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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으로 꾸는 자각몽…LLM 스토리 게임 ‘드리미오’

마음대로 만든 세계에서 주인공 되는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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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언(톤톤) 2024-07-18 12:48:59
톤톤 (방승언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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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으로 꾸는 자각몽…LLM 스토리 게임 ‘드리미오’

마음대로 만든 세계에서 주인공 되는 경험

대형언어모델(LLM) 기술이 가장 빠르게 접목된 게임 장르를 꼽자면 단연 텍스트 어드벤처일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웹 기반 텍스트 게임 ‘AI 던전’이 있는데, 글로벌 LLM 열풍의 시발점인 ‘챗GPT’ 등장 3년 전(2019년)에 이미 GPT-2를 이용해 제작되었습니다.

2022년 챗GPT의 등장 이후 LLM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관련 게임들도 빠르게 늘어난 상황입니다. 대부분은 접근성 높은 웹/모바일 환경에서 서비스되지만 드물게 패키지 형태로 판매되는 것도 있는데요. 스팀 게임 <드리미오: AI 기반 모험>(DREAMIO: AI-Powered Adventures·이하 부제 생략)도 그중 하나입니다.

<드리미오>는 동일 장르의 다른 게임들에 비해 기술적으로 특별히 차별화된 지점은 없지만, 삽화 생성, TTS(문자-음성 전환) 지원 등 나름의 특징이 있습니다. 게다가 LLM 기반 스토리 게임들은 직접 플레이해보기 전에는 그 성능과 게임성을 가늠하기가 유독 어려운 만큼 한 번쯤 플레이해 볼 가치는 충분해 보입니다.



# 기술적 배경

<드리미오>는 한차례 스팀 플랫폼에서 판매 중단된 전력이 있습니다. 게임에 특별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스팀 운영사 밸브가 한때 생성형 AI 사용 게임들을 플랫폼에서 전면 금지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밸브가 관련 규정을 완화하면서 <드리미오>는 다시 밸브에 입점할 수 있었는데요. 다만 바뀐 규정에서도 “실시간 생성 AI로 생성되는 선정적인 성인 전용 콘텐츠는 출시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는 만큼 <드리미오>역시 이러한 콘텐츠는 생성할 수 없습니다.

<드리미오>의 기본 텍스트 생성 모델은 구글의 오픈소스 AI인 ‘제마 2(Gemma 2)’이며, 추가적인 텍스트 생성 공급자로는 ‘GPT 3.5’ 혹은  ‘오픈라우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오픈라우터’는 GPT, 클로드, 라마, 제미니 등 여러 LLM의 통합 API를 제공하는 플랫폼입니다.

이처럼 외부 LLM에 의존하기 때문에, <드리미오>의 텍스트 생성은 완전히 무료가 아니며, 일종의 인게임 재화를 소모합니다. 처음 실행하면 게임 가격(국내 기준 11,000원)에 상응하는 36만여 개의 ‘토큰’이 지급된 상태입니다. 돈을 따로 지불하면 토큰을 추가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사용될 모델을 설정할 수 있다.

일반적 패키지 게임으로만 생각했다면 당황스러운 BM인 만큼, 구매 전 주의가 필요합니다. 다만 토큰 개수가 10만 개 이하로 떨어질 경우 하루가 지날 때마다 이 수치가 다시 10만 개로 회복됩니다. 약간의 인내심을 발휘하면 게임을 매일 즐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토큰 사용량은 게임 세팅과 상황에 따라 가변적입니다. 예를 들어 이미지 생성 및 번역 기능을 활성화하면 토큰이 더 많이 소모됩니다. 사용될 LLM도 직접 선택할 수 있는데요, 이것은 스토리텔링 성능과 토큰 사용량 모두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취향에 맞춰 조절하면 됩니다.

외부 LLM 대신 로컬 하드웨어를 이용해 인공지능을 구동하는 옵션도 있습니다. 이걸 선택하면 토큰을 전혀 사용하지 않지만, 성능에 영향을 받게 되며, 전반적 경험이 하향될 수 있습니다. 자기 계정의 API 키를 입력해서 우회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 기본 설정과 규칙

선택할 수 있는 LLM이 워낙 많아, 시간 관계상 모두 체험해 볼 순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기본값’인 제마2를 이용해 첫 세션을 즐겨 봤습니다.

