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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 20] 스팀에 도전하는 크래프톤의 '블라인드스팟'

새벽 1시에 디스코드 메시지를 보고 후회한 이유는?

김승주(사랑해요4) 2025-03-14 09:50:52
사랑해요4 (김승주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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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 20] 스팀에 도전하는 크래프톤의 '블라인드스팟'

새벽 1시에 디스코드 메시지를 보고 후회한 이유는?

스팀에 진출하는 국내 게임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두말하면 입아프다. 그만큼 이전보다 관심도 늘어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스팀 넥스트 페스트 행사가 있다. 


출시까지 시간이 남은 게임이 참여해 데모 버전을 내보이는 이 행사는 현재 수천 개의 개발사가 참여할 정도로 관심이 늘어났다. 이전에는 진행 사실조차 기사로 잘 나오지 않았다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어떤 게임이 참여했는지, 주목할 만한 게임은 무엇인지, 결과는 어땠는지에 관한 기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스팀에 게임을 선보이며 개발자와 직접 소통하는 디스코드를 개설하는 것도 이제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됐다.


이런 흐름에는 크래프톤의 <PUBG: 블라인드스팟>(이하 블라인드스팟)도 참여하고 있다. <프로젝트 아크>라는 임시 명칭에서 PUBG 네이밍을 받은 이 게임은 5vs5 기반의 탑 다운 전술 슈팅 게임이다. 보다 호쾌한 액션과 탑 다운 뷰에서 발생하는 전략적인 면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목에 PUBG가 들어간 만큼 <배틀그라운드>와의 연계성도 일부 존재한다.


세 가지 면에서 흥미가 들었다. 'PUBG'라는 명칭을 정식으로 부여받았다는 것, 탑다운 뷰 형식의 멀티플레이 슈팅 게임을 시도했다는 것 그리고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 참여했다는 점에서다. 더불어 이번 스팀 넥스트 페스트 행사가 유독 많은 관심을 받았던 만큼, 참가했던 게임의 개발자를 만나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들어 보고 싶었다는 점도 있다. 


최근 스팀에 진출하고 디스코드로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게임이 늘어난 지금 최전선의 개발자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크래프톤에 찾아가 <블라인드스팟>을 개발을 이끄는 양승명 PD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크래프톤 양승명 PD



# 소규모로 개발되고 있는 <블라인드스팟>

Q. 디스이즈게임: 먼저 간략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A. 양승명 PD: <블라인드스팟>의 PD를 맡고 있다. 개발은 펍지 스튜디오에서 2023년 10월 시작했다. 3명이서 개발을 시작해 지금은 16명으로 이루어진 소규모 개발팀이다. 인원은 여러 경로로 모집했는데, 해외에서 합류하신 분들도 있고, 인디 게임 개발 경험이 있는 분도 있다. 독립성이 있다고 봐주면 된다.

소규모로 개발하는 이유는 처음 시작할 때 1인 개발 경험이 있는 개발진이 있었다. 인원이 많아지면 아무래도 프로세스가 경직될 수 있고, 새로운 게임플레이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Q. 개발진이 생각하는 <블라인드스팟>은 어떤 게임인가? 어떤 아이디어에서 게임 개발이 시작됐는지 궁금하다.

A. 탑다운 형식의 게임을 좋아했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의 건플레이를 동경해 크래프톤에 입사한 것도 있다. <배틀그라운드>의 건플레이를 탑 다운 뷰에서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아이디어를 구상하다 프로토타이핑을 해 보니 결과가 생각보다 좋았다. 2023년 10월 킥오프를 시작해 그 다음 1월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자를 모았다. 




