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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외치지 않아도 또렷이 들리는 호소, '30일'

말 그대로, '어쩌면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이야기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2-06-03 11:50:01

‘내가 너의 작은 심장에 귀 기울일 때에 / 입을 꼭 맞추어 어제에 도착했습니다.’


밴드 새소년의 2020년 발표곡 ‘난춘’. 보컬 황소윤은 ‘사랑하는 사람이 내 옆에서 고요히 죽어갈 때 난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하며 쓴 곡이라고 설명한다.

노랫말에서 ‘귀 기울임’은 ‘어제’로의 회귀를 가능하게 하는 놀랍고 따뜻한 힘이다. 어제는 오늘이라는 다음 날을 반드시 담보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계속해서 오늘을 어제로 만드는, 삶이라 불리는 노동을 함께 하자고 노래는 권한다. ‘이리와 나를 꼭 안자 / 오늘을 살아내고 우리 내일로 가자.’

아닌 척 해도 사람은 다른 사람의 살아남음에 관심이 많다. 적어도 바로 곁에서 스러지는 목숨을 순순히 바라만 볼 사람은 거의 없다. 문제는, 어떤 죽음은 너무 느려서 오히려 눈에 안 띈다는 점이다.

인디 어드벤처 <30일>은 손 닿는 거리의 모두를 부여잡고 함께 내일로 가고 싶은 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다. 방법이 없지 않으니 한번만 들어보라고, 조용히 호소한다. 개발사 '더 브릭스'가 꼭 전하고픈 중요한 얘기, 직접 만나 들어봤다. / 디스이즈게임 방승언 기자

(왼쪽부터) 김지윤 게임 디자이너, 권은령 프로그래머, 이혜린 대표 겸 디렉터,​ 강현지 그래픽 디자이너


# 게임 하나로 뭉친 팀

Q. 디스이즈게임: 팀 소개부터 부탁드린다.

A. 이혜린 대표 겸 디렉터(이하 이혜린 대표): 나와 김지윤 게임 디자이너, 권은령 프로그래머, 강현지 그래픽 디자이너 이렇게 네 사람으로 구성된 팀이다.


Q. 어떤 계기로 뭉쳤는지 궁금하다. 처음부터 <30일>을 제작을 목표로 결성된 팀인가?

A. 이혜린 대표: 맞다. 우리는 대학생연합 게임제작 동아리 ‘브릿지’에서 처음 만난 사이다.

당시 내가 <30일> 프로젝트 제안 발표를 했었다. 자살 예방 소재를 다루는 스토리 게임이라는 대강의 얼개를 설명했다. 발표를 보고 여기 계신 김지윤 게임 디자이너와 권은령 프로그래머가 합류해 함께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강현지 그래픽 디자이너는 이후 PC 버전 제작이 시작되면서 합류하셨다.

원래는 <30일> 하나를 만들기 위해 모였던 프로젝트성 팀이다. 하지만 게임을 만들다 보니 초기 볼륨보다 커졌고, 담는 내용이 많아지면서 출시까지 많이 걸렸다.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이혜린 대표


Q. 왜 자살을 소재로 게임을 만들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A. 이혜린 대표: 프로젝트를 구상할 때, 다른 여러 임팩트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영감을 받은 상태였고, 그래서 일단 ‘임팩트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소재에 있어서는, 한국적인 문제를 선택하고 싶었다. 임팩트 게임은 흔히 전쟁, 인신매매, 환경 등과 같은 거대 담론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막 시작하는 입장에서 더 일상적이고 한국적인 주제를 다루고 싶다고 생각했다.

한국에 여러 심각한 사회 문제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자살은 예방이 중요하고, 또 가능하다는 데 집중했다. 노력을 기울였을 때 더 즉각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 테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살 예방이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를 나도 자세히 몰랐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국내에 이미 자살 방지 노력과 사례가 많더라. 이렇게 내가 창작자로서 새로 배운 사실을, 플레이어들도 알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게임을 만들게 됐다.


