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스타 2018에 출전한 개발사 넥슨은 총 14개의 신작 게임을 선보였다. <드래곤 하운드>나 <트라하>처럼 규모가 큰 게임 사이에서 오히려 '작은 게임' 2개가 눈에 띄었다. 네오플의 '스튜디오 42'에서 제작한 게임 <데이브>와 <네 개의 탑>이다.
두 게임은 화려한 연출이 있거나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는 게임이 아니다. <데이브>는 도트 그래픽으로 구현된 넓은 바닷속 생태계를 탐험하는 게임이고, <네 개의 탑>은 흥미로운 스토리를 배경으로 네 개의 탑을 퍼즐을 풀어 나가며 오르는 게임이다.
스튜디오 42는 왜 이렇게 '작은' 게임을 만들었을까? 네오플 황재호 디렉터와의 공동 인터뷰를 통해 직접 이야기를 들어 봤다. /디스이즈게임 박수민 기자
네오플 황재호 디렉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인디게임을 통해 지스타에 오게 됐다. 두 게임(데이브, 네 개의 탑)은 각각 어떤 컨셉으로 개발됐나?
황재호 디렉터: <데이브>는 넓고 깊은 바다의 매력을 살리고자 한 게임이다. 바다의 속성은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유저에게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네 개의 탑>은 '탑'의 매력적인 요소를 살리고자 했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간다는 탑의 속성은 자연스럽게 '스테이지'개념을 녹여 내기도 좋고, 꼭대기에 올라서 보는 풍경이 유저에게 달성감과 자극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두 게임 모두 표현이 중요한 게임이었고, 그만큼 어려운 도전이었다. 그래서 아트 스타일에 많이 투자했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데이브>는 다큐멘터리 채널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제휴해 함께 만든 게임이다. 어떤 과정을 거쳐 제휴를 할 수 있었나?
먼저, 바다에 대한 게임을 만들고 있었다. 그 와중에 개발중인 게임을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보여줄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내셔널 지오그래픽 쪽에서 마음에 들어 하더라.
본래 <데이브>는 조금 더 액티브한 게임이었다. 제휴를 하고 난 후에는 평화로운 분위기로 많이 바뀌었다. 그래도 기존에 있었던 액티브를 작살이나 카메라 기믹으로 잘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측에서도 마음에 들어 하고.
내셔널 지오그래픽 쪽에서는 해양 생태계에 대한 자료를 제공해 주고, 우리는 그 자료를 바탕으로 게임을 만들어 나가는 식으로 작업하고 있다.
<데이브>는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협업해 만들어졌다. (사진 출처: 내셔널 지오그래픽)
<데이브>는 넓게 뚫린 바다를 탐험하는 게임이다. 때문에 넓은 필드를 구석구석 탐험하는 재미가 중요할 것 같다. 시연 버전은 다소 작은 느낌이었는데, 출시 과정에서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가?
시연 버전은 작게 설정된 버전이다. 정식 론칭 때에는 훨씬 큰 바다가 준비될 예정이다. 스토리 또한, 시연 버전에서는 그리스의 바다에서만 할 수 있었지만 이후에는 동남아, 극지방 등 다양한 바다와 그에 맞는 생태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추가적으로, 바닷속이라는 특성 때문에 산소를 보충하기 위해 바다에서 나오는 등 플레이 흐름이 끊기고 동선이 반복되는 상황이 연출된다. 때문에 유저가 피곤함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런 것을 줄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바닷속 산소 이야기를 했는데, <데이브>에는 사실 게임적 허용이 꽤 많이 들어가 있다고 느꼈다. 상승 과정에서 감압을 하지 않는다던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는 이러한 게임적 허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고맙게도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그런 부분을 많이 이해해 줬다. 질문에서 감압 이야기를 했는데, 내셔널 지오그래픽도 이를 이야기했다. 5미터 상승 시 마다 일정 시간동안 같은 수심에서 머물러야 하는데, 이것까지 게임 속에 구현하면 게임에서 큰 피로감이 된다. 따라서 이런 것들을 게임적 허용으로 제외하자고 제안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그런 게임적 허용에 대해 많이 동의해 줬다. 다만, 컷씬이나 텍스트를 통해 게임적 허용으로 생략된 부분을 충분히 언급해 줬으면 하더라. 그래서 그런 부분도 놓치지 않고 구현하고 있다.
