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이터널 리턴>이 지역에 기반한 8개의 실업 팀이 서로 경쟁을 펼치는 '내셔널 리그'를 시범 개최할 예정이다. 현재 확정된 팀은 대전, 인천, 세종, 부산의 네 팀이다. 나머지 팀도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로스터 구성이 대부분 완료됐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이터널 리턴>의 내셔널 리그는 최근 e스포츠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한 것처럼 느껴졌다. 지역 연고제, 실업팀 위주의 구성, 선수와 팀에게 온전히 수익이 돌아가는 서포트 프로그램까지. 최근 e스포츠가 '지속 가능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가운데, 내셔널 리그는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흐름을 보여 주고 있었다.
최근 정부가 e스포츠 관련한 진흥 계획을 발표하기 전, 게임사 단에서 추진돼 지역 연고 리그가 만들어졌다는 점도 있다. 내셔널 리그는 직접적인 정부 사업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한 때 이용자에게 "대회 할 시간에 게임이나 잘 만들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게임이 불과 몇 년 만에 달라진 성과를 낸 셈이다. 님블뉴런 e스포츠 팀에는 약 3명 정도의 인원만이 있다.
이번 내셔널 리그의 구성 배경과 산업의 트렌드에 대해 님블뉴런 윤서하 e스포츠 팀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님블뉴런 윤서하 e스포츠 팀장
Q.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윤서하 팀장: 님블뉴런에서 e스포츠 팀장을 맡고 있는 윤서하라고 합니다. 2022년 초 합류해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Q. 오래전부터 <이터널 리턴> e스포츠를 총괄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가능성을 보고 합류하셨나요?
A. 일단, 게임을 했을 때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동시 접속자 5만을 달성했던 시절이 지난 후 게임을 처음 접했는데요. 당시 <이터널 리턴>에 많은 이슈가 있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e스포츠 경험이 이 게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마침 제의까지 받아 합류했습니다.
Q. 팀장님이 생각하시는 <이터널 리턴> e스포츠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이터널 리턴>은 배틀로얄과 MOBA가 합쳐진 게임입니다. 이 점이 장점입니다. 배틀로얄 특유의 변수와 MOBA 특유의 짜릿한 한타가 공존하고 있죠.
제가 생각하기에 e스포츠는 이전보다 변수를 더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틀로얄이야말로 변수에 있어 강점을 가진 장르입니다. 팀 대 팀으로 진행되는 게임에서는 경기에 변수를 추가하려면 시스템적으로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배틀로얄에서는 다자 간 경쟁 구도를 가지고 있어 다양한 장면이 나올 수 있고, 상황이 항상 달라집니다. 이 점이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출처: 님블뉴런)
Q. <이터널 리턴>은 올해 지역연고 리그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어떤 배경에서 지역연고 리그에 대한 아이디어가 출발해 현재에 이르렀는지 궁금합니다.
A. 저희가 가진 강점을 잘 활용해 기존 e스포츠와는 다른 시각에서 환경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저희가 지자체와 접점이 많았는데요. 회사가 경기도에 있다 보니 경기콘텐츠진흥원과 협업을 진행하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방 경기장이 있는 지자체는 e스포츠 사업에 관심이 많다 보니 이전부터 교류를 해 왔기도 하고요.
이런 교류를 기반 삼아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고, 최근 e스포츠에서 나오는 키워드가 '지역 연고제'다 보니 문득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가 지자체와 자주 협력을 해 왔고, 기회 하나하나가 소중한 경험이 되기도 했습니다.
게임사가 적극적으로 지역 행사에 참여했던 사례들도 관계자 분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많은 지역에서 참가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지원해 주시려 한 것 같네요. 작년 초부터 구상해 하반기부터 실질적으로 준비해 왔습니다. 보통 지자체가 다음 년도 계획을 하반기에 세우기에 제안을 드려야 했던 시점이었습니다.
