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은 <카트라이더>로 캐주얼게임 분야의 정점을 찍고 나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 2008년과 2009년에 나온 자체개발 신작들의 결과가 특히 그랬다. <우당탕탕 대청소>(2008년 11월 론칭)는 오픈베타 시작 두 달 만에 문을 닫았고, <카트라이더>의 후속작으로 야심차게 출발한 <에어라이더>(2009년 7월 론칭)는 흥행 레이스를 마치지 못했다.
<크레이지슈팅 버블파이터>는 그 무렵에 나왔던 넥슨 캐주얼게임 신작 중 유일한 생존자다. 2009년 1월 오픈베타를 시작한 <버블파이터>는 내년 초에 다섯 살이 된다. 안 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잘되나?’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어느새 가족이 함께 즐기는 캐주얼 슈팅게임으로 자리를 잡았다.
“저는 여전히 절박해요. 유저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서비스를 하고 싶습니다. 내년 계획이요? 거창한 그림을 그리기보다 작은 부분을 하나씩 챙겨 나가겠습니다.”
그동안 어떤 고민과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1일 서울 청담동 엠큐브에서 열린 <버블파이터> 공식대회 4차 챔피언스컵 현장에서 문새벽 개발팀장을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이재진 기자
<버블파이터> 개발팀 문새벽 팀장
문새벽 팀장은 넥슨에서 캐주얼게임 한 우물을 파 왔다.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엔비> 기획자로 출발해 <우당탕탕 대청소>에 참여했고, 다시 <비엔비>로 돌아갔다가 <버블파이터>의 라이브 개발을 맡았다.
“<우당탕탕 대청소>를 개발할 때 바로 옆 팀이 <버블파이터>였어요. 친한 동료들이 만든 게임이라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했죠.”
문 팀장은 <우당탕탕 대청소> 종료 이후 <비엔비> 팀으로 돌아갔다가 3년 전에 <버블파이터> 라이브 개발을 맡았다. 좋아하는 게임이었지만 라이브 운영에서 아쉬운 부분이 보였다. 유저들과 소통이 잘 안 되는 느낌. 그는 <비엔비>에서 익힌 노하우를 접목해 <버블파이터>의 내실을 다지기로 마음 먹었다.
보통 새로 라이브 개발팀장이 되면 뭔가 눈에 띌 만한 콘텐츠를 기획하기 쉽지만, 문 팀장은 작은 부분, 특히 소통부터 챙기기 시작했다. 결과는 천천히 올라왔다. 그가 <버블파이터>를 맡은 지난 3년 동안 동시접속자와 매출 등 각종 지표는 2배 이상 성장했다.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전략이 맞아떨어져서 뿌듯했어요. ‘내가 망쳐 놓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정말 너무 좋아하던 게임이었거든요.”
“내 아이가 이 게임을 한다고 생각해 봤습니다”
문 팀장이 <버블파이터>를 맡고 주목한 부분은 노하우의 활용과 유저에 대한 애정표현이었다. 넥슨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내부에는 각종 노하우가 쌓여 있었다. 그걸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동시에 정말 유저들의 입장에서 뭔가 고민해 봤는지 반성했다.
“밖에서 바라보는 넥슨의 이미지가 있잖아요. 듣기에 유쾌한 별명은 아니지만, 사실 그건 우리가 만든 이미지가 아니냐는 취지의 이야기를 내부에서 했습니다. ‘넥슨은 여러분을 사랑합니다’라고 하지만, 정말 내 아이가, 내 조카가 이 게임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접근해 봤는지 돌아보자고요.”
결론은 접근방법을 바꾸는 것이었다. 구매의 유혹이 강하도록 설계돼 있던 캐시 아이템을 조정해 선택권을 유저에게 넘겼다. 캐시가 꼭 없어도 원하는 아이템을 쓸 수 있도록 해주자는 개념이었다.
“왜 보통 이벤트를 진행하면 (유저들이) 하기 싫어하는 모드나 콘텐츠를 이용하게 유도하잖아요. 꼭 그렇게 해서 시간을 끄는 게 우리에게 이득이 될지 생각했습니다. 당장 지표는 좋아지겠지만, 그게 진정한 이득인가 고민했죠.”
그래서 억지스럽고 인위적인 이벤트가 아닌, <버블파이터>를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벤트에도 당첨되게 했다. 캐시 아이템에 대한 접근을 바꾼 것도 큰 변화이자 도전이었는데, 2013년 들어 넥슨의 게임들이 대부분 지향하는 이른바 ‘착한 유료화’도 <버블파이터> 팀은 한 발 앞서 시도했다.
