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프로야구 마스터> 시리즈부터 <퍼펙트라인업 for Kakao>까지. 넵튠이란 회사의 역사는 이 회사가 만든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의 역사이기도 하다. 2012년 1월 설립된 넵튠은 지난 5년 간 4개의 야구 매지니먼트 게임을 출시했다. 그리고 올해 4월, 이 회사는 <레전드라인업>이라는 5번째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다.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은 장르 특성 상 차별화가 힘든 분야다. 그런데 왜 넵튠은 이렇게 오랫동안 이 장르에 도전한 것일까? 그리고 이미 수많은 강자가 살아있는 이 시장에 어떤 것을 무기로 도전하려 하는 것일까? <레전드라인업>을 개발한 넵튠 '전상환' 기획 총괄의 이야기를 듣고 정리했다.
2012년 출시한 <넥슨 프로야구 마스터 2013>부터 이번 <레전드라인업>까지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만 5개째다. 이 장르에 무슨 매력을 느껴 이렇게 많이 게임을 만들었나?
야구팬 입장에서 내가 좋아하는 구단과 선수를 직접 운영해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장르의 가장 큰 매력 아닐까? 이것이 매니지먼트 게임이 게임으로서 수치를 어떻게 다루는가 이전에, 유저들이 이 장르에 기대하는 가장 근본적인 감정일 것이다.
<레전드라인업>이라는 신작을 낸 것은 이 감정을 더 잘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인가?
자신감까진…. (웃음) 물론 그런 감정적인 측면도 많이 신경 썼다. 예를 들어 카드에 있는 선수 사진만 하더라도 전신샷을 넣어 그 선수의 개성이 더 잘 드러나게 신경 썼고, 카드 등급이 바뀔 때도 단순히 카드 장식(?)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사진 구도도 달라지는 식이다.
그렇다면 게임으로서의 특징은 어떤가?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은 장르 특성 상 차별화가 힘든 장르다. 이미 시장에 많은 게임이 존재하는데 <레전드라인업>만의 특징을 꼽자면 무엇이 있을까?
정밀한 시뮬레이션 능력, 그리고 유저가 승부처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수싸움 시스템이다.
# 진짜 '작전 야구'를 맛봐달라
시뮬레이션 능력? 그것이 유저들에게 '다른 경험'을 줄 수 있을까? 어차피 유저들은 '결과'만 확인하는데….
그 결과가 달라진다. 대부분의 매니지먼트 게임은 야구 같지 않은 결과를 보여준다. 라인업이 조금만 좋으면 승률 6~7할은 우습게 나온다.
하지만 현실의 야구는 다르다. 아무리 팀 간 전력이 차이 나도 팀의 승률이 6할 넘기가 힘들고, 3할 아래로 떨어지기도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야구에선 100%라는 것이 없다. 아무리 약한 팀도 작전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1위 팀을 이길 수 있고, 아무리 뛰어난 선수로 가득한 팀도 최약팀에게 질 수 있다. 그것이 실제 야구다.
때문에 게임을 개발할 때 '진짜 야구'같은 결과를 보여주는데 집중했다. <레전드라인업>은 팀의 승패를 결정지어 놓고 세세한 결과를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매 타석마다 결과를 연산해 최종 승패를 결정한다. 이 때문에 게임의 승률이나 점수는 팀의 강함이나 좋은 선수의 수가 아니라, 매 타석 투수와 타자, 수비수 간의 궁합이 어떻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때문에 팀의 승률도, 경기 점수차도 보다 현실적으로 나온다.
전략에 신경 썼다는 말 같다. 하지만 이것이 '재미' 있으려면 유저들에게 작전의 성과가 체감돼야 한다. 결국 얼마나 '잘' 승리하느냐가 중요한데, 사실성 때문에 이 기쁨이 다른 게임에 비해 적게 체감되진 않을까?
그것은 경기 중 유저가 수싸움에 관여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레전드라인업>에선 유저가 경기의 승부처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역전 찬스라면 타자 시점에서 상대 투수의 다음 공이 직구일지 변화구일지 등을 맞춰 해당 타자의 정확도 등을 높이는 식이다.
야구 게임이니만큼 당연히 그에 합당한 힌트도 주어진다. 예를 들어 볼카운트가 3볼이라면 다음 공은 스트라이크일 확률이 높고, 상대 투수가 직구에 강한 선수면 중요한 순간에 직구가 들어올 확률이 높은 식이다. 이런 식으로 유저는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힌트로 선수에게 조언해 승부처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 마치 현실의 감독이나 코치처럼….