공공 기관과 협업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기관이 지켜야 하는 프로세스가 있으니까요. 작년부터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다면 이번 년도 내셔널 리그를 구축하기 쉽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e스포츠 지역연고제에 관한 아젠다가 이야기되고 있는데, 어떤 부분에서 지역연고제가 e스포츠에 메리트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A. 한국의 e스포츠는 이전부터 팀 중심으로 움직여 왔습니다. <스타크래프트> 때부터 이어진 전통이죠. 그렇기에 e스포츠의 지역연고에 관해 의문을 가지신 분들이 많습니다. 과연 e스포츠에 맞는 모델인가 하는 의문이 있죠. 저도 일부는 공감하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프로 구단 피어엑스의 관계자가 "지역연고제를 해서 단 10명의 팬이라도 생겨날 수 있다면 의미가 있다"는 말을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도 비슷합니다. 연고제를 함으로써 그 지역의 사람이 조금이라도 팬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e스포츠의 팬덤은 선수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 응원하는 팀도 바뀝니다. 반대로 지역연고를 통해 유입된 팬이 있다면, 끝까지 그 지역의 팀을 응원할 수 있겠죠. e스포츠에서 제기되는 '팀에 대한 팬덤'이 약하다는 부분을 지역연고제가 보완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7월 12일 전반기 리그를 개막하는 내셔널 리그 (출처: 님블뉴런)
Q. 지역연고 리그를 구성하려면 각 지자체의 협력도 중요한데, 지자체가 어떤 부분을 눈여겨보고 긍정적으로 참가를 검토했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 자제체 분들이 모든 게임에 대해 잘 알 수는 없습니다. 저희 게임은 아직 성장 중인 단계기도 합니다.
크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지역 e스포츠 경기장 운영에 관한 실태조사 보고서입니다. 여기에 <이터널 리턴>에 대해 좋은 말을 남겨 주신 관계자분들이 있는데, 힘이 정말 많이 됐습니다. 이런 공신력 있는 자료가 있다 보니 지역에 가서 저희가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좋았습니다.
물론, 대표적인 e스포츠로 여겨지는 <LoL>이나 <배틀그라운드>와 비교하면 저희가 뒤처지긴 합니다. 그러나 아마추어 대회 기준으로 보면, 저희가 뷰어십이나 관객 유치에 대해서는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었습니다.
지자체 간에도 정보 교류를 굉장히 많이 하는 것으로 압니다. 저희와 협력하신 분들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대전 쪽에서 경기를 많이 했다 보니, 대전 진흥원 쪽에서 관계자들이 “<이터널 리턴> 팬들이 정말 질서를 잘 지킨다”라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Q. 그러고 보니, <이터널 리턴>은 이전부터 대전에서 대회를 꾸준히 열어 왔습니다. 올해는 대전시의 행사 ‘0시축제’와 연계할 예정이기도 하고요. 대전시와 이야기가 잘 풀려나간 계기는 무엇인가요?
A. 대전 경기장이 배틀로얄 장르 대회를 열기 좋았습니다. 지역 경기장에는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고, 시간이 허락하면 직접 가 봅니다. 대전 경기장을 보고 원형 구조기 때문에 재미있게 대회를 진행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대전에서 대학생 e스포츠 대회를 <이터널 리턴>으로 열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그 때 직접 경기장에 방문하고, 공식 대회를 제안해서 추진됐던 것이 5월 진행된 '2022년 May 이터널 리턴 마스터즈'입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해결된 상황이 아니라 제한된 인원만 입장할 수 있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현장에 와 주셨습니다.
지역경기장의 고민은 '콘텐츠'이기도 합니다. 꾸준히 대회를 유치해야 하죠. 하지만 e스포츠 행사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이 덕분인지 대전과 이야기가 잘 진행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이터널 리턴>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도시가 대전이 된 것 같네요. 관계자 분들도 좋아하십니다. 도시 브랜딩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 주시는 것 같습니다. 대전이 지리상 교통이 편리해 타 지역에서 찾아오기도 좋습니다.
