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인터넷방송 씬에서 <ALTF4>가 등장했을 때를 기억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자신이 시청하는 방송의 주인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이 게임을 영업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거기에 낚여든 방송인들은 크나큰 괴로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ALTF4>는 그렇게 '바이럴'이 됐고, 그 게임을 했던 사람들은 종종 개발자에게 '따스한 선물'을 주고 싶다며 '집 주소'를 묻곤 했습니다. 지금도 <ALTF4> 스팀 페이지에는 게임을 추천한다는 대답과 함께 개발자를 향한 따스한 욕들이 보이는데요. 그렇습니다. <ALTF4>는 철저히 플레이어를 약올리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으로 '항아리 게임'처럼 장애물을 피해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개발사, 펌킴의 김상원 대표가 신작을 들고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감성이 충만한 퍼즐 어드벤처라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딸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고 합니다. 설마 딸을 그런 고통의 수라에 빠뜨리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궁금해서 지난달 열린 부산 지스타 현장에서 그를 붙잡고 대화를 나눴습니다.
다행히 그의 신작 <소원>은 상당히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그리면서도 김상원 대표는 음흉한 미소와 함께 <ALTF4 2>의 서비스도 착실하게 준비 중이라고 알렸습니다. 도대체 왜 자꾸 그런 게임을 만드는 건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인터뷰 중 김 대표의 집주소를 물어봤습니다.
Q. 디스이즈게임: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A. 펌킴 김상원 대표: 저는 전주에서 펌킴이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상원입니다. 원래 광고회사에서 3D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는데, 게임 개발은 독학했어요. 몸이 아파서 일을 그만두고 혼자 게임을 만들기 시작한 게 지금까지 왔어요. 지금은 퍼즐게임 <소원>을 만들어서 스팀에서 판매 중입니다.
Q. 왜 전주인가요? 혹시 전주 출신인가요?
A. 빚이 있었어요. 게임 만들면서 생긴 빚인데, 부동산을 정리하고 서울엔 갈 데가 없더라고요. 마침 전북콘텐츠진흥원 글로벌게임센터에 입점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고, 그렇게 전주에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전주 출신이 아니지만, 아내가 전주 사람이라서 오히려 좋았어요. 어떻게 보면 전주에서 제게 기회가 한 번 더 생긴 것 같기도 하고요.
Q. 전주에 온 뒤에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타셨다고요?
A. 맞아요. 거기서 대상을 탔고,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플래닛 멤버로 지원을 받게 됐어요. 그 대회에 오렌지플래닛과 전주시가 우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었거든요. 총 5개 팀을 뽑는데 작년에 펌킴이 대상을 받았습니다.
Q. 스마일게이트가 많이 도와주나요?
A. 사업 진행 사항이나 개발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멘토링을 많이 받아요. 매달 멘토링을 받으면서도 기업에게 필요한 니즈가 달라지는데, 그 분야에 대한 전문가를 따로 연결해주기도 해요. 선배 개발사로부터 피드백을 얻을 수도 있고요. IR이나 투자에 대한 고민도 전문가들이 도와주고 있어서, 뭐랄까 디테일이 있어요.
Q. 지난 지스타에서는 어떤 계기로 참석하게 됐나요?
A. BIC(부산인디커넥트) 부스로 들어가게 됐어요. 이번에 <소원>이라는 게임을 출시하게 되어서, 오프라인 행사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딸 소원이에게 이 전시를 보여주는 게 로맨틱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Q. '소원'은 게임의 이름이기도 하고, 따님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소원>은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A. 게임 개발을 그만하겠다고 마음먹을 때, 에픽게임즈 메가잼이 열렸어요. 거기서 7일 동안 게임을 만들었는데, 마지막으로 딱 이거 하나, 소원이를 위한 게임을 만들어야겠다는 '소원'으로 <소원>을 만들었죠. 그게 다행히 우승을 해서 게임 개발을 한 번 다시 해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2018년부터 지금까지 오게 됐네요.
Q. 솔직히 말해서 어떤 부모자식 사이가 안 그러겠냐만, 따님과 각별한 사이인 듯합니다. 게임을 만들 정도로요.
A. 딸이 제 인생의 많은 변화를 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몸이 많이 아팠어요. 허리 관절이 굳는 병이 있는데, 이것 때문에 결혼도 못하고 아이도 가지지 못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기적적으로 딸이 생기게 된 거에요. 딸 덕분에 제가 새 삶을 얻었죠.
Q. <소원>은 어떤 게임인가요?
A. '소원'이라는 친구가 꿈 속을 여행하면서 장난감을 만나는 퍼즐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아빠는 장난감 만드는 공예사, 아빠의 장난감은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해 잊혀져요. 마치... 인디게임처럼요. (웃음) 어느날 딸아이가 소파 밑에 있던 '잭'이라는 장난감을 찾게 되면서 시작되는 게임이에요. 잭은 아빠가 좋아서 만든 특이한 인형이었는데, 아빠마저 내팽개친 장난감을 딸이 찾아주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Q. 게임의 플레이타임은 어느 정도죠?
A. 지금 스팀 개발자 페이지 통계로는 2시간 30분이라고 나오는데, 보통 한 3시간 정도는 하시는 거 같아요. 어떤 분은 7시간 넘게도 하시는데 이스터에그를 찾으려고 다회차 하시는 거 같습니다. 빨리 푸시는 분은 2시간 30분, 보통은 3시간 정도 잡히고 있어요.
