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둔 퍼즐게임 <포코팡>의 개발사 트리노드가 지스타 2014에 B2C 부스로 참가했다. 보통 부스를 낸다면 신작 게임을 강조하기 마련이지만, 트리노드의 부스는 조금 달랐다. 단순히 <포코팡>을 내세운 게 아니라 ‘포코아츠’라는 브랜드를 내세웠다.
트리노드의 부스에서는 <포코팡> 시리즈에 등장하는 보니, 코코 같은 캐릭터를 활용한 패러디 아트부터 캐릭터 상품 등을 주력으로 전시하고 있었다. 보통은 게임을 홍보하기 위해 지스타에 참가하기 마련인데, 트리노드는 왜 캐릭터를 강조했을까?
답은 ‘포코팡 캐릭터의 브랜드화’였다. 트리노드는 <포코팡> 캐릭터의 브랜드화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게임에 도전하려 한다. 지스타 2014에서 처음 공개한 모바일 RPG <포코 메르헨> 역시 <포코팡>의 보니와 코코가 등장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디스이즈게임은 트리노드의 김준수 대표를 만나 그의 전략과 <포코 메르헨>의 개발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트리노드 김준수 대표.
“<포코팡>의 성공 이후, 규모는 늘었지만 전 직원이 함께 밥 먹는 회사를 꿈꾼다”
지스타 2013이후 1년만이다. 그 사이에 <포코팡>이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흥행했고, 성공을 맛봤다. 어떻게 지냈나?
김준수 대표: 작년 지스타 이후 지금 사무실로 옮겼다. 개발실 외에도 카페테리아 공간이 넓은 사무실을 꿈꿨는데, <포코팡>의 성공으로 이루게 됐다. 당시 직원이 7~8명 정도였는데, 이후 5개월 만에 약 40명이 늘어났다.
지난 1년간은 정말로 매주가 새로웠다. 한 팀만 있던 회사에 팀이 늘어나니 신경 쓸 게 정말 많더라. 예전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야기하면 모두가 들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두 개 층을 사용하니 커뮤니케이션도 어렵다. 사람이 많아진 만큼, 커뮤니케이션에 더 신경을 쓰게 되더라.
트리노드의 카페테리아. 실제 개발실보다 더 넓은 면적을 카페테리아에 할애했다.
트리노드 개발실.
개발실과 카페테리아가 넓다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내부를 전부 <포코팡>캐릭터들로 꾸몄다는 게 특이하다.
김준수 대표: 결정적 계기는 작년 지스타였다. 작년에는 NHN엔터테인먼트가 부스를 냈는데, 당시 <포코팡>은 2D 이미지만 가지고 있던 게임이었다. 우리도 3D 모델링을 만들어 두지 않았는데, NHN 측에서 인형 탈이나 조형물을 알아서 만들어 주더라.
굉장히 고마운 일이었지만, 상상했던 것과 조금 차이 있다 보니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직접 오리지널 3D 모델링도 만들고, 보니 조형물도 완성해서 회사에 전시했다. 모든 직원이 똑같이 생긴 보니를 보고 머리 속에 넣어야 똑같은 걸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내부 구성원 간 공유를 위해 꾸민 면도 있다.
듣고 보니, 개발자들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김준수 대표: 맞다. 개발자들이 팀을 이뤄 얼굴을 마주 보고 일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카페테리아를 넓게 만든 이유도 함께 밥을 먹기 위해서다. 앞으로도 매일 점심만큼은 트리노드의 모든 직원이 모여서 밥을 먹도록 할 생각이다.
10월 말에는 ‘포코톤’이라는 내부 행사를 진행했다. 해커톤처럼 24시간 이내에 자유롭게 팀을 이뤄 만들고 싶은 걸 만드는 행사다. 단, ‘포코 IP’를 사용해야 한다는 제한이 있다. 그랬더니 다들 즐겁게 참여했고, 새로운 아이디어뿐 아니라 내부 직원들의 화합에도 도움이 되더라. 개발자들도 즐거워하고, 포코 IP를 더 잘 알아가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앞으로는 매년 해볼 생각이다.