물론, 다른 지역과도 항상 열려 있습니다. 가령 부산에서는 김해공항이 가깝다는 점을 활용해 글로벌 대회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Q. 2024 플레이엑스포에서 진행된 파이널 대회에 지자체 관계자가 다수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반응은 어땠나요?
A. 현장에서 팬 분들의 열기에 굉장히 놀라고 가셨습니다. 선수와도 미팅을 하신 분들이 있고, 그 이후로 선수와 지자체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들 잘 하는 팀을 데려가고 싶어하시더라고요. 파이널 순위도 주의 깊게 보신 것으로 압니다. 계약 단계까지 간 팀이 현재 다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지자체와의 계약이란 것은 결제에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결제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공개하기 어려워 아직 모두 이야기드리진 못했지만, 대부분의 팀이 어떤 선수와 함께할지는 정해진 상황입니다.
Q. 많은 시청자 분들이 지역연고 팀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로스터가 거의 확정된 곳도 몇 군데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언제 쯤 발표를 볼 수 있을까요?
A. 저희가 팀 단에서 자체적인 발표를 하는 것을 막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마 다음 주 정도가 되면 발표되는 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6월 안에는 대부분 발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024 플레이엑스포에서 개최된 결승전 현장 (출처: 님블뉴런)
Q. 실업 리그 형태로 팀을 구성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첫 발표를 보고 걱정이 많았는데, 실업 리그 형태로 진행된다는 것을 보고 안심하기도 했습니다.
프로 팀만으로 리그에 참가할 8개 팀을 구성하는 것은, e스포츠의 위기설이 대두되고 각 팀이 구조조정을 진행한 현재는 어려운 일이니까요.
A. 프로 팀들은 새로운 종목 도전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의 e스포츠에서는 광고비나 스폰서비를 통해 사업적인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없었지만, 최근 대형 게임들은 프랜차이즈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e스포츠를 통해 사업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다 보니 기조가 바뀌었습니다.
기성 스포츠도 그렇고, 팀 운영만으로 사업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고, 관련한 기사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의 관점에서 <이터널 리턴>은 고려 대상이 되기 어렵습니다. 선수를 합숙시키고, 월급을 주고, 연습을 시켜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저희 게임의 시장이 그런 수준의 사업적 가치를 가졌다고 보기는 어려워 검증이 필요하단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실업팀은 다를 수 있습니다. 전업 프로에 비해 금전적인 지원은 확실히 적겠지만, 팀과 선수 모두가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다고 봤습니다. 해외 e스포츠도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TCG 장르가 있죠. 학교를 다니면서도 세계 레벨에서 경쟁하는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카이스트 출신인데, 저에게 1년 선배인 '크라니쉬' 백학준님도 학업과 병행하며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옆나라 일본에서도 본인의 사정에 맞춰 대회에 임하는 선수들이 대다수입니다. FPS 장르에서 유독 그런 경우가 많더라고요. e스포츠의 넥스트 스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마이너한 종목들은 프로 타이틀을 달고 있어도 굉장히 열악한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실태 조사에도 나와 있는 내용입니다. 무리하게 프로의 꿈을 꾸는 것 보다는, 현실적인 단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프로 혹은 프로가 아니다"라는 이분법이 반드시 e스포츠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프로도 있고, 세미 프로도 있고, 조금 더 아마추어에 기운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죠. 이렇게 레벨이 다양하게 나뉘어야 어떤 부분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것이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봅니다.
2023년 e스포츠 실태조사에 등장한 선수 연봉 관련 내용
20세 이상의 응답자 160명 중 57명의 연간 수입이 2,000만 원 미만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는 '최저 시급'마저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Q. 이야기를 들어 보니 실업팀 구성이 현재 e스포츠의 문제점을 일부 해소해 줄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각종 자료를 살펴 보면 e스포츠 선수들은 대부분 진로에 대한 고민이 크니까요. 기존 스포츠와 달리 대학 진학, 실업 리그와 같은 시스템이 없어 직업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도 있습니다.
