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킨텍스에서 나흘간 열린 플레이엑스포 2024가 지난 26일 마무리됐다.
이번 행사에서는 운영 측면의 두드러지는 변화가 몇 가지 눈에 띄었다. 먼저 전시 장소를 기존 2전시장에서 1전시장 3, 4, 5홀로 옮기면서 대화역과 가까워졌고, 그 결과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걷는 구간이 줄어들어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다. 또한 사전 등록자들에 한해 팔찌 대신 QR코드로 입장권을 대체하면서 편의성 증진과 쓰레기 줄이기를 동시에 노렸다.
외부 출입문에서 전시장 입구로 이어지는 경로에 차단선을 설치하는 등 동선 관리에 신경 쓴 점도 눈에 띈다. 입장 행렬과 홀 외부 방문객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안전요원을 배치, 일종의 ‘건널목’을 운영하기도 했다. 전시장 내 일회용 용기 반입을 금지하고 푸드코트 내에서 다회용 용기를 사용하도록 한 정책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다회용기 사용 정책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일부 참가사들의 전시 방법에서도 두드러지는 변화가 있었다. 행사의 첫 이틀(목, 금요일) 동안 B2B 관으로 운영되던 구역을 행사 후반부(금, 토요일)에 나머지 구역과 통합, B2C 전시를 이어 나갈 수 있게 한 것.
참가사들 입장에서는 B2B 참여와 B2C 참여를 하나의 부스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이론상 긍적적인 제도였다. 이 제도를 따르면 인력 배치와 부스 세팅의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플레이엑스포 측 역시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고 주말 간 더 많은 B2C 부스를 확보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실제로 행사 현장에서 만난 B2B/B2C 부스 참가자 사이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겸용 부스’가 일반 B2C 부스만큼의 주목도와 접근성을 가질 것이란 기대와 달리, 실제로는 부스의 디자인과 배치, 안내 미흡 등으로 인해 방문객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게 부족한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날 11시경 B2C 전용 부스(위)와 B2B&C 겸용 부스(아래)를 한 자리에서 좌우로 번갈아 촬영한 사진. 바로 맞붙어 있는 공간이었음에도 디자인과 관람객 밀도 등에서 서로 다른 전시장처럼 보인다.
가장 직관적으로 파악되는 B2B/B2C 겸용 구역의 문제는 부스의 디자인과 배치에서 느껴지는 확연한 ‘구분’이다.
일반 B2C 부스 구역은 공통으로 검은 색조를 사용, 안정감 있는 통일성이 부여되어 있다. 더 나아가 규모 면에서도 B2B보다 현저히 컸고, ‘닌텐도’, ‘반다이남코’ 등 대형 부스, 메인무대, 휴게 공간 등 부대시설과도 공존하면서 접근성과 노출도가 높았다.
B2C 공간이 개장 직후부터 붐볐던 것과 달리, B2B&C 구역은 점심까지 방문자가 많지 않았다. 오후에도 상대적 한산함은 계속됐다.
반면 B2B 관은 전시장의 한구석에 마련된 데다 부스 색상 역시 모두 흰색으로 통일되어 있어 ‘별도 공간’이라는 인상을 굳혔다. 천장에 설치된 구역 안내 배너 역시 다른 구역과 디자인적으로 차이가 컸고, ‘기업 참가부스’ 등 B2B 전시장으로 오인할 만한 구역 명칭이 주말에도 똑같이 내걸려 있었다.
일반적으로 B2C 전시 구역과 성격이 다른 B2B 구역을 시각적으로 구분 짓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도 이러한 디자인적 차별성이 굳이 필요했는지 의문부호가 찍힌다. B2B 전시가 이뤄졌던 첫 이틀 동안 해당 구역은 아예 물리적인 벽으로 B2C 공간과 구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간 구분에 있어 불필요한 '이중 조치'가 이뤄진 셈이다.
B2B 구역의 중앙에 설치된 ‘다목적관’ 및 ‘비즈살롱 메인무대’ 등 시설에 관한 문제도 언급할 만하다. 넓지 않은 B2B관이 이들로 인해 좌우로 양분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목적관 주변에는 키 높이 이상의 격벽까지 둘리면서, 가장 바깥쪽 부스들의 노출도와 접근성이 현저히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또한 ‘다목적관’과 ‘비즈살롱 메인무대’ 모두에서 관객 관심을 끌 만한 행사가 종종 열렸음에도 이에 관한 정보를 확인할 방법이 제한됐고, 이에 따라 관객 유도가 잘되지 못한 지점도 있다. 방문객들에게 나눠준 현장 안내 팸플릿에는 다목적관 행사 스케줄이 표시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존재나 위치마저 나타나 있지 않다.
방문객들에게 나눠준 팸플릿. B2B&C 구역의 부스 구성이나 시설들이 안내되어 있지 않다. 스마트폰으로 QR을 읽어 별도 파일을 다운받아야만 세부사항을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팸플릿 상의 약도에서 B2B 관은 하나의 구역으로 통합되어 있으며, 개별 부스 안내가 없었던 점도 확인된다. 해당 위치에 그려진 QR코드를 통해 B2B 관의 상세 약도를 스마트폰으로 다운받아 확인할 수 있으나, 그러한 사실을 알리는 문구 또한 적혀있지 않다. 노출도 상의 형평성을 문제 삼을 만하다.
상기 언급된 여러 문제점이 종합된 결과, 실제로 현장에선 동일 시간대임에도 양쪽의 평균 방문객 수가 유의미하게 차이 나는 현상이 포착됐다. B2B와 B2C를 연계하여 운영할 수 있다는 설명에 구태여 B2C 전용관을 운영하지 않았을 대다수 인디 개발사에는 난감했을 지점이다. 익명을 희망한 B2B/B2C 참가 기업은 “기대했던 것보다 이쪽에 사람이 몰리지 않는다. 오후가 되면 사정이 낫지만 아쉬웠다”고 밝혔다.
B2B를 B2C로 연계하는 근사한 아이디어가 경험 부족과 그간의 관성으로 인해 충분히 빛을 발휘하지 못한 인상이다. ‘첫술에 배부르랴’는 말처럼, 첫 시도이기에 미처 계산에 넣지 못한 디테일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같은 제도가 후년에도 채택된다면 더욱 완성도 높은 형태로 돌아오길 희망한다. 올해 B2B/B2C관에는 120개 이상 기업이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