Q. 다른 분들이 대표님의 프로젝트 제안에 동참한 계기도 궁금하다.

A. 권은령 프로그래머: (동아리 내) 여러 제안 중에서 참여하고픈 지망 순서를 적어 내는 시스템이었는데, 나는 <30일>을 1지망으로 썼다.

다른 프로젝트는 전략, 전투, 방치형 등 익숙하고 다들 흥미를 가지는 장르들이 많았다. 그 와중에 대표님 프로젝트는 유독 눈에 띄었다. 모두가 즐기는 게임이라는 미디어를 가지고 사회문제를 다룬다는 사실이 좋게 보였다. 더불어 대표님 제안을 보면서 나도 자살 예방에 관한 관심이 처음으로 생겼고, 그래서 더 참여하고 싶었다.

 

김지윤 게임 디자이너: 시작은 나도 비슷한 마음이었다. 게임으로도 진지하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제안을 들으면서 처음 느꼈었다.

원래는 게임 분야를 따로 공부했던 사람이 아니어서 사교육을 받아 가며 게임을 배우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교육에서는 사실 취업이 제일 목표다. 그러다 보니 기존 인기 있는 RPG나 FPS 등으로 진출 방향을 잡더라. 포트폴리오도 그쪽으로 쏠리기 마련이었다.

이 지점에서 약간 회의를 느꼈던 것 같다. ‘내가 이렇게 맹목적인 목표로 게임을 만들려고 했던가?’, ‘게임이라는 매체로는 이렇게 몇 가지 한정적 메시지만 전할 수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그래서 자기 계발 차원에서 동아리에 들어갔던 거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마침 사회문제를 게임에 접목한 제안서를 만나 지원을 했다.

강현지 그래픽 디자이너: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합류한 케이스다. 2021년 부산 인디페스타에서 학교 교수님 멘토링을 받을 당시 체험 부스에서 처음으로 <30일>을 알게 됐다.

그 때 교수님께서도 역시 <30일>을 추천해 주셨다. 학교에서 개인 프로젝트로 반려동물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하는 게임을 만든 적이 있었는데, 엄밀한 의미의 임팩트 게임은 아니었지만, 교수님이 이걸 보시고 <30일>이 나와 맞겠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강현지 그래픽 디자이너


# 목적 분명한 게임

Q. 주인공 ‘유나’는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기자 지망생이다. 이렇게 설정한 이유는? 게임에 흔히 등장하는 직업은 아니다.

A. 김지윤 게임 디자이너: 개인적 아이디어였다. 설아는 고시원에서 일하지만 자기 공부도 병행하는 인물이라는 설정이 먼저 있었고, ‘무슨 공부’를 하는지를 나중에 결정했다. 마침 주변에 언론 고시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게 설정했다.

일단 정해 놓고 보니,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왜 그럴까’를 고민하는 유나의 모습이 실제로 본 언론인 지망생 모습과도 일치하고 얼추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


Q. 가장 중요했을 설아의 설정은 어떻게 결정됐나? 고시원에 사는 20대 고시생이고, 상징성을 많이 가진 인물 같다.

A. 이혜린 대표: 개발 초기에 자살예방이라는 주제만 정한 상태로 팀원 의견을 수용해서 디테일을 정했다. 이때 당시 총 8명이었던 멤버끼리 소재공모전을 해서 '고시원에 사는 공시생 이야기'로 결정됐다. 공시생은 ‘청년 취업문제’라고 하면 떠오르는, 가장 보편적 대상이다. 

어려움을 가진 대한민국의 20대를 보여줄 수 있는 상황과 거주지라고 생각했다. 그런 다음 가정환경, 스토킹 피해, 층간소음, 꿈을 향한 갈등 등 20대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반적인 문제들을 다 집어넣었다.


