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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살아남은’ 다크에덴, 이제 후속작이다

소프톤 엔터테인먼트 유태호 대표이사

안정빈(한낮) 2013-02-16 01:47:23

국내 최초의 호러 MMORPG를 시도했던 <다크에덴>이 상용화 10주년을 맞았다. 오픈베타(OBT)부터 따지면 12년째다. 의미가 깊다. 일단 호러와 뱀파이어라는, 당시나 지금이나 온라인게임에서 자주 쓰이지 않는 소재를 활용해 장기간 서비스에 성공했고, 중소개발사로는 드물게 10년을 홀몸으로 버텼다.

 

여기에 2년 전부터 오히려 매출이 오르는 늦깎이 성장까지 보여주고 있다.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부터는 기상캐스터 출신의 방송인 박은지를 모델로 기용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차기작을 준비하며 회사의 규모도 3배로 늘렸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일이다.

 

당연히 우여곡절도 많았다. 상용화 발표를 하루 만에 뒤엎었고, 3번의 CBT를 마친 차기작을 깔끔히 포기한 적도 있다. 아픈 상처였지만 그래도 <다크에덴>과 소프톤 엔터테인먼트는 살아남았다’.

 

중소개발사로 10년간 살아남기. 호러게임보다 더 호러 같다는 경쟁 속에서 생존에 성공한, 그리고 두 번째 시작을 꿈꾸는 소프톤 엔터테인먼트 유태호 대표를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소프톤 엔터테인먼트 유태호 대표

 

 

■ 조금은 무모했던 <다크에덴>의 시작

 

<다크에덴> 1999년 한 오피스텔에서 시작됐다. 기획자 출신인 유 대표는 7명의 직원들과 함께 <다크에덴>의 개발을 시작했다. 경리와 여직원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매일 회사에서 밤을 새우며 토론을 이어 가고 개발에 매달렸지만 쉽진 않았다. 이제 막 시작된 온라인게임에 대한 기준도, 지식도 부족했다. 게임엔진조차 없이 모든 것을 하나씩 만들던 때의 이야기다.

 

2년의 개발을 거쳐 2001년 OBT를 시작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3초에 한 번씩 서버가 멈췄고, 어렵사리 모은 유저들은 1년 만에 나온 상용화 발표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 개발부터 상용화, 서버 운영까지 연속된 시행착오. 돌이켜봐도 열악했고 아찔했던시기다.

 

 

TIG> 먼저 <다크에덴> 상용화 10주년 축하한다. 중소개발사가 여기까지 오는 것도 요즘은 드문 일이다.

 

유태호: 상장까지 한 큰 회사들을 빼고는 거의 없는 것 같다. 4~5년 전만해도 어느 정도 있었는데, 그런 회사들도 지금은 사라지거나 아니면 더 큰 회사에 인수돼 버렸다. 혹은 서비스가 유야무야 사라진 곳도 있고사실 오래된 게임이 없다기보다는 꾸준히 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서비스한 게임이 적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퍼블리셔에서 서비스하거나 개발사 자체를 인수하는 일이 흔하니까.

 

 

TIG> 10년 전 이야기를 해보자. <다크에덴>은 어떤 계기로 개발하게 된 건가?

 

다들 그렇듯 새로운 개발자들이 새로운 게임을 만들고 싶어했고, 이를 위해 투자를 받았다. 1999년 시작할 때는 4~5억 원의 투자에 1년에서 1년 반 동안 월매출 4,000~5,000만 원. 영업이익은 2,000만 원 정도 내보자 생각했는데, 게임을 만들다 보니까 상황이 확 달라졌다.

 

<리뉴얼> <아케인> <판타지포유>처럼 당시 쟁쟁한 게임들이 연달아 나오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늦게 나오는 주제에 퀄리티도 낮으면 정말 곤란하니까.(웃음) 그래서 전면적인 개선작업을 하다 보니 결국 2년이나 개발이 늦어졌고 2001년에 겨우 OBT를 시작할 수 있었다. 개발비도 결국 30억 원이 넘었다.

