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게임 론칭 3주차. 20개의 게임이 출시된 가운데 보기 힘든 장르의 작품이 인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브리디아에서 개발하고 아프리카 TV에서 출시한 <역전! 맞짱탁구 with BAND>(이하 맞짱탁구)는 탁구라는 흔치 않은 소재에도 불구하고 밴드게임 인기 1위 자리를 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기 속에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시즌 초기화때문에 1주일 마다 상위 유저와 맞붙어야 하는 스트레스, 카드게임과 스포츠게임 사이의 밸런스는 <맞짱탁구>의 장기 흥행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다. 게임 외적으로는 밴드라는 폐쇄형 SNS에서 슬슬 떨어져 가는 ‘신작 버프’도 극복을 해야 한다.
과연 <맞짱탁구>는 어떻게 이 인기를 이어갈 생각일까? <맞짱탁구>의 현재와 미래를 듣기 위해 브리디아의 강기종 PD를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브리디아의 강기종 PD
12일 출시돼 3주 동안 밴드게임 인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분이 어떤가?
강기종 PD: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웃음) 처음에 게임에 대한 의문도 많았고, 또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찾기 힘든 소재의 작품인 만큼 더 기쁘다. 아무래도 탁구라는 소재와 짧은 1:1 대전이라는 콘셉트가 잘 어울렸던 것 같다.
물론 모바일게임의 진정한 시작은 라이브 서비스이니만큼, 자만하지 않고 매일 데이터를 체크하고 있다.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을 선보이도록 하겠다.
캐주얼 골프 게임 <팡야>의 캐릭터들이 등장함에도 별로 내세우지 않더라.
강기종 PD: <팡야> 캐릭터들은 원작자인 엔트리브소프트의 호의 덕분에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팡야>라는 이름을 쓰지 않은 것은, 엔트리브소프트나 우리 모두에게 <팡야>라는 IP가 너무 중요한 IP라서…. (웃음)
보통 이런 종류의 계약은 게임 개발 전에 이뤄지지 않는가? 캐릭터 같은 경우 협업 사례도 많고 하니 흔쾌히 허락해 줬지만, <팡야>라는 이름은 워낙 중요한 IP다 보니까 게임이 어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요청하기 힘들더라. 더군다나 게임의 소재가 대중적이라고 하기도 힘들고.
언젠가는 ‘쿠’나 ‘루시아’같은 <팡야>의 인기 캐릭터도 등장할까?
강기종 PD: 다행히 <맞짱탁구>의 성적이 나쁘지 않으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이 부분에 대해선 엔트리브소프트와 긴밀히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웃음)
<팡야>의 인기 캐릭터인 ‘쿠’(오른쪽)와 ‘루시아’(중앙)
상대의 타이밍을 뺐어라! 탁구의 심리전에 중점을 뒀다
사실 ‘탁구’라는 스포츠는 아는 이는 많을지라도 대중적인 인기는 없는 스포츠다. 어떻게 이 소재로 게임을 개발하게 되었나?
강기종 PD: 사실 처음부터 탁구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 우리가 목표로 했던 게임은 모바일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실시간 대전(?) 게임이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방과 모바일이라는 디바이스의 한계. 이 모든 것을 고려하니 탁구라는 틀이 나오더라. (웃음)
이렇게 틀을 결정하니 그동안 찾지 못했던 장점이 보이더라. 사실 탁구는 프로야구처럼 보는 재미가 많은 스포츠는 아니지만, 역으로 국민 다수가 폭넓은 플레이 경험을 가지고 있다. 군대나 교회, 학교 등 탁구대가 존재하는 장소는 많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탁구채 혹은 실내화(?) 등으로 탁구를 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더군다나 모바일게임 시대가 되며 새로운 핵으로 떠오른 30대 중반 이후의 유저들은 PC방이나 당구장 대신 '탁구장'에 출입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탁구는 대중적인 스포츠더라.
일반적으로 탁구라고 하면 반응하기 힘든 속도로 공방이 오가는 초고속(?) 스포츠를 연상한다. 캐주얼 게임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맞짱탁구>의 플레이 양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던데….
강기종 PD: 아무리 탁구가 초고속 스포츠라고 하더라도, 유저들이 공은 알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웃음) 사실 <맞짱탁구>는 탁구의 속도감보다는, 선수 사이의 심리전에 더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기술이 많이 발전하긴 했지만, 모바일 실시간 대전은 아직도 적지 않은 부분에서 한계가 있다. 실제 탁구처럼 콤마 단위 공방이 일어난다면 네트워크 속도가 조금만 변해도 승패에 바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신 초점을 맞춘 것이 리듬감과 타이밍이다. 사실 탁구의 또 다른 재미 중 하나가 상대와 공을 주고 받을 때의 리듬감이다. 이를 살리기 위해 공의 속도도 충분히 반응할 수 있도록 늦췄고, 공도 알아보기 쉽게 실제보다 크기 비율을 높였다. 탁구 아마추어 룰 중에 대중성을 위해 공인구보다 더 큰 공을 사용하는 룰이 있다는데, <맞짱탁구>가 그 케이스인 셈이다.
