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하나뿐인 실험 게임 페스티벌 '아웃 오브 인덱스'(Out Of Index, OOI)가 오프라인으로 다시 개최되었습니다. 22년 OOI 행사는 12월 3일 영등포구 문래동 '올댓마인드'에서 열렸습니다.
OOI는 '시장성과 대중성보다는 창작자의 생각과 실험에 초점을 둔 게임 페스티벌'을 모토로 합니다. 올해로 8회 차를 맞이한 OOI 2022는 한국의 네버더리스 스튜디오(Nevertheless Studio)의 <리로더>를 비롯한 10개의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이 선정되었습니다. 행사장에서 전 세계 인디 게임 창작자들과 관람객이 함께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온 게임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함께 만나보시죠.
이 연재는 OOI와 디스이즈게임의 기사 제휴에 의해 제공되는 것입니다. / 편집자 주
<FEEDING_LOG_01172013>는 누군가가 녹화해 둔 비디오 로그를 재생해보는 게임입니다. 그냥 생각 없이 영상을 보고 있다가는 영상 속에 있는 줄 알았던 생명체들이 갑자기 튀어나와 플레이어를 잡아먹을 수도 있으니, 귀 기울여 주위를 살피고 신중하게 재생/정지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Q. OOI: 먼저 개발팀 소개를 부탁드린다.
A. 올리: 제 이름은 올리라고 하며 1인 개발자이자 애니메이터이다. 개발 경험은 대부분 게임 잼에서 쌓았는데, 이제는 풀 게임을 만들어서 출시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독특한 메카닉을 가진 게임들을 만드는데 아주 관심이 많아서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오 이거 멋진데, 이런 거 한 번도 본 적 없어” 같은 느낌을 받는걸 정말 좋아한다. 그리고 이건 게임 작업과는 완전 다른 얘기지만, 현재 2D/3D 스타일이 섞인 논문용 단편 애니메이션도 만들고 있다.
Q. 우선 게임 제목에 대해서 궁금하다. <FEEDING_LOG_01172013>을 제목으로 정한 특정한 이유가 있는지? 특히 이 숫자 말이다. 아마 2013년 1월 17일을 의미하는거 같은데, 맞는가? 게임에서 SCP 재단의 향기가 풍기기도 하는데, 이 게임의 제목과 이 게임의 세계관의 연관성이 궁금하다.
A. 오, SCP 재단의 영향권 안에 있으시군요! 이 포맷에 대한 직접적인 영감은 SCP 웹사이트에 올라온 비디오로그에서 얻었다. 그 숫자는 날짜를 의미하는게 맞긴 하지만, 사실 봤던 비디오로그들의 이름을 모방하는 것 외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
Q. <FEEDING_LOG_01172013>은 실사 FMV 장르 게임인데, 어떤 사람이 찍은 비디오 로그를 주요 소재로 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FMV 게임들이 QTE 게임 플레이를 표방하는 것과 달리 이 게임은 좀 더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예를 들면 <프레디의 피자 가게> 같은 게임들이 떠올랐다. 영감을 받은 게임들이 있다면 이야기 해주실수 있는지?
A. 제가 받은 창조적인 영감을 진짜 잘 알아차리시는것 같다. <프레디의 피자 가게>는 이 게임을 만드는데 메카닉 측면에서 주된 영감을 주었다. (그리고 그 전에 만들었던, 그리고 제가 앞으로 만들 것들에게도 그럴 것이다) 자신이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없는 환경에서 미묘한 신호들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하는 데서 오는 두려움은 항상 저에게 매우 강력했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이건 게임의 메카닉의 직접적인 결과로서의 이점이 있는데, 가장 효과적인 공포 게임은 공포가 공간이나 스토리에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규칙과 밀접하게 얽혀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QTE 같은 방식을 사용하지 않았다.
Q. 이 게임은 비디오를 재생하거나 정지하고, 일시정지하고 다시 재생하면서 진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게임 속 ‘알파' 와 ‘베타'는 이 비디오 속에 있지 않은 것 같다.
