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신작 모바일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이하 듀랑고) 티저 영상을 공개한 데 이어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14에서 개발 과정 등을 공개했다. 강연을 통해 현대인이 어느 날 갑자기 중생대 지구 환경과 비슷한 야생으로 워프되어 해당 세계에서 살아가는 내용을 담았고, 창발성 있는 아이템 시스템을 내세운 게임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지만, 궁금한 점도 많이 남아있다.
디스이즈게임은 NDC14 현장에서 이은석 디렉터를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이은석 디렉터는 “오늘 말하는 내용 중에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 많다. 출시 때 바뀔 수 있는 점 양해 부탁한다”며 게임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넥슨 왓 스튜디오 이은석 디렉터.
“다른 사람들이 만들지 않는, 색다른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듀랑고>를 만들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이은석 디렉터: 다른 사람들이 만들지 않는 쪽으로 피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보통 RPG를 만들라고 하면 중세 유럽 배경에, 퀘스트를 받아서 진행하는 방식의 게임을 떠올리곤 한다. 5년 정도 <마비노기 영웅전>을 만들고 나니, 액션이 아닌 다른 걸 만들어보고 싶었다.
왜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을 택했나?
이은석 디렉터: 지금은 게임 플랫폼에 대해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 같다. 이런 시장 상황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보고 싶어서 흔히 PC 온라인게임으로 만드는 게임을 모바일로 만들어봤다.
처음에는 <듀랑고>를 웹 플랫폼으로 만들려고 했었다. 그런데 PC 웹과 모바일 웹에서 모두 동작하도록 만들려다 보니, 모바일 웹에서 한계가 있더라. 또 멀티 터치나 손가락을 미는 동작을 사용하는데, PC로 이용할 때 같은 경험을 줄 수 없더라. 그래서 모바일 앱으로 방향을 바꿨고, 모바일에 집중하고 있다.
보통 ‘서바이벌’하면 떠올리는 좀비 대신, 공룡이라는 소재를 택한 게 눈에 띈다.
이은석 디렉터: 역시 좀비를 소재로 한 게임은 너무 흔해서 좀비로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공룡은 우리나라에서 저 연령 콘텐츠로 치부되는 감이 있지만, 어른들도 공룡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대중적으로 거부감 없이 흥미로운 소재로 쓰일 것 같아서 공룡을 골랐다.
이번 NDC에서 경영진이 넥슨의 핵심 방향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듀랑고>도 그런 방향성에 영향 받은 건가?
이은석 디렉터: 사실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넥슨은 새로운 것을 추구해왔다. 예전 경영진 시절에도 제안서를 보여주면 “예전에 있던 건데, 새로운 걸 만들어보자”고 의견을 주기도 했다. 그 게 결국 <듀랑고>의 개발 방향에 영향을 줬다.
“<듀랑고>의 캐릭터,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롭게 키울 수 있다”
<듀랑고>라는 명칭은 무엇을 뜻하나? 세계관과 관련 있는 것 같은데.
이은석 디렉터: <듀랑고>는 원래 ‘물의 땅’이라는 뜻도 있고 멕시코 지명이기도 한데, 게임에서는 유저가 플레이하는 세계의 이름이다. 그 세계의 정체에 대해 플레이어는 모른다. 중생대 지구와 비슷하게 공룡도 살고 있는 원시의 자연이 있고, 이후 시대의 맘모스 같은 동물도 함께 사는, 알 수 없는 세계가 듀랑고다.
유저가 현대에서 ‘듀랑고’로 워프한다는 설정인데, <마비노기>같은 게임의 오마쥬 요소가 들어갈 수 있을까?
이은석 디렉터: <듀랑고>의 세계관은 현실 세계에서 알 수 없는 현상이 벌어져 사람들이 듀랑고로 간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이 현상이 현대에서만 벌어지는 건 아닐 수도 있다. 중세 시대에도 워프 현상이 발생하면 맵 어딘가에 중세 갑옷 같은 게 떨어져 있을 수도 있다.
