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영복 의상카드로 화제를 모았던 <카오스온라인>이 다시 한번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게임을 서비스하는 세시소프트는 지난 25일, <카오스 온라인> 한국서버에 일본의 유명 콘솔 게임/애니메이션 <전장의 발큐리아> 제휴 캐릭터를 추가한 것이다.
<카오스온라인>의 파격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유저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업데이트 내용이 공개된 22일에는 게임의 검색어 순위가 5계단 올랐고, 업데이트 당일에는 게임 내 자유게시판에 100페이지가 넘는 글이 쓰여졌다.
국내에선 흔치 않은 제휴 캐릭터 업데이트. 디스이즈게임은 <카오스온라인>을 만드는 개발사 네오액트의 정극민 PD와, 게임을 서비스하는 퍼블리셔 세시소프트의 하창효 팀장을 만나 그 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네오액트의 정극민 PD(왼쪽)와 세시소프트의 하창효 팀장
■ “<카오스>가 아닌 <카오스온라인>만의 차별성을 추구한다”
<전장의 발큐리아> 캐릭터를 <카오스온라인>에 추가했다. 유저들의 반응은 어떤가?
정극민 PD: 여러가지 의미로 폭발적이다. (웃음) 그동안 새로운 업데이트를 하면 <카오스온라인> 유저들 사이에서만 화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전장의 발큐리아> 제휴 캐릭터는 외부 유저들까지 많은 관심을 가져줬다. 덕분에 접속자도 많이 늘었다.
사실 25일 업데이트에는 <전장의 발큐리아> 캐릭터 추가 외에도 관전기능 추가나 제작 아이템 추가 등 여러 항목이 있었다. 그런데 전부 다 <전장의 발큐리아> 캐릭터에 묻혀버리더라. 개발자로서 조금 속상하기도 했다. (웃음)
하창효 팀장: 물론 100% 긍정적인 반응만 있지는 않다. <워크레프트 3> 변형게임(MOD) <카오스>까지 생각하면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비스를 한 게임이다. 그동안 쌓인 세계관이 있는 만큼 일부 유저 분은 이번 업데이트를 못마땅하게 여기기도 한다. 이 부분은 우리가 앞으로도 유저 분들과 계속 소통해야 할 문제다.

25일 업데이트된 제휴 캐릭터 ‘알리시아 메르키오트’(왼쪽)와 ‘셀베리아 블레스’
일본의 유명 콘솔 게임, 혹은 애니메이션과 제휴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다.
정극민: 사실 제휴 캐릭터는 게임을 처음 서비스할 때부터 세시소프트에서 제안했던 사항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우리가 가진 캐릭터(영웅) 숫자가 그렇게 많지 않았고, 게임의 틀도 온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뤘었다. 하지만 지금은 <카오스온라인> 고유의 캐릭터 숫자들도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고, 최적화나 편의성 등에서도 많은 개선이 있었다. 한숨 돌리고 나니 그때 세시소프트에서 했던 제안이 생각나더라.
제휴 캐릭터는 게임의 분위기 쇄신에 있어서 굉장히 유효한 수단이다. 또 <카오스>가 아닌 <카오스온라인>만의 차별성을 갖는데도 좋은 수단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 전격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세시소프트는 과거 <로스트사가>(현재는 위메이드에서 서비스) 때부터 제휴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하창효: 개발사에서는 우리를 악당으로 여길지 모르겠다. 게임마다 고유의 정체성이 있는데 이렇게 자꾸 제휴 캐릭터를 권하는 것을 보면…. (웃음) 하지만 개발사가 게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몰입하는 만큼, 퍼블리셔인 우리는 그런 게임사를 흔들어 항상 신선한 바람을 넣는 것이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휴 캐릭터도 그러한 바람의 일환이다.
더군다나 <카오스온라인>도 <로스트사가>처럼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게임이다. 누구나 한번은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다른 게임에서도 플레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가? 전혀 다른 작품에 나오는 두 캐릭터가 싸우면 누가 이기나 궁금하기도 하고. AOS인 <카오스온라인>은 그런 의미에서 제휴 캐릭터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게임이라 생각했다.

<카오스온라인>은 8년 간 쌓인 고유의 영웅과 세계관이 있는 게임이다. 제휴 캐릭터 도입에 대한 우려나 반대는 없었는가?
정극민: 처음 제휴 캐릭터를 제안 받았을 때는 내부에서 반발이 심했다. 아무래도 <카오스 온라인>은 장엄한 맛이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세계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반발의 이유였다. 하지만 지난해 수영복 등의 스페셜 의상 카드가 유저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것 처럼, <전장의 발큐리아> 캐릭터들 또한 비록 세계관에는 맞지 않더라도 유저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다들 동의해주었다.
실제로 유저들은 기존의 세계관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러한 파격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반응을 보면서 때로는 기존의 틀을 깨는 것이 유저 분들께 좋은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하나 다행인 점은 이번 가을에 업데이트될 ‘액트3’를 준비하며 게임의 세계관이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기존의 <카오스온라인>이 신성연합과 불사군단의 대립만을 다뤘다면, 가을에는 두 진영의 영웅이 힘을 합칠 수 있는 커스텀 모드가 추가된다. 이를 위해 세계관을 조정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번 제휴 캐릭터의 위화감도 줄여줬다고 생각한다. 고생한 스토리 작가에게 정말 감사하다.

