남을 테니까요. 그래선 안됩니다. 서비스를 본 유저분들이 쓴소리를 해주셔야 더 발전할 수 있습니다. 

 

 

Q. 만약 본부장님께서 메타버스 부정론자를 '설득'하는 입장에 놓인다면, 어떻게 상황을 풀어가실 지도 궁금해집니다.

 

A.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원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의미 있는 서비스'가 나오면 굳이 설득하지 않아도 쓰실 거라고 봅니다. 다만, 그게 없으니 부정하는 거라고 봐요. 그래서 저는 강연 같은 걸 가면 오큘러스 퀘스트를 통해 직접 체험하게끔 권해드립니다. 이를테면 갤러리 분들께 페인팅 VR을 넣어서 그림을 그려보게 하는 거죠. 말로 설명하는 것과 가상 붓을 잡고 물감, 캔버스 걱정 없이 그림 그리는 경험을 직접 하는 거랑은 확실히 다르니까요. 

 

실제로, 그러한 경험을 했던 한 갤러리에서는 화가분들의 아틀리에를 가상 공간에 만들고 거기서 나온 작품을 NFT로 판매하는 전시회를 개최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원래는 메타버스에 크게 관심이 없으셨는데 말이죠. 이처럼 관심있는 서비스를 주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개념적으로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경험하는 것만큼 효과적이진 않다고 봅니다.

  

"게임 산업 외적으로도 넓게 활용해보자는 의미로 봐주시면 좋겠다" 

  

현실의 제약을 뛰어넘는 경험도 가능하다. 구글이 개발, 오픈소스화된 틸트 브러시가 좋은 예다 (출처: 구글)

 

Q. 많은 이가 메타버스의 이상적인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그 속에 '과정'에 대한 설명이 담긴 사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모두 하니까 언젠가는 메타버스가 자리 잡을 거라는 막연한 느낌도 들고. 메타버스를 향하는 길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형성되리라 보십니까.

 

A. 메타버스에는 두 가지 흐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다들 '상호운용성'만 보는 느낌입니다. 대표적인 게 아바타 공유 서비스인데요, 이를테면 <제페토>에서 만든 아바타를 다른 곳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다만, 게임을 아시는 분들은 이게 한계가 뚜렷하다는 걸 아실 거예요. 게임별 시스템, 목적, 경제가 다르기 때문이죠. 제 능력으로는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 도무지 그림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다른 흐름은 아바타와 재화가 아닌, 경험을 연결하는 겁니다. VR을 하다 보면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로 여행을 하거나 레이싱 게임으로 드리프트를 즐기고, 노래와 춤을 구경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여기서 느낀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도 퍼뜨리고 싶다'라는 일종의 목표를 갖게 됐습니다.

 

다만, 그런 바람은 있어요. A 게임을 하다 B 게임으로 넘어갈 때 '끊기는 현상' 없이 바로 이어지면 훨씬 좋을 듯합니다. 물론, 그게 가능하려면 모든 서비스를 클라우드에 올리고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겠지만요. 따라서 오히려 이런 부분이 시장성도 더 크고 구체적인 발전방향을 잡기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재화가 아닌 경험을 연결하는 게 중요하다"

 

Q. 그렇다면 메타버스가 실제로 자리 잡고 영향력을 펼치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A. 20년... 혹은 30년 정도 아닐까요. 사람들은 익숙한 환경이나 도구를 벗어나길 원치 않습니다. 아무리 새로운 방법이 나온다 한들 키보드와 마우스를 벗어나긴 힘들어요.

 

얼마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메타버스 사용자 플랫폼 조사를 했는데요, 소위 MZ 세대라 부르는 10대, 20대들의 답변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20대들의 메타버스 재방문율은 낮았지만, 초등학생들은 그 안에서 드라마 역할극을 하는 등 정해지지 않은 룰을 만들어서 '놀이터'처럼 활용하더라고요. 재방문율도 생각보다 높았고요.

 

세대가 어느 정도 바뀌어야만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패러다임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려면 천천히 하는 게 좋다고 봐요. 따라가기 힘드니까. (웃음) 준비하고 시도할 수 있는 기회도 아직 남아있고.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현실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출처: 메타)


 

# "여기서도 유니티를 쓰는구나하고 놀랄 때 많아... 책임감 갖고 드라이브하겠다"

 

Q. 유니티 코리아가 지난해 1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감회도 남다르셨을 법한데 어떠셨나요?

 

A. 유니티 코리아에 들어오면 해보고 싶었던 걸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마음먹은 만큼 쉽게 되지 않더라고요. 그런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가장 큽니다. 다만, 영화나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더 많은 분께 실시간 기술을 알릴 수 있었던 점은 큰 보람인 것 같습니다.

 

작년에는 메타버스라는 화두 덕분에 더 많은 회사와 정부 기관에서 엔진에 많은 관심을 주셨습니다. 무조건 유니티를 쓰면 좋다는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하고, 디지털화할 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죠.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는 유니티 기술을 쓰고 메타버스에 관심 있는 분들이 어떻게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함께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Q. 10주년 행사를 통해 여러 이야기를 전해주셨는데요, 그중 유니티 에코 시스템은 굉장히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유니티의 생태계가 어떤 특장점을 갖고 있는지 소개해 주신다면요?