게임 속에서 비디오를 멈추면, 우리는 그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동시에 그들에게서 숨기 위해서 비디오 재생을 멈추는 방식은 마치 그들이 비디오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 게임은 이렇게 비디오와 현실 사이에서 아주 미묘한 느낌을 주고 있는데, 게임 속의 비디오와 게임 월드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셨는지?
A. 사실은 이 게임을 만들 때 크리처들과 비디오의 관계에 대해서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다. 저는 보통 코어 메카닉을 정해서 그걸로 게임을 만들기 시작하고, 그 메카닉에 이야기나 환경 등의 살을 붙여나가는 편인데, 이 게임은 48시간 게임 잼에서 만들다보니 실제로 이 크리처들이 게임 속 세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아마 게임의 정식 버전을 출시하게 되면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봐야할거 같다.
Q. 그래서 ‘알파'와 ‘베타'는 대체 어떤 존재인가? 그들이 게임에 실제로 등장하는 시간은 매우 짧아서 플레이어들이 그들이 무엇인지 알아채기 어려웠다. 그리고 비디오 속에 나오는 먹이는 딱히 음식 같은 비주얼이 아닌 걸로 보여서 이것도 좀 낯선 기분이 들었다. 플레이어가 왜 이들에게 먹이를 줘야 하는건지? 그리고 왜 이들은 지하에 있는것인지? 이 생명체들의 디테일에 대해서 좀 설명해달라.
A. 좋은 질문이지만, 사실은 대답할 게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몬스터들은 이야기에서 시작된게 아니라 메카닉에서 부터 나오게 된 것이다. 그래서 저도 이것들이 게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실제 게임 속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스토리에 대한 모든 결정은 제가 사용할 수 있는 리소스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 크리처들이 지하에 살고, 비디오 로그를 만든 조직이 이들을 계속 여기서 키우는 이유는, 조직에 자금이 부족하고 관리가 안되어서 직원 중 하나가 그들이 집에서 크리쳐들을 키우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는건 아니고 사실 진짜 이유는 이 게임을 위한 비디오를 찍을 만 한 장소가 이 지하실 뿐이었고, 그래서 이 지하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제가 지내는 건물의 이전 세입자가 다행히 지하에 개 사육장을 남겨두고 갔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베타'는 철장 속에 있지 않았을 거다
몬스터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저는 이 친구들을 모델링하고 렌더링 하고 그래서 게임 씬 안에 넣고 싶었지만, 제겐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을 카메라 밖에 있는 것으로 설정했다.
이 게임 잼 중에서 찍은 친구들의 사진 몇 장을 콜라주 해서 점프 스케어 이미지를 만들었다. (게임 잼 기간 중 같은 방을 공유하면서 다른 프로젝트를 하는 재머들이 있었다) 콜라주한 형태의 괴물을 만든 것 역시 제가 이미지 콜라주 작업에 매우 익숙하고, 빨리 해낼 수 있는 방법이어서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이 게임의 VHS 스타일과 매우 잘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게임 속 먹이를 만들 때는, 최대한 역겨운 느낌으로 만드는게 목표였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건 좀 심했던 거 같다. 솔직히 제가 이번에 게임 설명 비디오를 만들 때 그 음식 장면을 보고 싶지 않아서 그 부분을 편집했을 정도로 역겨웠다.
게임 잼의 첫날 밤에 종이 접시를 하나 놓고 그냥 계속해서 먹을 것들을 추가 해서 섞었고, 친구들에게도 계속 뭘 더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당연히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고, 제 기억에 그 접시는 최종적으로 콩, 참치, 딸기 잼을 모두 함께 섞은 다음, PAM 쿠킹 스프레이를 아주 두껍게 뿌려서 완성했다. 냄새가 아주 고약했었다.
[인터뷰어: 이경혁, 박수진, 박다흰, 이연우 / 번역: 박선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