A. e스포츠를 하다가 그만두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스트리머 전향을 많이 이야기하시지만, 탑급 선수라고 반드시 스트리밍이 잘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 동생도 <배틀그라운드> 선수를 하다가 코치로 전향했는데, 코치로 계속해서 활동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프로게이머는 은퇴 후 다른 진로로 전환하려 해도, 다시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몇 년을 준비해야 하다 보니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실업 리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프로 선수가 은퇴 후, 실업 팀에서 활동하면서 다른 진로를 병행해 준비할 수도 있겠죠. 지금은 프로게이머냐 혹은 일반인이냐라는 구조밖에 나올 수가 없어 어렵습니다.
e스포츠 선수들의 주된 고민 중 하나는 '진로'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Q. 어떻게 보면 해외는 실업팀에서 프로팀으로 e스포츠가 발전해 왔는데, 국내는 먼저 프로화가 된 이후 실업팀 시스템에 관해 논의되는 흐름처럼 보이네요.
A. 아무래도 한국은 엘리트 스포츠에 조금 더 익숙합니다. 어떤 스포츠라도 어렸을 때부터 선수를 목표로 노력하도록 해, 수준 높은 선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익숙하고 당연한 문화라 그런 것 같습니다. 해외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올림픽에서 생업이 있는 사람이 별도로 대회를 준비해서 나오는 케이스가 많기에 문화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실업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e스포츠는 역삼각형 구조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기반은 약하지만 프로 시스템은 굉장히 잘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안정적으로 변화하려면 풀뿌리 단계에서 프로까지 진출할 수 있는 삼각형 구조로의 변화가 필요한 것 같아요.
현재 실업팀 관련해 정부에서도 어느 정도 지원이나 육성을 하겠다는 취지로 정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압니다. 건전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Q. 지역 연고인 만큼, 최근 각 지역에 늘어나고 있는 지방 e스포츠 상설경기장과의 연계를 기대해 볼 법도 합니다. 지방자치단체의 러브콜이 있을 것 같은데요. 지난 공지사항에서도 계획을 바꿔 내셔널 리그 일부 경기는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예정이라 언급하셨습니다.
A. 리그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 주신 지역이 있습니다. 리그에도 참가하는 지역입니다. 올해 같은 경우에는 이미 경기장 대관 일정이 잡혀 있다 보니 그렇게 많지는 않겠지만, 내년부터는 지역에서도 다양하게 내셔널 리그를 진행해 보려는 니즈가 있어 적극 추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이번에 e스포츠만을 위한 신규 수익 모델을 발표하셨습니다. 스팀 수수료를 제외하면 팀에게 수익이 온전히 돌아가는 아이템 패키지와 e스포츠 대회 상금에 포함되는 패키지를 발표하셨죠.
A. 다른 게임의 사례를 많이 참고하고 있습니다. <레인보우 식스 시즈>가 좋은 사례라 생각합니다. 저희도 이런 것들을 만들고 싶었는데 내셔널 리그가 계기가 됐네요.
온전히 팀에게 수익이 돌아가도록 한 이유는, 실질적으로 아이템이 많이 팔려도 팀이 받아가는 것은 얼마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최대한 팀들이 <이터널 리턴>의 성장에 기여한 만큼 금전적으로 보답을 받을 수 있으면 했습니다.
아무래도 분배율이 높다 보니까, 팀 입장에서는 그렇게 많은 수량이 팔리지 않더라도 충분히 유의미한 수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수익은 팀이 좋은 성과를 냈을 때 팬들에게 받는 '인센티브'가 될 수 있어, 성적에 대한 동기부여 역할을 할 것으로도 기대합니다. 참고로 판매되는 이모티콘은 팀에서 직접 디자인합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내부적으로 설득을 많이 했습니다. 저희가 지금 당장은 e스포츠로 무언가를 하기보단 생태계를 키우는 것이 좋다고 봤습니다. e스포츠 팬 분들이 즐길 수 있는 경기를 만들고, 수준 높은 모습이 나오도록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이라 생각했습니다. 당장의 수익보단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봤습니다.
