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팀 개발자요? 외국어 못해도 괜찮아요”
지난해 한국 게임의 수출 규모는 29억 7,800만 달러(약 3조 923억 원)로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58.4%를 차지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국내 게임의 해외 진출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개발사 및 퍼블리셔는 보다 체계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 해외 서비스 관련 전문팀을 꾸린다.
해외 서비스 팀에는 다양한 인력들이 모인다.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사업 PM은 물론, 현지화 개발을 맡는 기획자·프로그래머·그래픽 디자이너까지 직군만 봐도 신규 개발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진행하는 업무도 유사하지만, 넥슨 중국 메이플스토리 팀 송민선 팀장은 “해외 서비스 팀에 대한 오해가 많아 고민이다”고 말한다.
해외팀 개발자들도 외국어가 필요할까? 해외 시장에 대한 이해는 얼마나 높아야 할까? 송 팀장을 통해 온라인게임 해외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개발자도 외국어 필수다?
송민선 팀장은 중국어 전공자다. 읽고 쓰는 것은 물론, 원활한 대화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송 팀장은 해외 서비스 팀 모두에게 외국어 능력이 필요한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샨다를 통해 서비스되는 <메이플스토리>의 중국 버전은 그래픽과 번역을 제외한 모든 개발을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당연히 팀원 모두가 한국인이다. 개발 실무를 맡은 개발자도 한국인이기에 기획이나 코드를 짜는 전반적인 업무는 한국어로 이루어진다. 마지막 언어 패킹 작업은 중국의 서비스사인 샨다에서 진행된다.
무엇보다 중국 시장 분석이라든지 운영사인 샨다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따로 담당자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사실상 개발자가 외국어를 쓸 일은 거의 없다.
송 팀장은 “많은 개발자가 해외 서비스를 위해서는 외국어가 필수라고 오해하지만, 개발자는 외국어를 잘 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현재 중국 <메이플스토리> 팀에서도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해외 서비스 팀은 신규 콘텐츠를 만들 수 없다?
해외 시장 론칭 단계에서 해외 서비스 팀의 주된 업무는 기존에 만들어 놓은 콘텐츠를 진출할 시장에 맞게 재정비하는 일이다. 작게는 번역부터 해당 국가의 네트워크 환경이나 플랫폼 환경을 고려한 안정화 작업도 필요하다.
라이브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먼저 업데이트가 진행되면 서비스 중인 각 국가에도 현지화 작업을 거쳐 적용한다. 론칭 시점과 다른 점이 있다면 현지 사정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 개발도 함께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메이플스토리> 중국 유저의 경우 다른 국가 유저에 비해 자신을 치장하고 드러내는 것을 좋아한다. 국내에서도 아바타는 주요 매출원으로 꼽히지만, 송 팀장은 “국내와 비교할 바가 못 된다”고 설명했다. 중국 버전은 다른 국가보다 아바타 콘텐츠 수가 배 이상으로 많다.
“개발자들은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데 욕구가 강해요. 해외 사업팀이라고 하면 신규 콘텐츠 개발이 없다고 생각해 기피하는 사람들도 있죠. 하지만 라이브 서비스에서는 현지에 맞는 콘텐츠 개발이 필수에요. 물론 국내 업데이트도 적용이 되지만, 맵이나 크고 작은 아이템과 같이 새로운 것들도 만들고 있어요”
해외 출장도 많고 야근도 많고?
해외 팀이라는 이름 때문에 얻는 또 한가지 오해는 해외 출장이 잦지 않을까 라는 점이다. 샨다와 업무 조율 및 기타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는 송 팀장의 출장은 1년에 3회 내외. 대부분 업무는 온라인을 통해 진행되기에 직접 현지를 찾을 일이 없다. 개발자 역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출장을 갈 필요가 없다.
콘텐츠 소모 속도가 빠른 중국의 경우 업데이트 주기가 짧다. 한 달에 한 번 업데이트나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으면 유저들의 이탈은 가속화 한다. 비록 모든 업무는 국내에서 진행되지만, 그 양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럼에도 중국 <메이플스토리> 팀은 넥슨 내에서도 야근이 없는 곳으로 유명하다.
“일정이 빡빡한 만큼 더 계획적으로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기획에서 개발, 서비스까지 한 곳에서 진행되는 국내 서비스와 달리 해외 서비스는 현지와 커뮤니케이션까지 거치면 늘어질 수밖에 없어요. 할 수 없는 일은 과감히 버리고, 꼭 해야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일을 선별해 마감을 지키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야근 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한 송 팀장은 게임 장르에 따라 다른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용할 수 있는 자세 필요하다”
그렇다면 해외 서비스 업무에 꼭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송 팀장은 ‘타협’을 꼽았다. 단순한 의사소통이 아닌 상대가 어떤 점을 요구하는지 파악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력’을 의미한다.
“해외 서비스 개발자에게 언어 능력은 필요하지 않지만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다른 개발팀에 비해 더욱 중요해요.” 송 팀장은 현시 서비스국까지 더 많은 사람들과 협업해야 하는 해외 서비스 팀의 개발자는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규 개발에 있어서도 자신의 주장만 강한 사람은 함께 일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온전히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는 단계라면 주관이 뚜렷한 게 큰 장점이 되지만, 해외 서비스는 다양한 부서의 요청을 수렴해야 하죠. 따라서 타협하지 못하는 개발자라면 스스로 버티기 힘들 거예요”
<메이플스토리>의 현재 중국 성적은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중국 온라인게임 순위에서는 10위권 밖으로 물러난 지 이미 오래. 매출 역시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메이플스토리>는 급변하는 온라인게임 시장 속에서 꿋꿋하게 10년을 버텼다.
지난 7월에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유저들과 함께 이를 자축하는 행사도 가졌다. 주 이용층이 10대 초반에서 10대 후반~20대 초반으로 변한 만큼 중국 <메이플스토리>를 지키는 유저들은 여전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들도 있다. 세월이 흐를 수록 해커들은 똑똑해졌고, 작업장은 악랄해져 갔다. 여전히 이들과의 전쟁은 진행 중이다.
송 팀장은 이제 앞으로의 여정이 11년으로 접어드는 게 아닌,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1년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메이플스토리>의 방대한 콘텐츠를 쏟아 내기 정신없었다면, 이제는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기보다 더 나은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중국 서비스 10주년에서 그동안 특별한 요구도 없이 게임 내 아이템을 직접 기획해 주던 ‘샤오슈’라는 유저를 만났어요. 초등학교 때 게임을 시장해 20대가 된 지금까지 <메이플스토리>를 즐겨 왔고, 그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하더라고요. 작업장이나 핵 없이 이런 순수 유저들이 즐겁게 게임을 즐기도록 노력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