공의 궤적을 바꾸거나, 갑자기 공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식으로 캐릭터 스킬이 구현된 것도 비슷한 이유인가?
강기종 PD: <맞짱탁구>의 플레이 방식은 간단하다. 유저에게는 백핸드(왼쪽)/포핸드(오른쪽) 2개의 조작 버튼이 주어지고, 상대가 공을 넘기면 낙하지점(?)에 원이 줄어드는 식으로 받아 칠 수 있는 타이밍이 표시된다.
유저는 캐릭터 기준 왼쪽과 오른쪽 어느 지점에 공이 떨어지느냐를 보고 타이밍에 맞춰 적합한 버튼을 누르면 된다. 방식이 간단하기 때문에 단순히 공방의 리듬감만 살리면 순발력 싸움이 되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상대의 리듬과 타이밍을 흐트러트리면 어떨까 하는 고민을 해봤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지금의 스킬 시스템이다. 공이 중간에 갑자기 화면에서 사라지거나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네트를 건너는 등, <맞짱탁구>의 스킬은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고 흔드는데 중점을 둬서 개발했다. 서로의 타이밍을 빼앗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어떤 측면에서는 야구에서 타자와 투수가 겨루는 것과 유사하다. 실제로 <맞짱탁구>의 스킬을 구상하면서 <컴투스 홈런왕 for Kakao>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게임이 순발력과 스킬 위주로 진행된다면 깊이에서 아쉬움을 느끼진 않을까? 타이밍 싸움으로 넣은 스킬도 결국은 사용 횟수가 제한되지 않는가?
강기종 PD: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이 타이밍 싸움 덕에 공략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공을 받아 칠 수 있는 시기가 표시되는 장치는 단순히 조작의 편의성만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똑같이 공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더 정확하게(퍼펙트 판정) 받아치느냐, 혹은 공의 낙하를 전후로 어떤 타이밍에 받아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포핸드(오른쪽) 타이밍에 기준 타이밍보다 약간 빨리 공을 받아치면 공은 자신의 캐릭터 기준 왼쪽으로 날아간다. 그리고 공이 떨어지는 타이밍에 맞춰 정확하게 받아치면 이 공은 상대의 몸 쪽으로 향하게 된다. 이 둘이 결합하면 상대의 장점을 봉하거나, 상대의 취약점을 공격할 수 있다.
만약 상대의 포핸드에 자신이 받아치기 힘든 스킬이 배정되어 있다면, 나는 상대 공격을 받을 때 공을 한 템포 빨리 받아쳐 상대가 포핸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만약 상대가 나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받아친다면 일부러 퍼펙트와 굿 판정을 반복하며 상대의 몸 안쪽과 바깥을 교대로 공격해 ‘수동으로’ 타이밍을 흐트러트릴 수도 있다. ‘배우기는 쉽게, 익숙해지기는 어렵게’가 <맞짱탁구>의 모토다. (웃음)
실력 만으로 승부하는 모드도 개발 중이다
타이밍 싸움과 심리전 등 실력이 적용될 요소가 많다지만, 캐릭터 카드의 ‘스펙’이 경기를 좌우하기도 한다. 경기를 오래할수록 적용되는 정확도 패널티나, 고급 캐릭터의 기상천외한 스킬은 흡사 장벽처럼 느껴진다.
강기종 PD: 아무래도 일부 카드게임의 요소가 사용된 만큼, 수익모델의 하나로 같은 레벨이면 높은 등급 캐릭터가 더 유리하게 디자인 된 것은 맞다. 다만 최고 등급인 5성 캐릭터의 스킬도 기본적으로는 상대의 타이밍을 흐트러트리는 것을 목적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익숙해진다면 낮은 등급 캐릭터도 얼마든지 대처할 순 있다.
다만, 문제시되는 것은 이렇게 익숙해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맞짱탁구>는 한 번의 패배로 인해 해당 대회의 성과가 예선전으로 초기화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유저들이 패배, 특히 높은 등급 캐릭터와의 패배에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크더라. 이 부분은 현재 개발팀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며, 현재 3판 중 1판의 패배는 봐주는 식의 대처 안을 고민 중이다.
높은 등급 캐릭터와의 대전 스트레스는 경기에서의 패배뿐만 아니라, 낮은 등급 대회에서도 높은 등급 캐릭터를 만난다는 점도 있지 않을까?
