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혼란스러운 정국 속, 쏟아지는 정보들 속에서 기자는 우연히 알고리즘의 추천으로 접한 한 정치·시사 관련 유튜브 영상에 시선을 빼앗겼다.
‘장르만 여의도’ 채널은 JTBC에서 운영하는 채널이다. 정치논객들이 패널로 참석해 특정 이슈를 분석하기도 하고, 하나의 쟁점에 두고 현역 여야 국회의원이 나와 토론하기도 한다. 시선을 빼앗긴 것은 패널들의 이야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의 등 뒤로 뜬금없이 <마피아42>의 광고가 게재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치 유튜브와 게임의 만남이라니,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주 소비자층도 맞지 않는 데다가 가족, 연인 사이에도 정치 얘기는 하지 말라는 우리나라에서 게임이 정치와 엮인 사례는 90년대 이후로 종적을 감추지 않았던가. 마치 ‘홍삼캔디 탕후루’를 떠올리게 하는 조합이었다.
정치 유튜브에 광고를 게재한 이유는 무엇이며, 그 효과는 있었을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인터뷰를 제안하자, 개발사는 이에 흔쾌히 동의했다. 지난 6일, <마피아42>의 개발사 팀42의 나성수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유저들의 주 연령층이 10대부터 30대 초반으로 알고 있는데, 정치·시사 유튜브의 소비자층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정치 유튜브에 광고를 게재한 이유가 궁금한데요.
A. 나성수 대표: 해당 채널이 올해로 1년하고 조금 더 된 채널인데, 막 채널이 생긴 초창기부터 저희가 광고를 맡기고 있는데요. 해당 채널 광고는 제가 주도해서 진행했습니다.
광고를 진행한 이유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최근 유튜브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소재 중 하나가 정치라고 생각하는데 이쪽으로 게임 회사들이 마케팅을 거의 안하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여기에도 상당한 바이럴 마케팅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았거든요.
정치·시사 채널들을 보면 한쪽 진영에 치우친 경우가 정말 많은데, 장르만 여의도는 다른 채널에 비해 중립적인 스탠스를 취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셨어요. 저희가 남들이 잘 안 하는 걸 했을 때 좋은 성과를 낸 케이스가 많으니까, 이걸 보면서 우리가 먼저 여기에 광고를 게재해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광고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채널 진행자인 정영진님의 역량도 결정에 큰 이유가 됐습니다. 여러 채널들을 구독자 100만 명 이상까지 성장시킨 분이고, 저희와 미팅했을 때도 여러 지표나 전략들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걸 보고 이 채널도 확실히 성장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정한 것도 있죠.
Q.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 같은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었나요(웃음).
A. 만약 그랬다면 해당 진영에 색채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채널에 광고를 요청했겠죠. 요즘은 오히려 그런 채널들이 더 조회수나 구독자가 높게 나오잖아요. 대신 한 쪽 진영에 치우치면 장기적으로 볼 때 더 큰 회사가 되긴 어렵겠죠. 장르만 여의도 채널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고요.
Q. 처음 광고를 제안했을 때 채널 쪽 반응이 어땠나요?
A.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그래도 광고를 제안하니 많이 좋아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광고 제안이 들어오는 건 당연히 좋은 일이죠. 그런데 보통 이런 정치·시사 채널은 김치나 건강기능식품 같은 것들을 많이 광고하는데, 게임을 광고하면 좀 더 젊고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잖아요. 채널이 지향하는 방향도 그쪽에 맞기도 했고요. 그래서 더 좋아하시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Q. 게임 관련 채널이나 인플루언서를 통한 광고는 안 하시나요?
A.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저희 회사가 큰 회사는 아니니까 예산 분배에 있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필요가 있어서 그런 것이고요. 저희도 다른 회사들처럼 유튜버들을 섭외해서 대회를 연다거나, 공식 크리에이터분들과 함께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고 있습니다.
Q. 혹시 해당 채널 외에 후보에 둔 다른 유튜브 채널은 없었나요?
A. ‘따효니’님과 한 번 꼭 협업하고 싶었어요. 예전에 마작 관련 게임을 바이럴해서 큰 인기를 불어일으키시는 걸 보면서 이 쪽으로 굉장히 능력이 뛰어나다고 느꼈는데요. 작년에 같이 대회 콘텐츠를 진행하면서 목표를 이뤘습니다.
Q. 정영진님도 그렇고 따효니님도 그렇고, 비즈니스 파트너를 선택할 때 굉장히 전략적이시네요.
A. 그런 것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진행한 것도 있습니다(웃음).
지난 해 인챈트와 협업해 스트리머 대회도 진행됐다.