<카오스온라인>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화제가 되었던 2012년 수영복 의상 카드.
■ “세가 외에도 다양한 IP 선보이겠다”
이번에 선보인 ‘셀베리아’와 ‘알리시아’는 기존에 선보였던 캐릭터들과는 화풍이 많이 다르다.
정극민: 다른 게임의 캐릭터를 더하는 만큼 원작 제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캐릭터 모델링은 우리가 담당했지만, 그것의 기반이 된 일러스트는 원작자가 직접 그렸다. 물론 게임에 적용된 모델링도 원작자의 검수를 통과한 결과물이다.

<전장의 발큐리아>의 일러스트레이터 ‘RAITA’가 직접 그린 두 캐릭터의 원화.
일본의 IP 보유자는 구현된 캐릭터를 검수하는데 특히 까다롭다고 들었다.
하창효: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검수 받는데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지적 받은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셀베리아는 본래 기본 자세는 ‘짝다리’를 짚은 포즈였는데 ‘군인답지 못하다’는 피드백이 와서 차려 자세로 수정됐다. 이외에도 머리카락 휘날리는 방향을 고쳤으면 좋겠다거나, 수영복은 흑색과 백색이 정식 배색이등 세세한 부분에서 피드백이 많았다. 네오액트 애니메이터가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정극민: 셀베리아 기본 자세만 4번 고쳤다. (웃음) 그래도 마지막으로 구현된 모습을 보니 확실히 느낌이 확 살아나더라. 새삼 장인정신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와 닿더라.

네오액트 애니메이터가 4번이나 다시 작업한 셀베리아의 ‘절도있는’ 차려 자세.
두 캐릭터가 나온 <전장의 발큐리아>는 <카오스온라인> 같은 AOS가 아니라 SRPG였다. 장르가 다른 만큼 캐릭터의 스킬을 구상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정극민: 아무래도 게임의 장르가 다르다 보니 캐릭터 모델링에서처럼 깐깐한 검수는 없었다. 오히려 기획 면에서는 참고자료만 주며 우리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 주었다. 덕분에 부담감은 더 컸다. (웃음)
알리시아는 특히나 부담이 컸던 캐릭터였다. 셀베리아 같은 경우 원작에서 워낙 강렬한 연출을 보여줘서 기술 구상에 어려움은 없었는데, 알리시아는 콘셉트 자체가 수수한 편이어서 어떻게 머리를 굴려도 '모양'이 나오지 않더라.
그래서 결국은 원작에 없는 연출을 더했다. 원래 알리시아 궁극기 원안은 단순히 ‘발큐리아’로 변신해 능력치만 상승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를 바꿔 변신 후에 공격타입도 근접으로 변화시켰고, 특수 스킬로 원작에 없던 별 모양으로 광범위한 지역을 베는 연출을 추가했다. 특히 특수기술은 원작에 없던 기술이라 만들면서도 걱정 많이 했는데 <전장의 발큐리아> PD가 굉장히 만족해하더라. 뿌듯했다.
원작에 없는 연출을 사용한 알리시아의 궁극기(37초부터)
<전장의 발큐리아>는 한국어 더빙이 되지 않았던 작품이다. 성우 선정에 어려움은 없었나?
정극민: 업데이트 한달 전까지 이를 일본 음성으로 내야 하나, 한국어로 새로 더빙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솔직히 원작 자체가 한국어 더빙이 없다 보니 괜히 한국어 더빙했다가 원작 팬들에게 욕이나 먹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었다.
하지만 명색에 한국에서 발매되는 캐릭터인데 한국어 음성이 없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결국 성우 분들을 믿고 한국어 더빙을 결정했다. 다행히 성우 분들 모두 잘 해주셔서 만족할 결과물이 나왔다. 세가 측에서도 처음엔 걱정했었지만 결과물을 보니 엄지를 치켜들더라. (웃음)
앞으로도 이러한 제휴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추가할 계획인가?
정극민: 기존의 캐릭터 라인업이 있는 만큼 무작정 제휴 캐릭터만 쏟아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카오스온라인>은 이야기가 중요한 RPG가 아니라 캐릭터 간 싸움이 주가 되는 AOS 게임이다. 재미를 위해서라면 더 많은 제휴 캐릭터 추가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아, 이런 말 하면 스토리 작가에게 미움 받으려나? (웃음)
하창효: 세가가 보유한 IP를 이용한 제휴 캐릭터는 꾸준히 나올 예정이고, 이와 별도로 올 가을엔 새로운 게임 IP와 제휴할 계획이다. 힌트를 주자면 <카오스온라인>이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 진출해 있는 만큼 모든 국가가 알고 있을 만한 IP다. 좋은 소식을 기대해달라.

