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성공한 IP(지적재산)을 활용해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어려운 점도 많지만, 분명 실보다 득이 많은 작업입니다.”
넥슨 개발 3본부 송하근 파트장은 25일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사례로 알아보는 IP 게임의 득과 실’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IP 게임은 만화나 영화 같이 이미 성공한 콘텐츠를 소재로 활용해서 만든다. 최근 들어 IP 게임은 유명 만화나 애니메이션만이 아니라 이미 성공한 다른 게임까지 활용해서 개발될 정도로 활성화되고 있으며, 이미 원작을 통해 형성된 마니아층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송하근 파트장은 이번 강연에서 모바일·온라인 플랫폼에서 IP를 활용해 개발된 여러 게임들의 사례를 들며 IP 게임 개발의 장점과 단점을 설명했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데브시스터즈에서 개발한 <오븐 브레이크>(최근 카카오톡을 통해 <쿠키런 for kakao>라는 게임명으로 새롭게 출시)는 국내에 앱스토어 게임 카테고리가 열리기 전, 해외 앱스토어에서 먼저 성공한 게임이다.
이 게임은 이른바 ‘생강쿠키 인형’(진저브레드맨)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생강쿠키 인형은 <슈렉> 같은 애니메이션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국내외에서 친숙한 캐릭터이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저작권이 없다.
이렇게 익숙하지만 저작권이 없는 문화 콘텐츠나 캐릭터를 활용하면 IP 게임에 준하는 이득을 누릴 수 있다. 이를 알고 있는 유저들이 쉽게 게임에 접근할 수 있으며, 출시 이후 게임의 확장과 플랫폼 전환도 용이하다.
저작권이 없는 IP를 활용할 때는 조심해야 할 점도 분명 있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게임성과 IP의 시너지 효과를 철저하게 계산해서 게임을 구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오븐 브레이크>는 생강쿠키 인형에 어울리는 ‘생강쿠키 인형의 오븐 탈출기’를 구성했다. 이는 생강쿠키 인형이라는 IP에 굉장히 잘 어울리는 게임 콘텐츠였기 때문에 유저들로부터 호응을 받을 수 있었다.
국내외에서 친숙한 생강쿠키 인형을 소재로 한 <쿠키런>. 생강쿠키 인형에 어울리는 콘텐츠를 개발했기에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찾아보면 생강쿠키 인형처럼 저작권자가 없는 유명 IP가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인기 웹툰을 활용한 소셜게임 - <와라 편의점>
뉴에프오에서 개발한 <와라 편의점 소셜게임>은 웹툰 <와라 편의점>을 소재로 사용했다. 원작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게임에 반영한 이 게임은 누적 회원수 60만 명에 네이버 앱스토어에서 <아이러브커피>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게임은 원작의 요소를 잘 살린 덕분에 원작 웹툰을 좋아하는 팬들을 그대로 흡수했고, 이것이 좋은 결과를 끌어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원작 웹툰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나왔을 때, 혹은 애니메이션이 첫 전파를 탔을 때 게임 접속률이 올라갔고, 매출 역시 급상승했다.
송하근 파트장은 “<와라 편의점>은 원작의 팬들을 그대로 흡수했을 때 원작이 성공할수록 게임도 따라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내가 만화 속 주인공이 된다면? - <바람의나라>
지금의 넥슨을 있게 한 MMORPG라고 할 수 있는 <바람의나라>는 김진 작가의 만화 <바람의나라>를 원작으로 한 장수 게임이다.
이 게임은 원작의 이야기에 유저가 ‘주인공’의 역할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비스 초기 원작의 팬들 사이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 물론 당시 기술력으로 인해 마니아들이 생각했던 ‘꿈’과는 다소 거리가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유저가 원작 만화의 이야기에 주인공으로 참여한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을 주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이렇듯 성공한 문화 콘텐츠를 게임으로 개발한다면 원작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자연스러운 홍보수단이 된다는 이점이 있다. 개발팀 입장에서도 시나리오 설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며, 다양한 매체를 통한 시너지 효과 덕분에 수익 증대도 기대해볼 수 있다.
넥슨이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과 현재 개발 중인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 2>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FPS게임 <카운터스트라이크>를 온라인게임으로 새롭게 개발한 것들이다.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은 원작의 게임성을 그대로 이식해오는 동시에 MOD 개발 등 원작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온라인에서 구현했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팀은 시스템 설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으며, 게임성에 대한 사전 검증 또한 명확하다는 이점을 누릴 수 있었다. 이미 만들어진 소스를 적극 활용했기에 개발비용 부담도 줄었고, 이를 즐겨본 마니아층을 자연스럽게 유치할 수 있었다.
실제로 원작의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온 덕분에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은 원작에도 있었던 여러 MOD 중 하나인 ‘좀비 모드’로 대성공을 거두고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2편 역시 완전한 신작에 비해 시스템 설계 단계에서 고민이 덜하고, 고정 유저층 확보와 원작의 이름값만으로도 이미 좋은 홍보 수단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개발에 대한 부담을 더는 만큼 서비스를 위해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송하근 파트장은 “물론 IP 게임 개발이 무조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원작의 시스템을 그대로 가지고 와야 한다는 점은 다시 말해 시스템을 크게 변경할 수 없다는 점을 의미하며, 과도하게 수정하면 마니아층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위험도 존재한다. 또한 원작자와의 협의 절차가 복잡하고 마니아들이 원하는 서비스 방향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어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다만 그렇다고 해서 원작 게임의 유저들을 무조건 만족시키는 것은 정답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만약 유명 IP를 활용해서 게임을 개발한다면, 충분히 시간을 투자해서 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좋다. 어쨌든 여러 가지 면에서 매력이 많은, 실보다 득이 더 많은 작업인 것은 분명하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반면, 이와 같은 어려움도 존재한다.
IP 게임은 분명 원작을 즐긴 마니아들이 굉장히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니아들만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게임을 개발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충분히 시간을 투자해 모든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