 

근데 이게 또 문제인 게, OBT에서는 3초마다 서버가 뻗어버리고……. 게임엔진이고 뭐고 없던 시기다 보니 모든 걸 알아서 해결하고, 처음부터 만들어야 했다. 홍보나 유통망도 없다 보니 공 CD를 들고 PC방을 돌아다니며 게임을 설치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열악했던 시기다.

 

<다크에덴>의 초창기 모습. 인기는 높았지만 서버가 멈추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TIG> 당시를 기억하는 유저들도 많을 텐데, 상용화도 순탄하진 않았다.

 

맞다. 상용화에 들어갈 때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하면 얼마나 사람들이 빠져나갈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더했다. 당시에는 그래도 저렴한 19,800 원 정액제를 택했는데 결과가 처참하더라. 2만3,000 명이 넘던 동시접속자가 3,000 명까지 줄었다. 어렵게 모았는데 상용화 발표 한 방에.(웃음)

 

이후 한 달 유지비도 안 나오는 매출을 보고 많이 답답해했었다. 그런데 게임은 정액제에 맞춰서 개발했으니 갑자기 부분유료로 바꿀 수도 없었고, 사실 부분유료화라는 용어도 그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무료화를 하되 특정 지역을 가려면 입장료를 내는 방식을 택하자 결정하고 여기에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금은 익숙한 프리미엄 방식이지만 그때는 정말 많은 고민 끝에 생각해서 내놓은 결론이었다. 선택이 좋았는지 프리미엄 서비스를 발표한 뒤 동시접속자도 전성기의 2/3 수준까지 회복되더라.

 

 

TIG> 지금도 그렇지만 왜 흔치 않은 뱀파이어 소재를 내세웠나?

 

신선하니까. 당시 판타지와 무협이 많았는데 새로운 걸 하고 싶었다. 좀 사실적이기도 하고. 그래서 고민 끝에 뱀파이어를 사냥하는 뱀파이어 헌터 게임으로 일단 결론이 났다.

 

그런데 어느 날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왜 우리는 이 매력적인 적들을 죽이고 엔딩을 봐야 할까?’, ‘왜 유저가 케리건이 되고, 유저가 가디언이 돼서 같이 게임을 즐기면 안 될까?’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유저들이 몬스터도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게임의 콘셉트에 맞추자면 뱀파이어다.

 

그것도 그냥 뱀파이어부터 시작하면 당위성이 없으니까 몬스터에게 흡혈을 당해서 시간이 지나면 변하는 걸로. 또 유저들이 어둡고 침침한 캐릭터를 싫어할지도 모르니까 뱀파이어는 슬레이어보다 3배 강력하게. 여기에 낮과 밤의 차이도 넣고……. 이렇게 뭔가 술술 풀려 나갔다.

 

<다크에덴>의 원화. 뱀파이어와 어두운 분위기를 적극 강조했다.

 

 

PvP로 살아남은 <다크에덴>, 오랜만에 얻은 2번째 기회

 

소프톤 엔터테인먼트는 2009<D2 온라인>의 테스트를 진행했다. <다크에덴>의 후속작으로 많은 관심 속에서 테스트를 치른 <D2 온라인>은 낮은 완성도와 부족한 콘텐츠로 숱한 비판을 받았고 이후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유 대표는 당시의 <D2 온라인>콘텐츠 조금 많은 SNG 수준의 게임이라 평했다.

