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드러너 for Kakao>로 시작해 <오븐브레이크 for Kakao>까지 크게 성공하며 지금은 ‘모바일 런게임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미 많은 모바일 런게임이 출시됐고, 런게임에 슬라이딩부터 공격형 액션을 결합한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나오는 게임들보다 먼저 모바일 런게임에 공격을 결합한 게임이 있었다. 바로 <판타지X러너즈>다. 지난해 2월, 앱스토어에 유료 게임으로 나왔던 <판타지X러너즈>는 런게임에 공격을 결합한 콘셉트와 깔끔한 그래픽으로 인기를 얻었다.
<판타지X러너즈>를 개발한 문래빗이 이번에는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후속작을 출시한다. <판타지러너즈 for Kakao>다. 카카오 버전에서는 어떤 점이 바뀌었는지, 또 어떻게 만든 게임인지 개발사를 찾아가 직접 들어 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왼쪽부터 문래빗 장윤기 대표, 박성신 아트디렉터.
■ “<판타지러너즈 for Kakao>, RPG의 느낌을 강조했다”
먼저 전작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전작은 어디서 영감을 얻어서 만들었나?
박성신 아트디렉터: 처음 개발할 때는 <몬스터 대시>라는 게임에서 영감을 얻었다. 여기서 RPG의 느낌을 강화했다. 사실 처음에는 우주 같은 콘셉트를 생각하다가 판타지로 정했다. 판타지가 콘셉트 잡기에는 가장 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격이나 활, 마법 등의 요소는 판타지 콘셉트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이다.
아트 스타일도 독특한 느낌을 준다. 어디서 영감을 얻었나?
박성신: 가장 일반적인 판타지 RPG의 느낌을 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디자인했다. <배틀하츠> 같은 게임의 아트 스타일의 영향도 일부 받았다. 하지만 깔끔한 캐릭터 디자인을 원해서 내가 보기에 만족하는 캐릭터를 만든 게 <판타지X러너즈>의 캐릭터들이었다. 색 사용이나 유저 인터페이스(UI)에 이르기까지 모두 내가 보기에 예쁜 게임을 원해서 심미성 위주로 만들었다.
캐릭터나 UI 디자인은 <판타지X러너즈>만의 독특한 느낌을 추구했다.
전작과 달라진 점이 궁금하다. <판타지러너즈>에서는 무엇이 바뀌었나?
송재학 프로그래머: 게임 전반적으로 크게 수정이 있었는데, 가장 먼저 몬스터의 HP(체력) 개념이 생겼다. 기존 <판타지X러너즈>는 모든 몬스터를 한 방에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니 캐릭터에 따른 공격 속도, 공격 범위의 밸런스가 아쉬워지더라. 지금은 몬스터의 HP 개념이 생겨서 연타로 잡을 수 없는 몬스터는 점프로 피하는 등의 판단이 필요하다. 더불어 캐릭터의 공격력이나 스킬 개념도 생겼다.
카카오를 붙이는 만큼, 소셜 요소를 살리고 싶은 욕구도 있었다. 그래서 <퍼즐앤드래곤>의 프렌드 리더 기능을 참고해서 친구의 캐릭터를 데려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장윤기 대표: 캐릭터들도 대거 추가했다. 전작에서 유저들이 캐릭터 수집을 재미있게 즐기더라. 그래서 캐릭터를 41종으로 늘리고, 각각의 개별 스토리나 대사 등을 추가했다. 전작에서 각 캐릭터에 대해 거의 설명이 없었던 데에 비하면 많이 늘렸다.
판타지 RPG의 느낌은 어떻게 강조했나?
박성신: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도록 했다. 게임을 하며 번 돈으로 각각의 캐릭터와 무기를 성장시켜 더 강력하게 만들 수 있다.
장윤기: <판타지X러너즈>는 스크린샷만 보면 RPG인 것 같은데, 실제로는 런게임이다 보니 성장 요소 등을 아쉬워하는 유저들도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성장을 통해 유저가 자신의 캐릭터에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액션도 강조했다. 피격 모션이나 이펙트 등을 통해 몬스터를 공격할 때의 타격감을 살리는 방향으로 만들었다.
캐릭터 강화를 통해 자신이 가진 캐릭터를 더욱 강하게 키울 수 있다.
전작과 달리 처음부터 4명의 캐릭터가 달리더라.
박성신: 전작은 처음에 한 명의 캐릭터가 달리다가 그 뒤에 캐릭터가 추가되며 달리는 방식이었다. 두 번째 캐릭터부터는 랜덤하게 등장했기 때문에 파티를 설정하는 재미가 약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완전히 개선해서 처음부터 파티를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캐릭터의 무기를 바꿀 수도 있던데, 어떤 의도인가?
