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닝일레븐> 시리즈가 아니다. <위닝일레븐>의 명예를 훼손한 게임이다. 많은 말을 들었죠. 근데 그런 비판에도 할 말이 없었어요.” <위닝일레븐 온라인 2014>를 개발 중인 강석진 팀장이 돌이켜 본 전작 <위닝일레븐 온라인>에 대한 평가다.
지난해 <위닝일레븐 온라인>을 접한 유저들의 반응은 냉정했다. 2세대 엔진을 사용한 그래픽은 시대에 한참 뒤떨어져 있었고, 무리한 결제 방식은 유저의 비난을 샀다. 피치 못할 사정도 많았지만 ‘그래도 위닝일레븐이니까 어떻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개발팀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NHN엔터테인먼트와 코나미가 게임 이름을 바꾸고 최신 폭스엔진까지 사용하며 <위닝일레븐 온라인 2014>(이하 위닝온라인 2014)을 새롭게 출시하게 된 계기다.
하지만 상황은 썩 좋지 않다. 전작 <위닝일레븐 온라인>의 오명도 씻어야 하고, 한창 상승세에 접어든 <피파 온라인 3>와의 경쟁도 피할 수 없다. 여기에 콘솔버전 <위닝일레븐 2014>도 솔직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진 못하다. NHN엔터테인먼트로서는 <위닝일레븐 온라인>보다는 낫되 <위닝일레븐 2014>와는 다르면서, <피파 온라인 3>와 경쟁할 수 있는 타이틀을 만들어야 하는 셈이다. 첩첩산중이다.
결국 개발팀이 찾아낸 해답은 하나다. 성장이나 반복 플레이 콘텐츠, 결제 유도, 다른 게임과의 차별화 같은 복잡한 고민은 나중에 하자. 그 대신 지금은 ‘축구’를 재미있게 만드는 데만 집중하자. 그래서 CBT의 목표도 확실히 잡았다. ‘친구들과 플스방에 가서 <위닝일레븐>을 즐기던 재미를 집에서 공짜로 느끼게 해주는 것.’
경기를 통한 보상이나 성장, 확률에 의존하지 않고도 ‘그저 축구만으로 재미있는 게임’에서 모든 것을 시작해 보겠다는 NHN엔터테인먼트 Win팀의 강석진 팀장과 이진성 선임 프로그래머를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왼쪽부터 NHN엔터테인먼트 Win팀 강석진 팀장과 이진성 선임 프로그래머.
뼈아픈 전작의 기억. <위닝일레븐> 팬들의 냉정한 비판
TIG> 리뉴얼 발표가 거의 신작 수준이다. 엔진에 게임이름도 바꾸고.
이야기가 샐 수도 있는데 <위닝일레븐 온라인>을 론칭했을 때 캐릭터 성장도 있고, 뽑기 시스템도 있고, 그냥 간단히 말하자면 유료화를 강화한 모델이었다. <위닝일레븐> 팬들 사이에서는 ‘이건 <위닝일레븐>이 아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가슴 아프긴 했지만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래서 <위닝일레븐 2014>에서는 그냥 전작을 ‘백지화하자’는 결론을 냈다. 이전까지의 모든 걸 잊고 2007년 <위닝일레븐> 전성기의 향수를 자극하자는 콘셉트다.
TIG> 코나미의 반응은 어땠나?
한국 유저들의 눈이 생각보다 높다는 결론이었다. 또, 한국 유저들이 시원시원한 게임성을 좋아한다는 것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다. 2007년 버전을 예로 든 것도 그래서다. 2010년 이후에는 시리즈가 사실적으로 변하면서 시원시원한 맛이 많이 사라졌으니까.
반면 시대는 2014년이잖나. 일단 그래픽과 모션에서 유저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코나미와 얘기해 최신 폭스엔진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2007년 게임성에 2014년 그래픽을 얹은 모양새 정도로 생각해 달라.
TIG> 전작이 비판을 받았다고 했는데, 정작 이번 테스트에 전작 유저들을 우선적으로 초대했다. 자신감인가?
전작이 기존 <위닝일레븐> 마니아들에게 시리즈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수준의 비판을 받았다. 그만큼 우리가 못했던 부분도 많고, 그래서 이번 스페셜 인비테이셔널 테스트의 목적 중 하나를 ‘전작의 유저들에게 인정받자’로 잡았다.
질타를 많이 받은 만큼 이번에 이 유저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저변 확대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자신감보다는 미안함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Again 2007, <위닝일레븐> 영광의 시대로 돌아가겠다
TIG> 솔직히 말해 매번 듣는 <위닝일레븐 2007>의 게임성이라는 것이 잘 와 닿지 않는다.