직접 개입해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면에선 확실히 보다 자신의 행동이 잘 체감될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앞서 말한 '작전의 체감'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 않을까? 어차피 한 장면 개입이면, 단순 미니게임이지 않은가?
한 장면이 아니다. 사실상 '한 회'다. 지적한 것처럼 단순 한 타석, 한 장면 개입이면 작전도, 라인업의 의미도 없다. 에이스 투수나 홈런 타자에만 집중하면 되니까. 하지만 <레전드라인업>의 개입은 장면이 아니라 흐름이다. 유저가 한 조언이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면 이 개입은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유저는 이를 이용해 '작전 야구'를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유저가 '선두 타자' 시점에서 개입해 그를 출루시켰다면 다음 타석에도 유저가 개입할 수 있다. 여기서 타자에게 번트를 지시하건, 주자에 도루를 지시하건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면 다음 타석에 또 개입할 수 있다. 이처럼 승부처에서 연속으로 개입할 수 있기 때문에 내 라인업, 내 선수들의 능력을 잘 체감할 수 있다. 만약에 그 라인업이 특정한 경기 흐름을 염두에 두고 짠 것이라면 더더욱.
또한 이런 승부처 연속 개입 덕에, 내 팀이 상대보다 약하더라도 '작전'으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설사 상대에게 끝내주는 에이스 투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작전만 잘 내면 점수를 뽑아낼 수 있는 것이 야구니까.
여러모로 선수들의 능력이나 육성보단, 유저의 라인업 구성 능력이나 작전 능력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다.
사실 개발할 때 반대도 많았다. 아무래도 게임은 스트레스 적고 재미있어야 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야구라는 스포츠의 특징을 놓긴 싫었다.
아, 물론 우리도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이니만큼 능력치의 비중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 팀이 최상위 선수로 도배돼 있다면, 하위 리그 같은 곳에선 연승을 빵빵 만들어내야 팀을 키우는 재미도 느낄 것 아닌가. (웃음)
작전 콘셉트는 마음에 든다. 하지만 '상용'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 대부분은 이제 야구 노하우보단 (여러 의미에서) 투자나 강화, 의도된 조합 등을 더 많이 요구한다. 상용 게임사의 입장에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마 유저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것이 과금/무과금 유저 간의 격차일 것이다. 솔직히 말해 우리도 회사이니만큼 이것이 없을 수는 없다. 똑같은 능력의 유저가 있다면, 당연히 결제를 한 유저가 더 유리하다.
단,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이 격차라는 것이 어디까지나 '시간'의 격차에 한정될 것이라는 것이다. 결제를 하면 남들보다 더 빨리 좋은 선수를 얻을 수 있고 빨리 팀을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팀이 강하니 경기에서 신경쓸 것도 적을 것이다. 그 뿐이다. 싱글 콘텐츠에선 연승이 가능할지 몰라도, PVP 콘텐츠에선 금새 비슷한 유저들과 만나 싸우게 될 것이다.
또한 무과금 유저라고 즐길 콘텐츠가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PVP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저마다 맞는 리그에 배정될 것이고, 팀을 구성할 때도 최상위 선수뿐만 아니라 특화 선수나 저등급 선수들을 위한 라인업 스킬(일종의 팀버프)도 존재한다. 이런 스킬과 앞서 얘기한 승부처 개입 등을 잘 이용하면 자기보다 쎈 팀을 만나도 얼마든지 한 방 먹여줄 수 있을 것이다.
# 시간에 쫓기지 말고, 원할 때 경기해라
PVP 콘텐츠에서도 승부처 개입이 가능한가? 보통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의 PVP 모드는 일정 시간마다 자동 경기라, 유저 개입이 안될 텐데….
<레전드라인업>은 조금 다른 방식이다. 싱글이나 랭킹전(PVP) 모두, 유저가 원할 때 '야구공'과 같은 스테미너 자원을 소비해 경기를 진행할 수 있다. PVP의 경우 일종의 비동기 PVP인 셈이다.
과거 다른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을 만들었을 때, 질문에서 나온 '실시간 진행', 그리고 <레전드라인업>에서 사용하는 스테미너(?) 방식 모두를 사용해 봤다. 아무래도 모바일에서는 스테미너 방식이 더 적절하더라. 유저들이 모바일게임에서 바라는 것은 '내가 원할 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있는 것'인데, 기존 방식으로는 이것을 충족시키기 힘들었다.
