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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창간 15주년] 제노바 첸과의 만남 #3 - 비록 단 하나의 완벽한 디자인은 아닐지라도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반세이(세이야) 2020-03-18 10:26:31

디스이즈게임이 창간 15주년을 맞아 <저니>의 개발자 제노바 첸과 <룸즈> 시리즈의 개발자 김종화 님의 대담을 준비했습니다. 두 사람은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함께 공부한 사이로, 졸업 후에도 꾸준히 게임 개발에 대해 생각을 나눠 왔습니다. 지난 11월 제노바 첸의 지스타 컨퍼런스 강연을 계기로 그러한 생각을 좀 더 많은 분들께 전해드리기 위해 대담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목차

#1 - 감정적인 경험의 지평을 넓히는 게임 (바로가기)

#2 - 낙인찍지 않는 온라인 게임 만들기 (바로가기)

#3 - 비록 단 하나의 완벽한 디자인은 아닐지라도

#4 - 플레이어를 짜증나게 하지 않는 BM (바로가기)
#5 - 삶에서 승리하기 위해 어떤 게임을 만들 것인가 (바로가기)

 

​제노바 첸 댓게임컴퍼니 CEO(왼쪽)와 인터뷰를 진행한 핸드메이드게임 김종화 대표​



김종화 좋습니다. <스카이>의 게임 디자인 결정에 관해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스카이>에서 플레이어는 아주 많은 행동을 할 수 있죠. 3차원 공간을 돌아다닐 수 있고, 점프하고, 날고, 사물과 상호작용하고, 다양한 감정까지 표현할 수 있어요. 

 

모바일 터치패드에서 3차원 공간을 돌아다니는 조작 방법을 개발하는데 꽤 많은 시간을 들이신 것으로 아는데, 결국에는 게임패드 형식을 사용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조작방법을 결정하게 된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제노바 첸 우리가 터치 스크린 게임을 만들려고 한 2012년에는 북미 전역의 게이머들이 모바일 게임을 싫어했어요. 유리를 터치하는 것은 피드백이 없기 때문에 컨트롤러를 조작하는 것보다 열등한 경험이라는 것이었죠. 컨트롤러는 스프링도 있고, 버튼도 있고, 누를 때 소리도 나죠. 컨트롤러가 사물을 움직일 때 훨씬 더 정밀하게 느껴져요.  

 

 

그냥 가상 패드를 넣어버리면, 모든 콘솔 플레이어는 "이건 저급한 게임이야. 왜 이런 게임을 모바일에서 만들어? 콘솔에서 플레이하게 콘솔 버전을 만들어 줘" 라고 할 것임을 알았죠. 그래서 우리는 개발 기간의 첫 3년을 터치-드래그 기반의 3차원 인풋 시스템을 만드는데 썼고, 그 결과물인 한 손 기반 터치-드래그 조작법을 꽤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2017년에 게임을 소프트 론칭했어요. 그런데 2017년과 2012년 사이에는 5년의 차이가 있잖아요? 그 5년 동안 수많은 아이들이 가상 패드로 <마인크래프트>를 하면서 자라났어요. 중국에서, 아마 한국에서도 컨트롤러를 한번도 써 보지 않고 그 덜 떨어진 가상 패드만 써 본,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자라났죠. 그리고 모든 액션 게임, 탑다운 게임이 가상 패드를 쓰고 있어요. 

 

덕분에 저희의 한 손 3차원 조작 방법을 소개했을 때, 제 아내는 아주 잘 하더군요. 아내는 한 번도 가상 패드를 써 본 적이 없었거든요. 심지어 <저니>도 플레이하지 못했는데, 이건 한 손으로 조작할 수 있었죠. 하지만 가상 패드와 함께 자라온 모든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음.. 이 디자인에 아주 화냈어요 이건 전통에 맞지 않다는 거죠.