Q. 탑다운 뷰 시점의 멀티플레이 게임은 흔하지 않은데

A. 사실 <LoL> 같은 게임도 따져 보면 탑다운이다. 탑다운 뷰를 가진 멀티플레이 슈팅 게임은 흔하지 않아서 그런 질문을 주신 것 같다. 

이론적으로 접근하면 1인칭이나 숄더뷰 게임이 아무래도 몰입감이 있다. 하지만 탑 다운 뷰를 통해서 전체적인 전황을 쉽게 파악하고, 빠르게 전략적인 사고를 하며 게임을 하면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레인보우 식스 시즈>, <카운터 스트라이크>, <발로란트> 같은 게임이 대표적인 잘 된 게임인데, 여기서 탑다은 뷰를 통해 조금 더 전술적인 면을 살리면 새로운 재미를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Q. 상당히 이른 시점에 게임을 공개했다는 생각이 든다. 얼리 액세스 이후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완성하는 게임을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A. 게임의 코어 플레이를 좋아하는 분들을 찾고 싶었다. 그렇게 위해서는 일단 많은 사람에게 게임을 선보여야 한다. 이런 코어 팬을 찾고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는 것이 좋은 게임을 만드는 길이라 생각해, 일단은 완성도가 높지 않아도 게임을 보여주고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Q. <프로젝트 아크>에서 <PUBG: 블라인드스팟>으로 이름을 확정하고 <배그>와의 연계를 둔 이유는 무엇인가? 본래 <배그>와 연계할 것이었던 것인가 아니면 가능성을 인정받고 PUBG 명칭을 부여받은 것인가?

A. 처음에는 크래프톤의 신작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통해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펍지 스튜디오와 매칭됐다. 펍지에 합류한 만큼 연계한 설정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세계관에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뒀다. 허가받는 것은 별도의 일이기에 가능성을 내부에서 확인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펍지 스튜디오가 다양한 게임을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면도 있다.



# 순수한 '재미'에서 출발한 핵심 매커니즘

Q. 선행 출시된 PvP 기반의 전략 슈팅 게임이 상당히 많다. 앞선 사례에서 어떤 것을 배워 게임에 적용했는지 궁금하다. 타 게임과 비교한 <블라인드스팟>의 차별점이나 강점은 무엇인가?

A. PvP FPS와 비교한다면, 저희 게임은 탑다운 뷰에다가 팀원과 서로 시야가 공유된다. 서로 전략적 판단을 전황을 보며 빠르게 맞출 수 있다. FPS는 핑을 부지런하게 찍고 소통까지 잘 해야 하는데, 탑 뷰에다 시야가 공유돼 서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전황을 파악하고 맞춰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Q. 시야 공유 시스템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달라. 어떤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나?

A. 솔직히 말씀드리면 재미있어서 넣었다. 탑 다운 뷰 게임이다 보니 "반드시 내 시야만 볼 수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빠르게 개발해 넣었다. 그 순간부터 게임이 재미있어지더라. 하나의 계기가 되는 순간이었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사실 만들어 보니 재미있다는 것이 가장 컸다. 소규모 팀으로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빠르게 넣어 보고 발전시켜 나가는 방식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블라인드스팟>은 팀원과 시야를 공유하기에
아군이 누구와 교전하고 있는지, 어디를 보고 있는지 즉각적으로 파악 가능하다.

Q. 크래프톤이 앞서 출시했던 <썬더 티어 원> 생각이 난다. 당시의 개발진과 피드백이 이 게임에 녹아들어 있는지 궁금하다.

A.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내용인데 저희 개발팀에 <썬더 티어 원>의 개발에 참여한 분은 없다.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면서 탑 뷰라는 시점에서는 일부 유사성이 있기에 플레이하며 배운 점은 있지만,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슈팅의 감각이나 게임플레이에서부터 많이 다르다. 그래도 펍지 스튜디오의 개발작이다 보니 총기 모델링은 조금 가져왔다.


Q. 실내전이 중심인 게임이라 밀리터리 콘셉트를 내세웠을 법도 한데, 보다 캐릭터에게 개성을 주는 방식으로 디자인됐다. 

A. 게임플레이적인 이유가 있다. 탑다운 뷰다 보니 캐릭터가 실루엣만 봐도 어떤 능력을 사용하는지 구분할 수 있어야 했다. 밀리터리 느낌을 살려 디자인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그렇게 하다 보면 탑 뷰에서는 캐릭터를 구분하기 쉽지 않아질 수 있었다.


