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나이트> 그냥 서바이벌 슈팅 게임 아님?"
기사가 나간 뒤 커뮤니티 등지에서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 살펴볼 때가 종종 있다. 락스타 게임즈가 <GTA 6>로 <로블록스>와 <포트나이트>처럼 UGC(유저 제작 콘텐츠) 기반의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는 루머를 다룬 기사를 본 국내 게이머들 중엔 "<포나>에 UGC 플랫폼이 있었어?"라는 반응을 보인 경우가 적잖게 있었다. <포트나이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가진 엄청난 인기에 비해, 이 게임의 잠재력이 국내에선 다 알려지지 못했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이용자의 한정된 시간을 두고 벌어지는 싸움에서, 게임의 강력한 경쟁 상대는 다른 게임이 아닌 SNS와 숏폼이다."
게임 업계의 해묵은 주제 중 하나다. '경쟁력 확보'라는 측면에서 서브컬처 모바일게임이나 콘솔 플랫폼의 액션게임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게임의 스케일을 키우고 퀄리티를 높이는 방법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빠르게 충족시켜주는 것도 매우 강력한 방법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게임사들은 이 지점에서 수없이 많은 기회를 놓치고 있다. 칠 가이, 지브리 프로필 사진, 이탈리안 브레인롯 등 전 세계가 동시에 열광한 밈(meme)과 트렌드를, 게임 업계는 기회로 적절히 활용했나 돌아보면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이머들은 자신들이 일상에서 익숙하게 즐긴 밈을 게임으로도 즐기고 싶어한다. 이것은 UGC 플랫폼의 형태로 '놀이터'를 잘 구축한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등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많은 이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창작물을 만드는 '놀이터'를 가진 게임들은,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는 방식부터 근본적으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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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나이트>에선 유저 제작 콘텐츠를 섬(아일랜드)이라 부르고 있다. 말 그대로 콘텐츠의 바다인 셈이다. 무려 19만 개가 넘는 섬 중에는, 에픽게임즈가 만든 공식 콘텐츠도 있고, 유저들이 장르와 주제의 벽을 넘어서며 자유롭게 만든 콘텐츠도 많다.
에픽게임즈의 공식 콘텐츠의 다양성을 먼저 살펴보는 쪽이 유저 콘텐츠를 마주했을 때의 놀라움이 더 크기에, 공식 콘텐츠를 먼저 소개하려 한다.
<포트나이트>하면 모두가 떠올리는 슈팅 배틀로얄 장르도 여러 모드로 세분화되어 있다. '리로드'는 보다 좁은 맵에서 40명이 더 속도감 있게 즐길 수 있는데, 팀원이 살아있을 때 전투에 다시 진입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빌드 제로'는 건설 요소를 제외한 배틀로얄 모드다. '랭크 배틀로얄'은 비슷한 랭크의 플레이어끼리 경쟁할 수 있어 조금 더 쾌적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승패의 단맛과 쓴맛을 보는 슈팅 장르가 취향이 아니라면, '레고 포트나이트 오디세이'가 좋은 대안이다. 레고 스타일의 그래픽 안에서 즐기는 크래프팅 생존 어드벤처 게임으로, 점진적으로 해금되는 제작 콘텐츠를 활용해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고, 마을을 만들어가며 더 넓은 세계의 숨겨진 영역들을 탐험할 수 있다.



'로켓 레이싱'도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다.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를 화려한 그래픽과 속도감으로 즐기면서도, 게임 구동은 매끄럽다. 랭크전도 지원하고, 이러한 에픽의 공식 레이싱 콘텐츠를 활용한 유저 제작 콘텐츠도 꽤 있으니 다양하게 입맛에 맞게 즐길 수 있다.
드리프트와 부스터는 기본이고, 공중으로 점프 또는 비행하는 수직 부스트를 활용해 장애물을 뛰어넘고, 플립 기술을 활용해 벽이나 천장을 타고 달리며 곡예에 가까운 주행도 할 수 있으며, 이런 무브먼트를 적극 활용해 다른 플레이어를 제치고 앞으로 나가는 변수를 만들 수도 있다.


앞서 소개한 '레고 포트나이트 오디세이'도 '레고'와의 협업인 것처럼, 에픽게임즈가 <포트나이트>를 통해 정말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신 적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투자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콘텐츠가 '포트나이트 페스티벌'이 아닐까 싶다. VR챗 같이 함께 즐기는 소셜 공간인 동시에, 각자 악기 세션을 원하는 대로 정해 좋아하는 음악을 같이 합주하며 놀 수 있는 '리듬 게임' 콘텐츠다.
위켄드, 레이디 가가, 빌리 아일리시, 메탈리카, 캐롤 G, 스눕 독, 하츠네 미쿠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시즌 아이콘으로 선정되었으며, 방탄소년단, 싸이, 아리아나 그란데, 라디오헤드 등 여러 아티스트의 곡과 테마가 <포트나이트> 생태계 안에 등장했었다.
인게임에선 '라이브 이벤트'라는 이름으로 대형 콘서트도 개최되는데, 2024년 11월에 열린 '리믹스: 더 피날레'에는 스눕 독, 에미넴 등이 출연해 1,400만 명 이상의 동시 접속자와 300만 명 이상의 온라인 스트리밍 시청자가 해당 콘서트를 관람하기도 했다.



