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대 규모의 인디게임 페스티벌 부산인디커넥트 페스티벌(이하 BIC)의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고 있다.
2015년 1회부터 BIC를 꾸리고 있는 서태건 조직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한 한정적인 관람 여건을 극복하고 전세계에서 모인 게임인들을 맞이하고 있다. 서 위원장은 역대급 행사 규모에 "양적 성장보다 질적인 성장이 중요하다" 답하면서 어워드의 세계적인 위상을 끌어올리는 것을 BIC 조직위원회의 과제로 지목했다.
서 위원장의 비유대로 "척박한 땅에 씨를 뿌리는" 심정으로 키워온 BIC가 이제는 알아볼 만큼 자라났다. 2일 BIC 행사장에서 그를 만나 깊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 위원장은 인디게임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을 향한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Q. 디스이즈게임: 코로나19 이후 첫 오프라인 행사가 열리게 됐다. 조직위원장으로서 감회가 남다를 듯하다.
A. 서태건 조직위원장: BIC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어워드와 함께 열리는 행사다. 온라인으로도 할 수도 있겠지만, 전시와 시상식이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것을 2년 동안 못했기 때문에 조직위원회에도 답답함이 많았다. 게이머분들도 굉장히 아쉬웠을 것 같다. 이번에 행사를 열고 직접 대면하게 되니까 모습들에 즐거움이 보이는 것 같다. 마스크에는 가려졌지만, 밝은 표정을 보고 있다.
Q. 이번 BIC는 역대급 전시작과 스폰서를 자랑하게 됐다.
A. 사실 지난 8년간 매년 역대급이라는 단어가 떨어져나가지 않았던 것 같다. 굉장히 뿌듯하기도 하고 보람도 있다. 그러나 사실은 BIC가 오직 외형적인 크기만을 키워나가는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인디게임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다양한 게임을 소개하고, 또 게이머들의 소통의 장이 되고자 하는 게 우리의 추구하는 바이다. 양적 보다는 질적 향상이 중요하다.
너무 외형적인 것에 치중하다가 정작 저희의 초심을 잃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진정성있는 소통의 장이 되는데 소홀함이 없도록 마음의 다짐을 하고 있다. 양적 성장은 하다 보니 된 것 같다. 그만큼 인디게임을 사랑하시는 분들의 관심과 애정 덕분이다. 올해 BIC에는 총 23개국 162개 게임이 전시되고 있다.
스폰서 기업도 18개로 많아졌다. 이들 결정에 조직위원회는 굉장히 고무된다. 감사한 일이다. 해외 스폰 기업 비중이 50%에 달한다. BIC가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지도있는 행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Q. 컨벤션홀에는 타이페이 게임 쇼와 일본 비트써밋 관련 부스도 있다.
A. BIC에 오신 분들께 해외 유수의 게임을 소개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과 대만의 인디게임 단체와 협업 MOU를 맺었다. 서로 이렇게 부스 교환도 하면서 교류 중이다.
Q. 위원장께서는 오래전부터 BIC를 키워오고 계시다. 다른 자리에서 BIC에 관해서 "척박한 땅에 씨를 뿌렸다"라고 언급한 적 있는데.
A. 1990년대부터 게임업계와 인연을 맺고 있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중소게임 기업들이 계속 성장하는 토양이 형성됐다. 그러다 대형 게임사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됐다. 결국 대형 게임 위주로 시장이 형성됐는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상업적인, 유사한 게임만을 가지고 성장을 하기엔 한계가 있지 않나 생각했다.
미래를 생각하면, 다양한 게임이 츨연하고, 그들 게임이 저변을 이루면서 산업이 커가야 하는데, 관심을 가지고 움직이는 사람은 적었다. 2015년에 부산정보산업진흥원장으로 재직할 때 그런 다양한 게임을 위한 장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물론 혼자서 한 일은 아니고 인디라, 모바일게임협회 같은 곳들과 함께했다.
그렇게 8년이 지났고, 그 이후 다양한 인디게임 행사들이 생겨났다. 다양한 지자체와 기업에서 인디게임이라는 말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니 보람을 느낀다. 지금은 대기업들도 인디게임에 정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올해 행사에서도 특별히 그런 모습을 더 많이 느낀다. 이런 흐름에 BIC가 선두에 있는 듯하다.
Q. 올해 BIC에서 볼 만한 재밌는 볼거리가 있다면 무엇일까?
A. 워낙 다작이 전시되고 있어 일단 행사장에 오시면 무엇부터 봐야 할지 막막하실 거다. 그런 분들을 위해 MBTI 테스트처럼 겜비티아이(GBTI)를 마련했다. 전시를 보러 가기 전에 일종의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게임을 찾아갈 수 있다. 총 6개의 결과가 나오는데 저희 나름대로 고민을 해서 만들었으니 해보시면 좋겠다.
Q. 오래도록 BIC의 사령탑을 맡고 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 조직위원장의 자리가 하고 싶다고 하는 자리는 아닌데, 내 마음은 하고 싶다..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맡아서 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조직위의 많은 회원분들께서도 같은 마음이실 거다.
8년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BIC에는 많은 분들이 재능기부를 하고 계시다. 많은 보수나 대가를 드리지 못하고 있다. 그 분들의 뜻이 한 마음이 되어서 행사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 인디게임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선뜻 나서주고 계시다. 그런 분들의 헌신 덕에 BIC가 지금까지 오게 됐다.
Q. 앞으로 위원장이 바라는 BIC의 모습은?
A. BIC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고, 어워드를 함께 진행한다. 일반적인 페어라면 전시의 기회가 있다면 부스를 사서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는데, BIC는 출품을 해서 심사를 받고, 거기에서 통과된 작품들만 전시할 수 있다. 어워드라고 한다면, 권위가 있어야 할 텐데 그 권위는 돈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다른 이들이 인정을 해줘야지 권위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정성있게, 심사의 전 과정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렇게 BIC 어워드의 권위와 위상을 어떻게든 높이는 게 앞으로의 방향이다. 외형적인 화려함은 부수적인 요소다.
해외에서도 BIC에 대해서 점차 알아가고 있다. 자비로 BIC에 온 해외 개발자들이 많다. 그게 쉬운 일은 안다. 강요에 의해서 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그 분들이 BIC 어워드를 인정해주기 때문이라고 본다.
Q. 확실히 한국의 인디게임 페스티벌이라고 하면 BIC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A. 제일 먼저 시작했고, 나름의 권위가 생기고 있고, 세계적으로 게임이 출품되고 시상이 이루어지는 인디게임 행사는 한국에서는 BIC가 유일하다. 아마도 아시아에서는 BIC가 제일 큰 인디게임 어워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