사실적이면서도 특유의 재미를 섞은 부분이라고 생각해 달라. 예를 들면 슈퍼 A급 선수들, 그러니까 메시나 호날두, 베일 등의 개인기와 특징을 섬세하게 살렸다. 단순히 얼굴만 본뜬 게 아니라 호날두의 무회전 킥이나 네이마르의 마르세이유턴이라거나. 이런 기술을 유저들이 개인기 키를 통해서 더욱 잘 살릴 수 있다. 선수들의 미세한 특징도 확인할 수 있고.
난이도도 <위닝일레븐> 시리즈가 조금은 어려운 편인데 2007 버전에서는 굳이 R1, R2 등의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어느 정도 쉽게 개인기를 할 수 있었다. 방향키만 갖고도 대부분의 조작이 가능하고, 패스도 더 쉬워지고, 중거리 슛도 타이밍을 맞추면 시원하게 꽂힌다. 묵직한 손맛과 시원한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던 버전이다.
TIG> 당시에는 게임패드 조작에 집중한 재미였는데, 이를 키보드로 옮기는 게 가능할까?
엄밀히 말하자면 100%는 불가능하다. <피파>도 그렇고 <위닝일레븐>도 그렇고 패드는 16방향이 지원되지만, 키보드는 4개의 방향키를 섞은 8방향이 한계다. 결국 패드 유저의 컨트롤이나 방향전환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구조상의 문제다.
다만 이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비슷한 느낌을 주는 건 가능하다. 예를 들면 페인팅 모션 같은 경우는 버튼이 많은 키보드가 유리하다. 스스로 다양한 키 설정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고.
그래서 유저들이 많이 가는 카페 등을 통해 키보드 키 설정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위닝일레븐>을 <피파 온라인>에 맞춰 바꾼 키 배열부터 난해한 키 설정까지 유저에 따라 방법도 다양하더라. 그 모든 설정을 분석하고 어떤 게 유저들에게 최선일까를 고민하는 중이다.
TIG> 전작보다 확실히 키보드에 친화적으로 만들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나?
사실 콘솔 시리즈 시절부터 키보드에 많이 집중하지는 않았던 게 사실이다. ‘적당히 넣어는 둔다’는 느낌이었는데, 온라인에서는 키보드 유저가 월등히 많을 테니까 키보드를 중심으로 조작감을 살릴 수밖에 없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조작감을 위한 일종의 ‘실험’도 한다. 조작법이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을 위해서 개인기 버튼 하나로 해당 선수가 가진 다양한 개인기가 상황에 맞춰 임의로(랜덤) 발동되게 만들었다. 드리블 도중에 개인기 버튼을 누르면 갖고 있는 페인팅 모션 중 하나가 나오는 식이다.
특히 초심자의 경우 게임패드로 할 때만큼 키보드로 조작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를 편의 시스템으로 풀어 보자는 생각에서 들어간 기능이다. 물론 게임에 충분히 익숙한 유저는 개인기 하나하나를 단축키로 따로 넣을 수도 있다.
TIG> 결국 다른 시리즈에 비해 ‘쉽다’는 뜻으로 들린다.
쉬운 건 맞지만 그렇다고 <위닝일레븐> 시리즈의 기본을 해칠 수준은 아니다. <피파> 시리즈를 예로 들자면선수가 공을 받기 전에 패스 버튼을 눌러 두면 공을 받은 선수가 모션을 강제로 캔슬하고 패스한다. 반면 <위닝일레븐> 시리즈에서는 그런 모션 캔슬 기능이 없다. 원래부터 진짜 같은 축구를 추구한 탓이다.
덕분에 처음 접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반응속도가 <피파> 시리즈에 비해 조금은 느리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반면 동작은 훨씬 자연스럽고 조금만 익숙해지면 정말 사실적인 축구를 감상할 수 있다.
아케이드성이냐 사실성이냐를 두고 계속 고민했던 부분이기도 한데, 결국은 <위닝일레븐> 시리즈 특유의 느낌을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결과는 이번 테스트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TIG> 엔진도 바꿨는데 그래픽만큼은 마음이 가볍겠다?
그게 또 다르다. 일단 콘솔 버전 <위닝일레븐 2014>만 봐도 잔디 텍스처나 반돔구장에서의 광원 등 유저들의 불만이 있다. TV 모니터에서는 좋아 보이던 그래픽도 PC로 옮겨 보면 지저분해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위닝온라인 2014>에서는 엔진 여기저기를 만진 상황이다. 지난 간담회에서 <위닝일레븐 2014>의 엔진을 괜히 폭스엔진 2.0이라고 표현한 게 아니다. 인터페이스에서도 많은 부분을 고쳤는데 메뉴 화면부터 엔진에 포함돼 있다.
