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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1인 개발? 충분히 할 만하다”

‘리버스 오브 포츈 2’ 도톰치 게임즈 장석규 대표

김진수(달식) 2013-06-07 17:05:00

왜 국내에서는 SRPG(시뮬레이션 롤플레잉 게임)를 많이 만들지 않을까? 패키지게임 시대가 저문 후 국내 게임시장은 SRPG ‘가뭄’에 시달렸다. 그런 갈증 때문이었을까? 지난 5월 11일 모바일 SRPG가 애플 앱스토어에 발매돼 바로 다음 날 한국 앱스토어 전체 유료 앱 1위를 차지했다. 바로 <리버스 오브 포츈 2>다.

 

<리버스 오브 포츈 2>는 2009년 12월에 발매된 <리버스 오브 포츈>의 뒤를 잇는 정식 후속작으로, 스마트폰에서 잠깐씩 즐기기 좋은 SRPG라는 게임성을 내세워 유저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런데 1편이 나온 2009년과 속편이 나온 2013년 사이에는 햇수로 4년이라는 시간 차이가 있다. 왜 후속작의 개발에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이유는 바로 혼자 게임을 만드는 1인 개발자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도톰치 게임즈 장석규 대표는 혼자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외로운 일이지만, 유저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게임을 완성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도톰치 게임즈 장석규 대표

 

 

만나서 반갑다. 국내에서 SRPG를 만드는 사람이 드문데, 어떻게 SRPG를 개발하게 됐나?

 

장석규: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가 인생을 바꿔 놓았다고 할까? 원래 SRPG를 좋아해서 <잔다르크> <영걸전> <슈퍼로봇대전> 등의 게임이 나올 때마다 열심히 플레이해 봤다. 그러다가 ‘내 스타일의 SRPG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게 <리버스 오브 포츈> 시리즈를 만들게 된 계기였다.

 

 

혼자서 게임을 개발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리버스 오브 포츈>을 만들었을 당시에는 회사를 다니면서 취미 삼아 개발했기 때문에 피곤했지만 괜찮았다. 어쨌거나 내가 원하는 게임을 만드는 일이라서 즐겁게 했다.

 

혼자 게임을 만들 때는 프로그래밍만 공부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다닐 때 만화를 그렸기에 원화는 직접 그릴 수 있었고, 기획은 게임 기획자로 10년 정도 일해 왔기에 괜찮았다.

 

결정적으로 1편을 만들었을 때는 지금처럼 회사를 관두고 매달린 게 아니라 취미 삼아 공부하면서 개발해도 되는 상황이었으니 부담이 적었다. 그렇다고 <리버스 오브 포츈 2>가 완전히 혼자 만든 게임은 아니다. 애니메이션과 사운드, 영어 번역은 외주로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

 

 

다니던 회사는 어떤 계기로 나오게 됐나?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듯하다.

 

<리버스 오브 포츈 2>를 준비하면서 이번에는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먹고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생기더라. 물론 다니던 회사가 올해 초 판교로 이사하면서 집과 너무 멀어진 게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다.(웃음) 또, 결혼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고민이 많았다. 월급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이 사라지는 셈이니 말이다.

 

그래도 회사를 그만두고 개인 개발에 전념할 수 있었던 건 앱스토어에서 4년 동안 <리버스 오브 포츈> <소서러 오브 포츈> <디펜스 오브 포츈>을 내놓으면서 쌓은 기반 덕분이었다. 전작들을 해 봤던 유저들이 후속작을 내면 즐겁게 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으니까.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좋은 성적이 나와서 한없이 기쁘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회사를 관두고 게임을 개발할 만한 매출이 나오나?

 

그렇다. 애니메이션, 사운드, 번역 외주작업을 해 준 사람들에게 돈을 더 주고도 남을 정도다. 다음 게임을 개발할 때까지 쓸 돈도 충분히 벌었다. 그리고 앞으로 낼 게임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 “스마트폰에 맞게 SRPG의 핵심만 담았다”

 

1편 이야기를 해 보자. 왜 게임 이름이 <리버스 오브 포츈>인가?

 

<리버스 오브 포츈>의 모태가 된 게임 이름이 <포츈 카드 온라인>이라서 그렇다. <포츈 카드 온라인>은 2001년쯤에 취직을 위해 팀 단위로 만들었던 게임이다. 온라인 SRPG로 캐릭터 10개 정도가 등장하고 멀티플레이만 가능한 게임이었다.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당시에 사용했던 작업물을 다시 활용했고, <포츈> 시리즈의 부활이라는 뜻에서 이름을 <리버스 오브 포츈>이라고 지었다. 처음에는 출시까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개발했었는데, 상황이 좋아져서 출시까지 하게 됐다.

 

2009년에 출시한 <리버스 오브 포츈>의 게임 화면.

 

 

<리버스 오브 포츈>은 간단한 게임성이 특징이다. 핵심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었나?