(출처: 님블뉴런)
Q. ‘리그의 자생’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시는 느낌입니다. 최근 e스포츠 분야에서 강조되는 말이기도 하죠. 프로 팀이나 다른 게임의 e스포츠를 겪어 오셨다 보니 과정 속에서 느끼셨던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A.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것이 정답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반이 튼튼해야 합니다. 어제까지 아마추어였던 선수들이 프로로 바뀐다고 해서 의식이나 경기력이 곧바로 달라질 수는 없습니다.
자생과 지속 가능성은 모든 e스포츠 업계인이 생각하는 주제입니다. 여기에 의문을 가지신 분들이 많다 보니, 규모를 키우는 것은 차후의 과제로 하고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도 다른 e스포츠를 경험해 오며 규모가 커지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희생되는 사람들을 봤습니다. 규모는 커져도 팀들의 경제적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안타깝게도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선수들입니다. 이런 모습을 바라지는 않았습니다. 선수들이 불학실한 미래에 인생을 베팅하기보단, 같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바랬습니다.
Q. 이제 일반 참가자도 도전할 수 있는 ‘마스터즈’ 대회와 지역 연고 팀만이 참가하는 ‘내셔널 리그’의 투트랙으로 대회가 진행됩니다. 관심도가 분산될 수 있는데도 이렇게 두 개의 대회 동시 개최를 결정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내셔널 리그는 말씀하신 것처럼, 특정 팀이 선수단을 구성해서 하는 고정된 리그다 보니 폐쇄적인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스터즈는 조건을 맞추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된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니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내셔널 리그는 고정된 팀이 안정적으로 참여하는 리그라면, 마스터즈는 내셔널 리그 팀과 마스터즈에 도전하는 수많은 유망주와 스타들이 같이 경쟁할 수 있기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마스터즈와 같은 대회에서 꾸준히 얼굴을 비추는 새로운 스타 플레이어가 등장한다면 그런 분들이 내셔널 리그에 영입될 수도 있겠죠. 두 대회가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거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마스터즈는 아시아 지역 전체가 참가할 수 있습니다. 본선에 진출하는 해외 팀도 늘어나면 좋겠네요. 항상 예선에 꾸준히 참가하는 해외 팀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두 대회의 지향점이 다르기에, 관심이 분산되기보단 시청자에게 서로 다른 매력의 재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님블뉴런)
Q. 몇몇 스트리머가 대회 참가를 발표하고 본선 진출을 목표로 열심히 연습을 하며 스크림(연습 게임) 과정을 스트리밍하고 있습니다.
A.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개인 방송으로 노출되는 것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시청자 분들이 대회가 없는 기간이라도, e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요소가 되는 것 같아 좋게 보고 있습니다. 플레임이나 피닉스박, 너구리와 같은 분들이 방송을 해 주셔서 많은 분들이 스크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과정을 엿보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대신, 이번 마스터즈 예선은 '불지옥'일 것 같습니다. 쟁쟁한 팀이 예선에서 엄청나게 맞붙을 것 같네요. 참고로 예선은 딜레이를 걸고 개인 스트리밍이 가능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Q. 최근 전 <LoL> 프로게이머 너구리, 로컨, 호잇 선수가 e스포츠에 도전하는 다큐멘터리를 발표하셨습니다. 어떻게 이야기가 나온 것인가요?
A. 세 선수가 이전부터 <이터널 리턴>을 즐겨 하시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로컨 선수는 듀오 대회에 실제로 참가하시기도 했죠. 이야기를 꺼냈던 이유는, 커뮤니티에서 종종 나오는 "협곡 최강의 재능을 가진 사람이 <이터널 리턴>에 오면 어떨까?"와 같은 내용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정말 궁금했거든요. 마침 세 선수 모두 현재 휴식 중으로 알고 있어서 제안을 드렸습니다.
이 멤버라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아서 콘텐츠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대회에 참여하는 다른 분들에게도 신선한 경험이 될 것 같았습니다. 2~4 주 간격으로 콘텐츠가 나올 예정이고, 곧 하나가 나올 것 같습니다.