에픽게임즈가 공식적으로 만들어 제공하는 콘텐츠도 이렇게 다양하지만, 유저들이 제작해 함께 플레이하는 콘텐츠들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이다.
서문에서 소개한 것처럼 최근에는 '이탈리안 브레인롯' 캐릭터들을 활용한 콘텐츠가 정말 많이 보였다. 익히 알려져 있듯 생성형 AI로 만든 콘텐츠는 법적인 저작권 보호를 받기 어려워 2차 창작물 또한 더 많이 만들어지는 상태다. 같은 밈을 활용하더라도, 유저들이 이를 풀어내는 방식이 다채로운 것도 눈에 띈다.
'퉁퉁퉁(중략) 사후르'와 '트랄랄레로 트랄랄라'가 싸우면 누가 이길지 선택하는 이상형 월드컵 기반의 콘텐츠로 풀어낸 것에서부터, 캐릭터를 인게임 환경 조형물로 등장시키며 그 세계관에 들어간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방식도 있었다. 기자는 원래도 방탈출 퍼즐 게임 장르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탈리안 브레인롯'으로 만들어진 탈출 게임을 즐겨봤다.


큰 맥락에선 방탈출 게임과 결이 비슷했던 '백룸' 스타일의 유저 제작 콘텐츠도 재밌게 즐겼다. 공포 분위기가 강조된 것도 좋았고, 달리기 스태미너 제한을 둬 괴물이 쫓아올 때 적절한 긴장감을 부여한 것도 좋았다.




PvE 중심의 UGC도 종류가 매우 다양했다. 좀비를 쓰러트리는 방식, 건물에 진입해 적을 소탕하고 물건을 확보하는 방식, 크라켄과 같은 거대한 보스를 다 같이 레이드로 처치하는 방식 등이 있었다.
로그라이크 선택지와 함께 원하는 빌드를 만들어가며 스테이지 및 강력한 보스를 클리어하는 형식의 콘텐츠도 흥미로웠다. 일반적인 게임 플랫폼에서 유료로 구매해 즐기는 패키지 게임에 버금가는 볼륨을 가진 콘텐츠도 적잖게 있었다.




넷플릭스에서 <오징어 게임> 시즌 1, 2가 흥행했을 때, 두 차례 모두 <포트나이트> 안에선 UGC <옥토 게임> 1편과 2편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을 아시는가. <오징어 게임>의 분위기와 환경, 작중에서 진행된 게임을 <포트나이트> UGC로 매우 잘 옮겨와 화제가 됐던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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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 게임에서 시작한 <포트나이트>는 이렇게 다양한 콘텐츠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해왔다. 19만 개가 넘는 섬, 에픽게임즈가 매 시즌마다 다양하게 선보이는 여러 컬래버레이션 콘텐츠 중에서 여러분의 취향에 맞는 것도 분명 있으리라.
UGC 생태계의 가능성은 분명 크다. 칠 가이, 이탈리안 브레인롯 등의 밈을 누군가는 별 거 아닌 유치한 것이라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폭넓은 사람들이 특정 콘셉트와 분위기에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활용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3~4주 안에 소진되는 SNS와 숏폼의 트렌드를 게임 콘텐츠로 따라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 UGC 생태계다. 그런 의미에서 <포트나이트>,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처럼 유저들이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놀이터가 마련된 게임들이야 말로, 급변하는 시대에 더더욱 자신들의 저력을 크게 드러낼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도 일부 존재한다. 19만 개나 되는 섬이 있다 보니, 유저 제작 콘텐츠의 퀄리티가 어떤 것은 매우 뛰어나고 어떤 것은 다소 아쉬운 경우가 있었다. 각각의 섬에 대해 활성 유저 수를 표시해주는 기능이나, 괜찮은 섬을 추천해주는 기능도 있긴 했지만, 섬의 큐레이션과 관련된 경험이 더 개선될 필요는 있어 보였다.
또한 <포트나이트>가 서구권을 포함한 해외에서 더 인기가 많아, 국내 정서에 딱 맞아 떨어지는 UGC가 많지 않은 것도 아쉬움 중 하나였다. <옥토 게임>처럼 국내 유저들에게도 친숙한 콘셉트도 있는가 하면, 일부 해외 UGC 중에선 게임의 인터페이스에서 제공되는 언어는 한국어로 자동 지원된다.
하지만, 인게임 그래픽으로 마주치는 언어가 일본어, 영어인 경우도 있고, 해외 정서에 더 어울리는 환경을 가진 사례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장르, 콘셉트, 캐릭터를 망라하는 수많은 콘텐츠를 <포트나이트>라는 게임 하나에 접속하는 것만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엄청난 장점이다.
또한 퀄리티가 보장되는 에픽게임즈 공식 콘텐츠 또한 한국 유저를 위한 서비스 제공에 열을 올리고 있다. 5월 14일,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 공식 1인칭 5대5 전술 슈팅 게임 '발리스틱'과 '레고 포트나이트 브릭 라이프'를 오는 6월부터 국내 유저들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에픽게임즈 코리아 박성철 대표는 "2009년 에픽게임즈의 첫 해외 지사를 서울에 설립한 이후, 국내 개발자와 플레이어를 위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왔다. 이번 '발리스틱'과 '레고 포트나이트 브릭 라이프' 출시는 <포트나이트> 확장 출시의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국내 크리에이터, 아티스트, 인기 스타들과 함께하는 등 더 많은 것을 선보일 예정"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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