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평소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 중 '닥터프렌즈'라는 곳이 있습니다. 세 의사 선생님이 의학정보를 재미있고 쉽게 알려주는 곳이죠. 어느덧 3주년을 맞이했는데, 최근 이분들이 게임 개발에 참여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바로, <헬프미>라는 게임.
<헬프미>는 정신과 의사가 되어 환자를 상담하고 치료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모퉁이뜨개방>이라는 힐링 게임을 개발한 유닉온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기존과 남다른 의학 관련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세 선생님의 니즈가 구체화된 것이라고 하네요. 약 1년 반의 개발을 거쳐 8월 21일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닥터프렌즈 세 선생님은 게임의 전체적인 감수부터 스크립트 작성 등 여러 부분을 참여하셨다고 합니다. 정보적인 측면도 함께 전달하기 위해 대화 과정과와 환자의 반응을 포함한 전반적인 치료 과정과 치료 방법(또는 치료제)까지 실제 정신과 치료에서 오고 갈 법한 것을 담았습니다.
개발에 많은 부분 참여하신 정신건강의학과(정신과) 오진승 선생님은 <헬프미>가 "재미와 정보를 잘 조합한, '닥터프렌즈와 유닉온이었기에 나올 수 있는 게임"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다소 낯설 수 있는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깨고 친근하게 받아들여지기 기대한다고도 밝혔습니다. 닥터프렌즈 세 분과 유닉온 장누리 대표를 만났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Q. 디스이즈게임: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히 소개 부탁 드릴게요.
A. 장누리: 반갑습니다. 힐링과 스토리를 키워드로 게임을 개발하는 유닉온의 장누리 대표입니다. 2020년 1월에 법인이 설립됐고 현재 8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이전에는 개인사업자로 활동했었습니다.
우창윤: 저희는 의학전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닥터프렌즈입니다. 의사, 의학정보가 대중과 더욱 친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해서 최근 3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Q. 장 대표님은 요즘 코로나 때문에 개발에 영향이 제법 있을 거 같아요.
A. 장누리: 선택적 재택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어요. 미팅이 필요할 때는 주로 화상 회의로 만나고 있습니다. <헬프미>와 <모퉁이뜨개방>을 열심히 만들고 있고요.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며 아쉬운 것이 많더라고요. 대면을 할 수 없으니까. 좀 더 많은 분들과 같이 뵈면 좋을텐데...
Q. 개발 관련 미팅도 그렇지만, 인디게임은 오프라인 페스티벌도 중요하잖아요. 게임을 알리기도 하고, 유저 피드백도 받을 수 있고. 그런게 없으니.
A. 장누리: 맞아요. 그래도 어렵게 도움을 받아서 FGT를 진행했고, 거기서 받은 피드백으로 게임을 잘 개발할 수 있었어요.
Q. 닥터프렌즈 선생님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셨나요?
A. 우창윤: 환자분들을 진료하는 업무는 코로나 시국과 무관하게 각자 꾸준히 해왔던 거고요, 그것 외에 '의학 콘텐츠를 잘 하는 팀이 되자'는 목표로 여러 일을 하고 있어요.
진승 선생님은 이번에 선보이는 <헬프미>에 많은 부분 참여했고, 낙준 선생님은 의학정보를 활용해 웹소설가로(필명 한산이가), 저도 의학 관련 학회나 병원 전문가들의 의학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본업인 의사에 유튜브 채널, 그리고 최근에는 게임 개발에도 참여하셨습니다. 이낙준 선생님은 웹소설작가도 하고 계시고. 업무가 상당히 많으신 것 같아요.
A. 이낙준: 늘어나는 일이 있으면 뭐 또 줄어드는 일이 있고... (웃음) 갑자기 막 늘어난게 아니라 서서히 늘어났어요. 억지로 시켜서 하면 힘들텐데 우리가 좋아서 스스로 일을 벌린거기도 하고. 물론 마무리가 아쉬운 일도 생기긴 하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일들이니까.