 

이것은 습관에 반하는 것이었습니다. 대체 왜 이동과 카메라 조작 버튼을 따로 두도록 게임을 디자인 하겠어요? 그들은 "이동하면서 카메라도 동시에 움직이고 싶다"는 거였어요. <마인크래프트>가 그랬으니까요. 그런 목소리들이 정말 컸었죠. 

 

 

다른 문제는 저희 팬들은 대부분 콘솔 플레이어라는 것이었어요. 콘솔 플레이어도 두 개의 스틱을 조작하는데 익숙하잖아요? 그래서 한 손 조작을 소개했을 때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좋아했지만,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새 방법을 배우고 싶지 않아 했어요. 차라리 그냥 컨트롤러를 달라는 거였죠. 그래서 결과적으로 저희는 컨트롤러 모드를 지원했고, 두 개의 스틱이 필요하게 됐죠.

 

이제는 대다수의 모바일 플레이어가 <PUBG> 등 MOBA 게임을 플레이하고, 그 게임들은 모두 가상 패드를 사용합니다. 수많은 조작 방식을 테스트해 봤지만 가상 패드가 학습해야 할 단계가 가장 적은 것으로 보였어요. 저희는 <스카이>가 '스토리 게임'이라는 정체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포기하고 나쁜 리뷰를 줄 수도 있는 새로운 조작 방법을 배우라고 강요하기보다는, 그들이 가장 익숙한 조작 방법으로 스토리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어요.


다른 것을 시도해 보고 싶다면 옵션 메뉴에서 한 손 모드를 사용할 수도 있어요. 뭐 그렇게 됐습니다. 이건 완벽한 디자인이 아니에요. 저는 언제나 최고의 디자인 한 가지만 있을 수 있다고 팀에게 이야기 했거든요. 하지만 지금 저희에게는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아주 많이 있고, 그들은 콘솔 게임을 접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 역시 사실이에요. 제 의견 역시 사실이지만 제 의견은 콘솔 게임 경험에서 오는 거잖아요? 

 

누군가는 최종 결정을 내려야 했고 제 목표는 사람들이 감성적인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스카이>는 타협하기로 했어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준 거죠. 

 

 

김종화 와. 꽤 긴 과정이었네요.


제노바 첸 네. 전 결국 쓸 수 없는 것을 발명하느라 3년을 버린 거죠.


김종화 보통 게임 개발자들과 이야기해 보면, 많은 여성 게이머들이 3차원 공간에서 이동을 하고 카메라까지 함께 움직이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별로 권장하지 않는다고 들었거든요. 그렇지 않았나요?


제노바 첸 네 그렇죠. 그래서 한 손 모드를 발명했던 거예요. 그리고 베타 기간 중 아주 많은 여성 플레이어들이 그 조작 방식을 좋아했어요. 불평하는 사람들은 거의 남자들이었어요. "아놔, 이동하면서 바라볼 수가 없어" 이런 거죠. 그래서 뭐, 알다시피 시장이 결국 결정하는 거예요. 우리가 한 손 모드 만으로 게임을 출시했다면 수많은 1점 리뷰가 달릴 것이고, 게이머들은 '뭐 이딴 조작 방식이 다 있어?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이러겠죠. 저희 게임이 낮은 리뷰 점수를 받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에, 두 방식을 모두 지원해야 했어요.


김종화 사람들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지가 놀랍군요.


제노바 첸 네, 요즘 아이들은 터치스크린 가상 패드에 너무 익숙해져서 실제 게임 패드를 보면 아주 비인지적인 기기라고 생각한다고 해요.우리는 모두 거기서 시작했지만요. 아이들은 게임 패드를 봤다가 스크린을 봤다가 또 다시 게임 패드를 봤다가를 반복해요. 하지만 터치 스크린 게임은 모든 것이 거기 있죠. 그게 훨씬 더 인지적이에요.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누구를 위해 이 게임을 디자인하느냐'라는 질문에 다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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