덕분에 로비부터 뛰어다니는 선수들을 볼 수 있고, 퀵스타트 세팅이라고 해서 특별히 여러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경기에 진입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강조했다. 일단 그래픽만큼은 현재 축구게임 중 최고 수준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건 나중에, 일단 축구만으로도 재미있게 만들자
TIG> 곧 CBT가 시작되는데 특이하게도 시스템을 하나로 공개하지 않았다.
아직 없으니까. 이번 테스트에서는 콘솔 버전처럼 그냥 ‘원하는 팀을 골라서 다른 유저와 대전하는 기능’만 들어간다. 성장도, 선수설정도, 부분유료와 관련된 시스템도 하나도 공개되지 않을 거다.
TIG> 조금 의외다. 온라인 축구게임인 이상 성장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점검해야 하지 않나?
이야기가 조금은 돌아가게 되는데, <위닝온라인 2014>를 어떻게 하면 직관적으로 만들까 생각했다. 온라인이라고는 해도 축구게임인데 유저들이 축구 대신 다른 것에 매달려 있는 건 무언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경기를 하다가 중간에 강화도 하고 선수도 뽑고 그래야 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버튼 하나 눌러서 축구만 즐기면 되는 방식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위닝온라인 2014>에서는 초반부터 시원시원한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선수들의 초반 능력치도 콘솔 버전에 맞춰져 있다.
왜, 콘솔 시절 <위닝일레븐>이 재미있던 건 성장이나 뽑기가 아니라 축구 그 자체였지 않나? 개발팀에서도 축구 자체의 재미로 인정받지 못하면 다른 걸 아무리 잘해도 ‘축구게임’은 아니게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축구 이외에는 모든 기능을 뺀 이번 테스트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되는 셈이다.
TIG> 결국 성장이나 뽑기 등을 제외하고 축구에만 집중하겠다는 건가?
그렇다. 결론은 간단하다. 유저의 실력이 비슷하면 선수의 성장과 상관없이 경기도 박빙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축구와는 크게 상관없이 진행되는, 단순한 성장 시스템은 빼자는 게 우리의 목표다. 성장이 아예 없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 같은 시스템은 아닐 거다.
물론 돈을 질러서 이기는 것도 재미의 요소가 될 수는 있다. 실력이 약한 유저들을 배려하는 무언가도 된다. 하지만 지금의 다른 축구게임들처럼 뻔한 성장방식을 도입한다면 그들을 따라잡는 건 고사하고 <위닝온라인 2014>만의 장점을 살릴 수도 없다. 전작의 서비스 과정에서 뼈아프게 배운 교훈이다.
그래서 <위닝온라인 2014>는 플스방에 가서 콘솔 버전 <위닝일레븐>을 하는 느낌으로 접근하려고 한다. 축구 이외의 부분에서 스트레스 받을 일 없이, 축구게임 좋아하는 유저라면 가볍고 시원하게 경기를 한판 치르며 축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게임으로 말이다.
TIG> 생각은 좋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을 듯하다.
성장이나 반복 플레이의 요소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고민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앞으로 차차 공개하게 될 텐데, 앞서 말한 것처럼 축구게임을 해치지 않는 방면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당장 신경 쓰는 부분이라면 일단 팀 밸런스부터 문제다. 축구게임에서 팀은 절대적인 능력치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유저의 실력이 비슷한데 누구는 AC밀란의 팬이고, 누구는 레알 마드리드의 팬이라면 대부분의 경기를 레알 마드리드를 고른 유저가 이기게 된다. 콘솔 버전이라면 큰 상관이 없겠지만 온라인 버전이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팀의 실력 차이는 인정하되 약한 팀도 전술이나 가위바위보 같은 수 싸움을 통해서 승리를 노려볼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확률은 낮지만 그래도 자신만의 무기를 다듬을 수 있도록 만드는 건데 다양한 방면에서 코나미와 함께 고민하고 있다.
TIG> 이제 며칠 뒤면 새로운 <위닝온라인 2014>의 첫 테스트다. 어떤 반응이 나왔으면 좋겠나?
우리가 선택한 버전을 테스트하는 셈이니까 어떤 평가든 받고 싶다. 그러진 않겠지만 유저들이 마냥 좋다고 하는 것도 생각보다 안 좋을 것 같고, 충분한 질타와 충고가 좀 있었으면 한다. ‘<위닝일레븐>다운 <위닝온라인 2014>구나’ 같은 반응이 제일 기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