오진승: 의학에 대한 정보에도 충실하며 재미있게,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었어요. 저희를 포함해 많은 분들이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 플랫폼에서 잘 소개해주셔서 긍정적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수적으로 생각하셨던 분들도 조금씩 함께 해주기도 하시고요. 더 잘해야죠. 학회에서도 워낙 좋은 정보가 많은데, 이게 대중과 만날 기회가 거의 없어요. 그런 창구로 저희가 활용되면 너무 좋죠.
Q. 유닉온은 1월 <모퉁이뜨개방> 출시 이후 곧 일본 출시도 앞두고 있잖아요. <헬프미> 출시도 앞두고 있고. 정신 없으시겠습니다.
A. 장누리: <모퉁이뜨개방>이 다행이 좋은 반응을 얻어 해외 시장에서도 선보일 수 있었어요. '원작 기반 게임 가운데 제일 낫다'는 평도 해주셨고요.
처음에는 순수미술 작가로 그림을 그리면서 게임 개발과 접목해 스토리 게임을 만들었는데, 좀 더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인기 있는 IP를 접목한게 <모퉁이뜨개방> 이었어요. 아직은 시작 단계고 부족한 점이 많다 보니 실수도 있지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모퉁이뜨개방>도 그렇고 <헬프미>도 각각 집중해야 하는 기간이 따로 있긴 했지만, 그래도 굉장히 바빴어요(웃음). 처음 낙준 선생님을 뵈었을 때가 저와 기획자, 개발자까지 포함해 3명이었는데, 슬슬 필요한 인력이 늘어나며 지금은 8명까지 늘어났네요.
오진승: 게임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건 아니지만... <헬프미>를 계기로 게임 개발에 참여만 했는데도 재미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나름 스팀 헤비유저인데, 스팀 플랫폼에 우리 게임도 올라오는 경험을 해보다니! 여러 반응도 올라오니 신기하더라고요.
Q. 유닉온과는 '네이버 작가의 밤'을 통해 만나게 됐다고 들었습니다. 계기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A. 이낙준: 2019년 12월, 코로나가 지금처럼 심해지기 직전이었는데, 그때 네이버에서 소설을 쓰는 분들을 처음 만났어요.
진승 선생님처럼 저도 게임을 정말 좋아해요. '종합예술' 아니겠습니까. 스토리부터 아트, 그래픽, 음악 등 모든 것이 어우러진... 내가 직접 주인공이 되어 그 안에서 직접 상호작용을 할 수 있고.
작성한 소설들이 게임화됐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러긴 쉽지 않고. 그런데 진승 선생님이 저희 채널에서 정신과 상담 게임을 리뷰한 적이 있는데 평이 좋았어요. 자연스럽게 저희끼리 그런 게임을 개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쉽고 간단한 게임은 싫었어요. 개발에 문외한이어서 잘은 모르지만 좀 남달랐으면 하는 건 있었죠. 그러다가 네이버 작가의 밤에서 누리 대표님을 만난거죠. 마침 또 우리가 그리던 그런 게임을 만들기도 하셔서, '이분이랑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처음에는 모바일 게임 정도로 생각했어요. 만들고 싶은 게임에 대한 생각을 전달 드렸더니 컨셉 아트를 자세하게 보내주시더라고요. 생각 이상으로 너무 좋은 퀄리티를 보내주셔서 놀랐어요. 보자마자 '아, 이거 되겠다' 싶었어요(웃음).
장누리: 어우... 감사해요(웃음). 작가의 밤에 갔을 때는 웹소설 삽화 프리랜서 신분이었는데, 저 멀리 낙준 선생님이 보이는 거예요! 속으로 "연예인이다!" 하면서 "어떻게 얘기하지..." 생각하며 조마조마 기회를 엿보고 있었죠(웃음).
그러다가 근처 테이블에서 다른 분과 얘기를 나누시는 것을 들었는데, 마침 게임 개발 관련 얘기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인사드리고 얘기를 드렸죠. 그렇게 함께 개발을 하게 된거고.