사무실 한 쪽 벽면에는 포스트잇으로 보니를 만들었다.
“포코아츠로 포코 IP를 브랜드화 하겠다”
지스타 2014에는 직접 부스를 내고 B2C에 참가했다. 부스 참가 계획은 언제부터 잡고 준비했나?
김준수 대표: 솔직히 말하면, 오래 준비한 건 아니다. 포코 IP를 이용한 게임을 계속 낼 계획이었는데, 중구난방으로 내면 포코 IP가 파편화될 것 같아서 여러 방향에서 고민한 결과다.
트리노드가 부산에 있다는 상징성도 있고, 지스타라는 축제에서 우리를 드러내고 싶어서 부스 참가를 결정하고 2달 정도 준비한 결과다. 2D 이미지로 보여줬던 포코 IP를 3D로 보여주는 것도 있지만, 색다른 시도를 해 봤다. 다른 부스들이 영상을 보여주거나 게임 시연 위주라면, 우리는 ‘포코아츠’를 전면에 내세웠다. IP에 대한 접근도 확장해보고, 포코 IP에 대한 사람들의 구매력과 브랜드 인지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지스타 2014에 출전한 트리노드의 부스.
그럼 방금 말했던 ‘포코아츠’라는 게 뭘까? 부스의 콘셉트가 포코아츠던데.
김준수 대표: 포코 세계관을 하나로 묶어 브랜딩하기 위한 개념이다. 포코 IP를 활용한 무언가라면 모두 포코아츠가 될 수 있다. 게임부터 시작해서 모나리자를 패러디한 ‘보나리자’ 같은 미술 같은 것들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앞으로 MD 상품을 낼 때도 ‘포코팡’이라는 이름 대신 ‘포코아츠’라는 이름으로 나올 것이다. 직접 쇼핑몰을 운영하거나 더욱 나아가서 스토어를 내는 등의 큰 그림도 생각하고 있다.
그럼 포코아츠라는 브랜드를 내놓는 이유는 무엇인가? 적어도 단순하게 브랜드를 만든다는 접근이 아니라, 다른 고민도 있었던 것 같다.
김준수 대표: 모바일게임의 수명이 길지 않다는 점에서 출발한 고민이다. 게임 하나하나의 수명이 길지 않으니, IP 기반을 다져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설명을 위한 예를 들자면, 일본에는 마리오나 소닉 같은 IP가 있고 이를 활용한 게임이 인기를 끈다.
반면에 한국 쪽에서는 이런 사례가 그리 많지 않다. 내가 트리노드를 창업하고 세 개 게임을 냈는데, 모두 포코 IP를 활용했다. 그런 면에서 더 전략적으로 접근해서 포코 IP의 힘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실제로 IP 저변이 강한 일본에서는 ‘포코타’(보니)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럼 포코 IP가 일본에서는 얼마나 인기를 얻고 있나? 매출순위 상위권이라는 건 알겠는데, 나라가 다르니 인기는 체감하기 쉽지 않다.
김준수 대표: 우리도 퍼블리셔를 통해 피드백을 받고 있긴 하지만, 트위터를 이용해 직접 피드백을 받고 있다. 트위터에서 카타카나로 <포코팡>을 검색하면 그에 관련된 말들이 몇 분에 하나씩 올라올 정도다.
작년에 한 번 일본 출장을 간 적이 있는데, 지하철 한 칸당 한 명씩은 <포코팡>를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라인 플랫폼 단일 게임 누적 매출 1위가 <포코팡>일 정도고, 지금은 차기작이 나온 덕분에 더 인지도가 높아졌다.
트리노드 부스에서는 다양한 MD상품을 판매했다.
“포코 IP로 만든 RPG <포코 메르헨>, 포코 IP의 해석 여지를 넓히고 싶다”
이번 지스타 2014에 신작을 들고 나왔다. 어떤 게임인가?