 

유 대표가 소프톤을 떠나 있었던 2년 동안 대표를 맡았던 전문경영인은 <다크에덴> 대신 후속작인 <D2 온라인>에 집중하길 원했고, 2년 동안 <다크에덴>은 방치돼 있었다. 그렇게 개발된 <D2 온라인>의 완성도는 기대보다 턱없이 낮았고, 결국 소프톤에 복귀한 유 대표는 <D2 온라인>의 개발팀을 해체했다. <다크에덴> 하나부터 제대로 하자는 생각에서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속적인 홍보와 업데이트는 유저를 다시 불러모았고 2012 <다크에덴>의 매출은 2011년의 2배 가까이 성장했다.

 

 

TIG> 10년 동안 살아남았다. 어디에 저력이 있었다고 보나?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은 PvP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종족이나 PvP의 개념이 없는 일반 MMORPG였다면 진작 회사문을 닫았을 거다. 종족간의 PvP가 당연한 것으로 돼 있고 인간과 뱀파이어라는, 평화가 있을 수 없는 대립구도다 보니 자연스럽게 PvP가 활성화된다.

 

유저들의 연구나 참여도 적극적이 되다 보니 밸런스 문제가 생겨도 유저들이 알아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낸다. 개발사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들을 찾고 밸런스가 자연스럽게 물고 물리더라. 일종의 유행 같은 것도 생겨나고…….

 

결국 의외성인 셈인데 업데이트를 하고 시간이 흐를 때마다 이런 의외성이 계속 생겨난다는 것이 <다크에덴>의 장점이라고 본다. 실제로 서비스 도중 시스템이 고착되면서 유저들 사이에서 의외성이 생겨나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정말 위기였다.

 

2만5,000 개에 달하는 공략. <다크에덴>의 큰 자랑거리다.

 

 

TIG> 지난해를 계기로 매출이 눈에 띄게 올랐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지난해에 일이 있었다기보다는 그 전에 사정이 좀 있었다. <다크에덴>을 서비스하던 도중 2년 정도 내가 회사를 떠나 있던 적이 있다. 그때 전문경영인을 앉혔는데 <다크에덴>은 물론 게임의 특수성에 대해 전혀 모르다 보니 잘못된 판단을 많이 내렸다.

 

예를 들어 <D2 온라인>를 개발하겠다며 인력을 끌어모았고, 그 과정에서 <다크에덴>을 없애려 했다. 전작을 없애야 후속작으로 유저가 몰린다는 판단에서다. 당연히 <다크에덴>의 업데이트도 반쯤 멈춘 상태였다.

 

회사 밖에서 보다 보니 이건 아니다 싶어서 다시 복귀했다. 후속작도 좋지만 일단 기존 게임부터 먼저 제대로 만들어 놔야 할 게 아닌가. 그래서 떠난 개발자들을 다시 불러모아 업데이트를 시작하고 2~3년 전부터 떠난 유저들을 모으기 위한 콘텐츠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다.

 

다행히 지난해부터는 유저가 돌아오기 시작했고, 그러니까 개발자들도 자신감이 생기고, 홍보도 더욱 적극적으로 하게 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졌다. 덕분에 회사는 더욱 견고해진 것 같다. 대표를 떠나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TIG> 그럼 <D2 온라인>를 아예 없앤 건가? 당시 테스트도 3번이나 했던 게임인데?

 

그렇게 개발하면 안 되는 수준으로 개발되고 있었으니까. 솔직히 당시 <D2 온라인>은 콘텐츠가 조금 많은 소셜게임 수준으로 개발되고 있었다. 이걸 3번에 걸쳐 테스트했는데 마지막 테스트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의 개발자들에게 미안하고, 또 안타깝지만 게임을 보고 내린 결정은 깨끗하게 날려버리자였다. 회사가 사는 것이 먼저지, 되지도 않을 것을 붙잡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다크에덴>이 어느 정도 안정된 지금은 구인광고를 내서 새롭게 인원을 뽑고 그때와는 아예 다른, 새로운 <다크에덴 2>를 개발 중이다.

 

 

TIG> 덕분에 지난해부터 박은지를 내세운 홍보도 하는 중이고?