티저와 함께 공개된 포스터 속 캐릭터의 정체가 궁금하다. 플레이어 캐릭터인가?
이은석 디렉터: 플레이어 캐릭터에 콘셉트를 부여해봤다. 강연에서 NPC가 없는 게임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딱 1명만 등장하게 될 것 같다. 포스터에 있는 남성 캐릭터는 개척에 능한 캐릭터로 키워봤다.
<듀랑고>는 캐릭터를 생성할 때 지구에 있었을 때 직업을 고르게 하고, 초기에 조그만 보너스를 준다. 여성 캐릭터는 학생을 선택한 거다. 교복을 입고 시작하고 소지품으로 교과서를 가지고 시작한다. 혹시 아나? 그 세계에서 유용한 지식이 교과서에 있을지.
캐릭터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면, 다른 방향으로는 키울 수 없나?
이은석 디렉터: 아니다. 캐릭터는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롭게 성장시킬 수 있다. 키우는 방향대로 직업이나 칭호 같은 걸 얻을 수 있다. 처음 캐릭터를 생성할 때 지구에서의 직업을 고르는 건 초기 스킬 보너스와 소지품 정도가 달라지는 정도다. 이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엇갈려서 육성할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듀랑고>는 생존 보다 생활에 집중한다”
NDC14에서 화제가 됐던 게 ‘가죽장화를 먹게 해 주세요’ 강연이었다. 아이템 시스템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이은석 디렉터: 아이템 체계는 처음부터 유연하게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전 게임의 경우, 쇠도끼와 금도끼의 레시피가 각각 따로 있어야 했다. 나는 도끼를 만드는 법을 하나 정해두면 상상력에 따라 유연하게 제작해 볼 수 있는 스타일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도끼 만들기를 예로 들면, <듀랑고>에서 도끼를 만드는 방법은 막대기 모양의 물체, 날이 있는 물체, 접착하는 수단이 있어야 한다. 날에 해당하는 물건이 없으면 즉석에서 뗀석기를 만들 수도 있고, 현대 시대에서 가져온 과도 같은 걸 사용할 수도 있다.
접착하는 수단은 갈대를 꺾어서 묶거나 청테이프 같은 걸 사용할 수도 있다. 이 조합에 따라 아이템의 성능이 달라진다. 성능은 좋은데 무거운 도끼, 예리함이 떨어져서 베는 대미지가 약한 도끼, 결합부위가 약해서 내구도가 떨어지는 도끼 같은 식으로 말이다.
포스터를 보면 공룡을 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공룡도 길들일 수 있나?
이은석 디렉터: 가능하게 만들 생각이다. 게임 내에서 사냥하면서 살 수도 있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농사를 통해 적은 리스크로 생산할 수 있게도 할 생각이다. 하지만 농사가 너무 안정적이면 ‘사냥의 로망’이 떨어지는 만큼, 밸런스를 잡아갈 계획이다.
<듀랑고>는 하루 몇 시간 정도 플레이하는 게임으로 디자인하고 있나?
이은석 디렉터: 아직 확답하기 어렵다. PC와는 패턴이 다르다 보니, 연속적으로 긴 시간을 플레이하기보다는 짧고 빈번하게 접속하는 스타일의 게임이 될 것 같다. 다른 모바일 게임보다는 한 번 접속해서 즐기는 시간이 길 것 같다.
‘생존’을 다루고 있는데, 생존은 결국은 짧은 시간에 쫄깃하게 진행돼야 한다. 그런데 <듀랑고>는 온라인 게임이라 플레이 시간이 길어질 것 같다. 밸런스를 어떻게 잡을 생각인가?