Q. 탑 뷰 게임이라 고저차가 없는 평면의 맵이기 때문에 공격 루트가 조금 제한될 것 같다.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레인보우 식스 시즈>와 같은 게임과 비교하면, 저희 게임은 한 층의 넓이가 조금 더 큰 편이다. A 사이트와 B 사이트 간의 거리가 가깝기도 하다. 이처럼 층이 넓고 사이트가 한 쪽으로 치우쳐져 있으면 공격 팀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생긴다. 

사이트에 가까운 쪽으로 곧바로 진입할 것인지, 아니면 멀리서부터 변수를 지워 나가며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지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를 만들 수 있고, 게임 시작 전 맵을 보며 핑으로 전략에 대한 소통을 미리 할 수도 있다.

파괴 가능한 벽이 있기에 버티컬 플레이도 가능하다. 다만, 에상하기 너무 어려운 각이 너무나 많다면 경험의 중요도가 너무나 커지기에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불쾌한 경험을 줄 수 있어, 밸런스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평면의 맵에서도 전략과 재미가 잘 만들어질 수 있는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봐 주시면 될 것 같다.


Q. 총기 발사 각도를 위, 아래로 조절하는 등의 시스템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설명을 부탁한다.

A. FPS에서 헤드라인과 몸 라인을 노리는 느낌을 탑뷰 시점에서 주려 했다. 엄폐물 뒤에 앉아 총격을 피하는 모습도 구현하고 싶었다. 총기 사격 시스템을 조금 정교하게 만들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허들을 만들려 했다.

아무래도 <블라인드스팟>은 탑뷰다 보니 조준이나 반동을 잡는 실력이 FPS와 비교해 덜 느껴질 수 있다. 그렇기에 내가 잘 조작해서 해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들어간 시스템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게임이 실내전 위주다 보니, 엄폐물 등을 어떻게 공략할 것이냐는 전술적 선택지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봐 주셔도 좋다.

<블라인드스팟>의 맵 중 하나

다른 탑뷰 게임과 바교해 조금 독특한 조작 및 조준 체계를 가지고 있다.


#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 참가한 이야기

Q.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 게임을 선보였다. 성과는 어땠는가? 그리고 주로 어떤 피드백이 왔는지, 차후 버전에서는 어떻게 반영할 예정인지 궁금하다.

A.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코어 팬을 찾고자 참가했다. 디스코드에 찾아와 의견을 주는 분이 상당히 늘어났고, 수치적으로도 순위권에 들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게임을 좋아하는 분을 찾았다는 점이다. 적응하기 어렵지만 허들을 넘어서는 순간 재미있다는 의견이 인상적이었다.

넥스트 페스트 이후로도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어 아직 피드백을 100% 정리하지는 않았지만, 감각적으로 보면 팀원 간의 의사 소통이나 다인큐와 솔로큐 문제에 대한 피드백이 많았다.


Q. 요즘 넥스트 페스트에 도전하는 개발사가 많다. 실제로 참여해 보니 어땠는가?

A. 일단, 1년이라는 기간은 게임 개발 측면에서 보면 정말로 짧은 시간이다. 코어 게임플레이를 일단 선보이고, 이를 선호하는 유저층을 찾는 것이 목적이다 하더라도 내보내고 나니 완성도를 다듬지 못한 부분이 정말 눈에 많이 보이더라. 긴급하게 대응해야 할 순간도 많아 마음이 급해지기도 했다. 쉽지 않다.

그래도 재미있는 점이라면 디스코드를 운영하며 직접적으로 의견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챗GPT를 사용해 외국 플레이어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개발자로써 재미있고 신선하더라. 싸우시는 분들도 있지만, 디스코드를 통해 전반적으로 솔직하고 냉정한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 이전과 가장 다르지 않았나 싶다.