Q. 광고 비용도 궁금한데요.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A. 민감한 내용이라 공개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만족도 측면에서 이야기하자면, 일단 해당 광고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목적으로 진행된 것은 아닙니다.
게임의 유저 수나 매출을 크게 높이는 것이 아니라 <마피아42>라는 이름을 알리기 위한 브랜드 마케팅에 가까운데, 이 부분에서는 비용 대비 꽤 높은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가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것도 브랜드 마케팅의 효과라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저희 게임이 마피아 게임이라 정치와도 관련이 깊잖아요. 게임 속에 민주적인 투표 과정이 나오기도 하고요. 장르만 여의도 채널이 처음에 총선 방송으로 시작됐는데, 그 부분이 저희 게임과 딱 맞아서 브랜드 메이킹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그럼 채널 내에서 광고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A. 보통은 채널 스튜디오 내에 배너 이미지로 주로 노출되고 있고, 종종 라이브 도중에 저희 게임을 언급하고 홍보해주시기도 합니다. 작년 말 계엄 사태로 채널 시청자가 최고치를 찍었을 때 저희 게임을 한 번 소개해주셔서 되게 감사했던 적이 있습니다.
Q. 광고의 효과가 있었나요?
A. 일단 구글이나 메타 광고가 아니다 보니 광고 효과를 정밀하게 파악하기는 힘듭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해당 광고의 목적이 유저 수나 매출을 늘리는 퍼포먼스 마케팅이 아니기도 하고요.
대신 브랜드 마케팅 차원에서는 해당 채널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콘텐츠를 다양하게 만들수록 저희 게임이 더 많은 분들에게 노출되거든요. 라이브 도중에 언급해주는 거 외에도 영상이 업로드되면 그만큼 광고 횟수도 늘어나는 거니까 정량적인 측면에서 봐도 굉장히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번은 해당 채널에서 이벤트로 시청자들을 초청한 적이 있었는데, 초청된 분들 중에 20대 분들도 꽤 많더라고요. 이분들은 저희 게임을 소비할 수 있는 잠재 고객들인데 이분들에게 저희 게임을 알리고 있으니 목표했던 성과는 거두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희 게임이 작년 12월부터 성과 지표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데요. 마침 그 시기에 계엄 사태가 발생하면서 채널도 되게 크게 성장했어요. 이 부분도 게임의 성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Q. 처음 정치·시사 채널에 광고를 결정했을 때, 정치적인 이슈가 생길 때마다 광고 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 기대하셨나요?
A. 솔직히 총선 전에 광고를 제안했을 때는 어느 정도 기대한 부분도 있습니다. 총선 때 관심이 많이 쏠릴 테니까 그만큼 효과도 있을 거라 생각했고 실제로 효과가 있었어요. 다만 이번 계엄 사태처럼 큰 이슈가 터질 것이라곤 전혀 예상 못 했죠.
Q. 주변에 다른 게임 개발자들에게도 정치·시사 채널 광고를 추천하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A. 어려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저희가 좀 특별한 케이스죠. 정치 관련 채널은 많고, 게임의 성격과 그 유저층도 정말 다양하잖아요. 이런 부분들을 다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적합하다는 판단이 서면 시도는 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Q. <마피아42> 외에 신작도 개발 중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현재 <프로젝트 메카도지>와 <프로젝트 S>라는 모바일 MMORPG 2종을 개발하고 있고, 각각 올해,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처음 말씀드리는 건데 올해 상반기 중으로 대전 게임을 하나 출시할 계획입니다. 사내에서 소규모 인원들이 모여서 개발한 건데 만들고 보니 생각보다 게임이 괜찮았어요. 송년회 때 이걸로 대회도 해보니 재미도 있고 보는 맛도 있어서 게임을 출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Q. 그럼 출시될 신작도 지금처럼 장르만 여의도 채널에서 광고할 계획이신가요?
A. 굳이 안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장르만 여의도 같은 채널 같은 경우는 이탈하지 않고 꾸준히 영상을 시청하는 시청자분들이 많아요. 이런 분들에게 <마피아42>만 계속 노출시키는 것보다는 당연히 신작이 나오면 신작을 보여드리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마피아 게임은 친숙하지만 한편으로는 게임으로 하기에는 매니악한 측면도 있어요. 이번에 차지가으로 준비하고 있는 게임들은 좀 더 범용적이고 캐주얼한 게임들이거든요. 타깃층이 그만큼 넓은 게임이라고 생각해서 더 적극적으로 광고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시청자분들이 <마피아42> 대신 다른 게임 광고가 나오면 “저게 <마피아42> 개발사가 만든 다른 작품이구나”하고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