모험은 직접 작성한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플레이할 수도 있고, 미리 설정된 시나리오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후자로는 좀비 아포칼립스, 외계인 침공, 중세 체험 등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 중에서 ‘이상현상 조사’ 시나리오를 선택해 봤습니다.

개별 시나리오에는 간단한 세계관 설정과 함께 도입부 스토리가 적혀 있습니다. ‘이상현상 조사’ 시나리오의 경우 시베리아가 배경이며, 한 외진 마을에서 사람이 계속 사라지는 사건을 다룹니다. 주인공은 ‘파운데이션’이라고 불리는 조사기관 소속입니다. 주인공이 팀원들과 함께 인적 하나 없는 사건 현장에 도착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러한 사전 시나리오는 유저가 마음대로 수정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텍스트로 상황이나 설정을 적어 넣으면 그대로 반영되기에 매우 직관적입니다.

규칙 설정 창

‘규칙’(ruleset) 또한 자유롭게 수정 가능합니다. 규칙이란 해당 시나리오를 전개하는 데 인공지능이 계속해서 따라야 하는 준수 사항을 적어놓은 것인데, 기본값은 다음과 같습니다.

“플레이어의 결정에 따라 이야기를 한 번에 한 가지 행동씩 진행한다. 각 행동 후에 플레이어에게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 물어본다. 플레이어가 죽으면 "*YOU DIED*"를 출력한다. 플레이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허용한다, 그것이 해로울지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초자연적인 것을 시도하려고 하면, 왜 그것을 할 수 없는지 설명한다.”

기자는 해당 규칙을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몇 가지를 사항을 추가했습니다. 전체적인 톤은 호러 분위기를 내달라고 주문했고, ‘초자연적인 것’은 허하되 ‘맥락상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금지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유저에게 종종 갑작스러운 상황을 제시하도록 해 의외성을 키우고자 했습니다.

게임은 ‘YOU DIED’(사망했습니다) 메시지를 볼 때까지 무한정 계속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사전 저장된 시점으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해볼 수 있습니다.



# 게임플레이

‘규칙’에 적힌 대로, 일련의 상황 묘사를 마친 인공지능이 다음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물어보면 여기에 원하는 답을 내놓는 식으로 게임은 전개됩니다.

이때 답변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자유롭게 텍스트를 적어 넣는 것입니다. 주인공이 할 말을 직접 적어도 되고, 다음으로 전개될 상황이나 주인공의 행동을 서술해도 됩니다.

만약 적어 넣을 텍스트가 떠오르지 않으면, 괜찮은 선택지를 몇 가지 제시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하단의 ‘내 선택은 무엇인가요?’(what are my choices?) 버튼을 선택하면, 전후 맥락에 따라 주인공이 다음으로 취할 만한 행동이 몇 가지 주어집니다. 물론 선택지를 무시하고 전혀 다른 텍스트를 입력해도 상관없습니다.

기자가 플레이한 세션에서, 주인공은 실종지역 인근 주민들을 탐문하면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실종자들은 대부분 ‘사냥꾼’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사냥을 위해 숲으로 향했다가 그대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같은 표현이 반복해서 나타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냥꾼은 살아 돌아오지 못했지만, 홀로 생환한 ‘세르게이’라는 인물도 있었습니다. 세르게이는 해당 현상에 대해서 (어째선지) 잘 알고 있는 동네의 노인 ‘안야’를 소개해 줍니다.

안야의 설명에 따르면 실종 현상의 원흉은 고대의 존재입니다. 그 존재가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어 숨겨진 욕망을 알아낸 뒤, 초자연적 속삭임으로 유혹했고, 여기에 유혹당한 사냥꾼들은 숲속으로 향해 이계로 납치되었던 것입니다.

주인공은 고대의 의식이 집전된 현장을 찾아 이계로 넘어갈 수 있었고, 거기서 인간의 욕망과 공포를 통해 힘을 얻는 ‘존재’를 만났습니다. 사람들을 구하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 이끌려 이계로 넘어온 주인공에게 ‘존재’는 영향을 미칠 수 없었고, 이를 간파한 주인공이 ‘존재’를 제압하면서 세계는 안전해졌습니다.

많은 부분이 축약된 스토리지만, 이것만으로도 <드리미오>가 제공하는 스토리 콘텐츠의 특징을 몇 가지 꼽아볼 수 있습니다. 우선 전반적 이야기는 대부분 장르의 클리셰로 구성되어 있어 아주 독창적이지는 않습니다.