강기종 PD: 매치메이킹 시스템 기획의 실수다. <맞짱탁구>는 1주일간 한 시즌이 진행되고 기간이 지나면 시즌 결과가 완전히 초기화되는 식으로 운영된다. 때문에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는 월/화요일에는 최하등급 대회인 ‘초보급’부터 4 ~ 5성 캐릭터와 맞붙는 사태가 일어난다. 이것 또한 새로운 매치메이킹 시스템을 통해 해결할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같은 조건에서 대결을 원하는 유저들을 위해 동일 캐릭터 모드나 등급 제한 모드, 혹은 캐릭터의 체력이 줄지 않는 '정신과 시간의 방 모드'(가칭) 등도 고려하고 있다.
시즌 초기에는 4성 캐릭터와 1성 캐릭터가 매칭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같은 조건에서의 대결을 원하는 유저들이 생각보다 많은가 보다.
강기종 PD: 아무래도 스포츠게임이니. (웃음)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정작 관련 커뮤니티에는 자신의 실력을 늘리거나 상대 캐릭터에 대한 공략법 같은 조언보다는, 효율적으로 카드 뽑는 법, 쉽게 카드 레벨업 시키는 법 등 카드게임에서 보기 쉬운 팁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사실 처음 게임을 개발할 때는 카드보다 탁구 자체에 중점을 뒀는데, 막상 커뮤니티가 만들어지자 이런 팁들이 많아 조금 놀랐다. 그런데 어찌 생각해보면 좋은 카드를 얻는 것은 상대보다 더 좋은 조건, 혹은 상대와 같은 조건에 이르기 위함 아니겠는가?
게임이 카드와 탁구가 조합된 방식이니만큼 이제는 익숙해졌다. 다만 카드 게임의 밸런스와 스포츠 게임의 밸런스 간의 균형을 잡는 것이 고민될 뿐이다.
밴드에서는 여전히 인기 1위지만, 구글에서는 5월 말부터 조금씩 인기 순위와 매출 순위가 떨어지고 있다. 신작 버프가 사라진 영향도 있고, 콘텐츠 자체의 문제도 없진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강기종 PD: <맞짱탁구>가 밴드 1차 라인업으로 출시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밴드라는 플랫폼을 제대로 이해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물론 ‘팬밴드’(밴드에서 제공하는 일종의 게임 커뮤니티) 같은 것은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하지만 평소 밴드를 사용하지 않던 이가 게임 때문에 밴드를 설치 했을 때 느끼는 막막함(친구가 없으니까), 가입자 규모가 큰 밴드의 맴버 로딩 문제, 모임 기반 시스템이다 보니 카카오보다 입소문 마케팅에서 약한 점 등 고민이 많다.
그래서 밴드만의 SNS 생태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일단 첫 번째 방안으로 이달 중 팬밴드 내부에 하부 밴드가 생기게끔 유도할 계획이다. 일종의 길드 같은 개념이랄까? 밴드같은 경우 초대장 없이는 다른 밴드 가입이 힘든데, 이를 팬밴드를 통해 지원할 생각이다. '밴드 초보자'를 게임과 잘 융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유저들은 이 대목에서 신규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대했을 텐데.
강기종 PD: 물론 신규 콘텐츠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다음 주부터 1 ~ 2주 텀으로 새로운 업데이트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방금 것은 아무래도 밴드 활용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보니 먼저 나온 말이고. (웃음)
큼직한 것들 위주로 이야기하자면, 먼저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새로운 모드를 생각하고 있다. 현재는 게임이 대회 모드 하나뿐이지 않는가? 이달 안에 대회 모드 외에 새로운 모드를 추가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다양한 모드들이 개발팀 머릿속에서 떠돌고 있다. 조만간 결실이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새로운 캐릭터 카드도 준비 중이다. 출시 한 달 만에 ‘신규 캐릭터’가 추가되며, 월드컵 시즌을 맞아 새로운 의상(= 캐릭터 카드)도 나올 예정이다. 참고로 신규 캐릭터는 누구나 다 알아볼 수 있는 캐릭터가 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강기종 PD: 아마 가장 바빴던 한 달이 아니었나 싶다. 모바일 게임 경험이 적다 보니 출시 전부터 지금까지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가 이렇게 인터뷰로 빠져나온 동안에도 개발팀에서는 이번 주 추가될 밴드별 랭킹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을 지경이니.
그래도 이렇게 게임이 출시되었을 때가 가장 기쁘다. 그리고 이 기쁨이 단순히 개발진들만의 기쁨이 아니라, 유저 분들의 기쁨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부디 <맞짱탁구> 관심 가져주시고, 재미있게 즐겨 주시고, 굳이 결제하지 않아도 좋으니 떠나지 말아 주시길 바란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