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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롤드컵에 진출하지 못한 '구거'와 '덕담'을 주목해야하는 이유

산전수전 다겪은 베테랑과 신입 원딜러가 그리는 2021년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이형철(텐더) 2020-10-09 15:03:13

매년 이 맘때쯤이면 팬들은 롤드컵에 참가한 팀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곤 하죠. 하지만 오늘 소개할 주인공은 롤드컵과는 다소 '거리가 먼' 선수들입니다. 바로 올해 처음으로 LCK에 승격한 팀 다이나믹스(이하 다이나믹스)의 바텀을 책임진 '덕담' 서대길과 '구거' 김도엽입니다. 


두 선수에겐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덕담은 2019년 다이나믹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지만, 이내 칠레 프로리그에서 임대 생활을 보낸 뒤 다시 친정으로 돌아와 팀의 승격을 이끌었습니다. 반면 구거는 승강전만 무려 6번이나 경험한 베테랑으로 꼽히죠. 비록 다이나믹스가 롤드컵에 진출하진 못했지만, 한 번쯤 이 '독특한' 바텀 듀오와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고 결심한 이유입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LCK 무대를 밟은 새파란 신입 원딜러 '덕담', 어느덧 베테랑 선수가 된 서포터 '구거'와 함께 다이나믹스 그리고 LCK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와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 "T1과의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디스이즈게임: 얼마 전까지 휴가를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잘 쉬었는지 궁금합니다.

 

구거: 서울에 있는 지인들을 만나기도 하고, 요즘 유행하는 <어몽 어스>도 플레이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원래는 쉴 때도 솔로랭크를 많이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완전히 손 놓고 편하게 쉬어보자는 마음으로 휴식을 취했습니다.

 

덕담: 집에서 친구들 만나고 다른 게임도 하면서 놀았어요. 친구들이 저보고 왜 이렇게 못하냐고 자기가 대신 경기 나가도 되겠다고 핀잔을 주더라고요. (웃음)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라는 독특한 형태로 리그를 경험하셨는데 어떻게 느끼셨나요?

 

구거: 아무래도 관객분들이 계셔야 열기도 달아오르고, 그만큼 선수들도 재미있게 경기에 임할 수 있거든요. 이기면 팬 미팅에서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요. 그런 걸 할 수 없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덕담: LCK 자체가 처음이라... 언택트 리그도 굉장히 낯선 경험이었어요.

 

 

덕담 선수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LCK를 경험했고, 구거 선수는 정말 오래간만에 LCK를 만끽했습니다. 딱 한 단어로 올 시즌에 대한 소회를 표현한다면 어떨까요?

 

구거: '아쉬움'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이길 수 있는 게임이나,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를 내준 경우가 너무 많았어요. 그런 것들만 다 잡았어도 중위권이나 플레이오프까지 갈 수 있었을 텐데 말이에요.

 

 

올 시즌 다이나믹스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도 한 끗 차이로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경우가 잦았습니다. 이 경우, 팀 차원에서 멘탈 관리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구거: 선수들이 대체적으로 밝은 편이에요. 물론 정글에 사는 친구...는 힘들어하긴 하지만요. (웃음) 대부분은 지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밝은 분위기로 시즌을 치른 것 같아요.

 

 

시간을 돌려 승강전으로 돌아가 보죠. 당시 너무나도 해맑았던 덕담 선수와 만감이 교차한 듯한 '쿠잔', '비욘드', '구거' 선수의 대조적인 표정이 아직도 생생한데요.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 부분이 가장 많이 바뀌었나요?

 

구거: 저에 대한 이미지가 워낙에 안 좋아서 그런 걸 좀 바꿔보고 싶었어요. '구거 진짜 못해'라는 반응을 '그래도 뭐 나쁘지 않네' 선까지라도 끌어올리는 게 개인적인 목표였습니다. 조금만 더 잘했으면 그걸 이룰 수 있었는데... 이번 시즌에도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덕담: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뛰던 시절에 비해 챔피언 폭에 있어서 조금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기존에 잘 쓰지 않았던 챔피언을 평균 수준까지는 다룰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만감이 교차했던 승강전 (출처: 라이엇 게임즈)

  

다이나믹스는 생각보다 '빨리' LCK 첫 승을 신고했어요. 당시 상대가 스프링 시즌 플옵에 진출한 KT였음에도 승리를 거뒀는데, 심지어 덕담 선수는 LCK 데뷔전에서 '야스오'를 픽했습니다. 준비된 픽이었나요?