우창윤: 사실 그 전까지는 저희가 어디랑 할 지 많이 고민을 했었어요. 그러다가 장누리 대표님을 뵙게 되고 개발해보기로 결정한거죠.
Q. 아, 게임 개발에 대한 논의가 생각보다 꽤 깊게 진행됐네요?
A. 이낙준: 저희끼리는 거의 반년? 논의했었죠. 고민은 했는데... 루트를 모르니, 방법을 모르겠고. 소속사이기도 한 CJ E&M에다가도 얘기를 했는데, 그쪽도 분야는 아니시니 마찬가지였고...
그렇게 고민하다가 그날 그렇게 누리 대표님을 만나게 된거죠. 얘기를 나누고 다른 두 선생님들에게 얘기해서 누리 대표님과 미팅을 하고... 그렇게 진행됐죠.
오진승: 저희가 각자 3명의 캐릭터를 구성해봤어요. 또 창윤 선생님 친누나 분이 작가 활동을 하셨고, 낙준 선생님도 작가 출신이니 자신있었고 했는데...
Q. 했는데...?
A. 이낙준: 저는 그래도 소설도 몇 편 써봤으니 '이건 금방 한다'고 생각했는데, 문법이 아예 다르니까, 와...(웃음). 너무 어렵더라고요.
우창윤: 저희가 쓴 글을 제 누나에게 보여줬더니 "뭘 쓰고 싶어하는 지는 알겠는데, 재미가 없다. 이걸 누가 하겠냐"며 팩폭을 날리더라고요. 너무 현실적이기만 한 거죠. 일상적이고, 밋밋한 느낌. 지루할 만 했어요.
장누리: 사실 그래서 미니게임을 넣었습니다(웃음).
우창윤: 그러다가 저희의 글을 구체화해주실 작가님을 모집하는 글을 올렸어요. 많은 분이 모집해주셨고, 어떤 분이 좀 더 환자를 보는 장면을 감성적으로 표현하셨는지, 게임에 대한 이해도를 가지고 계신지를 보며 선별했죠. 추려서 누리 대표님께 드려서 최종 선택을 해달라고했고요. 다행히 좋은 작가님을 모셔서 저희가 작성한 설정을 잘 만져주셨죠.
Q. 세 선생님은 혹시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이유에 대해 좀 더 얘기를 해주실 수 있나요?
A. 오진승: 뭔가 거대한 수익을 바라고 만든 게임은 아니에요. 저희가 유튜브를 하며 드라마나 영화, 게임 리뷰를 할 때도 있었는게 그때 많은 분이 좋아해주셨어요. 콘텐츠를 만들며 딱딱한 정보전달만 할 게 아니라 재미있게 즐기는 콘텐츠를 하면서도 하나의 메시지를 잘 전달하자는 생각으로 진행했는데 그게 잘 통한 거 같아요.
'게임을 하며 위로를 받았다'거나, "이걸 보며 병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왜 전문가에게 가야 하는지 알게 됐다"는 등 생각보다 반응이 강렬했어요. 물론 <헬프미>가 실제 게임과 다른 부분도 많이 있겠지만, 이걸 하며 정신과를 좀 더 친근하게, 편하게 가볼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했어요.
<헬프미>를 보면 메인 캐릭터 외에 서브 캐릭터들도 등장하거든요. 메인 캐릭터가 저마다 독특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라면, 서브 캐릭터는 흔히 있을 법한 평범한 환자 컨셉이죠. "어 나도 저런 경우인데" 하며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의도들로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했어요.
Q. 장누리 대표님은 제안 받으셨을 때 어땠어요? <모퉁이 뜨개방>과 다른 컨셉이기도 했는데.
A. 장누리: 일단, 순서로 보면 <모퉁이뜨개방>보다 <헬프미>가 먼저 기획되긴 해서, 처리는 그렇게 어렵진 않았던 것 같아요..
돌아보면, 과거 창작 활동을 할 때 가장 많이 생각했던 키워드가 '휴식', '힐링' 같은 거였어요. 나를 돌아보는거. 평소 목표를 세우면 거기를 향해 주력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쉬는 것을 잘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점을 생각하며 '나에게 쉰다는 것은 뭘까'하고 계속 고민했는데, 당시 아마추어 작품 활동을 하며 제가 쓴 스토리에 많은 분이 반응을 보여주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감정을 줄 수 있구나' 하는 신선한 경험을 한 거죠.