다소 설명이 부족한 ‘급전개’도 보입니다. 가령 ‘안야’의 존재는 지나치게 편의적입니다. 안야가 ‘고대의 존재’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된 경위를 물었지만, 모호한 답변만 나왔을 뿐입니다. 똑같은 표현이 반복되는 문제, 직전에 제시된 상황이나 설정이 종종 무시되는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 ‘꼼수’에 약한 AI

난이도에서도 아쉬움이 있습니다. 세계를 구하는 나름의 결말에 도달하기까지의 약 3시간 동안 게임 오버 상황은 단 한 차례밖에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첫째로 ‘의외의 상황을 제시하라’는 규칙 설정을 인공지능이 잘 지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시나리오 전반적으로 플레이어의 허를 찌를 만한 갑작스러운 순간은 거의 닥쳐오지 않았습니다.

둘째로는 게임을 쉽게 풀어내는 일종의 꼼수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드리미오>에서 유저는 텍스트를 상당한 길이로 마음껏 적을 수 있는데, 여기에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의 상황 묘사가 포함됩니다.

따라서 주인공에게 유리한 상황을 묘사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면, 게임플레이도 유리하게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가령 ‘주인공은 특유의 냉철함으로 침착하게 방아쇠를 당겼다’고 서술하면, 웬만해서는 AI 역시 ‘장단’을 맞춰 총알이 표적에 명중했다고 말을 받는 식입니다.

이는 모두 학습한 텍스트의 ‘패턴’을 재현하는 LLM 특유의 작동 방식 때문일 듯합니다. 전후 맥락이 상호 충돌하지 않게끔 이어 나가는 것이 일반적인 글쓰기 방식이니까요. 실제로 상업 소설에서 흔히 보이는 문체와 전개를 입력했을 때, 결과를 원하는 방향으로 도출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것으로 <드리미오>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폄훼하기는 어렵습니다. 복잡하고 돌발적인 상황/인물 묘사를 끼워넣어도 9할 이상의 경우 문제없이 뒤를 이어 나갔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위에 설명한 시나리오 내용 역시, 플레이어의 창의력을 AI가 자연스럽게 받아준 결과물입니다. 일종의 ‘합작’인 셈입니다.

3시간여의 모험 끝에 '세계를 구했다'는 메시지에 도달했다. 물론 이것은 게임의 궁극적 목표는 아니기에 스토리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


# 모델을 바꾸면 게임도 바뀐다​


한편, GPT 3.5 터보(챗GPT에 사용됐던 그 모델입니다)를 사용하도록 설정을 바꿔 플레이해 보면, ‘텍스트 어드벤처’로서의 재미를 더 만끽할 수도 있습니다.

우선 ‘의외의 상황’을 제시하라는 규칙 설정에 이전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해, 실제로 예상치 못한 사건을 자주 맞닥뜨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팀원 중 일부가 낙오되기도 했고, 쓰러진 괴생물체를 만졌더니 알 수 없는 공간으로 순간이동 되기도 했습니다. 토큰 소모량은 다소 더 많아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진짜 ‘모험’을 원한다면 이쪽을 추천합니다.

유저가 입력한 묘사 내용에 영향을 받아 텍스트를 이어 나가는 ‘꼼수’는 유사하게 활용 가능합니다. 다만 이때도 제마2를 사용했을 때보다 더 창의적이고, 수려하며, 의외성 높은 결과물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인터랙티브 스토리 작성기로서의 성능 역시 월등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드리미오>의 전반적 게임플레이 경험은 ‘자각몽’을 연상시킵니다. 원하는 세계와 상황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주인공이 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다만 그 개연성이나 앞뒤 맥락이 때로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독창성이 떨어지고, 플레이어의 인풋에 좌우되는 경향이 짙어 현실을 잊을 만큼의 몰입 경험이 되어주지는 못합니다.

번역 기능은 문맥을 알아듣기엔 충분하지만 읽는 즐거움을 충족시키기엔 불충분하다는 점도 기억해 둘 만합니다. 더 나아가 영어로 텍스트를 입력했을 때와 비교해 한국어를 쓰면 ‘오해’가 발생할 확률도 더 높아지는 편이어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LLM을 이용한 자유도 높은 스토리텔링 경험을 간편히 체험해 보고 싶은 유저라면 추천할 만합니다.

GPT 3.5 터보를 활용하면 훨씬 창의적이고 다이내믹한 모험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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