이은석 디렉터: 처음에는 생존을 내세웠지만, 지금은 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생존은 살아남기 위해 무언가를 계속 해야 하는데, 결국 스트레스가 될뿐더러 온라인과 잘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초창기 콘셉트는 사실 굉장히 하드코어했다. 물도 끝없이 마셔야 하고, 음식을 찾아 헤매고 밤에는 추우니 불도 피우고 했었다. ‘정글의 법칙’ 같은 걸 보면 김병만도 불 피우는 데 오래 걸리지 않나? 그런 게임을 만들면 <두덕리 온라인>이 된다. (웃음) 지금은 게임 시작하면 기본 소지품으로 라이터를 가지고 있다.
캐릭터가 강해지면 결국 나중에는 몬스터를 쉽게 잡는 ‘바바리안’이 될 것 같다.
이은석 디렉터: 생각하고 있는 바는 있는데, 지금 공개하기는 너무 이르다. 나중에 공개하겠다.
<듀랑고>에 엔딩이 있나? 엔드콘텐츠는 무엇인가?
이은석 디렉터: 전쟁 같은 형태가 될 것 같다. 하지만 평화로운 삶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은 만큼, 모두가 즐기는 콘텐츠는 아닐 것 같다.
자유로운 게임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한편으로는 무법지대가 될 것 같아 걱정된다.
이은석 디렉터: 엔드 콘텐츠로 가면 단일 세계로 가서 전쟁도 하겠지만, 게임을 처음 시작해서 플레이할 때는 ‘마을’ 정도의 맵에서 시작하게 될 것 같다. 대충 2평방 킬로미터 정도의 맵에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세계고, 모여서 개척하는 식의 플레이가 될 거다. 이때의 플레이는 살벌한 무법지대가 되지 않는다.
맵이 황폐화해지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이은석 디렉터: 어떤 세계 하나가 초토화돼서 자원이나 부동산 상태가 안 좋을 때, 새로운 세계를 열 것인가 같은 건 아직 정해진 바 없다. 가능성만 생각해보고 있다.
“<듀랑고>, 연내 테스트 목표로 개발 중”
티라노를 만난 상황에 무선 인터넷이 끊기면 어떻게 되나?
이은석 디렉터: 돌아가시는 거다. (웃음) 네트워크 불안정을 돕기 위해 최소한의 자기방어는 할 수 있도록 해주려고 한다. 하지만 한계는 있다. 고스톱에서 접속이 끊겨서 인공지능이 대신해 주면 사람에게는 지지 않나? <듀랑고>도 비슷할 텐데, 그래도 보완책을 주고 싶은 마음이다.
현재 왓 스튜디오에서 <듀랑고>를 만들고 있는 사람은 몇 명 정도인가? 더 늘릴 계획인가?
이은석 디렉터: 우리 개발진은 20명 정도로 유지하고 있고, 개발팀 규모를 크게 키워서 만들 생각은 없다. <마비노기 영웅전>도 30명 초반대의 인원으로 출시했다. <듀랑고>도 그 정도 규모로 론칭하지 않을까 한다. 사람이 너무 많으면 긴밀하게 일하는 재미가 줄어들어서 이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모바일게임은 아직은 사람이 아주 많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픽은 최적화가 관건일 것 같다. 어느 정도 스마트폰으로 구동할 수 있나?
이은석 디렉터: 보통 2년 핸드폰 약정하지 않나? 약정 끝났어도 플레이할 만하게 만들자는 게 목표다. 지금 버전은 갤럭시 S3에서 무리 없이 돌아가고, 더 낮은 스마트폰에서는 옵션 낮추면 그럭저럭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수익 모델은 어떤 것을 생각하고 있나?
이은석 디렉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 정상원 부사장님이 좋은 게임 만들면 돈은 어떻게든 벌지 않겠느냐고 했는데, 그 이야기를 믿고 있다.
출시나 테스트 일정 계획에 대해 설명해달라.
이은석 디렉터: 출시일에 관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 다만, 올해 안에 테스트하려고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