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의 영광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고, 전해 듣기만 한 사람들도 있다. 게이머들의 추억은 다시 본격적인 달리기를 시작한다.
<창세기전> 팬들이 기다렸던 신작 2종이 드디어 제대로 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는 어제(4일)부터 이틀 동안 짧은 CBT를 진행했고, 닌텐도 스위치로 오는 22일 출시 예정인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은 체험판이 혹평을 받은 이후 그래픽, 시스템, 편의성 등을 대대적으로 개선하는 중이다.
<창세기전> 신작에 대한 취재를 진행하다보면 "<창세기전> 시리즈, 더 나아가 SRPG 자체가 취향을 탄다", "<회색의 잔영> 한정판 구매가 돈 낭비가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두 게임 중 하나의 게임에 정착해야 한다면 어느 쪽이 나을까요?"와 같은 다양한 의견을 보고 듣는다. 두 신작은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을까?
<창세기전: 아수라 프로젝트>의 CBT 첫인상과 함께,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 개선판의 10챕터에 해당하는 미공개 영상,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간략한 요약까지, 두 신작의 출시를 앞두고 폭넓은 주제를 다뤄본다./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원작을 경험했기 때문에 오는 익숙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닌텐도 스위치 버전으로 발매될 <회색의 잔영>과의 유사성을 말하는 것이다. 모바일 라이브 서비스 게임과 엔딩이 있는 콘솔 게임은 분명 기획부터 연출까지 모두 다른 것이 당연하다. 기기 스펙도 다르며, 유저들의 플레이 패턴도 다르니까.
하지만, 앞서 인터뷰 등을 통해 몇 차례 언급됐던 것처럼 '안타리아 팀'에서 기본적인 스토리, 더빙, 설정, 캐릭터 모델링 등을 공통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레그스튜디오가 만든 <회색의 잔영>과 미어캣게임즈가 개발한 <아수라 프로젝트>는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유사한 구도와 연출을 보여줬다.
먼저, <아수라 프로젝트>가 가진 강점을 몇 가지 꼽자면 ▲ SRPG 스타일임에도 빠르고 캐주얼한 전투 ▲ 역동적인 스킬 연출 ▲ 모바일게임 유저들에게 익숙한 각종 성장 재화 및 스테이지 구성 ▲ 밝은 조명, 채도에 더해진 선명한 카툰 렌더링 그래픽 ▲ '힐러' 캐릭터의 존재로 클래스 조합 강조 ▲ '숙제' 콘텐츠에 대한 편의성 등이 있었다.
<회색의 잔영>에서는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스토리를 녹여낸 필드 모험의 영역이 있었던 반면, <아수라 프로젝트>에서는 짧은 대화와 전투 스테이지 배치가 연속적으로 이어졌다. 또한 <회색의 잔영>이 스토리에 맞춰 제한된 파티 풀에서 인원을 선택하는 구성에 가까웠다면, <아수라 프로젝트>는 고정 파티원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플레이어가 잘 성장시킨 원하는 캐릭터를 데려갈 수 있는 구조다.
<회색의 잔영>에 비해 <아수라 프로젝트>에서는 스킵, 배속, 전투 내 선택 뎁스 등 편의성이 많이 강조되어 플레이어가 느끼는 전투 한 번을 치를 때의 피로도는 훨씬 낮다. 하지만 모바일게임 특성상 성장을 위한 일명 '숙제' 콘텐츠도 존재해 전투 자체는 잦은 편이다.
<아수라 프로젝트>는 원작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완성도를 보여줬지만, 아쉬운 점 또한 존재했다. <회색의 잔영>이 다소 번거롭지만 '전략'과 '선택'이 강조된 전투를 보여준 반면, <아수라 프로젝트>의 전투는 편하고 보는 맛이 좋은 대신 상대적으로 '캐주얼'한 편이었다. 몇 턴 동안 버티는 등의 특수 승리 조건은 다소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무난한 난이도 밸런스를 가지고 있었다.
카툰 렌더링 그래픽과 스킬 연출을 보고 <아수라 프로젝트> 쪽의 스토리 연출도 좋을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일까, 스토리 연출은 다소 심심한 감이 있었다. <회색의 잔영>이 필드 모험, 컷씬, 카메라 워크를 다양하게 사용했다면, <아수라 프로젝트>는 일부 컷씬과 약간의 카메라 워크를 제외하면 대부분 캐릭터들의 대화를 중심으로 쿼터뷰 시점에서 스토리텔링이 진행됐다.
