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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분위기 살린다! 한국 맞춰 다 뜯어 고친 ‘소울워커’

소울워커 CBT를 준비 중인 라이언게임즈 윤성준 대표 인터뷰

김승현(다미롱) 2016-12-22 10:01:05

개발 중 방향성이 변경됐다. 시장 트렌드가 바뀌었다. 계약했던 퍼블리셔가 사업에서 철수했다. 간신히 해외에 진출했지만, 현지 의견 때문에 추구하던 색을 포기해야만 했다. 애니메이션풍 MORPG <소울워커>가 지난 5년 간 겪은 일이다.

 

<소울워커>가 다사다난했던 지난 날을 뒤로 하고 다시 한 번 한국 서비스에 도전한다. 단순히 일본 버전을 서비스하는 재활용이 아니라, 현지 의견 때문에 포기하고 삭제했던 것을 전부 되살린 사실상 다른 게임이다. 게임은 조금 더 어려워졌고 어두워졌다. 더 마니악해졌다.

 

대중성도, 흥행성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 그들은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 22일 CBT를 앞둔 라이언게임즈 윤성준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라이언게임즈 윤성준 대표

 

 

# 타협하고 넘어진 뒤에야 깨달은 것

 

“기분이요? 여태 살아 있는 것이 용하다? (웃음)” <소울워커>를 만든 라이언게임즈 윤성준 대표의 첫마디다.

 

<소울워커>의 5년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 게임이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간 2012년, 시장은 모바일게임 중심으로 재편됐고 온라인게임 개발사는 찬밥이 됐다. 라이언게임즈의 자본도 말라갔다. 설상가상으로 <소울워커>의 개발은 순조롭지 못했다. 라이언게임즈는 조금 더 구현 가능성 높은 쪽으로 게임의 방향성을 바꿨다. 굶으며 개발할 순 없었다. 투자자들에게 뭐라도 보여줘야 했다.

 

모바일도 고민했다. 하지만 손이 가지 않았다. 라이언게임즈가 꿈꾸는 <소울워커>는 대재앙 이후, 마음의 상처를 가진 소년•소녀들의 생존과 모험을 그린 ‘캐릭터 게임’이다. 캐릭터들의 이야기,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 줄 연출이 생명이었다. 모바일로는 이런 ‘콘솔’ 같은 느낌을 아직 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남들 다 모바일로 뛰어들 때 꾸역꾸역 PC MORPG를 만들었다. 이야기를 위해 주인공 캐릭터뿐만 아니라, NPC들을 위한 연출도 적극적으로 넣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어두운 분위기를 위해 MORPG 주제에(?) PK 가능한 필드를 엔드 콘텐츠로 넣었다. 그렇게 14년 알파 버전이 나왔고 15년 한국 퍼블리셔가 결정됐다. 하지만 다음해 1월, 그 회사가 퍼블리싱 사업에서 철수했다. 한국 서비스는 불투명해졌다.

 

 

계획과 달리 일본 서비스를 먼저 시작하게 됐다. 현지에서 <소울워커>의 액션이 어렵다고, 엔드 콘텐츠였던 PK•PVP를 싫어하는 유저가 많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둘 다 섣불리 고치면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치열함과 어두움도, 게임의 수명도 장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과 온라인게임 문법이 다른 시장, 더군다나 라이언게임즈에겐 첫 서비스이자 첫 해외 서비스였다. 고심 끝에 게임을 바꿨다. 게임은 흥행에 실패했다.

 

콘텐츠의 균형이 무너졌다. 쉬운 액션과 삭제된 PVP•PK 때문에 이야기를 수정하니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분위기가 옅어졌다. 엔드 콘텐츠가 없으니 신규 콘텐츠가 추가돼도 금방 소비됐다. 게임은 처음과 같은 성적을 이어가지 못했다. 책임은 그들 몫이었다.

 

<소울워커> 콘셉트 아트

 

“바보 같았죠. 세계 어디에도 PVP•PK를 좋아하는 유저는 적습니다. 모든 콘텐츠는 호불호가 나뉘죠. 하지만 이것에 겁나 우리 색을 줄이고 엔드 콘텐츠를 뺐어요. 게임은 균형을 잃었고 유저 분들께 오래 즐거움을 주지도 못했죠.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우리가 만들고 싶었던 것을 잃었습니다. 누가 이 게임 뭐냐고 물으면, 정말 할 말이 없었어요.”

 

라이언게임즈는 넘어지고 나서야 깨달았다. 서비스는 몰라도 적어도 콘텐츠는, 개발의 방향성은 고집을 지켜야 했다고…. 그것이 넘어지더라도 후회하지 않는 길이었다.

 

 

 

# 스토리 보강부터 액션 개선, PVP 콘텐츠 추가까지! 세기말 분위기 강화한다

 

다시 기회를 잡은 한국 서비스에서는 이 때 결심이 그대로 반영됐다. 처음부터 다시 준비했다. 일본에서 서비스했던 것을 그대로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일본에 가며 삭제하고 포기했던 것을 전부 다 되살렸다. 

 

목표는 하나다. 초창기 목표로 했던 ‘대재앙 이후, 마음의 상처를 가진 소년•소녀들의 생존과 모험’이라는 콘셉트를 제대로 살리는 것. 먼저 이를 위해 캐릭터들마다 ‘회화형 메인 퀘스트’가 추가된다. 캐릭터들의 내면을 보다 깊이 있게 조명하기 위해서다.

 

난이도가 너무 낮아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커녕, MORPG의 긴장감도 주기 힘들었던 액션도 개선된다. 몬스터 AI가 높아져 전투 난이도가 대폭 올라갔다. 회피와 회복 비중이 높아져 기존과는 다른 템포의 전투를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추가로 캐릭터들의 공격 속도와 이동 속도를 높이고 전반적인 액션 딜레이를 줄여 조작감을 높였다. MORPG다운 액션과 긴장감을 위해서다.