장윤기: 애초에 <판타지X러너즈> 시리즈 자체가 아티스트 중심으로 만든 게임이다 보니 예쁜 디자인을 더 추구한 결과다. 그런 면에서 캐릭터의 무기를 바꿔 보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해 보는 재미도 만들고 싶었다. 마치 인형놀이를 하는 재미라고나 할까?
그리고 무기마다 꼭 맞는 캐릭터가 있어서, 해당 세트를 완성하면 보너스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런게임이라는 틀 안에 RPG를 녹이려고 조금 더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고민한 결과다.
박성신: 캐릭터와는 별개로 다양한 무기를 사용하는 경험을 주고 싶어서 의도한 면도 있다.
뽑기를 통해 캐릭터나 무기를 수집할 수 있다.
■ “디자인을 강조한 게임, 2차 창작을 기대한다”
전작은 얼마나 인기를 얻었는지 궁금하다.
장윤기: 아무래도 캐릭터나 디자인이 예쁜 게임이라 유료였지만 호응을 꽤 얻었다. 일본에서 유료 앱 1위를 꽤 오래 했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일본에서는 캐릭터는 예쁜데 스토리 등의 설명이 별로 없던 게 은근히 상상력을 자극한 모양인지 팬아트가 나올 정도였다.
일본 웹에서 <판타지X러너즈>의 팬아트를 찾아볼 수 있다.
이번에는 캐릭터 스토리가 더 들어가지 않나?
장윤기: 도감에서 캐릭터를 보면 설명이 나온다. 일단은 런게임이니 최대한 간단하게 했다. 캐릭터 스토리를 간단하게 한 건 동인 등의 요소를 생각한 면도 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2차 창작이 활발해질 테니까.(웃음) 심지어 전작에서는 이름도 안 나왔고 배경 스토리 설명도 없었던 캐릭터를 사전예약 상품으로 걸었는데, SNS 등에서 반응이 좋더라.
캐릭터 스토리를 만들 때 팬아트에서 영감도 받았다. ‘기묘한 도둑 티오’ 같은 캐릭터는 전작에서 유저들이 ‘죠죠의 기묘한 모험’에 나오는 캐릭터로 재창작을 했더라. 그걸 보고 스토리를 만들어 봤다. 한편으로는 스토리를 넣으면서 유저들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기존보다 캐릭터성을 확립하면서 그동안 이 캐릭터를 다르게 상상했던 유저들이 실망할까 걱정도 된다.
아까 캐릭터가 41종이라고 했는데, 다들 다른 스토리를 갖고 있나?
박성신: 물론이다. 그리고 각각 직업도 다양하다. 마법사, 궁수, 사제, 도적 같은 직업을 넣다가 나중에는 잡화상점 직원, 농부, 대장장이 같은 캐릭터들이 들어갔다. 심지어 패잔병 같은 직업도 있을 정도다. 이렇게 까지 했으니, 앞으로는 판타지에 나오는 다양한 직업을 추가할 계획이다. 그리고 <판타지러너즈 for Kakao>가 흥행하면 넥슨의 다른 게임과 콜라보레이션을 할 계획도 있다.
캐릭터 정보에서 캐릭터의 이름과 배경 설정을 볼 수 있다.
전작 <판타지X러너즈>의 개발기간은 얼마나 걸렸나?
장윤기: <판타지X러너즈>를 처음 개발할 때는 금방 만들 수 있을 줄 알고 시작했지만, 이것저것 고치다 보니 완성까지 대략 1년 가까이 걸렸다.
박성신: 처음에는 습작이나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1개월이면 완성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사실 처음 개발할 때는 나만 풀타임 개발이었고, 기획 같은 부분은 다른 사람들이 도와줬다. 거기다 생업 때문에 다른 일을 병행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렇게 게임을 만들다 보니 많은 부분을 바꾸게 됐고, 완성된 버전은 처음과 정말 많이 바뀌었다.
그럼 이번 게임은 언제부터 개발했나?
장윤기: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개발했다. 그 전부터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법인을 설립하고 나서 1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올해 1월에 시작했다면 런게임에 공격을 결합한 다른 게임보다도 먼저 나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출시 시기는 아쉽지 않나?
장윤기: 조금 더 일찍 출시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게임의 완성도를 위해서 일단은 마무리 작업을 했기에 더욱 좋은 게임으로 선보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이미 출시한 다른 게임을 보면서 <판타지러너즈 for Kakao>가 보완해야 할 점을 배우기도 했다. 대신 우리 게임이 더 재미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은 있다.
이제 게임이 출시되는데, 소감 한마디씩 부탁한다.
박성신: <판타지X러너즈>는 유료라서 소수의 유저를 위한 게임이라는 느낌이었는데, <판타지러너즈 for Kakao>는 대중적인 게임이 되었으면 한다.
장윤기: 게임이 흥행해서 유저들의 2차 창작물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판타지러너즈 for Kakao>가 기존 런게임에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많은 유저들에게 사랑받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