 

내가 스토리보다는 캐릭터 육성이나 전투에서 재미를 느껴서다.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 같은 게임을 하면 방대한 시나리오가 있지 않나? 그런데 나는 일본어를 못해서 공략집을 보면서 플레이했다. 스토리나 대화는 모두 넘겨버리고 말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SRPG를 플레이하면서 스토리보다는 캐릭터 육성과 턴 방식 전투에서 재미를 느끼게 됐다.

 

나는 SRPG는 전투뿐만 아니라, 전투를 준비하면서 고민하는 것도 재미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리버스 오브 포츈>에서는 전투와 전투를 준비하는 과정만 강조해서 만들었다. 이렇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게 스마트폰에 더 잘 맞는다는 생각도 했고.

 

 

1편 이후 <리버스 오브 포츈 2>가 나오기까지 오래 걸렸다.

 

혼자 개발하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그래픽 작업을 완전히 새로 해야 해서 오래 걸렸다. <리버스 오브 포츈>에 쓴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 등은 10년 전 작업물이기도 했고, 이펙트 같은 것들도 더 넣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완전히 새로 작업했다. 원화와 애니메이션을 새로 만드는 데만 2년 정도 걸렸다.

 

사실 시나리오도 넣고 싶었는데, 혼자서 개발하기 때문에 스토리를 넣으면 너무 오래 개발해야 해서 욕심을 줄였다. 만약에 시나리오 같은 걸 넣었다면 <리버스 오브 포츈 2>는 올해 안에 출시하지 못했을 거다. 가급적 빨리 출시하고 유저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서 힘을 뺐다.

 

그래서인지 SRPG를 좋아하는 유저들의 불만도 많이 들었다. 나도 스토리를 넣지 못한 게 아쉽기는 하지만, 스토리를 넣고 오래 개발했다면 이런 평가조차 받지 못했을 거다.

 

 

 

2편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은 어떤가?

 

예상보다 좋은 반응이라 놀랐다. 게임을 출시하자 커뮤니티 등에 게임 정보를 올리고 공유하면서 확산되더라. 그 덕분에 한국 앱스토어 유료 1위까지 했다. 유저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리버스 오브 포츈 2>에서는 멀티플레이가 추가됐다.

 

<리버스 오브 포츈 2>에서는 게임센터를 통해서 친구뿐만 아니라 랜덤한 유저들과 대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무래도 인공지능(AI)과 대전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과 대전하는 게 더 다양한 전략이 나오지 않을까 해서 만들어 봤다.

 

내가 혼자 게임을 만들다 보니 QA 외에 게임을 플레이해 볼 시간이 적었는데, 출시 후 유저들과 대전해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전략을 사용하더라. 덕분에 유저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마법을 쓸 수 있는 포인트인 ‘에테르’는 불리할수록 많이 생성되더라. 의도한 건가?

 

그렇다. 캐릭터의 능력이나 조합으로 승패가 결정되기보다는 일발 역전을 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강력한 스킬로 승패를 뒤집을 수 있도록 말이다. 너무 쉽게 이기면 재미 없으니까 긴장감을 넣어 봤다.

 

나도 다른 유저들과 멀티플레이를 하면서 역전을 많이 당하게 되더라. 내가 기획했지만, 막상 당하니 내가 억울하면서도 재미있었다.

 

 

<리버스 오브 포츈 2>의 다음 업데이트 계획을 알려줄 수 있나?

 

가장 먼저 1.03 버전에서는 더 빠르게 밸런스를 수정할 수 있도록 캐릭터 능력치를 서버에 저장해 놓고 바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의도했던 것과 달리 게임이 너무 쉽다거나 특정 캐릭터가 강하다면 애플의 업데이트 심사를 기다릴 필요 없이 캐릭터 능력치를 바로 바꿀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몬스터의 인공지능도 강화했다.

 

앞으로는 멀티플레이를 더 수월하게 하는 업데이트를 생각하고 있다. 상대방의 포메이션 정보를 저장해 뒀다가 따라해 보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업데이트는 개발 시간이 좀 필요하다. 또 최종 보스가 없어서 심심하다는 유저들이 있어서 보스를 추가할 생각을 하고 있다. 확정까지는 아니고,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리버스 오브 포츈 2>의 안드로이드 버전 개발 계획도 있나?

 

아쉽게도 아직은 없다. iOS에만 적용되는 언어로 개발하고 있기도 하고, 혼자서 만들고 있으니 안드로이드 OS 버전을 준비할 여력이 부족하다.

 

 

 

■ 다음 게임은 턴 방식 퍼즐게임 <소서리스 오브 포츈>

 

블로그를 통해 다음 신작을 예고했더라.

 

그렇다. 다음 신작은 <소서리스 오브 포츈>으로, 현재 개발 중이다. 전에도 <리버스 오브 포츈>의 세계관을 ‘포츈 클로니클’로 만들어서 퍼즐게임 <소서러 오브 포츈>과 디펜스게임 <디펜스 오브 포츈>을 만들었던 것처럼 시리즈를 낼 계획이다.