 

덕담: 경기장에서 손 풀고 있는데 감독님께서 야스오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실제로 야스오를 플레이하게 됐죠. (웃음)

 

구거: 시즌 전 스크림이나 연습 과정에서 세나를 포함한 여러 가지 바텀 조합을 시도했었거든요. 야스오도 그중 하나였고요. 개인적으로는 꽤 괜찮은 카드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안 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밴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야스오가 필요한 순간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KT 전에서 그런 상황이 나와서 대길이한테 야스오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고 픽하게 됐죠.

 

덕담: 할 수 없었어도 했어야 했... (웃음)

 

 

그렇다면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무엇인가요? 

 

덕담: 아무래도 T1과의 경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구거: 이긴 경기 중에서는 T1전을 꼽고 싶고, 그 외에는 아프리카와의 경기에서 패한 것도 기억에 남네요.

 

 

사실 다이나믹스와 T1의 경기는 단순한 업셋을 넘어 'T1 파훼법'을 찾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임팩트 있는 경기로 꼽히는데요. 어떤 식으로 밴픽을 준비하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구거: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눈 부분인데요. T1 선수들은 특정 챔피언을 잡으면 아주 특출난 기량을 선보이면서 게임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갑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페이커 선수의 트페, 아지르와 테디 선수의 칼리스타였어요. 그래서 일단 그 챔피언들을 잘라야 그나마 해볼 만하다고 판단해서 밴 했는데, 잘 먹혔던 것 같습니다.

 

 

덕담 선수는 그 경기에서 LCK 첫 번째 POG를 받기도 했잖아요. 당시 경기 막판 바론 둥지 위쪽으로 상대의 추격을 피해 도망갈 때는 좀 아찔했을 것 같기도 해요.

 

덕담: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어느 순간 제가 T1 선수들한테 쫓기고 있더라고요. 위험하다 싶어서 팀원들에게 도와달라고 하고 도망치고 있는데, T1 선수 4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었어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잘하면 여기서 게임 끝낼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잘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다이나믹스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하지만 T1전 이후 다이나믹스는 조금은 '긴 연패'에 빠졌고, 특히 덕담 선수는 엄청난 비난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구거 선수는 주장으로써 덕담 선수에게 어떤 조언을 해줬나요?

 

구거: 대길이는 워낙 성격이 좋은 데다가 근심 걱정도 없는 친구에요. 사람들이 욕을 해도 웃어넘기는 스타일이죠. 그래서 특별히 조언해주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저도 뭐 나이만 많을 뿐이지 모든 선수와 편하게 친구처럼 지내고 있거든요. 덕담 선수가 알아서 잘 넘긴 것 같네요. (웃음)

 

 

보통 신인 선수가 그러한 상황에 놓일 경우 속절없이 무너지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그런데 덕담 선수는 오히려 시즌을 거듭할수록 급격히 폼이 좋아졌어요. 자신감도 넘쳐 보였고요. 한편으로는 '왜 이제야 올라오지'와 같은 아쉬움도 남았을 법한데요?

 

덕담: 뭔가... 여기서 더 져도 상관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경기에 임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연패가 길어지다 보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부담감도 덜해졌달까.

 

 

# 덕담 "담원과 붙어보면 확실히 '스피드'가 느껴진다"

 

LCK 팬들에겐 너무나도 익숙한 '스브스' 배지훈 감독과 첫 번째 LCK를 소화했습니다. 혹시 챌린저스 코리아 시절과 승격 이후, 감독님의 지도 방침에 변화가 있었나요?

 

구거: 감독님께서는 선수단을 강압적으로 리드하시기보다 항상 친한 형처럼 편하게 대해주세요. 그래서 딱히 지도 방침에 있어서는 큰 변화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아요.

 

 

여담이지만, 감독님께서 그렇게 커피를 잘 타신다고 하는데... 드셔보셨나요?

 

덕담: 어... 드립 커피가 아니고 일반 캡슐 커피 머신을 잘 활용하십니다. (웃음)

  

배지훈 감독은 한때 바리스타를 꿈꾼 바 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승강전을 치루기 직전과 시즌을 끝낸 지금, 서로에게서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을 하나씩 꼽아본다면 무엇인가요?

 

덕담: 음... 뭐가 있을까요? 딱히 없는 것 같은데요. 특출나게 변했다고 할 만한 게 없어요. 한결같이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선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겠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롤드컵이 시작됐는데요.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구거: 플레이-인 스테이지는 몇 경기만 챙겨봤어요. 실질적인 롤드컵은 '그룹 스테이지'부터 아니겠습니까. (웃음)

 

덕담: 저는 담원 경기밖에 못 봤어요. (웃음) 징동전은 진짜 같은 선수가 봐도 너무 잘하더라고요.