 

A. 유니티는 크게 세 요소가 조합된 서비스의 합입니다. 첫째는 '크리에이트 솔루션'입니다. 에디터를 기반으로 여러 기술이 포함된 거죠. 다음은 '오퍼레이션 솔루션'입니다. 게임 제작은 끝이 아니라 서비스가 시작되는 개념이잖아요. 그 안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 활용하고 서버나 매치메이킹을 효율적으로 풀어가는 것까지 연결돼있는 거죠. 

 

마지막은 수익화입니다. 서버 운영과 콘텐츠 제작을 위한 돈이 필요하기에 인앱 아이템 판매나 광고를 준비하는 부분도 다 포함돼있어요. 통합 환경을 제공한다는 의미가 큽니다. 오퍼레이션 솔루션에서 아이템의 지역별, 시간별 인기 등을 파악하고 인앱펄체이스 쪽으로 연결해서 효과적인 운영을 할 수 있게끔 돼 있다는 점이 유니티의 가장 큰 특장점이 아닐까요.

  

유니티 코리아는 지난해 10주년을 맞이했다 (출처: 유니티)

 

Q. 인디 게임 역시 유니티 생태계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디 클리닉'은 굉장히 인상적으로 느껴지는데... 아직 이를 모르는 개발자 분도 일부 계시더라고요. 이 자리를 빌려 인디 클리닉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A. 유니티의 모토는 '더 많은 창작자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든다'입니다. 창작자를 지원하는 게 저희의 본분이라고 생각해요. 게임과 영화를 만들었다 보니 그 과정에서 다양하고 복합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곤 합니다. 거기서부터 인사이트가 생긴다는 점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고. 인디 클리닉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운 문제에 대한 도움을 드리고, 더 많은 창작자를 만들기 위해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이러한 기술적 부분도 중요하지만... '기술 자체가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시키는가'에 대해서는 늘 찬반이 있습니다. 기술도 잘 써야 하는 셈이죠. 따라서 유니티는 좋은 의도를 갖고 기술을 사용하는 분들을 북돋는 게 최소한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유니티 포 휴매니티'도 개최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익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과정이기에 더 좋은 방법이 없을지 고민 중입니다.

 

유니티 포 휴매니티는 좋은 의도로 기술을 사용하는 이를 북돋기 위한 행사다 (출처: 유니티)

  

유니티로 개발된 국내 콘텐츠를 선정하는 메이드 위드 유니티 (출처: 유니티)

 

Q. 2022년 유니티의 키워드는 무엇입니까.

 

A. 많은 분이 계속해서 창작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발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유니티와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를 알리는 것, 무언가 만들어보고 싶다고 느낄 때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하는지 가이드를 드리는 것도 전부 포함됩니다. 문제를 해결해 드리는 인디클리닉과 기술 지원 서비스는 물론, 이를 통해 만들어진 걸 넓게 프로모션하는 과정도 여기에 해당하고요.

 

다만, '창작의 즐거움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다'라는 내용의 결은 올해 들어 조금 달라졌습니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거의 모든 업계에서 유니티를 활용하고 있으니까요. 실제로, 메이드 위드 유니티 지원작을 보면 "이런 업계에서도 유니티를 쓰는구나"하고 놀릴 때가 참 많습니다. 영항력이 커진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드라이브할 생각입니다.


 

Q. 그렇다면 올해 게임 산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메타버스와 NFT 흐름이 가속화되리라 보십니까? 아니면 제3의 웨이브가 올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A. 게임 산업이라고 묶기엔 회사 규모에 따라 목표나 제작 방법이 다양해서 조금 어려울 것 같고... 메타버스에 관해 말씀드리자면 올해는 아무래도 옥석이 가려지는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많은 시도가 시작됐고,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는 게 올해일 듯해요.

 

앞서 부정론을 가진 분들도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분들이 봐도 재미있고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서비스가 있다면, 그것이 메타버스 트렌드를 이끌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해가 그러한 서비스가 발견되는 첫 번째 시기가 아닐까 싶어요.

 

 

Q. 마지막으로 게임 유저분들, 그리고 유니티 엔진을 지켜보는 많은 개발자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게임엔진의 특장점은 리얼타임 외에도 다수 존재합니다. 게임 내 오브젝트에 로직을 넣고 기능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유니티와 같은 게임 엔진의 장점이라고 봐요. 콘텐츠를 만드는 취미를 가진 분들이 부디 고정된 영상이나 그림 외에도 그 속에 로직과 상호작용을 넣었을 때 얼마나 더 큰 가능성을 줄 수 있는가를 한 번쯤 경험해 보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최근엔 어릴 때 살던 70년대 기와집을 개인 프로젝트로 만들어보고 있어요. 다만, 남은 사진이 거의 없는 터라 순전히 기억만으로 유니티를 활용해 만들고 있는데... 나중에 완성되면 VR을 착용한 채 마루에 앉아보고 싶어요. 마당에 있던 앵두나무 꽃도 보고 싶고... 내리는 비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도 큽니다.

 

이런 건 영상이나 사진, 웹툰으로는 못하는 거잖아요. 경험이자 상호작용이니까. 유니티가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많고,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도구로도 활용 가능한 만큼 더 많은 시도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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