전투 중 스킬 연출 [건너뛰기]를 마구잡이로 누르다 보면, 다음 캐릭터의 [대기](턴 종료)와 터치 위치가 겹쳐, 다음 캐릭터의 턴이 넘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으니, 인터페이스 조정도 필요해 보였다. 다만, 아직 정식 출시 버전이 아닌 CBT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아쉬운 점들은 출시 전까지 개선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22일 출시하는 <회색의 잔영> 또한, 지난 11월 체험판 공개 이후 많은 부분을 개선 중이다. 레그스튜디오는 편의성, 그래픽, 조작감 등을 개선한 데이원 패치 이후에도 우선 순위에 맞춰 점진적인 패치를 이어갈 것이라 밝혔다.
11월 말, 레그스튜디오에 방문해 데이원 패치가 적용된 9~11챕터를 플레이하고 왔지만, <회색의 잔영>의 개선점을 정리한 지난 기사에서는 해당 구간의 영상과 사진을 사용하지 못했다. 당시 라인게임즈는 데이원 패치 적용 전후의 1~2챕터 구간만 대외적으로 공개했던 상태다. 이번 기사에는 당시 공개되지 않은, 데이원 패치가 적용된 10챕터 구간을 소개한다.
1995년, 소프트맥스가 처음 선보였던 <창세기전>은 특유의 일러스트와 국산 SRPG라는 특징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후 본격적인 스토리가 진행된 <창세기전 2>를 비롯해 <창세기전 3>, <창세기전 3: 파트 2>까지 정식 넘버링 타이틀이 이어졌다. <서풍의 광시곡>, <템페스트>, <용자의 무덤>, <크로우>, <안타리아의 전쟁> 등의 외전 게임들도 다수 있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시리즈다.
이 중에서도 회색의 하이에나라는 별칭을 가진 G.S와 이올린의 서사를 중심으로 진행된 1, 2편의 리메이크 작품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이며, <아수라 프로젝트> 또한 시리즈 전체 서사를 포함하고 있지만 1, 2편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팬드래건 왕국이 제국군에 당하면서, 망국의 공주 이올린과 왕자 라시드가 행동에 나서며 <창세기전>의 서사가 시작된다.
이름에 걸맞는 엄청난 위력을 보여줬던 '초필살기', 12주신이 13암흑신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기계 병기 '마장기'와 13암흑신의 신체 변형 무기 '그리마' 등 매력적인 설정들은 여전히 올드 게이머들의 기억에 깊이 남아 있다.
무협의 색채를 띄고 있는 동시에 SF 요소까지 담아냈던 <창세기전> 시리즈는 매력적인 스토리와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모든 생명체들의 영혼은 죽고 사라지는 게 아닌 행성의 코어를 중심으로 반복 순환된다는 '영자 순환론'에 대해 알고 있던 '베라모드'는 '아수라 프로젝트'라는 거대한 음모를 꾸미게 된다.
베라모드가 아수라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기 위해 인류 문명을 약 170만 년 주기의 시간 안에 가둔 '뫼비우스의 우주' 설정은 <창세기전> 시리즈가 일종의 '루프물'로 거듭나게 하면서 여러 흥미로운 설정들로 이어졌다.
<주사위의 잔영 for kakao>, <안타리아의 전쟁> 등 외전을 제외하면 정식 넘버링 마지막 작품은 PC 온라인 게임으로 출시됐던 <창세기전 4>였다. 2016년 오픈 베타 이후 <창세기전 4>는 그래픽, 인터페이스, 전투 시스템, 동선, 최적화 등 많은 요소를 지적받았고, 2017년 1년 만에 서비스 종료를 맞이하며, 오랜 시간을 기다린 시리즈 팬들에게 실망스런 작품으로 남게 됐다.
이제 곧 출시를 앞두고 있는 두 신작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과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는, 그런 의미에서 시리즈 정통성을 이어가는 리메이크작인 동시에, 오랜 기다림 끝에 등장한 <창세기전> 신작이다. <회색의 잔영>은 데이원 패치를 포함한 출시를, <아수라 프로젝트>는 정식 출시 일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두 게임은 신작을 기다려온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