 


올해 들어 LCK가 공격적인 스타일로 변했다는 이야기가 많아요. 특히 미드 시즌 컵을 기점으로 이런 흐름이 더 가중됐다는 의견도 적지 않죠. 챌린져스 코리아에서 지켜본 LCK와 직접 부딪혀본 LCK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덕담: 사실 처음 LCK에 승격했을 때는 아펠리오스-이즈리얼 구도가 많이 나온 시기라, 후반을 가는 경기도 꽤 많았어요. 그래서 딱히 '빠르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반면 담원이랑 붙을 때는 확실히 느꼈어요. 경기하면서도 '왜 이렇게 빠르지?' 싶더라고요.

 

구거: 저는 메타에 대한 이해도랄까... 그런 부분들이 팀이나 리그별로 달라서 발생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LPL이라서 빠르고 LCK라서 느리다기보다 LPL에서도 특정 팀은 빠르고 느린 것처럼, LCK에서도 팀별로 속도가 다르거든요. 각 팀의 메타 이해도 차이가 그렇게 비춰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좋은 소식이 있었죠. 다이나믹스가 2021 LCK 프랜차이즈 우선 협상 대상에 포함되면서, 프랜차이즈 자격을 얻을 확률이 높아진 상황인데요. 선수로써 어떤 부분을 기대하고 있으신가요?

 

구거: 당장 크게 체감되는 부분은 없지만, 조만간 더 좋은 숙소와 연습실로 옮긴다고 해서 굉장히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덕담: 프랜차이즈가 시행되면 2부 리그가 바뀐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돌아갈지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농심에서는 어떤 부분을 지원해주고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구거: 컵라면이나 음료수 등 기본적인 부분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고 계세요. 원하는 메뉴가 있으면 제공해주시기도 하고​... 덕분에 정말 잘 먹고 있습니다. (웃음) 

  

다이나믹스와 손잡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농심 (출처: 다이나믹스 SNS)

  

 

#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덕담'과 선수 생활을 조금 더 이어가고픈 '구거'에 대하여

 

(덕담에게) 영어 닉네임 대신 '덕담'이라는 다소 생소한 닉네임을 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덕담: 아프리카TV에 이상호 형이랑 듀오를 많이 했었는데요. 당시 많은 분께서 제 본명보다 솔랭 아이디인 '덕담'으로 불러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덕담'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결심했죠.

 

 

프로 생활을 다이나믹스에서 시작하셨지만, 칠레 쪽으로 임대를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팀의 승격과 첫 번째 LCK를 함께 보냈습니다. 한편으로는 '프랜차이즈 스타'의 출발점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칠레로 임대를 떠난 과정이 궁금하네요.

 

덕담: 저는 당시 경기에 거의 뛰지 못하는 후보 선수였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회사 측에서 다른 곳에 갈 생각이 있냐고 물어봐 주셨고, 저는 경기에 뛰고 싶어서 한 번 도전해보겠다고 말씀드렸죠. 칠레 현지 환경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어요. 미드라이너 형이나 감독님도 다 한국분이셨죠. 다만, 음식이 좀 안 맞아서 5키로나 쪘었어요.

 

 

LCK와 비교하면 남미 리그는 어떤가요?

 

덕담: 수준 차이가 좀 있는 편이라서, 하고 싶은 챔피언은 다 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베인'이라던가... (웃음) 아, 마스터 이는 제 의지로 고른 픽이 아니에요! 당시 마스터 이-유미가 스크림에서 꽤 좋은 성적을 거둔 만큼, 실전에서 한번 써보자는 의견이 나와서 고른 건데... 결과는 썩 좋지 못했습니다. (웃음)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신인 선수나 다름없는데, 특별히 롤 모델로 꼽는 선수가 있나요?

 

덕담: 젠지의 '룰러' 박재혁 선수를 닮고 싶어요. 거리 재기도 잘하고, 라인전도 너무 잘하시고... 밸런스 있는 모습을 닮고 싶습니다. 

  

좋은 결과로 연결되지 못했던 '바텀 마스터 이' (출처: 라이엇 게임즈)

 


  

(구거에게) 승강전을 무려 6번이나 경험한 만큼, 올 시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특히 개막전을 승리한 뒤에는 '나에 대한 평가를 바꾸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잖아요.