Q. 그러고 보니 이런 자율 스크림도 선수의 요청에서 출발해 정착된 제도로 알고 있습니다.
A. 이런 배틀로얄 게임이 사실 스크림을 잡기 쉽지 않습니다. 다른 게임에서도 게임사 단에서 별도로 도움을 제공하는 것으로 압니다. 저희 게임이 상위권에서 다인큐가 안 되다 보니 연습 환경 조성에 스크림이 중요한데, 최근에는 사람이 매우 많아서 다행입니다. 자율적으로 잘 진행해 주셔서 항상 감사할 따름입니다.
Q. 게임이 얼리 액세스로 출시됐었기에, 계속해서 게임이 변하며 많은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셨습니다. 룰북도 많이 개정됐고, 게임이 2주 주기의 밸런스 패치에 3개월마다 큰 변화가 오니 이 부분에서도 쉽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A. 맞습니다. 큰 피처가 들어올 때마다 대회에 어떤 영향을 줄 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합니다. 밸런스 패치 같은 경우는 룰적으로 큰 영향을 주진 않지만, 이번에 들어온 날씨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보니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번에는 랭크와 동일한 환경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랜덤으로 날씨가 등장하죠. 룰을 고민하던 단계에서는 특정 날씨를 라운드마다 고정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를 했었습니다.
Q. <이터널 리턴>이 생소한 장르다 보니 참고할 레퍼런스도 적어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의 ‘체크포인트 룰’도 많은 변화가 있었죠.
A. 체크포인트 룰의 가장 큰 장점은 마지막 라운드의 승자가 경기 전체의 승자가 된다는 직관적인 부분입니다. 게임이 임시 금지 구역 단계에서 서로 개입이 쉬운 부분이 있다 보니까, 마지막 단계에서 시청자들이 바라는 '깔끔한 엔딩'이 나지 않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임시 금지 구역을 나누고 라운드 총점을 기준으로 판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게임에 시스템적인 변화가 있었기에 룰은 한 번 더 변화가 있을 예정입니다. 스크림 등을 살피며 변화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면밀히 봐야 하겠지만, 대회와 스크림은 다른 부분이 있어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라면 빠르게 피드백을 통해 긍정적인 대회 경험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출처: 님블뉴런)
Q. 반대로, e스포츠 대회가 게임 완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도 있었습니다. 대회에서의 피드백에 따라 시스템이 조정되거나 하는 경우도 있었죠.
A. 관전 쪽은 저희가 피드백을 많이 드리고 있습니다. 밸런스와 관련해서는, 이 자리를 빌어 "대회를 위해 밸런스를 조정한다"라는 오해를 풀고 싶네요. 저희가 개발팀과 소통하는 부분은 주로 시스템과 관전에 대한 개선입니다. 대회의 시청 경험에 중요한 것들 위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Q. 그러고 보니 임시 금지 구역 패치는 마스터즈 시즌 2 결승전이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죠.
A. 개발팀 분들이 파이널 당시 결과를 조금 무겁게 받아들이신 것 같습니다. 임시 금지 구역의 문제는 항상 인지하고 논의하던 부분이었지만, 시즌 2 당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기에 빠르게 준비된 것 같습니다.
Q. 게임이 어려울 때도 있었습니다. “대회 열 시간에 게임에 더 집중해라”라는 말도 있었죠. 그러나 이제 e스포츠는 <이터널 리턴>과 뗄 수 없는 부분이 됐습니다. 지금까지 꾸준한 성과를 보여 왔기에 내셔널 리그가 구축될 수 있기도 했죠. 님블뉴런이 e스포츠를 포기하지 않고 집중해 온 이유가 궁금합니다.
A. e스포츠는 제가 입사하기 전부터 님블뉴런 측에서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저희 나름의 스타일로 e스포츠를 꾸준히 해 오다 보니 고정 팬층도 나름 생기고, 여러 확장을 할 수 있는 단계가 된 것 같습니다. 항상 즐겨주시는 팬 분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해 온 만큼, 앞으로도 이런 노력은 계속될 것입니다.