그러면서 휴식과 힐링 같은 키워드에 계속 관심을 갖다가 낙준 선생님의 제안을 받고 기쁘게 수락한거고요. <모퉁이뜨개방>도 비슷한 계기였고. 앞으로 유닉온이 개발하는 게임들도 그럴 것 같아요.
Q. 의학을 소재로 한 게임을 여러 가지 생각할 수 있었을텐데요. 세분이 정신과, 내과, 이비인후과 전문의신데, 이중 정신과를 소재로 게임을 개발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오진승: 내과나 이비인후과는 아프면 한 번은 가볼 법하지만, 정신과는 가보지 않은 분도 많고 가기 주저하는 분도 많아요. 그래서 계기를 드렸으면 하는 마음에 저희가 담당하는 세 과 중에 정신과를 해본 거죠.
앞서 창윤 선생님이 의학 관련 콘텐츠를 잘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얘기를 한 것처럼 여러 통로로 대중과 만나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게임으로 좀 더 쉽게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Q. 의사 선생님들이 직접 참여해서 감수 퀄리티도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A. 오진승: 정신과 상담이 굉장히 집중하고 끊임 없이 환자의 반응을 봐야 해요. 생각보다 일상적인 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이 분이 왜 이런 말을 했을까 하는 맥락도 잘 파악해야 하고요.
한정된 시간 내 이분이 필요로 하는 주요 증상이 무엇이고 그거에 따라 망상치료나 우울증 치료, 트라우마 치료를 해야할 지도 생각해야 해요. 검사 경과가 피검사나 엑스레이로 나오는게 아니어서 증상이 좋아지고 있는지 나빠지고 있는지, 환자가 예전에 망상 얘기를 많이 했는데 요즘 덜 하면 이걸 숨기는 건지, 아니면 증상이 옅어진 건지. 끊임 없이 핑퐁을 해야 해요.
환자와 대화할 때도 불쾌하거나 싫어하지 않도록 시기를 잘 선택해야 하죠. 병원에 오지 않는 분도 계시는데, 그럴 때는 '지난 면담 때 뭘 실수했지?'를 계속 생각하게 돼요. 물론 그러면서 새로운 환자도 맞이해야 하고. 그런 점을 가능하면 <헬프미>에 많이 녹여내고 싶었어요.
기획자 분이 저와 그런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과정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도 먼저 얘기 해주기도 하셨고요.
장누리: 저도 작업을 하며 의사가 중간 입장으로 계속 말을 해줘야 한다거나, 신상을 너무 알려줘서는 안된다는 등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됐어요.
오진승: 환자가 힘들다고 해서 무턱대로 '힘내세요!' 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부작용만 낳게 되죠. 신뢰가 쌓이기 전에 섣부르게 농담을 건네면 불쾌해 하시기도 하거든요.
장누리: 아, 환자의 반응을 모두 다른 모습으로 애니메이션을 구성해줘야 하는데, 적게 만들어서 돌려 쓰면 이상하하니까 그 점도 많이 신경 쓴 것 같아요. 가능하면 스크립트에 맞는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싶어서.
Q. 닥터프렌즈 채널을 통해 틈틈이 알리기도 했는데, 오랜 기간 개발하며 개발 과정에 있었던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일화 몇 가지를 알려주신다면.
A. 오진승: 앞서 얘기한 대로 저희가 나루, 루시엘라, 라이건이라는 메인 캐릭터를 하나씩 잡고 스크립트를 썼어요. 여기에 시나리오 작가분이 게임 언어로 바꾸고 캐릭터에 맞는 말투로 바꿔 주셨죠. 이러한 작업을 하다 보니 단어 하나하나가 더 잘 보이더라고요.