 

솔직히 업데이트에 집중한 이후에 매출도 잘 나온다. 부분유료 아이템을 팔면서 수익도 올렸고.(웃음) 하지만 단순히 매출을 위해 홍보를 한다기보다는 지금 있는 유저들이 놀 수 있는 충분한 커뮤니티를 만들자는 의도가 강하다.

 

떠났던 유저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돌아와도 함께 놀 수 있는 사람이 있도록.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중이다.

 

소프톤은 지난해부터 박은지를 모델로 내세워 <다크에덴>을 홍보하고 있다.

 

 

■ 10년 만의 후속작, 그동안 못했던 모든 것을 구현하고 싶다

 

소프톤은 현재 <다크에덴 2>를 개발 중이다. <다크에덴>의 성적이 안정된 만큼 다시 후속작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후속작으로 인해 <다크에덴>에 악영향을 미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에는 두 게임에 필요한 개발인력을 따로 관리하고 있다. 그래서 회사 규모도 3배 가까이 늘렸다.

 

유 대표가 생각하는 <다크에덴 2>의 콘셉트는 역시 뱀파이어와 인간, 그리고 PvP. 10년 이상 이전에 만든 전작은 기술적인 구현이 불가능했던 부분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원 없이 만들고 싶은 콘텐츠’로 후속작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그래서 목표도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PvP 게임이다.

 

 

TIG>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다크에덴>에 대한 애착도 깊겠다.

 

맞다. 아마 이 게임에 내가 애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다크에덴 2>를 만들 생각도 안 했을 거다. 20대와 30대를 함께한 게임이고 대박을 낸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둔 게임이다. 잠재력도 있어 보이고. 이 게임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으니까 지금까지 계속 한 거다. 조금이라도 애착이 없었다면 진작에 유행하는 스타일을 따라 갔겠지.(웃음)

 

 

TIG> 그럼 후속작도 소재는 뱀파이어인가?

 

정확히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PvP 게임을 만들고 싶다. 인위적으로 만드는 PvP 게임이 아니라, 적이 보이면 싸워야 한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는 그런 게임 말이다. 요즘 MMORPG는 퀘스트와 정해진 동선대로 흘러가는데 그런 건 이미 큰 회사들이 많이 만들었으니까. 우리는 노선을 좀 달리해서 계속 PvP를 하고, 대규모 전투도 신나게 벌이고, 그런 게임으로 만들고 싶다.

 

사실 <다크에덴>도 보상 하나 없이 유저끼리 재미있게 싸울 수 있는 구조다. 물론 어느 정도 보상이 뒤따르긴 하지만 일단 인간과 뱀파이어라는 그 자체로도 유저들은 목적을 갖고 계속 싸운다. 하지만 <다크에덴 2>에서는 더 PvP에 심화해서 다양한 보상과 재미가 따르는 게임으로 만들고 싶다.

 

<다크에덴>은 개발된 시기상 미완성된 부분이 많은데 그런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다크에덴 2>로 풀어 보고 싶다.

 

 

 

TIG> 10년 동안 게임을 만들어 왔는데 만족하는가?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새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없는데 게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래서 소프톤 엔터테인먼트만큼은 게임과 같이 회사와 사람이 꾸준히 성장하는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다. 특히 요즘은 게임 개발에서도 30대 이상의 연령이 많이 보인다. 그만큼 온라인게임이 성숙기에 접어든 것 같다. 그러니 우리도 오래오래 개발하고 싶다.

 

 

TIG> 자신에게 게임이란?

 

게임이란 승패를 만드는 것. 승패가 없는 것은 게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거기서 즐거움을 느끼고 만족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게 의외성이다. 만약 가위바위보라는 게임에서 매번 정해진 사람이 이긴다면 재미가 없다. 확률하고는 또 다른, 전략과 결과에 대한 재미다.

 

승패를 내고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고, 의외성을 통해 더 큰 재미를 느끼는 그런 것이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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