그래서 <레전드라인업>의 경우 자동 진행이 아니라 스테미너 소모 방식으로 게임을 만들었다. 때문에 순수하게 다른 유저와 팀의 로스터를 겨룬다는 느낌은 약해졌지만, 덕분에 승부처 개입 같은 <레전드라인업>만의 특징은 강해질 수 있었다.
야구 매니지먼트는 기본적으로 직접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장르다. 아무리 스테미너, 승부처 개입 등의 시스템이 있다고 할지라도, 앞서 얘기한 '내가 원할 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하진 않을까?
앞서 말한 콘텐츠들 외에도 '홈런더비'와 같은 실시간 콘텐츠를 계속 제공할 예정이다. 우선 오픈 스펙에는 홈런 더비가 들어가고, 이후 이런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교체해 유저들에게 계속 다른 경험을 주는 것이 목표다. 예를 들어 홈런 더비가 끝난 뒤에는 특정 선수의 시점으로만 야구를 진행하는 콘텐츠를 오픈하는 식이다.
콘텐츠를 계속 제공할거면 교체가 아니라 새로 오픈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을까?
순수하고 콘텐츠 볼륨 딴에선 그렇다. 하지만 오픈돼 있는 콘텐츠는 보수가 힘들다. 단순히 심각한 문제가 생겼을 때 콘텐츠를 내려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콘텐츠가 오픈돼 있으면 개발자 입장에서 콘텐츠 방식을 개편하거나 보상을 바꾸는 등 도전적인 도전을 꺼리게 된다. 또한 계속 콘텐츠가 오픈돼 있기 때문에 즉각적인 피드백 반영도 힘들고….
그래서 <레전드라인업>은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바꾸려 한다. 콘텐츠 하나를 아예 지속적으로 바꿔 계속 새로운 느낌을 주고, 설사 이전 콘텐츠를 다시 넣는다고 할지라도, 내려가 있는 동안 유저 피드백이나 개발자 아이디어 등을 적극 반영해 이전보다 훨씬 나은 콘텐츠를 넣는 것이 목표다.
<레전드라인업>에 등장하는 선수 라인업이 궁금하다.
2016년, 2017년 기준 현역 선수 데이터로 구성돼 있다.
2016, 2017년? 야구 매니지먼트에서 선수풀이란 전략의 다양성이나 유저의 수집 요구 등 다양한 측면에 영향을 끼친다. 2년으로 라인업을 한정한 이유가 있나?
2가지 요소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팀 간의 밸런스다. 지금 프로야구는 그 어느 때보다 신생팀이 많다. 하지만 80, 90년대까지 선수풀을 확대하면 필연적으로 NC나 KT같은 팀에게 불리해진다. 선수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그렇고, 팀 선수 수급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설사 그게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 팀을 응원하는 입장에선 좋은 경험이 아니다. 그래서 팀 간 밸런스를 맞춘다는 의미에서 기간을 제한했다.
다른 하나는 현재에 집중하고 싶어서다. 과거까지 선수풀을 넓히면 지금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게 된다. 또한 숙지해야 할 선수가 많아지다 보니 로스터를 짤 때나 승부처에 개입할 때도 신경써야할 것이 많아진다. 이런 <레전드라인업>의 특성까지 고려했을 때 무작정 선수풀을 늘리기보단, 최신 현역 선수들로 구성하는 것이 플레이 경험 상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많은, 다양한 선수는 야구 매니지먼트의 활력소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레전드라인업>은 다른 게임처럼 1년에 한 번 선수들의 데이터를 반영해 새 카드를 내는 것이 아니라, 반 년에 한 번 정도로 보다 짧은 주기를 가질 생각이다.
전략 요소가 강한 플레이 등 초보자 진입장벽이 높아 보인다. 가뜩이나 다른 야구 매니지먼트에 비하면 출발이 늦은 편이데, 이에 대한 걱정은 없나?
그렇지 않아도 진입 장벽 측면에선 초보자 도움말에 많이 신경 썼다. 단순히 기계적인 튜토리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만약 팀이 연패 중이라면 도우미가 '왜' 연패를 하는지 알려줘 <레전드라인업>이라는 게임을 이해하기 쉽도록 돕는 식이다. 이외에도 쓸데없는 제약을 줄이는데 많이 신경썼기 때문에, 스트레스 없이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레전드라인업>은 언제 플레이할 수 있을까?
4월 마지막 주, 양대 OS 마켓에 출시될 예정이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