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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일리톨의 나라? NO, 이제는 e스포츠의 나라!

‘TIG님, 저를 북유럽 e스포츠 강국이라고 소개해줄래요?’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박성현(체리폭탄) 2020-12-10 15:50:27

‘핀란드가 왜 거기서 튀어나와?’

 

12월 5일 진행된 ‘한-핀 e스포츠 페스티벌’에 대한 기자의 첫 인상이었다. 대회는 주 핀란드 한국 대사관이 주최했다. 한국과 핀란드 게이머가 양국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와 <브롤스타즈>를 함께 했다. 행사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핀란드도 한국 못지않게 게임을 좋아하고, 게임에 대한 시선이 나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던 순간이다. 

 

친선 목적으로 진행된 행사다. ‘e스포츠’하면 떠오르는 LCK나 오버워치 리그처럼 최고의 프로 게이머를 뽑는 대회는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진행에 큰 부담은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궁금증은 여전했다. 왜 대사관은 많고 많은 방법 중에서 e스포츠를 고른 걸까? 그리고 왜 핀란드인가?

 

여태껏 대사관이 주최한 e스포츠 대회는 본 적이 없을 뿐더러, 핀란드 e스포츠에 대해서도 몰랐다. 핀란드 게임 산업은 <클래시 로얄> 개발사 슈퍼셀 덕에 유명세를 얻었다. 그러나 기자를 포함해 독자 여러분 대부분은 핀란드 e스포츠에 대해 금시초문일 거라 생각한다. 머리를 쥐어짜내도 ‘세랄’ 요나 소탈라 선수 정도가 한계다. ‘한국인 VS 한국인’이라 불려온 <스타크래프트 2>를 깨부순 유명한 선수다. 그렇지만 선수 한 명만으로 핀란드 e스포츠를 이해하기엔 역부족이다.

 

혼자 궁금증을 가져봐야 해결되지 않는다. 의문을 풀기 위해 이번 ‘한-핀 e스포츠 페스티벌’ 진행을 맡은 핀란드 e스포츠 회사 FEL에 물었다. “핀란드 사람들 e스포츠 좋아하나요?" /디스이즈게임 박성현 기자 

 

관련기사: 게임으로 외교활동을 한다고? 한국과 핀란드니까!


# 이런 행사는 저희도 처음이에요...

디스이즈게임: 핀란드 e스포츠에 대한 설명에 앞서 FEL이 어떤 단체인지 간략한 소개부터 부탁한다.

 

빌레 자베라넨 (Ville Järveläinen, 콘텐츠 및 커뮤니케이션 총괄): FEL(Finnish Esports League)은 2016년 시작된 e스포츠 전문 기업이다. FEL 대표 유까-페까 부오리넨(Jukka-Pekka Vuorinen)은 핀란드 아이스하키 리그에서 CEO로 활동했으며, 아이스하키 협회에서도 요직을 담당했다. 그 외 FEL 스태프들은 영업, 게임, IT 및 에디팅 업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핀란드 현지 e스포츠 팬과 자원봉사자들도 FEL에 중요한 구성원이다.

 

2016년부터 FEL은 다양한 게임 리그, 토너먼트 및 행사를 진행해 왔다. 핀란드 e스포츠 현장을 전문성을 담아 양질의 엔터테인먼트로 만들어 핀란드 청중들에게 꾸준히 제공이 주목표다.

 

12월 5일 진행된 ‘한-핀 e스포츠 페스티벌’ 중계 모습


FEL에서 운영하는 e스포츠 대회는 어떤 게 있을까?

현재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와 <레인보우 식스 시즈>, 그리고 블리자드와 독점 계약을 맺어 <오버워치> 핀란드 리그를 운영 중이다. 12월에는 라이엇과 함께 <발로란트> 대회를 진행했다. FEL에서 운영하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 리그, ‘CS-liiga’는 핀란드에서 최대 리그로 손꼽힌다. 2016년 처음으로 시작됐고, 전국적으로 3개 티어 그룹으로 나뉘어 수백 개의 팀과 수천 명의 선수가 경쟁한다. 다음 시즌은 아홉 번째 리그가 될 예정이다.

핀란드에서 가장 인기 많은 게임은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다. 하지만 <오버워치>, <리그 오브 레전드>, <도타 2>, <배틀그라운드> 인기도 상당하다. 콘솔 e스포츠 종목으로는 <NHL> 시리즈와 <FIFA>가 가장 큰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다. 


이번 ‘한-핀 e스포츠 페스티벌’ 대회는 주 핀란드 한국 대사관이 주최했다. 이런 대회는 e스포츠에서 처음인 것 같은데, 대회 진행 측에서 어렵지는 않았나? 