Q. 평범하고 공감가는 문제를 선택한 것은, 자살 문제가 일반적이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을 전하기 위함인가?

A. 이혜린 대표: 바로 그렇다.

핵심이 되는 인물 '설아'


Q. 유저들이 게임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을 하고, 무엇을 얻길 바랐나?

A. 이혜린 대표: 명령조의 화법은 피했다. 그보다는 관련된 정보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다른 한편으로는 게임이 현실을 닮도록 많이 노력했다. 예를 들어 캐릭터들의 ‘아보카톡’ 메신저(인게임 메신저) 상태 메시지를 리얼하게 구현하거나, 히든 이벤트 속 대사를 통해 이들의 상황을 현실적으로 그리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대화 선택지 시스템에서도 각 대사에 따른 상대 반응에서 현실 같은 느낌을 주고자 노력했다. 이런 리얼리티를 통해 유저가 게임에 공감을 할 수 있고, 공감은 다시 이입으로 이어진다. 이때 유저가 게임에서 겪은 일을 현실에서 동일하게 겪는다면, 게임 속 경험을 떠올려 실제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Q. 기획 의도상 기본적으로는 자살 위험에 처한 인물의 ‘주변 사람’을 타깃으로 만들어진 듯하다. 하지만 게임 안에 자살 관련 상담 안내가 마련된 점 등을 볼 때, 문제를 직접 겪는 당사자가 플레이할 경우도 분명 고려한 것 같다. 조심스러운 부분이었을 듯한데

A. 이혜린 대표: 개발 초기부터 고민이 된 부분이다. 원래 메인 타깃으로 생각한 대상은 자살 방지에 대해 큰 인식이 없는 일반적 유저들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는 유경험자도 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고려하게 됐다.

시나리오 자문을 받을 때 해당 부분을 신경 썼고, 언론의 자살 보도 권고기준 등을 참고해 자살 수단을 게임에 직접 노출하지 않도록 변경하는 등 다듬어 나갔다.

일례로 게임을 잘 진행하지 못하면 도달하는 분기별 배드엔딩이 있다. 이때 원래는 죽음 방식을 모두 다르고 디테일하게 표현해서 유저에게 충격을 주면 어떨까 생각했지만, 위에 말한 이유로 구체적 이미지 등이 보이지 않게 방향을 바꾸었다. 연상의 트리거가 될 수 있는 것들을 배제했다.



# <30일>이 삶을 닮은 이유

Q. 게임 제작을 위해 자문을 얻었다고 이야기했다. 여러 방면으로 취재를 선행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밟았나? 사전 조사를 통해 새로 알게 된 사실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은 무엇이고, 게임엔 어떻게 반영했는지?

A. 이혜린 대표: 많은 분들에게 자문을 받았고, 무료로 수강할 수 있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오픈 강의도 참고했다. 온오프라인으로 들을 수 있는 강연인데, 관련된 정보를 압축적으로 잘 전달해주어서 좋다. 다들 한 번씩 들어 보셨으면 한다.

새로 배운 사실 중 개인적으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자살 의사를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점이었다. 일반적으로는 이런 의사를 직접 언급하는 게 꺼려지고, 되려 충동을 불러일으키면 어떡하나 우려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 마음을 밖으로 꺼내 이야기하는 게 예방을 돕는다. 이런 지식을 게임의 대화 시스템에도 반영해 두었다.

김지윤 게임 디자이너: 나도 같은 맥락에서 놀라움을 느낀 부분이 있다. 보통 자살 위험에 처한 사람은 약물, 도구, 장소 등 수단을 스스로 마련해 놓는다. 만약 우연히 이것을 발견한다면, 직접 “자살용으로 준비한 것이냐?”고 물어보는 게 좋다. 이런 질문이 마음을 털어놓고 얘기할 계기가 된다.

김지윤 게임 디자이너

Q. 게임의 목적을 생각할 때, 플레이테스트 단계에서 게임의 재미만큼이나 실질적 ‘임팩트’를 알아보는 과정을 거쳤을 것 같다. 어떤 방식을 사용했고, 어떤 결과를 도출했나?

A. 김지윤 게임 디자이너: 유저 피드백은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다. 개발 1년 차 정도엔 전시 기회가 적어서 동아리 내부나 지인들의 의견을 수렴했는데, 이때부터 게임의 재미, 이해도와 함께 임팩트도 중점적으로 파악했었다.

