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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회사 여직원 ‘마시멜’ 4년의 결실, 만화책으로 나오다

게임회사의 사람들의 이야기와 마시멜의 일상을 그림으로 풀어내다

임상훈(시몬) 2014-06-26 19:10:30
지난 5월 30일 만화책 하나가 나왔습니다. 게임회사 여직원이 그린, <게임회사 여직원>이라는 제목의 책이었죠. 제 기억이 맞는다면 게임회사 여직원이 그린 첫 번째 만화책은 이수인 님의 <게임회사 이야기>(2005년)입니다. (링크: 게임회사 이야기 이수인 님 인터뷰)

참고: 현재 이수인 님은 남편 이건호 님과 미국으로 건너가 교육용 앱을 만드는 '로코모티브랩'을 창업했습니다. 최근 나온 <Todo Math>는 앱스토어 교육과 키즈 차트에 'Best New Apps'로 선정돼 배너와 함께 소개됐습니다. 교육차트에서 1등을 하기도 했죠. 멋진 도전, 응원합니다. [링크]를 참고하세요.


그로부터 9년 만에 게임회사 여직원의 만화책이 또 나온 거네요. 이수인 님이 '이현기'라는 필명을 쓴 것처럼 <게임회사 여직원>의 작가도 '마시멜'이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졌죠. 두 분 다 웹툰으로 먼저 나온 것도 공통점이고요. 또 공통점이 있네요. 책으로 엮이기 전부터 제가 인터넷에서 킥킥거리며 봤다는 점. ^^
 



마시멜 님의 웹툰이 책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연락처를 수소문했습니다. 미팅 약속을 잡았습니다. 출국하기 며칠 전이었습니다. /시몬(임상훈 기자)


2010년 월드컵 때부터 시작한 마시멜 웹툰, 드디어 책으로 나오다


'마시멜'이라는 이름으로 첫 만화가 나온 건 2010년 6월 13일. 남아공 월드컵 첫 경기에서 한국이 그리스를 이정수와 박지성의 득점으로 2:0으로 이긴 다음날이었다.  

그 뒤 4년 동안 열심히 달렸다. "평일 퇴근 후나 점심시간에 짬을 내서 그린 적도 있지만, 주로 주말에 그렸어요. 4년 동안 열심히 매달려 있었죠."

그 뒤 마시멜닷컴에는 286편의 웹툰이 쌓였다. 게임회사 사람들의 이야기와 마시멜의 일상이 담겼다. 누리꾼들의 입소문을 탔다. 인터넷서점에 한 유저가 남긴 평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푸근한 그림체와 재미난 내용" 덕분이었다. 

꾸준한 업데이트와 좋은 평판 덕분에 출판사(디지털북스)의 연락을 받았다. 마시멜은 "어찌나 황홀하던지! 등에 날개라도 꿰맨 듯 훨훨 나는 그런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신비주의 1

책이 나왔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깜짝 놀랄 일이 많이 생겼다. 

"회사 분들도 많이 사주셨어요. 대학 후배나 동기, 심지어 14학번 후배들까지 책 샀다고 연락 오고 사인해달라고 해서 놀랐죠. 또, 친한 친구가 책을 사서 집에 가져갔더니 남편이 '어, 마시멜 책 나왔어?'라고 하더래요. 그래서 어떻게 아느냐고 했더니 '웹에서 봤지'라고 했대요. 제가 유명한 것을 이제야 알았다고 해서 웃었어요." 

출판사에서는 "생각보다(?!) 잘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게임 관련 만화책이 귀한 우리나라. 이런 책은 좀 잘 팔렸으면 좋겠다.


만화의 시작 - <동물의 숲> 친구가 지어준 별명


마시멜은 고등학교에서 문과생이었다. <드래곤퀘스트 3>를 사랑했던 소녀는 게임공학과에 입학했다.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었다. 과제로 게임을 만들면서 그래픽과 프로그램을 동시에 하게 됐다. 그 때 그림 그리는 게 더 재미있다는 것을 느꼈다.   


신비주의 2

진로를 바꿨다. 졸업 후 이펙트 디자이너로 취업을 준비했다. 첫 번째 들어간 회사에서 생고생을 한 뒤, 네오플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웹툰을 그렸다. 마시멜 웹툰의 시작도 그때부터였다. 

"2010년 네오플에 입사한 때부터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어요. 무언가 의욕이 넘치던 시기였죠."

웹툰을 올릴 홈페이지(www.mashmell.com)를 만들었다. 마시멜이라는 닉네임은 그때부터 쓰기 시작했다.