대사관과의 협력 사업 추진은 처음이다. 핀란드 e스포츠에서도 사상 최초다. 

그렇지만 진행 결정이 어렵지 않았다. 우리 FEL은 과거에도 모바일게임 e스포츠 행사를 수 차례 기획해봤고 모바일 e스포츠 가능성을 짐작해왔다. 한편으로 행사 현장의 열기와 참가자들의 리액션을 잘 살려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번 행사로 도전에 나설 수 있게 되어 우리에게도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또한 ‘한-핀 e스포츠 페스티벌’ 같은 국제 이벤트는 다양한 국가의 플레이어를 만나고 새로운 것을 배운 좋은 기회였다. 무엇보다 우리는 한국 e스포츠 문화와 전문성에 상당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과 한국 e스포츠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간 좋은 행사였다.

 

# “한국 e스포츠에서 많은 걸 배워가고 싶다"

행사가 성공적으로 끝난 걸 보면 핀란드의 e스포츠 인식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우리의 e스포츠 역사는 상대적으로 짧다. 핀란드 기업들도 이제 막 e스포츠 커뮤니티와 그 가능성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렇다 보니 현재 핀란드 게임업계는 e스포츠를 홍보하기 위해 교육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반면 우리가 느끼기에 한국은 게임과 e스포츠가 사회 문화 전반에 자리 잡아, 국가 단위 스포츠처럼 인식되는 것 같다. 그 덕인지 이번에 대한민국 대사관과 협력에 있어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장애물은 아니었다.


한국 e스포츠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핀란드에서 한국 e스포츠가 어떤 인식인지 좀 더 듣고 싶다.

아무래도 한국 e스포츠의 역사는 우리와 비교할 수 없다. 핀란드 e스포츠 커뮤니티에서는 한국을 가장 열정적이고 전문성 있는 e스포츠 국가라고 인식한다. 반면 핀란드 e스포츠 업계는 시동을 건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한국인들은 게임과 e스포츠가 지닌 가치 더 나아가 e스포츠의 성장 가능성을 잘 알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 e스포츠 관계자 및 팬들과 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많은 걸 배워가고 싶다.

 

 

핀란드 e스포츠 역사가 짧다고 했는데, 그럼 e스포츠 사업 육성을 위해 핀란드 정부나 게임 회사에서 별도 지원 정책이 마련되어 있나?

 

핀란드 교육문화부가 청소년과 청년 진흥 목적으로 ‘핀란드 e스포츠 연맹’에 매년 보조금을 지급해오고 있다. 핀란드 e스포츠 연맹은 e스포츠를 현대인의 취미 및 여가 활동이자 정당한 스포츠 종목 중 하나로서 인정 받고자는 취지로 2010년 설립됐다.

 

핀란드 교육문화부로 e스포츠 관련 교육 프로젝트들이 지원받은 선례가 있다. 그리고 (핀란드도 유럽연합 가입국이다 보니) e스포츠 및 게임 프로젝트 개발 지원 명목으로 유럽연합의 공동 사업 보조금이 핀란드에 일부 할당되기도 한다.

 

 

유럽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이웃 국가와 대항전은 인기가 많은 편인가?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하다.

 

많은 사람이 핀란드 대 스웨덴, 핀란드 대 러시아 스포츠 경기에 열광한다. 특히 아이스하키 국가대항전은 관심이 남다르다. 

 

그러나 e스포츠는 관점이 좀 다른 것 같다. 핀란드 e스포츠 팬들이 핀란드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스하키 국가대항전 정도로 국적을 신경 쓰는 경향은 아니다. 예를 들어, 국제대회에 핀란드 선수가 소속된 팀과 다른 국적의 선수가 경쟁하면 핀란드 선수를 응원한다. 하지만 국가대항전 경기에 대한 관심과 호응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핀란드 개발사가 만든 <클래시 로얄>과 <브롤스타즈>는 전 세계에서도 인기다. 자국 게임의 e스포츠화에 대해 핀란드 내에 관심이 많을 법한데.

 

모바일게임 e스포츠화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슈퍼셀 게임들이 종종 거론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핀란드산 게임’이란 이유만으로 e스포츠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건 아니다. 

 

요지는 게이머들은 ‘어디서 개발되었나’보다 게임의 재미 요소를 더 중요하게 인식한다는 얘기다. <클래시 로얄>과 <브롤스타즈>는 굳이 핀란드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더라도 핀란드에서 인기가 많지 않았을까.

 

슈퍼셀은 자사 게임의 e스포츠화를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핀란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징병제를 택하고 있다. 듣기로 핀란드는 2017년에 프로게이머가 복무 중 훈련을 계속할 수 있게끔 제도를 마련했으며, 심지어 복무 중에도 대회에 나갈 수 있다고 들었다. 이게 사실인가?