2년 차부터는 전시에서 간혹 임팩트 관련 질문을 던졌다. 일반 유저를 대상으로도 물어봤고, 실제 공시생 등 타깃을 잡아 설문을 진행하기도 했다. 게임이 기획의도와 상충하게 이해되진 않는지, 몰입이 잘 되는지, 설득력이 있는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지 등을 물어봤다.

스토리 설문 인터뷰를 따로 진행한 적도 있다. 공시생 유저분들에게 게임 내 유나의 답변 선택지를 보여주고, 그중 공시생으로서 불편한 답은 무엇인지, 반대로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등을 여쭤봤다. 어쨌든 공시생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인데 그분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Q. 직접 플레이했을 때 놀라운 지점 중 하나는 텍스트의 리얼리티와 디테일이다. 특히 인게임 메신저 ‘아보카톡’의 텍스트는 실존하는 사람이 쓴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현실성을 높여 유저 경험의 임팩트를 최대화하려는 노력으로 보였다. 이러한 디테일 구현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궁금하다.

A. 권은령 프로그래머: 제작진이 각자 인물을 하나씩 담당했다. 캐릭터의 성별, 지역, 연령에 맞춰 시나리오를 읽으며 해당 인물의 말투로 시나리오를 바꾸는 작업을 했다. 각 인물의 관점에서 스토리가 타당하고 말이 되는지, 인물들의 감정선은 제대로 살아있는지 등을 살펴봤다.

이혜린 대표: '아보카톡' 얘기를 해보면, 본게임 대사의 경우 최대한 보기 편하게 맞춤법을 지키고 줄임말 없이 썼지만, 아보카톡에서는 인물 개성이 드러날 수 있도록 띄어쓰기도 일부러 틀리고, 이모티콘도 많이 사용했다.

처음엔 가볍게 넣은 기능이었는데 유저분들이 정말 좋아해 주셔서 내용 추가를 많이 했다. 팀원들이 각자 아이디어를 더해 디테일을 살리고 인물마다 자주 사용할 것 같은 이모티콘을 표까지 작성해 정리했다. 이렇게 팀원 전체가 인물과 상황을 함께 이해하고 접근했기 때문에 디테일이 구현될 수 있었던 것 같다.

김지윤 게임 디자이너: 초반에 설정 디테일이 안 떠올라서 이야기를 두루뭉술하게 써 뒀던 적이 있다. 그랬더니 다른 팀원이 전부 “설아가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라며 궁금증을 표했다. 그렇게 팀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다보니 디테일이 저절로 살아난 것 같다. 다들 저마다 추구하는 현실성이 있었으니까.

게임속 메신저 '아보카톡'의 인물 프로필 화면


Q. 게임 외 창작물 레퍼런스가 있었나?

이혜린 대표: 소재 이해를 위해 참고한 작품들이 몇 있다. 먼저 제안 단계에서는 웹툰 <내일>과 소재가 비슷하다는 얘기를 들어서 일독했다. 비록 우리 게임과는 그 접근법이 달라 참고에 제한이 있었지만, 우리 주변 여러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환기하는 부분에서는 닮았다고 생각했고, 그런 방면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또한 고시원 공간이 보통은 삭막하게 인식되는데, <30일>의 로얄 고시원은 그래도 입주자끼리 소통이 잘 이뤄지는 따뜻한 고시원이다. 이런 영역의 묘사에서는 JTBC의 <유나의 거리>라는 드라마를 추천받았다. 이야기 안에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있고, 따뜻한 정이 묘사되는 부분을 참고했다.

그 외에 심규동 사진작가의 ‘고시텔’이라는 사진집이 있다. 작가분이 실제 고시원에서 생활하면서 담은 사진들이다. 이분과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고시원 생활에 대한 조언도 얻고 사진도 참고할 수 있었다.


Q. 게임 장르가 어느 한 가지로 특정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어드벤처 같기도 하고, 추리물 같기도 하고, 비주얼 노벨 같기도 한데, 그중 하나로 딱 떨어지지는 않는다. 이렇게 장르가 모호하면 대중성에서는 불리할 때가 많다.