제가 정신과 의사가 됐을 때 교수님께 혼나면서 배운 것 중 하나가 "환자와 대화를 할 때 말투 중 '쫌'을 쓰지 말라"는 거였어요. 환자가 공감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면서요. 고치는데 굉장히 많이 노력했는데, 작가분이 봐주신 것을 3~4번 보고 수정했지만 여전히 일부 남아있기도 하더라고요(웃음).
비슷한 늬앙스지만 이렇게 하면 신뢰도가 떨어지거나 오르기도 하고, 첫 주에는 어떤 선택을 했을 때 (신뢰도가) 떨어지지만 마지막 주에 하면 오른다거나. 이런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는데, 그걸 유저가 어떻게 받아들여주실 지 모르겠어요.
이낙준: 스크립트 완성은 제가 먼저 한 것 같은데, 스크립트만 해도 소설책 한 권 정도 분량이 나와요. 그런데 그걸 분기 형태로 가르기 시작하니까... 이건 내 역량을 한참 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창윤: 저희가 작업한 메인 캐릭터가 근본적인 병이나 인격장애가 있다는 설정이 있었는데, 그거에 대한 방어기재를 어떻게 할 지도 생각하며 낙준 선생님이 말한 것처럼 분기를 나눠야 하다 보니...
또, 제가 개발에 참여하면서 PC를 바꾸며 <위쳐3>를 처음 접했는데 거기 보면 대화 선택지가 나오고 선택에 따라 분기가 나뉘잖아요. 그걸 보며 '얘네 장난 아니게 했네?'하며 놀라기도 하고. 심지어 그걸 더빙까지(웃음). 그런걸 하다 보니 다음에 혹시라도 DLC를 업데이트 하면 이런 식으로 분기를 나누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Q. 얘기를 대략 들어도 선생님들과 유닉온이 꽤 많은 논의를 했겠다고 예상되네요(웃음).
A. 오진승: 네. 저희는 그렇게 머리를 싸매며 고생하는데, 장누리 대표님이 열정이 되게 많으셨어요. "서브 캐릭터 4개 정도 더 추가하면 어떨까요?" 이러시면서 유닉온에서 직접 서브 캐릭터를 창작하시더라고요. 강박장애, 공황장애 이런 것들로. 스크립트도 다 쓰시고.
이낙준: 특히 개발자분, 정말 '찐'이에요. 미팅할 때마다 느꼈지만, 저희보다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이 생각하시고, 열정도 넘치시고. '좋은 게임으로 나왔으면'하는 마음이 전달되니까.
우창윤: 개발 초기 당시 저희가 이야기한 캐릭터를 이미지로 보여준 때가 있었는데, 이게 상상한 캐릭터가 실제로 나오니까 굉장히 신선했어요. 저마다 매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잘 살려주시고요.
오진승: 유닉온에서 그 캐릭터가 좀 힘드셨을 것 같아요, '나루'. '예술가 느낌이 나면서 공사장에서 일하는 힙한 돼지'라는 의뢰에도 잘 만들어주시고...(웃음)
장누리: 사실 루시엘라와 라이건은 쉬웠습니다. 나루는 집돼지여가지고... 힙한 집돼지요. 거칠고 매력있는 그런 캐릭터로 말씀하셔서... 잘 해주실 거라며 절대적인 믿음을 주셔서... 아무튼 잘 해냈습니다(웃음).
아, 원래 <헬프미>가 저희 첫 게임이 될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스토리 디테일이 깊어지면서 진척도가 더더져 다른 게임을 병행하며 개발하기로 결정했죠. 그렇게 <모퉁이뜨게방>이 나왔고, 결론적으로는 두 게임이 잘 나오게 됐습니다.