 

구거: 승강전을 많이 경험한 만큼, 당연히 승격과 강등 과정도 참 많이 겪었어요. 승격할 때마다 이번에는 진짜 잘해야지라고 다짐했지만 잘 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에요. 특히 다른 리그로 떠날 땐 다시는 LCK에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다행히도 올해 다이나믹스와 함께 LCK에 올라왔고 진짜 이번에야말로 잘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저도 어느새 나이가 많이 든 데다가 선수 생활을 할 날이 많이 남은 것도 아니니까요. 다행스러운 건, 저에 대한 팬분들의 인식이 '조금은' 바뀐 것 같아요. 아직 만족할 만한 정도는 아니지만요.

 

 

예전에 콩두에서 활동할 땐 챔피언 폭이 좁았던 걸로 기억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구거: 이 부분에 대해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어요. 당시 많은 분께서 저를 두고 '카르마 원챔'이라고 하셨지만, 사실 그건 제 자의로 고른 픽이 아니에요. 감독님과 선수들이 카르마를 해달라고 한 경우도 많았고, 저희 팀이 운영 부분에서 굉장히 서툰 만큼 일단 카르마를 뽑아놓고 생각하자는 식으로 밴픽이 진행된 경우도 잦았거든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좁은 챔프 폭에 대한 시선이 조금 억울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게이머로써 좋은 기량을 보여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은 사실이지만요.

 

 

그렇다면 올 시즌 다이나믹스에서 세트와 바드 등 다양한 카드를 선보인 건, 챔피언 폭이 넓어졌다기보다 그런 카드를 선보일 기회가 늘어난 거로 봐야겠네요.

 

구거: 솔로랭크에서는 이것저것 다 해보면서 티어를 올리는 편이에요. 그러다가 세트나 판테온 서폿같이 새로운 픽이 나오면 또 그것만 주구장창 파보기도 하죠. 많이 하다 보면 언젠가 쓸 날이 오더라고요. 바드 같은 경우에도 꽂혔던 챔피언 중 하나였는데 어느 순간 주류가 돼있더라고요. 경력이 오래되다 보니까 이런 사이클이 이어진 것 같아요.

 

 

 

인터뷰 과정에서도 느꼈지만, 전략과 밴픽 과정에 대한 관심이 많이 보이는데요.

 

구거: 저는 걱정이 많은 편이라 모든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려고 노력하는 핀이에요. 그리고 하위권 생활을 많이 하다 보니, 밴픽에서 하나가 꼬이면 모두가 패닉에 빠지는 상황이 자주 생기는 걸 경험했어요. 그래서 그 이후로는 어딜가서 생활하던 전략이나 밴픽을 확실히 이해하고 파악하려고 해요. 역으로 감독님께 이런 상황에는 어떻게 하실 건지 여쭤보기도 하죠. 

 

 

프로게이머로써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잖아요. 과거 어린 시절 나진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할 때와 현재 다이나믹스의 주장으로써 경기에 임할 때 느끼는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구거: 제가 나진에 입단했을 때 최고참이 제파, 카인, 쏭 등 유명 선수분들이셨어요. 그때만 해도 뭐랄까... 굉장히 거리가 멀게 느껴졌습니다. 말 붙이기도 힘들고... (웃음) 그런데 지금 제 나이가 딱 그때 형들의 나이에요. 이제야 느끼지만 참 힘들었겠구나 싶습니다.

 

선수 생활이 막바지를 향하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드는 게 사실이에요. 가끔 비슷한 나이의 선수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과연 우리도 감독이나 코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같은 고민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적지 않은 나이에 군입대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고, 계약기간도 올해까지인 만큼 더더욱 생각이 많아질 시기로 보입니다.

 

구거: 이제 막 휴가가 끝난 참이라 아직 소속팀과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진 못했어요. 여러 방면으로 열어두고 생각하고 싶은데... 다른 형들은 무조건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오래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사실 저는 아직 프로게이머로써 이룬 것도 없고, 어딜가서 자랑스럽게 '프로게이머'라는 타이틀을 내세우기도 어려워요. 그래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한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요.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구거: 올 시즌 초반에 기세를 올리다가 갑작스레 미끄러진 것에 대해 팬들께 굉장히 죄송스러운 마음이에요. 다음 시즌에는 꾸준히 잘하는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올 시즌은 경기장에서 팬 분들을 뵐 수 없어서 아쉬웠거든요.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걸 좋아하는 선수가 많은 만큼, 상황이 진정돼서 다시금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덕담: 시즌 막바지 들어 폼이 조금 올라왔다고 생각해요. 그 폼 그대로 유지해서 다음 시즌에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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