<데이브>의 경우 스팀 플랫폼에 출시하면 좋은 호응을 얻을 것 같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하고 싶다. 다만 회사와 조율을 해야 한다. 스팀 플랫폼에 도전 자체는 해 보고 싶다. 글로벌 플랫폼이기 때문에, 우리처럼 '작고 단단한', 수요층이 있는 게임들이 진출하기 좋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이루고 싶은 꿈이다.
'바닷속 미지의 공간'이라는 배경에도 불구하고, 액션은 '작살'과 '사진'밖에 없다. 조금 심심한 느낌인데.
앞으로 다양한 기믹을 추가할 예정이다. 심해로 들어간다든지, 남극 바다로 간다든지. 다만 작살과 사진이 메인 액션인 건 변함없다. 대상 오브젝트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다양성을 늘려 나갈 생각이다. 지금도 다양한 기믹을 추가하기 위해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데이브>의 조작이 불편하다. 특히 '사진찍기'가 어려웠는데.
시연 간 많은 분들이 카메라 조작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다. 다들 어렵다 하더라. 좀 더 객관적인 데이터를 얻기 위해, 카메라 조작 성공(그레이트, 배드) 여부 데이터를 취합했다. 의외로 '그레이트'판정을 받은 사람이 60% 정도다. 이를 바탕으로 '허들'이 있긴 하지만, 하다 보면 익숙해 질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처음 사진찍기에서 배드를 받는 것은 부정적인 경험이므로, 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설명을 추가하는 등의 시스템을 넣을 예정이다.
<데이브>의 사진 찍기 미션
<데이브>에서 사진을 찍을 때 재료인 필름이 10장으로 제한돼 있다. 좀 모자란 느낌인데, 이유가 있나?
딱히 이유가 있진 않았다. 다만 장비들을 업그레이드하는 등의 시스템을 통해 필름 갯수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필름 뿐 아니라 산소통 용량 같은 장비들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참고로, 처음에 '사진 찍기'는 그렇게 재미있는 기믹이라 생각하진 않았다. 그런데 반응이 좋더라. 그 반응을 보고 조금 더 깊게 발전시키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브>는 속도, 숫자와 거리가 먼 게임인 듯 하다. 모바일 게임은 유저를 자극할 만한 콘텐츠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유저들 간 우위를 따질 수 있는 콘텐츠나 성장욕구를 자극할 콘텐츠가 있을지?
앞서 언급했던 장비 업그레이드 등 성장 요소는 있다. 이 성장을 통해야만 먼 지역을 갈 수 있기도 하고. 다만 유저들 간 경쟁 요소는 없을 것이다.
다른 물고기는 대미지가 없는데 '곰치'는 대미지 있더라. 이런 공격성을 가진 물고기들만 유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지?
시연 버전에서는 곰치와 해파리가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실제로 사람을 공격하는 생물이지 않나. 이런 부분이 생태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생태계의 고증을 내셔널 지오그래픽에게 많이 도움받고 싶다. 고증을 통해 생태나 행동을 구현하면 꽤 현실감 있지 않을까 한다.
<네 개의 탑> 시연 버전은 첫 번째 탑인 '대지의 탑' 꼭대기 까지였다. 향후 나머지 탑(3개)들은 어떤 컨셉으로 개발될 예정인가?
시연 버전이었던 대지의 탑은 다른 탑에 비해 잔잔하고 일반적이다. 이후 탑들은 물, 불, 바람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 속성에 따른 기믹들이 추가될 것이다. 물의 탑에서는 부력이나 흐르는 물 등의 기믹을, 불의 탑에서는 오브젝트를 태워 길을 만드는 기믹 같은 게 추가될 것이다.