Q. 게임 속 병원 외형도 오진승 선생님 병원을 참고하셨다던데?
A. 오진승: 네. 많은 분들이 그렇지만 유닉온 분들이 정신과에 오신 적이 없으셨어요. 저희 병원이 작년 10월에 개원해서 초대를 했죠. 구경도 시켜드릴 겸, 게임 내 배경 제작에 참고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요.
장누리: 실제로 정신과 병원을 검색해보면 어떻게 생겼는지 잘 나오지 않아요. 나오더라도 일반 병원 사진 아니면 폐쇄병동 같은? 그래서 진승 선생님이 초대해주셔서 구석구석 촬영했죠.
Q. <헬프미>의 개발 기간은 대략 얼마나 걸렸을까요?
A. 장누리: 처음 뵌게 2019년 12월이었고 2020년 2월에 첫 미팅을 했어요. 그리고 같은 해 4월부터 진행을 했으니 1년 반 정도 걸렸네요.
Q. 그러고 보니 동물의 외형을 한 캐릭터를 등장시켰는데.
A. 오진승: 지나치게 게임에 몰입하다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우려를 막기 위해서였어요. 물론 치료가 목적인 게임이지만 본인도 덩달아 우울해진다거나, 비슷한 상황인 캐릭터에 의도치 않는 방향으로 몰입하면 안되니까요.
세세한 거를 많이 고민했어요. 캐릭터 표현부터 여러 가지를요. 너무 의학적이면 딱딱할 수 있고, 또 게임이다 보니 게임성도 신경 써야 할거고요. 유닉온에서 그런 부분을 감안해 미니게임도 넣었고요.
Q. 마침, 여쭤보려는 게 게임 내 미니게임입니다. 어떻게 넣게 되셨나요?
A. 장누리: 고민을 많이 한 부분이에요. 의사 입장에서 계속 플레이를 하다가 미니게임을 할 때만 환자 입장으로 바뀌는 형태에요.
사실 개연성 차원에서 의사로 할 수 있을법한 미니게임 아이디어를 여러 가지 찾아봤는데... 다 재미가 없더라고요. 아무래도 게임이다 보니 재미 포기할 수 없어서, 개연성을 낮추더라도 재미를 찾자고 결정, 지금과 같은 흐름으로 가기로 결정했죠.
오진승: 그렇다고 뜬금없이 테트리스를 하거나 하진 않아요. 치매 환자에게 짝맞추기 테스트를 하듯 실제 치료 목적으로 진행되는 게임을 넣었거든요.
Q. 스팀 얼리억세스 출시 이후 8월 21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태입니다. 꾸준히 패치를 진행해왔는데요, 어느 정도 완성됐을까요?
A. 장누리: 저는 99%라고 생각해요. 물론 버그 없는 게임은 없기에, 100%에 가까운 게임으로 만드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Q. 의학을 소재로 한 게임을 떠올려 보면, 매우 캐주얼하거나 혹은 정보 전달에 집중한 기능성 게임 쪽에 많이 집중됐던 것 같습니다. 모호해진 느낌도 들고. <헬프미>를 개발하며 게임의 방향성이나 목적을 어떻게 설정했나요?
A. 오진승: 게임으로 치료를 하는 병원도 제법 많아요. 디지털 치료제라는 느낌으로. 물론 <헬프미>가 그런 쪽은 아니지만, 그래도 게임을 하며 위로를 받았으면, 정신과에 대해서 좀 더 열린 시각으로 바라봤으면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습니다.
너무 왜곡되거나 과장하지 않으려고도 애썼어요. 게임에서 매주마다 선택할 수 있는 환자의 치료제도 다 실제 정신과에서 쓰는 거거든요. 보통 약 치료제만 있는 것이 아니냐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TMS라는 자극치료, 코에 뿌리는 우울증약 에스케타민, 눈동자 운동으로 트라우마를 없애는 EMDR 치료, 최면치료 등 꽤 많아요.
그런 다양한 치료제나 방법을 게임에서도 쉽게 잘 반영하고 싶었고 유닉온도 그런점을 존중해주셨어요. 다 넣기 힘드셨을 수도 있는데 정보와 재미를 잘 고려하시느라 많이 애쓰신 것 같아요.
