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출시된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하 던파 모바일)이 인상적인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던파 모바일>은 출시 전부터 사전 다운로드 120만 건, 사전 캐릭터 생성 110만 건을 기록했으며, 서비스 첫날에는 일일 접속자 수 100만 명을 기록했다. 이러한 론칭 초기 인기를 반영하듯 <던파 모바일>은 출시 5시간 만에 애플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마침내 지난 4월 1일에는 구글 매출 순위표의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던파 모바일>의 초기 흥행과 관련해 3가지 키워드를 뽑아봤다.
# "던파는 던파다"... 전성기 <던파> 모습에 뜨거운 인기
첫째로, 시장에서 <던파> IP의 강력한 힘이 확인된다. 물론 검증된 IP의 재출시라는 측면에서 신선함은 덜하겠지만, 게임이 마켓에서 주목할 만한 시작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유저들은 전성기의 <던파> 모습을 바라왔고, 2022년 크로스 플레이 게임으로 현실이 되었다.
<던파 모바일>은 기존 <던파> 유저들은 물론, 과거 <던파>에 긍정적인 기억을 가진 게이머들도 반응할 만한 게임으로 출시됐다. 게임을 개발한 윤명진 디렉터는 <던파 모바일>이 추구하는 시점에 대해서 "최고 레벨이 60이던 시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2007년 중순 시즌 1 액트(Act) 10에 해당한다.
윤명진 <던파 모바일> 총괄 디렉터
참고로 이 게임은 현지 사정에 따라서 중국에서 출시되지 못했다. 그리고 현재 한국판 <던파 모바일>에서 중국어 닉네임, 혹은 알파벳으로 옮겨쓴 중국어 닉네임을 가진 유저를 자주 만날 수 있다. 지금의 <던파 모바일> 유행에는 VPN 서비스를 이용해 게임에 접속한 중국 게이머의 수치가 일정 부분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PC 버전 기준, <던파>는 2005년 출시된 게임이다. 현재 모바일 마켓에서 높은 매출을 구가 중인 <리니지>의 경우 첫 출시가 1998년이다. 시장에서 평균적으로 <던파> 유저층이 <리니지> 유저층보다 젊다고 여겨지는데, 2022년 <던파> 유저들이 모바일 RPG에서 높은 구매력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물론, 이에 대한 분석을 더 깊이 하기 위해서는 Data.ai 같은 데이터 기업들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봐야 할 듯하다.
<던파 모바일>이 양대 마켓 매출 1위를 한 모습 (출처: 모바일인덱스)
# 인던 입장 MORPG의 매출 1위
일각에서는 <던파 모바일>을 MMORPG로 부르고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 게임은 MORPG에 가깝다.
최근까지 모바일 시장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했던 것은 MO 보다는 MMO 쪽이었다. 모바일에서는 MO보다는 ARPG로 더 자주 불리어온 편이다. 그리고 우리는 <던파 모바일>로 플레이어 한 명의 액션성이 강조된 MORPG가 여러 사람이 모여 조직적으로 플레이하는 MMORPG 이상의 매출 지표를 그리는 모습을 확인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던파 모바일>은 자동 사냥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던파 모바일>은 인스턴스 던전(인던) 입장 형식의 MORPG다. 대규모(Massively) 환경은 '헨돈마이어' 같은 마을(비전투구역)에만 설정되어있고, 전투는 방에 입장해 한 명이나 소수의 파티원끼리 즐기게 되어있다. 게임에는 <리니지>, 또는 '리니지 라이크' 게임이 보여온 대규모 공성전, 특정 길드(혈맹, 그룹)의 서버 통제, 이권 다툼이 없거나 그 존재감이 희미하다. <던파 모바일>은 그간 모바일에서 흥행을 보증했던, 대규모 인원의 사회적 움직임이 부각되는 게임이 아니다.