<이터널 리턴>은 간담회를 통해 e스포츠에 대한 의지를 적극 피력해 왔다. (출처: 님블뉴런)
Q. 하지만 e스포츠 팀이 3명이다 보니, 하고 싶지만 여력이 없어 아쉬운 일도 많겠습니다. 선수의 데이터가 조금 더 체계화되거나, 각 팀의 매력을 살릴 수 있는 동영상을 제작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A. 꼭 하고 싶은 것들이 있는데, 관전과 관련해 개발팀에 요청한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팀 분들이 워낙 바쁘시다 보니 당장은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주어질 때마다 하나하나 해 나가려 합니다. 선수 데이터도 나름 뽑아낼 수 있는 것들은 디스코드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가공을 해서 방송에 전달해야 하는데, 정말 여력이 안 나네요. 추후 여력이 생긴다면 꼭 해보겠습니다.
Q. 오프라인 행사 담당에 대회 디스코드에서의 문의도 전부 체크하셔야 하니 정말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실 것 같습니다.
A. 항상 문의가 오다 보니 다른 일을 하다가 짬을 내서 답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상 최대한 빨리 답변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요. 가끔 저희가 늦게 보거나 답변이 늦어지면 정말로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그래도 저희가 담당해야 하는 일이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분담해서 잘 진행하고자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그만큼 어려운 일도 많았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A. 아무래도 정식 오픈 당시가 가장 힘들었죠. 약간의 잠과 업무의 반복이었습니다. 2023년 7월 20일이 정식 출시일이었는데요. 오픈을 위해 게임 서비스가 3일 정도 중단될 때 저희가 방송으로 콘텐츠를 채워야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우주로 윌슨'과 선수들의 토크쇼 등이 있었습니다. 대회와 별도로 3일 간 보여야 하는 콘텐츠다 보니 잠도 못 자고 편집했습니다. 오픈 후에는 시즌 파이널도 있어서, 1주일 안에 방송을 준비하다가 거의 죽을 뻔 했네요.
가장 반응이 좋았던 '우주로 윌슨'이 정말 도전적인 콘텐츠였습니다. 실패한 케이스가 굉장히 많거든요. 고도가 높아지면 온도가 낮아지다 보니 기기가 오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행히 풍선이 터지고 떨어지는 과정이 모두 카메라에 담겨서 즐겁게 편집했었습니다. 노래 플레이리스트도 제가 짰는데, 좋은 반응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했었네요.
게임의 흥행에 대한 염원을 담아, 윌슨 인형을 우주로 날려보낸 '우주로 윌슨' 콘텐츠 (출처: 님블뉴런)
Q. e스포츠는 보는 재미도 중요합니다. 이번 플레이엑스포 현장에 가 보니 한 팀이 탈락하거나, 중요 오브젝트가 처차되면 전광판에 별도의 연출이 나오는 것이 흥미로웠네요. 이 부분에 대한 추가적인 계획이 혹시 있으실까요?
A. 저희가 시즌 파이널 때마다 가져가려 하는 연출입니다. 게임을 잘 몰라도 팀의 탈락이나 오브젝트 처치를 대회 현장에서 보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만들었습니다. 잘 모르는 사람도 적응하게 되는 가이드가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부가적인 연출은 항상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나중에는 선수석에 별도의 조명을 설치해, 탈락하면 어두워지는 직관적인 연출도 생각하고 있네요. 하지만 정말로 여력이 나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무대 연출이란 것이 비용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크거든요.
Q. 마지막으로, <이터널 리턴> e스포츠 열성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이번 주 예선을 시작으로 마스터즈 시즌 4가 시작됩니다. 7월 이후에는 내셔널 리그가 시작합니다. 시청자 분들이 대회와 선수의 개인 스트리밍을 모두 챙겨봐 주시기에 항상 열정을 느끼고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희도 앞으로 시청자 분들이 대회에서 즐거운 경험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립니다.
(출처: 님블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