장누리: 처음 미팅할 때부터 닥터프렌즈의 뜻에 공감해서 개발을 시작한거라, 그래서 더 많이 신경 썼던거 같아요.
오진승: 감히 생각하면 <헬프미>는 유닉온과 닥터프렌즈 아니었으면 나오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정보와 재미 밸런스를 잘 조절한 게임.
Q. 모르는 독자를 위해 <헬프미>의 전체적인 게임 구성에 대해 소개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어떤 콘텐츠들이 들어 있는지 등요.
A. 장누리: 유저는 갓 개원한 정신과 의사가 되어 7명의 환자들과 함께 게임을 진행하게 돼요.
스토리는 분기 형태로 나뉘고, 엔딩이 많은 메인 캐릭터가 3명(닥터프렌즈 세 명이 작업한 캐릭터), 나머지 4명은 미니게임을 포함한 일반 환자 캐릭터고요. 이들은 엔딩이 굿 또는 배드 엔딩 두 가지로 나뉘죠. 환자는 주 단위로 만나게 되는데요, 한 주는 5일로 하루에는 한 명의 환자만 만나게 구성했어요.
병원 로비는 어떤 환자를 얼마나 치료했는지, 미니게임의 클리어 상태에 따라 유명도가 높아져 더 좋은 인테리어로 꾸밀 수도 있어요. 미니게임은 로비의 탁구게임을 포함해 총 5종이고.
Q. 메인 캐릭터는 엔딩이 어느 정도로 다양한가요? 엔딩이라는게 결국 완벽한 치료가 되겠지만, 그 외 어떤 다양한 엔딩이 주어질지.
A. 장누리: 중간에 안나오시게 되는 경우도 배드 엔딩에 속하죠. 그 외 노멀, 굿 엔딩까지 포함해 크게 3개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어요.
게임을 시작할 때 캐릭터마다 난이도를 줘서, 유저가 쉬운 캐릭터부터 차츰 옮겨갈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라이거는 엔딩도 적고 선택에 따라 흐름도 크게 바뀌지 않지만 나루 부터는 초반에 선택을 잘못하면 엔딩을 아예 갈 수 없기도 해요. 루시엘라는 더욱 난이도가 높아지죠.
Q. 그것은, <위쳐3>의 영향이...
A. 우창윤: (웃음). 그쵸. 뭐 살인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Q. 물론 출시 이후에도 각종 패치나 업데이트로 콘텐츠가 추가되겠지만, 현재 <헬프미> 완성도에 대해 아쉬움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좀 더 담았으면 좋았을 내용도 있었을 것 같고요.
A. 장누리: 저는 두 가지 아쉬움이 남는데요, 첫 번째는 미니게임을 좀 더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뜬금 없지 않았으면 좋겠고, 도움은 됐으면 좋겠고. 좀 더 시간이 있었으면 더 고민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다음은 일반 캐릭터의 선택지가 적게 들어간 부분요. 먼저 스토리가 다 나오고 미니게임까지 추가된 뒤 어느 정도 시간이 있어 일반 캐릭터에 참여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선택지를 넣었어요. 마침 FGI 때도 같은 피드백이 있었고. 시간이 남아 넣긴 했는데, 아무래도 메인 캐릭터 보다 선택지가 적어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이낙준: 너무 잘 만들어주셔서... 워낙 기대 이상으로 상향된 버전의 느낌이에요.
우창윤: 저희가 스토리라인을 짜고 거기에서 줄기를 뻗어가는 형태로 구성했는데, 이걸 좀 더 확장해 환자의 숨겨진 스토리도 추가해 복잡도를 추가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위쳐>처럼...(웃음) 아니면 좀 더 구체화시켜서, 무조건 20회차까지 가야 엔딩을 보는게 아니라 선택에 따라 좀 더 짧게 끝나게 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Q. 얼리 억세스 출시 후 현재까지 반응에 대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A. 오진승: 댓글도 너무 긍정적이고, 소셜 미디어나 스트리머 분들도 전반적으로 호응을 보여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큰 사고나 문제 없이 잘 출시되고 있고요.