 

<소서리스 오브 포츈>은 현재 기본적인 퍼즐은 구현돼 있는 상태고, 캐릭터 원화 등을 그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

 

 

 

<소서리스 오브 포츈>에서 추가되는 새로운 요소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상대 캐릭터와 내 캐릭터가 하나의 퍼즐 판을 놓고 한 턴씩 블록을 움직이는 방식은 똑같다. 여기에 <리버스 오브 포츈 2>처럼 멀티플레이가 추가되고, 아이템을 통해 스킬을 획득할 수 있도록 바꾼다.

 

전작에서는 아이템이 속성별 공격력을 좌우했다면, 이번에는 아이템에 스킬 포인트가 더 붙는다. 아이템에 붙은 스킬 포인트가 일정 수치가 되면 스킬이 발동되는 식이다. <몬스터 헌터>의 스킬 시스템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편할 거다.

 

 

<리버스 오브 포츈 2>에서 아쉬웠던 스토리 등을 추가할 계획도 있나?

 

전작보다는 더 넣을 계획이지만, 간단하게 풀어갈 생각이다. <뿌요뿌요>처럼 전투할 때 캐릭터끼리 대화를 주고받도록 할 계획이다. 대화를 한 마디씩 주거니 받거니 하는 걸 보는 재미를 주고 싶다.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소서리스 오브 포츈> 개발 스크린샷.

 

 

■ 1인 개발, 유저들과 함께 게임을 완성해 나간다

 

혼자 게임을 개발하면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

 

외롭다는 게 가장 힘들다. 혼자 집에서 개발하면서 대화할 사람도 없으니 말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개발할 때는 밤에 개발하고, 다음날 회사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들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그리고 혼자서 QA나 테스트를 모두 하다 보니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출시 후에 생각하지 못한 버그들이 제보되기도 한다. 결국 업데이트로 해결하고 있는데, 게임을 출시하기 전에 이런 의견을 미리 들어볼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 1인 개발의 장점은 무엇인가?

 

일단 기획서를 쓸 필요가 없다. 나는 블로그에 작업일지를 적고 있는데, 기획서 같은 건 그게 전부다.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 같은 건 모두 머릿속에 있으니까 의견 조율할 필요 없이 작업할 수 있다.

 

그리고 유저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축복이자 특권이다. 특히 한국 유저들이 버그뿐 아니라 게임에 대한 의견을 정말 자세히 적어 준다. 유저들이 보낸 메일에는 직접 답변하고 있는데, 굉장히 즐거운 일이다. 덕분에 QA하면서 놓쳤던 부분은 유저들의 의견을 들으며 수정하고 있다. 유저들과 함께 게임을 완성해 나간다는 느낌으로 말이다.

 

또 ‘내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더 열심히 작업하게 된다. 쉬면서도 머릿속으로는 계속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있을 정도다.

 

‘포츈 클로니클’ 시리즈 중 하나인 <디펜스 오브 포츈>.

 


요즘 대형업체들이 모바일게임에 뛰어들면서 개인 개발자들이 힘들어지지 않았나?

 

확실히 요즘 게임시장이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유료 게임이 하루 3,000개가 팔려야 1위를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더라. 카카오톡 이후로 앱스토어 시장이 정말 많이 변했다.

 

하지만 오히려 1인 개발자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모든 회사들이 대중성을 위해 무료 게임을 낼 때, 고정적인 팬이 있는 게임을 유료로 내면 된다. 다들 무료 게임을 내는 상황이니, 오히려 순위에서도 유리하다. 적어도 한국은 1인 개발자가 활동하기 좋다고 본다.

 

 

혼자 개발하다 보면 막히는 부분도 있을 텐데, 그럴 때는 어떻게 해결하나?

 

막힐 때는 구글이나 개발자 포럼에서 검색해 답을 얻는다. 요즘에는 개발하는 사람들도 많고, 정보도 많이 공유되고 있어서 대부분의 개발 기술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처음 아이폰 게임을 개발하던 2009년 당시에는 개발에 관해 물어볼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만큼 개발하는 사람도 적었고.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혼자서도 게임을 만들기 좋은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게임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 부탁한다.

 

내 게임을 즐겨주고, 의견을 보내고 응원해 줘서 굉장히 감사하다. 내 게임을 하느라 3일 동안 밤을 새웠다고 하면 ‘다음에는 5일 동안 푹 빠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으로 힘이 난다. 개인적으로 유저들의 메일에 답변할 때는 친구에게 보내듯 편하게 쓰는데, 좋아해줘서 더욱 고맙다.

 

이제 ‘포츈 시리즈’를 꾸준히 만드는 게 내 인생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나이를 60, 70 먹고도 계속 내고 싶다. 그때까지 많이 응원해 주고 같이 게임을 만들어 간다는 생각으로 많은 의견을 부탁한다. 상업적으로 게임을 내기보다는 서로 즐길 만한 콘텐츠를 공유한다는 느낌으로 개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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