<블라인드스팟> 디스코드의 모습

Q. 해외 스트리머를 대상으로 소규모 대회도 개최했는데, 인상적인 전략이 많이 나왔다고 언급했었다. 

A. 해당 건은 넥스트 페스트가 아닌 지스타 당시 진행된 일이다. <프로젝트 아크>라는 이름으로 지스타 2024에도 참가했을 때, 해외에서 같은 기간 초청 형식의 대회를 진행했다. 낮에는 지스타를 진행하고 밤에 숙소에 돌아와 해외 동향을 봤다. 모습을 보니 북미는 전선을 딱 정하고 최대한 인원을 보존하면서, 변수를 하나하나 지우고 폭탄을 설치하는 그런 장면이 많이 보였다. 이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더라. 


Q. 최근 스팀에 진출하는 국내 게임이 늘어나고 있다. 디스코드를 개설하고 직접적인 소통을 하는 것도 흔해졌다. 어떻게 생각하나?

A. 게임을 만드는 방식이 발전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결국 직접 소통하고 피드백을 받는다는 것은 "어떻게 게임을 만들어야 좋을까?"라는 생각에서 나아간 것이니 말이다. 내부에서 수년 동안 고민해서 내보이는 것보다는, 솔직하게 의견을 받고 반응이 어떤지 확인하는 것도 좋은 게임을 만드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다.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아닌가 싶다.

반대로, 경쟁이 굉장히 심해졌기도 하다. 이번 넥스트 페스트에 참여한 게임만 수천 개지 않나. 기사도 많이 나오더라. 그렇다 보니 게이머가 조금 더 애착을 가지고,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지켜본다는 감각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Q. 넥스트 페스트 참여 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

A.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며 디스코드에 "저를 만나고 인증하시면 사은품을 드립니다"하니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더라. 

영어로 외국 플레이어와 직접적인 소통을 하는 것도 이전에는 잘 없었던 일이다. 최근 넥스트 페스트가 끝나 유저 풀이 줄어들어서, 북미 지역과 남미 지역을 통합하는 등 지역 별 매칭 폭을 줄였다. 합치자마자 영어로 엄청난 피드백이 쏟아졌다.

예전이라면 대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겠지만, 이 경우에는 잠에 들기 전인 새벽 1시에 디스코드 알람을 보고 알았다. 본 순간 무시할 수는 없으니, 바로 일어나서 이야기를 듣고, 사과하고, 제가 잘못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지금 한국은 새벽이라 곧바로 조치할 수는 없으니 내일 당장 수정하겠다고 안내했다. 이 정도로만 소통을 했음에도 분노를 참아 주시더라. 바로 다음날 출근해서 원상 복구시켰다.

원래라면 새벽에 대응한다는 것이 조금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어떻게 메시지를 내야 할지 논의하다가 하루가 지나 버리고, 여론은 더욱 악화되는 등의 일이 벌어질 수 있었는데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장, 단점이 있는 일이지만 흥미롭다고 느꼈다. 저 지구 멀리 남미 지역의 게이머와 직접 소통한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니 말이다. 체계적으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편하게 개발자와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는 감각이 중요해진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린다.

A. 디스코드가 활발해지니 저희 게임을 열정적으로 해 주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더라. 아침부터 파티를 꾸리는 분들도 계신다. 이처럼 사람들이 몇십, 몇백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든다는 것이니 책임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저희 게임이 기대하시는 모습과 다를 수도 있다. 기존 게임과 다르다고 느낄 수도 있고, 비슷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래도 허들을 한 발짝만 넘기면 굉장히 재미있고 중독성이 있는 게임이라 생각한다. 너무나 선입견을 갖지 마시고, 한번 게임을 해 보시고, 그 재미를 느끼고 다양한 의견을 주시면 좋겠다.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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