장누리: 선생님들이 주신 스크립트로 개발을 하고, 각 선택지에 따라 버그가 없는지 계속 테스트를 하다 보니 아무래도 스토리를 통해 받는 감정이 무뎌지는 느낌이었는데, 다행히 '생각 보다 몰입했다'며 좋은 반응을 많이 보여주시더라고요. 치유 받는 느낌이라는 얘기를 보며 오히려 제가 더 치유를 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Q. <헬프미>는 스팀으로 출시됐는데, 모바일로도 충분히 출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타 플랫폼 확장 계획은?
A. 장누리: 모바일로 가는 것은 처음부터 논의하긴 했어요. 어느 정도 반응이 좋으면 고려할 예정인데, 일단 유사 장르 게임들을 벤치마킹해서 처음 목표 가능 판매량을 2만장 정도 잡았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Q. 이번에 정신과를 소재로 했으니... 시리즈 개념으로해서 다른 두 분의 내과, 이비인후과 소재로 한 게임도 차차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
A. 오진승: 다른 분야는 아직 잘 얘기해보질 않았는데, <헬프미>를 해본 주변 정신과 의사들이 소아바미나,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환자 같은 다양한 것도 추가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더라고요. 스토리는 추가하면 되니까. 질환은 다양하니까 반응이 좋으면 그걸 좀 더 소개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Q. 게임을 중독물질로 여기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WHO에서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 코드로 등재하긴 했으나 의료적 치료 방법도 없고, 게임이 그 행위의 원인도 아니라는 비판이 줄곧 이어지는 상황인데요.
A. 오진승: 간단하게 말씀 드리면, 게임 과몰입에 대해서 의학 쪽에서도 여전히 다양한 의견이 나와요. 게임 자체가 문제라는 분도 있고, 게임 이외 다른 근본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고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런 것은 어떤 특정 부분에 선입견을 가지고 표면적으로만 보거나 섣부르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활발히 모두가 열어놓고 정부와 기관, 게임사가 긍정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얘기가 나온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Q. 닥터프렌즈는 최근 채널 3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약 1년만에 구독자 10만 돌파한 채널이 지금은 70만이 넘었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A. 우창윤: 저희도 놀랐어요. '대중과 친해지자'는 소박하지만 원대한 꿈으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많은 분이 좋아해줄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도전을 하게 된 것도 헬프님들의 응원 덕에 가능했고요. 앞으로 계속 새로운 도전 콘텐츠를 만들며 좋은 모습으로 다가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Q. 유닉온은 <모퉁이뜨개방>에 이어 <헬프미>까지 선보였습니다. 향후 어떤 행보를 계획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장누리: 네이버 웹툰 중 얼마 전에 <롤랑롤랑>이라는 웹툰과 계약 돼서 개발이 진행될 것 같습니다. 이외에는 유닉온 구성원이 다들 소설도 한 두번씩 써본 경험도 있고 IP에 대한 해석, 각색에 대한 강점이 있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집중할 것 같아요.
Q. 끝으로<헬프미>가 게임으로서, 의학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으로서 어떤 반응을 얻었으면 하는지 궁금합니다.
A. 오진승: 다소 낯선 장르라 만들면서 고민도 많았습니다. 지금 반응은 좋지만 정식 출시가 되면 더 많은 분의 반응이 나오겠죠. 많은 응원과 격려를 해주시면 저희 처럼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임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저희와 같은 다른 의사 분들이 도전할 수도 있고요. 재미와 의학 정보를 함께 접하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우창윤: 치열하게 고민한 것들이 담긴 게임입니다. 처음이고 새로운 도전이다 보니 부족한 점은 있지만 관심 많이 가져주시고 노력한 점을 잘 살펴주시면 좋겠습니다. 분명 재미있는 게임이라 생각하고요, 인디게임 시장도 더욱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