Q. 딸 소원 양을 게임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이유가 궁금합니다. 소원 양이 퍼즐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요?
A. 기획 단계에서부터 하고 싶은 말이 딱 정해져있지는 않았어요. 그냥 '내가 딸이랑 같이 (게임을) 한다면 어떤 느낌일까'라는 느낌으로 쉬운 퍼즐들을 배치했어요. 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딸을 막 괴롭힐 수는 없잖아요, 아무리 캐릭터라고 해도. (웃음) 유저에게 '뭔가 보여주겠다'라는 사명감도 크지는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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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전작 <ALTF4>가 죽음에 익숙해지는 게임이라면, <소원>은 딸의 모험을 그린 아기자기한 이야기입니다. 이 차이점이 흥미로운데요.
A. 확실히 이번 게임에서는 소원이에게 역경을 줄 수가 없었어요. 조금만 넘어져도 제 마음이 좋지 않으니까요. 제가 <ALTF4>와 다르게 조금 더 힘을 줬던 부분은, 매 스테이지의 콘셉트와 그 아트를 다르게 만들어주는 거에요. 게임을 해보시면 벽 하나를 봐도 중복되는 것이 없어요. 모든 미장센이 다 다릅니다. 그런 부분에서 시각적 즐거움을 얻으실 수 있을 거예요.
Q. <소원>에는 간단한 ARG(대체현실게임) 요소가 삽입되었는데요. 캐릭터 잭의 심장을 모처에 숨겨놓으셨다고 들었습니다.
A. 게임 안에 이스터에그를 숨겨놨어요. 그걸 찾으면 특정 홈페이지 링크로 연결되고, 그게 실제 장소를 의미하는 거였죠. 시골 땅인데, 그곳에 심장을 잃어버린 캐릭터 '잭'의 심장을 숨겨놨어요. 찾는 데 1년 정도 걸릴 줄 알았거든요? 근데 지난주에 어떤 분이 그걸 찾아서 인증사진을 보내오셨어요.
사실, <소원>의 소원이 뭐였냐면, 그걸 찾은 분 이름으로 기부를 하는 거였어요. 1년 정도 지나면 돈이 쌓여서 기부를 할 줄 알았는데, 너무 빨리 찾으시더라고요. 게임을 많이 팔아야 하는데 큰일입니다. (웃음)
Q. <ALTF4>를 하고 '열받은' 유저들이 '이 게임 개발자 집주소가 어디냐'라고 묻는 밈이 있었는데, <소원>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A. 유저분들이 <소원> 같은 좋은 게임을 만들어주어 고맙다고 이메일로 기프티콘을 보내주시기도 해요. <ALTF4>가 '하하하' 웃으면서 지나가는 게임이었다면, <소원>은 적은 분들이라도 의미있게 해주셔서 좋아요.
Q. 좋은 일 하는 건 좋은데, 먹고 살아야죠.
A. 그래서 내년 <ALTF4 2>가 얼리억세스를 시작해요. 회사에 시드로 쓸 만한 것으로 준비 중이에요. 투트랙으로 제가 하고 싶은 게임이랑, 돈 버는 게임이랑 같이 준비한 거죠. 스팀 페이지가 지금 있긴 한데 정보가 정확하지는 않은 상태에요. 스팀넥스트페스트에 들어가서 내년 2월 정도에 최초로 선보일 것 같습니다.
Q. <ALTF4 2>도 5천 원 미만에 판매했던 전작처럼 초저가전략으로 가나요?
A. 음... 그거는 이 게임(ALTF4)의 운명이자 아이덴티티 같아요. 4, 2니까 4,200원 선에서 팔려고요. (웃음)
달러 기준이 4.2가 될 텐데, 한국에서는 4,200원을 맞추면 한국이 좀 더 싼 셈이죠? 원래 게임 론칭 경험이 없던 직원이 '게임 제목 뭐로 할까요?'라는 물음에 '빨리 끄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말해서 <ALTF4>가 제목이 됐거든요. 그렇게 게임을 내본 건데, 예전 버전에는 중간 세이브 이벤트도 없고 강에 시체가 남는 요소도 없었어요. 그런 부분들이 <ALTF4 2>에서는 어떻게 나오는지 보시면 재밌을 겁니다.
Q. 그렇다면 신작 <ALTF4 2>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A. 전작의 재미, 열받는 플랫포머의 재미는 그대로 있고요. 언리얼엔진 5로 넘어오면서 그래픽이 향상됐죠. 코스트를 모으는 기믹이 추가됐는데, 나만의 코스튬이 있거나, 아이템을 사용하는 기믹들이 추가됐어요. 전작보다 훨씬 더 많이 게임의 스토리도 풀어볼 생각이에요. '열받는 B급 감성'은 그대로 살려두고 있습니다.
전작과 다르게 아이템을 사용하는 기믹이 들어가다 보니, 난이도가 낮아질 염려가 있긴 한데요. 너무 쉬우면 매운 맛이 없어질까봐 고민은 있어요. 환불 사유 중 50%가 '너무 어렵다'인데, 파는 입장에서는 딜레마죠. 만드는 건 무지 재밌어요. (웃음)
Q. 만드는 게 재미있으셨다고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혹시 개발자님의 집주소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A. 펌킴의 신작 <소원>과 <ALTF42> 재밌게 즐겨주세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