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이즈게임이 클로즈 베타테스트 체험기를 통해서 ‘우리가 원하던 <디아블로 3>’라고 평가했던, 그리고 개발진이 한국을 찾아와 <디아블로>의 정수를 담았다고 말한 확장팩 <디아블로 3: 영혼을 거두는 자>(이하 영혼을 거두는 자)의 발매가 다음 달로 다가왔다.
이미 소수의 인원은 베타테스트를 통해 <영혼을 거두는 자>를 체험했고, 또 평가했다. 하지만 여전한 궁금증은 남아 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궁금증은 <디아블로> 시리즈의 핵심 재미인 아이템에 집중돼 있다. 디스이즈게임은 20일 열린 블리자드 미디어 데이에서 <디아블로 3> 개발을 맡고 있는 조쉬 모스키에라 디렉터와 데이브 아담스 수석 디자이너를 만나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왼쪽부터 데이브 아담스 수석 디자이너와 조쉬 모스키에라 디렉터.
새로운 전설 아이템은 확장팩의 핵심 시스템
베타테스트 버전을 보면 고행 난이도에서 새로운 전설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확장팩에서도 고행 난이도를 플레이해야만 하는 것인가?
조쉬 모스키에라(이하 조쉬):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높은 난이도에서 플레이할수록 전설 아이템을 얻을 확률이 높아지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특정 전설 아이템을 고행 난이도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다양한 고민을 했는데 개발팀 내부의 최종 결정은 확률의 높고 낮음은 있지만 모든 전설 아이템은 모든 난이도에서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블리즈컨 2013 이후 <영혼을 거두는 자>의 전설 아이템 획득 확률이 90분에 1개는 얻을 수 있도록 조절됐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데이브 아담스(이하 데이브): 여기서 확실히 말하지만, 일정 시간 플레이하면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을 설정한 것은 없다. 다만 전리품 2.0 시스템을 통해 전설 아이템을 얻을 확률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베타테스트 데이터를 취합해 분석한 결과, 유저가 전설 아이템을 얻은 평균 시간이 90분이다. 그렇다고 항상 90분마다 아이템을 100% 얻는 것이 아니다.
모험 모드에 추가된 ‘네팔렘의 균열’을 클리어하고 얻는 호라드릭 주머니에서는 전설 아이템을 얻을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조쉬: 처음에는 그렇게 할까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수정됐다. 로또처럼 낮은 확률이지만 네팔렘의 균열 보상으로 받는 호라드릭 주머니에서도 전설 아이템이 등장할 것이다.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꼭 사냥해야 할 정예 몬스터는 특유의 옵션 조합, 예를 들어 융해와 비전 파수기 등의 조합이 걸리면 사냥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영혼을 거두는 자>에서는 어떤가?
데이브: 우리도 충분히 고민했고 커뮤니티를 통해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인지하고 있다. 우리도 게임을 하는 유저의 입장에서 이런 상황을 마주하면 화가 난다. 베타테스트를 통해 이런 문제를 조절하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시간이 지나면 더 좋아질 부분이라고 답할 수 있다.
예전에 예로 들었던 융해와 비전 조합은 아예 등장하지 않도록 조치했었는데, 확장팩에서는 레벨이 올라갈수록 상대할 수 있는 유저의 스킬 조합 등을 제공하고, 유저가 이를 공부해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조합이 나오는 일은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이템의 조합으로 창의적 플레이를 유도
확장팩 아이템 중에서 저항과 관련된 옵션이 다수 존재하는데, 정예 몬스터의 속성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아이템 조합도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조쉬: 아이템을 통해 정예 몬스터의 옵션에 대응하는 방법도 포괄적인 시각에서 보고 있다. 몬스터와 아이템의 옵션이 서로 카운터를 날릴 수 있는 방법도 아이템을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기획 중 하나다. 한두 개의 아이템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아이템을 사용하도록 유저가 연구하고 공략법을 만들어 가는 창의적인 플레이를 <영혼이 거두는 자>에서 생각하고 있다.