2017년부터 핀란드 국방부 스포츠 훈련소(Finnish Defence Forces Sports School)가 e스포츠 선수도 훈련소에 받아들이기로 했다. 훌륭한 성적을 거둔 프로게이머들이, 우수한 성과를 낸 운동 선수와 같은 조건으로 입대가 가능해진 셈이다. 나아가 핀란드 국방부는 e스포츠 선수들이 유사시 소집을 연기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다. 

 

 

# 프로게이머에 대한 인식, 여전히 갈 길이 멀어...

 

그렇다면 핀란드에서 성공한 선수를 뽑으라면 누가 있을까? 한국에서 임요환과 이상혁이 ‘한국 e스포츠의 상징’으로 불리듯, 핀란드에도 그런 선수가 있는지 궁금하다.

 

핀란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 선수 두 명, 그리고 핀란드 선수가 큰 활약을 펼친 <도타 2>를 언급하고 싶다.

 

Aleksi Virolainen - 아이디  ‘Aleksib’은 OG에서 리더로 활약하고 있다. FEL 챔피언십에서 수 차례 우승을 거둔, HAVU의 리더이기도 했다. 현재 핀란드에서 가장 뛰어난 e스포츠 선수라 생각한다.

 

Aleksi Jalli - 아이디 ‘allu’는 ENCE에서 뛰고 있다. 이전에는 <카운터 스트라이크>에서 활동했다. 1992년생인 그는 핀란드에서 오랫동안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프로게이머 중 한 명이다.

 

Jesse Vainikka - ‘JerAx’로 활동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큰 활약을 보인 <도타 2> 프로게이머다. OG에서 오랫동안 활약했고, 2019년에 팀과 선수는 세계 최초로 <도타 2> 국제 대회 2회 챔피언을 달성했다. 아쉽지만 2020년 1월에 <도타 2>에서 은퇴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 프로게이머 ‘allu’ Aleksi Jalli 선수



명단에는 없지만 <스타크래프트 2> ‘세랄’ 선수도 유명할 듯하다. 특히 2019년에는 핀란드 독립기념일에 대통령궁에 초청받은 거로 알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 저녁 시간에 TV 방송에 페이커가 출연한 것과 다름없다. 


그렇다. <스타크래프트 2>의 전설적 인물 Joona Sotala (아이디 ‘Serral’)이 2019년 독립기념일 행사에 초대된 바 있다. 그런데 사실 이건 2번째다. 프로게이머가 대통령궁에 초대된 건 2018년 독립 기념일 때가 최초다. 당시 도타2 프로게이머인 Jesse Vainikka (아이디 ‘JerAx’)와 Topias Taavitsainen (아이디 ‘Topson’)이 e스포츠 선수 사상 처음으로 초청받은 바 있다. 

 

2018년 대통령궁에 초청받은 ‘제락스’ 제시 바이카 (좌) ‘탑슨’ 토피아 스타비차타넨 (우)


 

당시 핀란드 내 반응은 뜨거웠다. 언론사에서 해당 소식을 헤드라인으로 꼽았을 정도다. 핀란드는 매년 12월 6일 독립 기념일마다 ‘올해 핀란드를 빛낸 인물들'과 전쟁 참전용사, 외교인사를 초대해 대통령 내외와 악수를 진행한다. 핀란드 연말을 기념하는 전통적이고 상징적인 행사다. 행사에 초대되는 것은 핀란드 사람에게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다.



이야기를 들으면 한국보다 프로게이머 인식이 더 괜찮아 보이기도 한다. 핀란드 사람들의 e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궁금하다.

(최근 2년간) <도타 2> 국제 대회에서 핀란드 선수들이 보여준 성적 덕분에 'e스포츠'라는 단어조차 익숙하지 않았던 핀란드 사회도 ‘e스포츠가 뭘까’하는 인식이 퍼졌다. 물론 그 뒤에는 여러 핀란드 e스포츠 미디어들의 오랜 노력이 뒷받침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전히 프로게이머는 축구, 아이스하키, 레이싱 선수들에 비해 정당한 스포츠 선수로는 인식되지 못하는 것이 핀란드 현지 실정이다. 핀란드 주류 언론에서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부족하다. FEL 같은 핀란드 e스포츠 업계가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오는 중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핀란드 TV에 e스포츠 소식이 전해지거나, 관련된 콘텐츠도 늘어났다. 특히 핀란드 프로게이머들의 성공 소식은 언론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핀란드 e스포츠 커뮤니티도 점점 성장하는 중이다. 이제는 핀란드 길거리에서 팀 응원용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종종 눈에 띄고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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