“2012년 중반부터 (유료화 방향 변화를) 시작했어요. 수익 구조를 뒤집었을 때 처음에는 매출이 안 나왔죠. 하지만 그렇게 계속 기조를 유지하며 서비스했더니 유저풀이 커져서 매출이 다시 올라왔습니다. 보다 많은 유저들과 유지되는 매출이라는 원동력을 가졌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효율보다 유저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가 우선”
업데이트의 계절 겨울을 맞아 <버블파이터>에도 콘텐츠가 추가된다. 이미 11번째 게임 모드 ‘대장전’이 나왔고, 새로운 동화테마의 맵, 클랜전, 최대 대전 인원수 증가(4:4 -> 6:6) 업데이트가 이어질 예정이다.
“지금까지 뭔가 크게 터뜨려서 한 방에 대박을 내자, 이렇게 접근하지 않았어요. 유저들에게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가 우선이었죠. 사실 6:6이나 클랜전은 홍보하기도 힘듭니다. 그런데 임팩트는 약할지 몰라도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는 필요한 콘텐츠입니다.”
5년 전에 나온 게임의 최대 대전 인원수를 늘리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은, 큰일였다. 클랜전을 위해서는 서버를 새로 추가했다. 비율 대비 효율은 떨어지는 작업이라는 게 문 팀장의 솔직한 표현. 그래도 ‘우리가 할 건 하고 보자’는 마음이 앞선 결과다.
레드와 블루 양쪽 진영에서 한 명씩 무작위로 대장으로 변신해 싸우는 모드 ‘대장전’. 지난 19일 업데이트됐다.
내년 1월 9일 업데이트될 ‘동화 테마’ 맵. 높이 뛸 수 있는 ‘점프대 시스템
’이 처음으로 도입된다.
“가족을 이어줄 수 있는 게임을 위하여”
이번으로 4회째를 맞은 챔피언스컵도 유저와 소통하려는 고민의 결과다. 슈팅게임이니 유저들끼리 실력을 겨뤄 보고 싶을 텐데, 문제는 과연 얼마나 참가할지였다. 대회에 나올 유저를 동원하기도 애매할 것 같으니 관중은 꿈도 못꿨다. 그렇게 2012년에 시작된 챔피언스컵은 여름과 겨울에 열리는 정례 이벤트로 자리를 잡았다.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오더라고요. <버블파이터>는 저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좋은 게임이었습니다.(웃음) 그래서 가족을 이어줄 수 있는 게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죠. 게임의 긍정적인 면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잖아요. 그래서 경기 자체보다는 재밌게 즐기다 가시라는 콘셉트로 대회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가족부 경기는 올해 여름에 열린 3차 챔피언스컵부터 생겼다. 한번 응모라도 받아 보자고 해서 추진했는데,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여성부와 가족부 참가 지원자가 많았다.
사연 이벤트에 선정된 한 아빠와 아들. <버블파이터>를 좋아하는 아들이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집중력도 좋아졌다는 사연이었다.
“거창한 계획보다 신뢰를 줄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문 팀장은 4차 챔피언스컵 현장에서 경기와 각종 이벤트, 사연 소개, 개발팀과의 질의응답 등이 진행되는 과정을 뿌듯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소통하자고 마음 먹었고, 계속 시도했기에 얻은 수확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는 걱정이 태산이다.
“유혹이 많아요. 늘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자극적으로 가게 되기 쉽습니다. 유저들이 콘텐츠에 내성이 생기기 때문이에요. 그렇지만 <버블파이터>는 가족이라는 유저 그룹이 있기 때문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문 팀장은 <비엔비> 개발팀에 있던 시기에 서비스 10주년을 맞이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제 5주년을 앞둔 <버블파이터>는 갈 길이 멀지만, 10주년까지 갈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내년 계획이요? 조금이라도 더 안정적인 서비스, 유저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서비스를 하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형태를 빚어 왔다면, 그 형태를 단단하게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어떤 큰 그림을 그려서 거창하게 가겠다기보다는 작은 부분이라도 하나씩 더 견고하게 만들겠습니다.”
가족부에서 우승한 ‘플레이어’ 팀의 윤희용(45), 윤성현(10) 부자.
120명의 유저들이 초청된 4차 챔피언스컵 현장 모습. 부모와 아이가 함께 온 가족도 많았고, 전체적으로 훈훈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행사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