<디아블로 3>가 발매되고 초기에는 ‘Error 37’ 때문에 고생 좀 했다. 확장팩이 나오고 많은 이들이 복귀하면 또 걱정이 되는데, 대비가 되어 있나?
조쉬: 당시에 하나의 게임을 전 세계에 동시 출시하는 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일인지 깨달았다. 오는 3월 25일에는 이런 문제가 없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서버 수용 능력, 대역폭,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보완을 했다.
과거 오리지널 출시 때는 게임을 구입하고 설치와 플레이하는 시간이 겹치면서 많은 트래픽이 발생했다. <영혼을 거두는 자>는 구매하기 전 자동으로 설치되기 때문에 Error 37과 같은 문제는 완화될 것으로 본다.
<영혼을
거두는 자>는 캐릭터 밸런스가 수정되면서 야만용사의 경우 분노수급이 제대로 안 되는 등 패턴의 변화가
생겼다. 의도한 부분인가?
데이브: 그렇다. 더 많고 다양한 기술을 유저들이 직접 사용하기를 원했다. 개발팀 내부에는 유저들이 자주 사용하는 스킬이 무엇인지 통계를 내는 자료가 있다. 유저가 같은 기술만 계속 사용하거나, 또는 사용하지 않는 기술이 있다면 밸런스 조절을 한다.
유저 입장에서는 한 기술만 사용하는 건 효율적이지만 게임의 플레이는 지루할 수밖에 없다. <영혼을 거두는 자>는 6개 캐릭터에 룬과 스킬의 조합을 통해 수많은 창의적인 플레이를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유저들이스스로 다양한 조합을 만들면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됐고 앞으로도 그렇게 지원할 예정이다.
전설 아이템은 캐릭터 직업에 맞춘 옵션이 나온다고 했다. 그렇다면 파티플레이에서 아이템을 거래할 때, 받는 유저의 입장에서는 필요 없는 아이템이 되어버린다. 혹시 아이템을 넘겨줄 때 받는 캐릭터에 맞춤형 옵션으로 바뀌는가?
조쉬: 물론 넘겨받는 캐릭터에 따라서 옵션이 최적화되는 것도 고려했다. 하지만 출시 이후 아이템 거래가 어떻게 적용되고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지켜보고자 한다. 맞춤형 아이템은 베타테스트에서 유저들의 호응을 얻은 대표적인 콘텐츠다. 다만 테스터가 적은 만큼 실제 라이브 환경에서의 활용은 더 지켜봐야 한다.
참고로 맞춤형이라고 해서 항상 100% 자기 중심의 옵션이 나오는 건 아니다. 운이 나쁘면(?) 다른 캐릭터를 위한 옵션이 나올 수도 있다. 그 확률은 뭐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수학은 가장 무서운 대상 중 하나다.(웃음)
예를 들어 수도사 아이템에 지능이나 힘이 아닌, 꼭 필요한 민첩과 활력이 붙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재미와 효율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노린다
가장 얻기 힘든 전설 아이템이 가장 좋은 아이템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제작 전설 아이템과 드롭 전설 아이템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좋은가?
조쉬: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가장 좋은 아이템은 몬스터가 드롭하는 전설 아이템이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몬스터를 사냥하고 아이템을 얻는 과정을 즐기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제작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지옥불 반지’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제작이 더 효율적인 경우도 있다.
제작과 드롭 아이템은 서로 보완해주는 시스템이다. 다만, 지금은 드롭에서 더 좋은 전설 아이템이 나온다. 물론 확률의 문제이지만.
제작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흰색(노멀) 아이템이 재료로 꼭 필요하다. 그런데 전리품 2.0 시스템은 아이템은 적게 떨어지되, 효율이 좋은 옵션을 준다. 이 때문에 노멀 아이템 획득이 힘들어 제작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데이브: 나도 경험한 문제다.(웃음) 개발팀에서도 플레이하면서 전설이 아닌 노멀 아이템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오리지널에서는 필요 없는 아이템인데, 전리품 2.0 시스템을 통해서 오히려 노멀 아이템을 거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실제로 유저들도 이런 부분을 어떻게 이용할지 궁금하다.