A. 이혜린 대표: 대중성 고민이 많았다. 기획 초기부터 소재 등 고정된 영역이 많다 보니, 다른 영역에서 대중성을 채워 넣으려 한 것 같다. 하지만 소재 자체가 가진 대중성 측면의 한계도 있었다. 마냥 신나게 만들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한계 안에서는 재미를 위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장르가 어느 하나로 딱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각 장르의 요소를 다 가지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비주얼 노벨만큼 텍스트가 많지만, 선택지와 상호작용 요소가 더 강하고, 히든 스토리나 오브젝트(목표)도 있다.

게임 플레이 방식 자체가 아주 빤하지는 않다. 하고 싶은 얘기를 잘 풀어내기 위한 (장르의) 융합과정이지 않았을까? 이런 게임을 잘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중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는 있겠다. 하지만 막상 플레이하신 분들 사이에서는 ‘뭐 하는 게임인지 잘 모르겠다’라는 반응은 거의 없다.

김지윤 게임 디자이너: 게임의 장르, 카테고리로만 따지면 애매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이 플레이되는 방식을 잘 보면, 그냥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닮아 있다. 사람들과 대화하고, 물건들을 살피고 다음 날로 넘어가고… 그렇기 때문에 막상 플레이 하시면 다들 장르와 상관없이 게임 이해에 어려움이 없으신 것 같다.



# “그래도 도움될 만큼은 했구나”

Q. 실제로 자살과 관련해 심경의 변화나 인식개선이 있었다는 피드백을 받고 있나?

A. 이혜린 대표: 인게임 20일 차를 넘긴 유저들만 참여할 수 있는 자살 인식 설문조사가 있다. 관련 논문을 참고해 만든 설문이다. 설문 결과를 보고 느낀 점은, 저희 생각보다 유저분들이 몰입해주시고 기획 의도대로 게임을 받아들여 주셨다는 것이다. 수치로 말씀드리면 80% 이상 분들이 게임 플레이로 자살 인식개선이 이뤄졌다고 말씀 해주셨다.

권은령 프로그래머: SNS를 관리하다 보면 유저분들께서 게임 언급을 많이 하신다. 게임을 통해 스스로 치유받았거나, 위험에 빠진 주변 사람을 도울 때 게임을 많이 참고했다고 얘기해 주신다.

오프라인 전시를 했을 때 직접 찾아오셔서 게임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말해주시는 유저분들도 있어서 뿌듯하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그래도 잘 만들었구나’, ‘도움이 될 만큼은 했구나’ 한다. 어떤 유저분은 마켓 게임 리뷰에 '자살할 마음을 먹고, 마지막으로 게임을 설치해봤는데 덕분에 극복할 수 있었다'고 적어 주시기도 했다. 이런 데서 계속 개발할 힘을 얻는다.

권은령 프로그래머

김지윤 게임 디자이너: 전에 공식 카페에서 주기적으로 진행하던 ‘세상의 모든 설아에게’라는 이벤트도 있다. 모두들 위로해주고 싶은 자신의 설아가 있다. 그것이 본인이 되었든, 혹은 주변 사람이 되었든, 위로하고 싶은 이가 있다면 그 이야기를 올려 달라 요청하고 추첨해서 상품도 드렸는데, 생각보다 정말 많은 분이 참여하셨다.

게임 플레이를 통해 누군가 떠올랐다는 분들도 있고, 본인이 직접 위로 받으신 분들도 계신다. 그런 이야기를 적은 장문의 글들을 보면서 우리 게임이 영감이 되고 생각할 계기가 되는구나 싶었다.


# <30일>과 더 브릭스의 앞날

Q. 민감한 얘기일 수 있다. 시장에서의 결과가 어떠했나? 다음 작품을 만들 수 있을 정도는 된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A. 이혜린 대표: 원래 완전 무료 배포를 계획했을 정도로 상업적 기대를 전혀 안 했기 때문에, 여기에 비교하면 당연히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정식 출시 이후 10만 다운로드를 넘기기도 했고… 출시 이후 시간이 흘러 벌써 10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 많이들 관심을 가져 주시는 것이 감사하다.