현재 게임에는 조작의 용이를 위해서 포션 자동 소비 같은 전투 보조 기능만 들어있을 뿐, 특유의 콤보 플레이는 오직 직접 입력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터치는 터치대로 키보드 입력은 입력대로 작동한다. <던파 모바일>은 모바일게임이지만, 수동 전투만을 지원한다. 상위 던전 클리어를 위해서는 '손 컨트롤'이 잘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렇다면 <던파> 유료 상점은 무엇을 판매하고 있을까?
게임의 유료 제화 1 '세라'는 우리 돈 1원과 같은 비율을 가지고 있다. 상점에서는 인게임 재화 '테라'와 상자를 열 수 있는 열쇠가 들어있는 패키지가 전면 배치됐다. 또 강화, 합성 확률을 올려주는 '촉매제'가 눈에 띄지만, 일 구매 제한 개수가 있다. <던파 모바일> BM의 무게는 레어 아바타(레압) 세트와 펫에 해당하는 크리처 쪽에 포커싱이 맞춰진 인상이다. 모두 원작에서 구현됐던 모델이므로 거부감은 상대적으로 덜한 느낌이다.
더불어 <던파 모바일>은 경매장을 통해 유저 간 거래를 지원한다. 귀속되지 않은 아이템을 판매하여 인게임 플레이만으로도 아바타 세트를 맞출 길이 열려있다. 경험치 추가, 상위 스킬 습득 가능 등의 옵션이 부여된 계약 기능은 빠른 성장을 원하는 유저들에게 선택할 만하다.
미망의 탑(미탑)과 같은 고위 던전 공략을 위한 항마력(전투력) 성장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는 아바타, 크리처, 계약 등을 구매하는 편이 용이하다. 그러나 ▲ 전투력 측정 데이터가 항마력으로 하나이며 ▲ 직접 컨트롤이 필수적이고 ▲ 경매장에서 재화를 수급할 수 있으며 ▲ 길드, 서버 이권 경쟁이 MMORPG에 비하면 높지 않기 때문에 과금이 필수적으로 제시되는 모델은 아니다.
<던파 모바일>의 경매장
# 눈으로 보이는 지표 말고 또 있다?
끝으로 <던파 모바일>의 현재 매출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로 구글과 애플의 스토어에 반영되지 않는 매출 데이터다. 넥슨의 이번 시도는 앞으로 국내 게임 업계의 동향을 관찰하는 데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 될지도 모른다.
이 게임은 PC 빌드에서 결제를 하려면 자동으로 브라우저를 연결한다. 유저는 팝업 창에서 일반적인 e커머스를 이용하듯이 토스, 카카오페이, 휴대폰, 문화상품권 등을 이용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발생한 결제는 당연하게도 구글, 애플 차트에서 나타나지 않는다. <던파 모바일>에는 양대마켓 차트 이외에 플러스 알파(+@)가 존재하는 셈이다. (<던파 모바일>이 PC방 인기 게임 20위권에 안착한 것도 유사한 맥락에 있다.)
이렇게 PC에서는 브라우저 결제로 연결된다.
엔씨소프트의 크로스 플레이 서비스 '퍼플'에 연동된 게임들은, 마찬가지로 브라우저로 연결해 결제를 진행하지만, 그 시스템은 구글이 제공하는 것을 사용 중이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30%의 수수료를 그대로 내는 셈이다. 녹스, 블루스택 등 에뮬레이터에서 결제를 하려면, PC로 게임을 하다가도 모바일 기기를 따로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넥슨 <던파 모바일>은 국회에서 플랫폼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를 방지하고자 하는 법이 통과된 이후에 출시된 게임이다. 따라서 이러한 제3자 결제 모델을 적용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던파 모바일>이 선보인 모델이 확장된다면, 유저들은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편하게 결제를 할 수 있게 된다. 단적으로 PC에서 게임을 하다가 모바일 기기로 결제를 진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법 통과 이후에도 자체 인앱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기에는 타산이 맞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넥슨은 크로스 플레이를 통해서 플랫폼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 무력화' 시도를 무력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