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게임 개발에 많은 시간과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AAA급 게임을 만든다고 하면 기획부터 론칭까지 이르면 2년, 늦으면 5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PC나 콘솔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이라면 이 정도 시간은 납득할 수 있고 또 기술 발전에 대응하는 일도 가능하다.
하지만 스마트게임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몇 개월, 늦어도 1년 안에 새로운 모델로 바뀌는 상황에서 1~2년이 넘게 개발을 진행 중이라면 시대에 따라가기 힘들어진다. 게다가 소자본, 소규모 개발사에서 게임을 만드는 경우가 많아 ‘시간은 곧 비용 지출’이라는 리스크로 다가온다.
<인피니티 블레이드>를 개발한 체어엔터테인먼트는 적어도 6개월 안에 게임을 론칭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마트게임들도 점차 3D 지원과 AAA급 타이틀을 선보이고자 하는 가운데 빠르게 개발하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답은 “가능하다”이다. <인피니티 블레이드>가 이를 증명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체어엔터테인먼트 시몬 허레이 수석 프로듀서.
■ 스마트폰게임을 처음 만들어 본 체어의 고민
체어엔터테인먼트는 <인피니티 블레이드>로 처음 스마트폰게임 개발에 도전했다. 그들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기존의 개발 과정을 스마트게임에 맞춰 압축할 것인가’였다. 개발 과정 하나 하나가 도전이었고, 이를 풀어 나가는 것이 숙제였다.
문제는 더 있었다. 애플 iOS 운영체제에서 구동되는 첫 언리얼 엔진 3 게임, 그것도 3D로 지금까지 모바일 환경에서 볼 수 없었던 그래픽을 선보여야 했다. 동시에 그 어떤 iOS 게임보다 재미있게 만들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체어엔터테인먼트와 에픽게임스(모회사)가 앞으로 론칭될 게임들의 기준이 되어야 했다. 물론 단순한 기술 데모가 아닌, 실제 게임으로 말이다.
체어엔터테인먼트 개발팀에 스마트폰게임 개발 경험자가 없었다는 점과 모바일을 지원하는 언리얼 엔진은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시점이라는 사실도 걸림돌이었다. 외주 제작 파트너와 조직 운영도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는 상황. 새로운 프로듀서도 개발을 시작하기 겨우 2주 전에 선임됐다.
체어엔터테인먼트는 스마트폰게임을 만들기 위해 기존 개발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할지를 먼저 생각했다. 그 결과는 크게 4가지로 정리된다. 일정 예측, 빠른 결정, 외주제작용 파이프라인 확보, 그리고 대화였다.
■ 작은 몸집이었기에 가능했던 빠른 개발
결론부터 말하자면 체어엔터테인먼트가 6개월 만에 <인피니티 블레이드>를 완성하고 론칭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작은 몸집 덕분이었다.
3명의 프로그래머, 4명의 아티스트, 2명의 애니메이터, 1명의 기획자, 1명의 프로듀서, 1명의 개발검수, 1명의 홍보. 도합 13명이 전부였던 개발팀과 모회사 에픽게임스가 보유한 자원은 복잡한 과정 없이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그들이 개발을 하기 전 결정한 사항은 2가지였다. 플랫폼에 특화되고, 모바일 게이머에게 딱 맞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게임의 특징이 결정된 후 개발은 빠르게 진행됐다.
언리얼 엔진 3의 위력을 스마트폰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3주, 아트 스타일을 결정하는 데 4주 정도가 걸려 프로토타입이 나왔다. 이를 내부에서 계속 테스트하면서 문제점을 찾아 나갔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반복된 작업을 진행했던 셈이다.
덕분에 기술적인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고, 코어 게임 플레이를 받쳐줄 콘텐츠를 빠르게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핵심내용을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었고, 이는 곧 오차 없는 개발의 원동력이 됐다.
■ 몸집이 작은 개발팀의 대화와 피드백
무엇을 할지 결정한 것은 개발 초기에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팀별로 정기적이고 반복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를 통해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빨리 제거할 수 있었고, 팀 사이의 직접적인 의견충돌을 방지할 수 있었다.
모든 의사소통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진행됐다. 매주 전체 개발팀이 모였고, 매주 팀별로 만났고, 매주 PR·마케팅 만남을 진행했다. 이는 매일같이 버그 테스트와 메모리 테스트를 할 수 있었다는 의미였고, 덕분에 빠르게 최적화를 이루어낼 수 있었다.
작은 몸집을 가진 개발팀이 아니었다면 이런 개발 과정은 실현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피니티 블레이드>는 빠르게 양산된 그저 그런 게임이 아니었다.
올해의 게임에 20번 이상 선정됐고, 12시간 만에 앱스토어 게임 부분 1위에 올랐다. 이는 앱스토어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애플리케이션이라는 기록으로 이어졌다. 수익 면에서도 출시 6개월 만에 1,000만 달러(약 11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개발 과정은 체어엔터테인먼트라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기억해야 할 것은 있다.
작은 개발팀은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려야 한다. 또 기기와 유저 모두를 위한 기획을 준비해야 하고, 신기술보다 이미 익숙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 콘텐츠와 기타 요소들은 모듈화된 방식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빠르게 재미와 보여줄 것을 찾아내야 한다, 불필요한 부분을 쳐내고 계속 플레이하면서 테스트를 거치는 것이 게임을 완성시키는 데 있어 빠른 최적화로 직결된다.
피해야 할 사항도 있다. 일단 자신의 모바일 경험을 유저들의 일반적인 경험으로 가정해서는 안 된다. 기존 게임을 단순히 모바일로 만들려고 해서도 안 되며, 너무 완벽한 것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
또 너무 고전적인 기획 방법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팀 구성원을 다양하게 구분할 필요도 없다. 대책도 없이 외주 제작에 의존해서도 안 된다. 이런 점들만 기억하고 있다면 스마트폰게임의 개발 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