<네 개의 탑>의 난이도가 성인 기준으로 꽤 낮은 것 같았다. 나머지 탑들의 난이도는 순차적으로 올라가게 되나?
사실, 난이도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패릿'을 이용한 교차 플레이 만으로도 유저들이 힘들어할 것이라 생각했다. 여기에 난이도까지 너무 높으면 플레이 스트레스가 심할 것 같았다.
그런데 사내 FGT와 시연을 거치고 나니, 생각보다 다들 쉽게 하는 것 같더라. '그렇다면 난이도를 올리자'고 내부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높은 난이도를 설정하진 않도록 조심할 것이다. <네 개의 탑>은 기본적으로 스토리와 연출이 메인이 되는 게임이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애니메이션 같은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데, 이 때 난이도가 너무 높으면 스토리에 몰입하기 힘들게 되니 조심할 것이다.
<네 개의 탑> 스토리 컷씬
같은 탑이라도 난이도 설정을 다르게 해 높은 난이도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 있는가?
현재 계획은 없다. 다만, 높은 난이도를 원하는 유저가 많다면 추가적으로 고려하도록 하겠다.
<네 개의 탑>의 시연 버전(한 개 타워)은 30분도 채 안돼 클리어할 수 있었다. 따라서 네 개의 탑을 모두 깨는 데 2시간 정도 걸릴 것 같은데, 너무 짧은 건 아닌지?
일단 난이도를 높일 예정이기 때문에 플레이 타임은 2시간 보다 더 늘어날 것이다. '대지의 탑'이 좀 짧게 설정돼 있기도 하고, 나머지 타워가 더 어렵기도 하다. 스토리 상으로도 이후 많은 연출과 반전 등이 들어갈 예정이다. 따라서 2시간 보다는 긴 플레이 타임이 될 것이다. 현재 3~4시간 정도의 플레이 타임을 계획하고 있다.
<네 개의 탑>은 완전 유료 게임으로 출시되나? 아니면 대지의 탑은 무료로 제공되고, 나머지 탑을 추가로 구매하는 형식으로 출시되나?
<네 개의 탑>은 유료로 출시하려고 한다. 다만 아직 출시까지 시간이 남아 있어, 다양한 방식을 고려해 볼 것이다. 일단 부분유료화 과금방식은 제외할 것이다. 스토리 흐름이 중요한 게임인데, 갑자기 '패키지 구매' 같은 게 뜨면 몰입을 깰 수 있으니까.
작년 지스타 간담회에서 <이블팩토리>를 발표하며 '억울한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 말의 의미를 설명해 줄 수 있나.
그 때 했던 말은 재미삼아 한 말이다. 소규모로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개발하면서 소규모 게임이라도 잘 만들면 새로운 시장을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이 가능성을 보고 이번에도 재도전 한 것이다.
'스튜디오 42'의 네 번째 작품이다. 모두 이번 작품 같은 볼륨이 작고 특색있는 느낌의 게임들이다. 스튜디오 42가 이런 게임에 계속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지원을 조금 덜 받아 게임이 작아지더라도 '웰메이드' 게임을 만들고 싶다. '소규모 웰메이드'인 셈이다. 최근 게임계에서 유행하는 것을 쫓지 않고, 기존 것과 달라도 충분히 독창적인 게임을 만들면 충분히 수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블팩토리>로 그걸 어느 정도 증명했다고 생각하고. 이번 작품을 통해서도 이런 '소규모 웰메이드' 작품이 시장성이 있다는 걸 증명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우리 스튜디오의 작업은 기존 넥슨의 게임 제작 작업에 비해 꽤 독특하다. 요새의 트랜드를 쫓지 않고, 투자를 받지 못하더라도 '소규모 웰메이드' 게임을 만들고 싶다. 성과를 낸다면 좀 더 다양한 게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열심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