 

 

삭제했던 엔드 콘텐츠도 부활시켰다. 대표적인 것이 ‘디스트릭트 6’라는 PK 가능한 ‘필드’다. 게임의 마을과 던전가 일종의 안전지대 내에 위치한 장소라면, 디스트릭트 6는 사람의 손길도 제대로 미치지 않은 무법지대다. 이곳에서는 강력한 몬스터와 희귀한 자원들이 널려있고, 문명의 손길에서 벗어난 만큼 소울워커(유저)끼리 자유롭게 싸울 수 있다. 파밍을 위한 자유 PK 공간인 셈이다.

 

그렇다고 디스트릭트 6가 단순히 고레벨 파밍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소울워커>는 본래 종말 이후, 모든 것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소울워커와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그런 만큼 디스트릭트 6부터는 살아 남기 위한, 혹은 문명 재건 이후 주도권을 쥐기 위한 인류 간의 갈등이 서서히 드러날 예정이다. 

 

더 좋은 것을 얻기 위한 유저(소울워커) 간의 갈등(PK)은 기본이다. 게임은 스토리 측면에서도 디스트릭트 6 추가 이후 NPC 세력들의 생존•주도권 경쟁이 서서히 드러날 예정이다. 디스트릭트 6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소울워커> 본연의 분위기와 이야기를 되살리는 시발점인 셈이다. 라이언게임즈는 고레벨 PK 존 디스트릭트 6 외에도 정식 오픈 이후, 토너먼트나 길드전 등 추가 PVP 콘텐츠를 추가할 예정이다.

 

PK 가능한 파밍 지역 '디스트릭트 6' 스크린샷

 

마지막으로 게임의 성장 템포도 달라진다. <소울워커> 일본 버전의 기본은 재료를 모으고 장비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안정적이고 꾸준히 매달릴 순 있었지만, 게임을 지루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MORPG 특유의 던전-마을 반복은 이 지루함을 더 심화시켰다.

 

새 버전에서는 장비 파밍이 ‘완제품’ 위주로 바뀐다. (개편돼서) 어려운 던전을 깼을 때의 기쁨을 배가 시키기 위함이다. 여기에 파밍 동선 또한 던전 하나에서 던전과 필드(디스트릭트 6)로 분화돼 반복 작업의 느낌을 줄였다.

 

메인 스토리 추가와 액션 개선, 엔드 콘텐츠 추가, 성장 구조 개편까지…. 불과 몇 개월 만에 게임을 겉에 보이는 것만 빼고 다시 만든 셈이다. 

 

“원래 원하는 것은 그만큼 하기 힘든 법입니다.” 윤성준 대표의 웃음 섞인 이야기다.

 


 

 

# 수년 간 기다려주신 분들께 보답하고 싶다

 

라이언게임즈의 목표는 한국뿐만 아니라, 기존에 서비스된 일본, 그리고 북미 등 추후 진출할 국가까지 모두 동일한 버전을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 버전 기준으로 ‘글로벌 원빌드’다.

 

로드맵도 벌써 다 세웠다. 한국에서 <소울워커>를 정식 오픈한 후 3개월 안에 일본에서 쌓인 콘텐츠를 모두 추가한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한국에 먼저 콘텐츠를 선보인 후, 일본 등 다른 국가에 콘텐츠를 추가한다. 사실상 한국이 ‘본서버’가 되는 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소 개발사인 라이언게임즈에겐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고,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것이 그들이 진짜 만들고 싶었던 것이니까. 마니악한 길이지만, 넘어지더라도 후회 없이 넘어지겠다는 마음이다. 다행히 한국은 물론, 북미나 일본 등 해외 퍼블리셔들도 라이언게임즈의 의지에 동의해줬다.

 


 

22일부터 시작되는 한국 CBT는 이런 라이언게임즈의 도전에 첫 검증대가 될 예정이다. 22일 CBT에서는 현재까지 준비된 <소울워커> 콘텐츠의 절반 가까이가 제공된다. 앞서 얘기한 액션•성장 개선, 메인 퀘스트 추가는 물론, 굳이 언급하지 않았던 한국어 더빙 등이 모두 완료된 콘텐츠다.

 

먼저 <소울워커> 6개 캐릭터 중 복수의 하루, 쾌락의 어윈, 광기의 릴리, 슬픔의 스텔라 4개 캐릭터가 공개되고, 게임 내 4개 마을 중 2개 마을에 해당하는 스토리와 던전이 제공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울워커> 서비스 최초로 PK 파밍 필드 ‘디스트릭트 6’가 선보여진다. 단, 디스트릭트 6는 최초 공개이니만큼 다듬어진 다른 콘텐츠들과 달리 순수하게 콘셉트 검증 수준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윤성준 대표의 꿈은 이제서야 제대로 제 모습을 찾은 게임을 수년 간 기다려 준 유저들에게 보여주고 인정받는 것이다. <소울워커>가 공개된 지 5년. 그 동안 새 정보가 공개될 때마다 반응해 주고, 서비스가 결정되기도 전부터 카페도 만들고, 일본까지 건너가 플레이 해 준 유저들 말이다.

 

“한국에 오기까지 정말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치기 충분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매번 <소울워커> 소식에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고 죄송했습니다. 정식으로 게임을 보여드리지 못했으니까요. 이번에 한국에 선보이는 것은 정말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만든 버전입니다. 기다려 주신 분들께 보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게임, 좋은 서비스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이언게임즈의 <소울워커>는 12월 22일부터 25일까지 4일간 한국 CBT를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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