■ 제휴 캐릭터와 ‘올픽’ 모드로 가을 공략
서비스를 시작한지 1년 반이 지났다. 그동안의 서비스를 자평하면?
정극민: 다사다난이라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카오스온라인>은 서비스 자체는 2년도 채 되지 않은 신규 게임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신규유저는 물론 8년 전 <워크래프트3>의 변형게임인 <카오스> 유저까지 있는 독특한 게임이다. 때문에 이 둘을 조화시키는 것이 가장 힘들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똑같은 요소가 있더라도 어떤 유저는 이를 게임의 개성으로 받아들이고, 어떤 유저는 이를 진입장벽으로 여길 수 있지 않은가? 인터페이스 같이 게임성과 관련이 적은 것을 고쳐도 오래된 유저 분들인 마치 자주 가던 맛 집이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되가는 것처럼 느끼지 않을까? 이 밸런스를 지켜 어떻게 모든 유저 분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매일같이 고민한다.
셀베리아의 스킬 영상
AOS 시장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부동의 1위고, 이 장르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도타2>도 서비스에 들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카오스온라인>의 전략이 있다면 무엇인가?
정극민: 진부한 이야기지만 게임 안과 밖에서 우리 색을 강화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도타>류 게임이 정교한 라인전과 다종다양한 스킬이 특징이라면, 안티-디스펠의 짜릿함이나 ‘한타’ 때 작렬하는 화끈한 궁극기는 <카오스온라인>만의 강점일 것이다. 이는 기존 <카오스> 유저와 신규 유저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때문에 시스템을 개선할 때도, 영웅을 디자인할 때도 우리 게임만의 강점을 어떻게 살릴까 고민한다. 이번에 추가된 <전장의 발큐리아> 캐릭터도 스킬의 손맛이 살아있지 않은가. (웃음) 복잡한 것 싫고 전투에만 집중하고 싶은 유저들에겐 <카오스온라인>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창효: 게임 외적으로는 퀄리티 높은 스페셜 의상과 다른 게임엔 없는 제휴 캐릭터가 <카오스온라인>의 강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제휴 캐릭터, 퀄리티 높은 스페셜 의상으로 유저 분들께 다양한 재미를 선사하려 한다.

올해 하반기 계획은 어떠한가?
정극민: 1년 가까이 게임을 가다듬는데 주력하다 보니 콘텐츠 업데이트 면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하반기에는 다양한 캐릭터와 모드로 이러한 아쉬움을 해소할 계획이다. 아마 유저 분들이 느낄 가장 큰 변화는 ‘올픽’이 가능한 커스텀 모드가 아닐까 한다. 기존의 <카오스온라인>이 신성연합과 불사군단의 대립을 다뤘다면, 이번에 추가되는 커스텀 모드에서는 진영의 제약 없이 자신이 원하는 영웅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아마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앞서 언급했던 신규 오리지널 캐릭터와 제휴 캐릭터가 추가될 예정이다. 그리고 <카오스온라인>만의 아이콘인 ‘수영복’ 의상카드도 다음 주 추가될 예정이다. 작년 못지 않게 자신 있게 내세운 작품이니 많은 기대 부탁 드린다.
하창효: 게임 외적으로는 글로벌 리그를 준비 중이다. <카오스>는 리그를 통해 고수가 이름을 떨치고 초보는 그런 고수의 플레이를 배우는 선순환 구조가 있었는데, <카오스온라인>은 그런 점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과 해외 <카오스온라인>이 안정권에 진입한 만큼 글로벌 리그를 개최해 전세계 고수들을 모을 계획이다. 아직 상금규모는 조율 중이지만 조만간 구체적인 소식이 있을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수영복 의상카드.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정극민: OBT를 시작한지가 엊그제만 같은데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그동안 게임의 편의성이나 최적화에 집중하느라 콘텐츠 업데이트가 뜸했는데, 이번 <전장의 발큐리아> 제휴 캐릭터를 시작으로 신규 캐릭터와 아이템, 모드 등 많은 콘텐츠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변화할 <카오스온라인>의 모습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하창효: 그동안 <카오스온라인>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게임 시스템이 변하는 것이 정신없을지 모르겠지만 모두 더 나은 경험을 선사하기 위함이니 어여삐 봐주시길 바란다. 개발사가 게임을 가다듬는 것이 일이라고 한다면, 퍼블리셔는 이러한 변화가 유저들의 요구에 맞게 이끄는 것이 일이 아닐까 한다.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카오스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글을 남겨 준다면 다음 업데이트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도 <카오스온라인>에 대한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