김준수 대표: <포코 메르헨>은 모바일 RPG로, 포코 IP뿐 아니라 동화 속 이야기라는 테마에 맞게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포코팡>이 원래 캐주얼 유저가 즐기던 게임이라 캐주얼한 RPG를 지향하고 있다. 유저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고, 캐주얼 유저가 모바일 RPG를 처음 접하게 되는 계기가 이 게임이 됐으면 한다.
현재 공개한 버전은 5개월 정도 개발했고, 앞으로 개발할 기간이 더 길다. 그래서 많은 게 바뀔 거다. 그럼에도 <포코 메르헨>을 공개한 이유는 현재 만들고 있는 걸 공유하는 측면이자, 포코 IP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목적도 있다. 앞으로도 포코 IP를 이용해 다양한 장르의 게임에 도전하겠다.
<포코 메르헨>의 핵심은 무엇인가?
김준수 대표: <포코 메르헨>은 실시간 액션 RPG고, 맵을 돌아다니며 던전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세부 방향성은 바뀔 수 있겠지만, 실시간과 액션 RPG라는 점은 핵심이라 바뀌지 않을 거다. 내년 쯤 출시할 계획인데, 개발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면 더 투자할 생각도 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RPG장르 자체의 재미를 충실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포코 IP를 사용한다고 너무 캐주얼한 게임을 내는 건 원치 않는다. FPS에 보니가 등장한다면 확실하게 ‘총 쏘는 맛’은 느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RPG의 핵심 재미를 지키기 위해 UI도 캐주얼하기 보다는 진지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포코 IP가 캐주얼하지 않은 게임에서도 등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포코 메르헨>의 스크린 샷.
이를테면 모바일 RPG에 보니나 코코가 콜라보레이션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지향한다는 건가?
김준수 대표: 맞다. IP를 다양한 장르에 이용한다고 해서 특정 장르의 맛이 시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특정 장르의 색은 확실하게 표현해줘야 그걸 기대하는 유저들이 재미를 느낄 테니까.
더불어 포코 IP가 캐주얼한 느낌으로 굳어지는 걸 원치 않았던 측면도 있다. 포코 IP는 캐주얼하다는 관념이 굳어지면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기 어려워지니까. 그러면서 트리노드의 스타일로 포코 IP를 다양한 장르에서 풀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전환점이 될 중요한 게임이다.
그럼 트리노드의 스타일은 어떤 것일까? 지금까지 트리노드는 캐주얼 게임을 잘 만드는 회사라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방향을 지향하는 것 같다.
김준수 대표: 포괄적으로 놓고 설명하자면, IP와 브랜드를 가지고 접근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 그리고 개발자들에게는 다른 회사를 의식하지 않고 우리의 제품에만 몰입해서 만드는 환경을 제공하는 게 내 목표다. 아무래도 부산에 있다 보니 다른 회사의 것들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판교에 회사를 차렸다면 이런 환경을 내지는 못했을 것 같다.
개발 면에서는 PD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고자 한다. 외부에서 프로젝트를 좌지우지하지 못하게, PD의 역량과 가능성을 기다려 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조급하게 게임을 출시하기보다는 시간을 들여 제대로 만드는, 부산 바다같이 ‘뻥 뚫린’ 느낌을 만들고 싶다.
‘시간을 충분히 준다’니, 개발자에게는 꿈 같은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김준수 대표: 맞다. 게임을 낼 때, 그 팀과 PD의 역량이 잘 녹아있는 게임을 만들려면 그런 환경을 제공해야 하니까. 트리노드가 오래가는 가치를 가졌으면 한다. 유저에게 오래가는 즐거움을 주고, 트리노드 직원들도 오랫동안 같이 일했으면 한다.
이런 게 되려면 위에서 지시하는 수직 구조가 아닌, 조직원 스스로 자발성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자발성을 가질 수 없는 환경에서 자발성을 강요해봐야 안 된다. 그래서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거고, 5~10년을 함께 일할 수 있는 인성과 실력을 갖춘 사람들은 언제나 환영한다. 그런 개발자들과 함께 오래 일하면서 포코 IP의 다양성을 넓혀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