에피소드를 하나 말하자면, 디자이너 중 한 명이 노멀 방패를 구하기 위해서 오랫동안 플레이하다가 결국 팀원 전체가 그 아이템 하나를 구하기 위해서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이 과정은 매우 즐거운 경험으로 기억된다. 아마도 <영혼을 거두는 자>의 재미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디아블로 2>에서는 ‘윈드포스’나 ‘할배검’처럼 궁극의 아이템을 얻기 위해 플레이했다. <영혼을 거두는 자>에도 이런 궁극의 아이템이 존재하나?
조쉬: 우리가 만든 모든 전설 아이템 중에 아직도 베타테스트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 있다. 우리가 강조하는 건 캐릭터의 활용을 다양한 전설 아이템을 통해 구사하는 것이다. 전설 아이템의 옵션을 통해 플레이의 패턴이 바뀐다.
유저들이 다양한 아이템을 조합해서 창의적인 플레이를 만들어 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다시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영혼을 거두는 자>에서 최강의 아이템, 가장 강력한 아이템은 전설이 아닌 세트 아이템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설 반지 중 ‘수수께끼 반지’에는 고블린이 노멀 아이템을 모아서 전설 아이템을 확률적으로 주는 옵션도 있다. 이런 옵션은 재미를 위한 것인가?
조쉬: 옵션에는 재미를 위한 것도 있고, 효율을 위한 것도 존재한다. 지금 가장 좋은 예를 말해줬는데, 전설 아이템은 능력치 효율뿐 아니라 게임을 더 재미있게 해주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같은 반지를 착용하고 있는데 활용도가 매우 높다. 사냥해서 얻은 전설 아이템보다 고블린을 통해 얻은 전설 아이템이 더 많을 정도다.
베타테스트에서는 특정한 모드에서만 보이는 몬스터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모험 모드에서 5막에 들어가면 에픽 몬스터 중 죽을 때 다른 차원으로 이동시키는 포털을 열어주는 몬스터도 있었다.
데이브: 아마도 질문한 몬스터는 ‘포털 가디언’(한글판에서는 세계방랑자)일 것이다. 물론 우리가 의도한 목적을 위해서 만들어진 몬스터가 맞다. <영혼을 거두는 자>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는데, 포털 가디언은 몬스터도 포털이 될 수 있다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콘셉트는 해당 몬스터가 죽을 때 다른 몬스터를 빨아들여서 새로운 공간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플레이를 만들고 새로운 재미를 유저들에게 제공한다. 랜덤 안의 랜덤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방랑자’(위)를 사냥하면 ‘추방당한 자의 영토’(아래) 같은 또 하나의 공간이 열린다.
<영혼을 거두는 자>의 베타 버전을 평가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원하던 <디아블로 3>’라고 말했다. 개발팀도 이에 동의하는가?
데이브: 좋은 질문이다. 오리지널 <디아블로 3>를 개발하기 위해 5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고, 출시 시점에서 우리는 만족했었다. 그러나 블리자드에는 출시가 곧 개발의 시작이라는 시각도 있다. 출시 이후에도 게임을 발전시키고 변경하는 과정이 존재한다. 이것이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모험이자 여행이었고 즐거운 여정이었다. <영혼을 거두는 자>는 이런 여정의 결과물이다.
조쉬: 오랫동안 사랑받은 게임 시리즈를 재창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디아블로 3>를 개발할 당시에도 외부에서도 많이 기대했지만, 내부에서도 엄청난 기대를 했고 그래서 더 힘들었다. 오리지널 출시 후 지금까지는 <디아블로>가 어떤 게임인지 스스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과정에서 콘솔 버전의 출시도 있었다. <영혼을 거두는 자>는 과거의 잘못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함이었고, <디아블로>의 정수를 담아 유저들에게 더 많은 재미를 제공하는 콘텐츠로 선보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