하지만 엄밀히 평가하면 (재정적으로) 차기작을 만들 수 있을 수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장르적 특성을 생각하면 기대치보다는 분명 높은 성과인 게 맞지만, 돈을 잘 버는 게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PC 버전은 유료 패키지로 판매 예정인데, 이 버전에 관심을 주시면 그 경우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Q. 준비 중인 PC 버전에 대해 알고 싶다. 모바일 버전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 모바일 버전을 즐기신 분들도 구매할 매력이 있을까?

A. 이혜린 대표: 일단 7월 19일 스토브 인디를 통해 출시할 예정이다. 모바일이 이미 무료로 제공되었다 보니, 차별점을 두려고 많이 노력했다. 모바일 버전에서 설아와 유나가 중점이었다면, PC 버전에서는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다른 인물 비중을 많이 높였다. 이를 살리기 위한 별도 시스템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인물 관련 정보를 모으는 일종의 수집요소 시스템 ‘아보카스토리’가 있다.

단순 포팅에 그치지 않고, PC 환경에서 편리하게 즐기실 수 있도록 PC 유저분들만을 위한 작업을 거치고 있다. UI 개선은 당연한 부분이고, 모바일에서는 유료로 이용하던 '빠른 이동'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게임상의 반복적 부분을 줄이는 등 편의성을 개선했다.

그래픽 퀄리티도 높였다. 또, 모바일 버전에는 없는 컷씬이 현재로서 25개가량 준비되어 있다. 또한 PC 버전에만 존재하는 엔딩도 추가된다. 이런 추가 요소들의 공통적 기조는 풍성한 스토리, 그리고 다양한 인물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캐릭터들과 친해지고 싶다는 유저 피드백이 많아 반영한 부분이다.

김지윤 게임 디자이너: ‘카페 아름다운’​ 콘텐츠도 추가된다. ‘아보카스토리’가 맵에 흩어진 수집품을 모으는 정적인 '도감' 시스템이라면 ‘카페 아름다운’은 캐릭터를 호출해 1대1로 대화할 수 있는 ‘데이트 시스템’으로서, 각자의 깊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장소다. 이 안에서만 접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이 추가될 것이다.

이때 캐릭터별 아보카스토리 완성도가 곧 해당 인물과의 ‘친밀도’로 작용한다. 친밀도가 높으면 이전보다 조금 더 새로운 대화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이혜린 대표: 원작의 텍스트가 이미 4만 6천 단어로 많은 편이었는데, 여기서 거의 20~30% 볼륨이 늘어날 예정이다. 모바일로 이미 플레이해본 분들이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사이드 스토리'에서는 인물의 배경을 자세히 알 수 있다.


Q. 인물들에 깊이를 부여하고 친밀도를 높이는 콘텐츠 같다. 그런데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은 캐릭터도 있던데…?

A. 김지윤 게임 디자이너: (웃음) 그들도 그들 나름의 사정이 있다는 정도는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완전히 이해시키는 것은 아니어도 말이다.


Q. 인터뷰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무거운 질문인 것 같다. 브릭스의 앞날은?

A. 이혜린 대표: 애초 목표는 <30일> 모바일 버전 출시였지만 지금은 PC 버전을 내놓을 계획이고, 글로벌 런칭도 준비해 최대한 많은 분께 게임을 알리려고 노력 중이다.

프로젝트로 따지면 아직 하나뿐이지만 앞으로도 할 얘기는 많다. 팀의 방향성 측면에서는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다. 다만 앞으로도 계속 (다른 장르가 아닌) 임팩트 게임을 만들 계획이다.


Q. 마지막으로 유저분들께 한마디 부탁한다.

A. 이혜린 대표: <30일>에 대한 관심에 감사드린다. 더 브릭스는 <30일>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초심을 잃지 않을 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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