"<동물의 숲>을 할 때 가장 좋아했던 동물 친구가 '넌 참 마시멜로 같아'라고 해서 그 닉네임을 썼죠. 웃을 때 눈이 없어지는 게 엽기토끼 마시마로를 닮은 이유도 있고요." 

마시마로도 그렇고, <동물의 숲>도 그렇고, 은근히 마시멜의 취향이 드러난다. 귀여운 것을 좋아해서 항상 3등신 그림을 많이 그렸다. 

"그런 그림을 지향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그릴 것 같아요."


가장 애착가는 에피소드와 좋아하는 게임과 만화


마시멜의 웹툰이 인기를 얻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소소한 일상을 재미있게 담아서다. 그런 그녀에게 가장 어려웠던 에피소드는 '왜 게임을 하는 것일까'였다. 산고 끝에 나온 까닭일까. 마시멜은 이 웹툰을 가장 애착이 가는 에피소드로 꼽았다. 

"다른 웹툰들은 다 제가 경험한 것들을 이야기하듯 그렸어요. 그런데 이건 설득을 해야 하는 주제였죠. 저에게는 조금 무거웠고, 그래서 안 그리려고 하다가도, '그래도 이건 내가 그려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또 못 그리겠는 거예요. 고민을 많이 했죠. 콘티를 만드는 데 오래 걸렸고, 그림을 그리는 것도 2주 정도 들었어요. 회사 일도 다 하면서 하다 보니, 꽤 오래 걸린 거죠." 




마시멜은 이 에피소드를 직접 디스이즈게임 게이머발언대에 올렸다. 유저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쿨쿨쿨, 쿨이 넘쳤다. 아직 보지 못했다면, 꼭 보기 바란다. [게이머발언대 게시물 링크]

마시멜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웹툰은?

 

정말정말 좋아하는 만화는 <아즈망가대왕>. 작가도 무척 좋아해서 패러디도 많이 하는 편이고, 1주일에 한 번은 꼭 봄. <헌터X헌터>도 좋아함. 웹툰 중에는 <어쿠스틱라이프>와 <마조앤새디>를 굉장히 좋아함. <기생수> <도박묵시록 카이지> <킹덤> <나루토> 등도 좋아하는 만화. 장르는 가리지 않음.


마시멜이 가장 좋아하는 게임은?

 

단연 최고는 <드래곤퀘스트 3>. <로맨싱사가> <크로노트리거> <성검전설> 등 게임을 반복적으로 하는 편. 고전적인 취향으로, 도트 게임을 좋아함. <던전앤파이터> 쪽으로 일하게 된 것도 도트에 매력을 느껴서. 귀여운 도트 게임을 개발하고 싶은 생각도 있음. 이 밖에도 <괴혼> <GTA> <위닝> 등 콘솔게임을 좋아하는 편. 모바일게임은 카이로소프트 게임들을 좋아함.

 

 

 

앞으로 더 많은 웹툰을 그릴 거에요


4년이 지났다. 책으로 나왔다. 고민이 시작됐다. "4년 동안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만화를 그렸어요. 정말 고생해서 빡세게 살았지요." 책이 나왔으니 조금 쉬면서 다른 작품을 구상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는 중.

"계속 그려달라는 이들이 많아서 고민이에요. 새 작품을 할까, 얘를 조금 더할까."




인터뷰 후

마시멜 웹툰은 과거처럼 자주 업데이트되지는 않을 예정이다. "1주일 한 번씩 나오기 힘들 거예요. 그때그때 그리고 싶을 때 그릴 것 같아요. 앞으로는 픽션에 대해 공부해 보고 싶어서요."

본격적으로 웹툰에 시간을 투자할 예정. 

"픽션을 그리고 싶어요. 판타지 교복 입은 소녀들이 나오는 만화를 그리고 싶은데, 생각만 하고 있죠. 학원물을 그리고 싶기도 하고. 코믹물도 해보고 싶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네이버나 다음, 레진 같은 만화 포털을 노리고 싶은데, 지금 당장은 그것을 목표로 그리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이런 고민과 바람을 뒤로하고 마시멜은 지난 6월 23일 브라질로 떠났다. 4년 전 월드컵 때 한국전을 보고 웹툰을 그리기 시작한 마시멜은 4년 후 또 다른 한국전을 직관하기 위해 잠시 웹툰을 쉬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번 여행에서 마시멜은 앞으로 어떤 웹툰을 그릴지 고민할 것이다. 응원한다. 

어떤 질문을 받았으면 좋겠습니까?

언젠가 제가 정말 좋은 작품, 재밌는 만화를 그리고 싶은데, 훌륭한 만화 이런 것 말고요. 다시 인터뷰를 하게 될 때 그 만화에 대한 모든 질문이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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