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마비노기 판타지 파티'였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방문해 직접 제작한 상품을 팔거나 연주하고 코스프레를 선보일 수도 있는 행사. 한 게임의 독특한 문화 행사는 그 회사 전체의 축제로 변했다.
2015년부터 넥슨이 여는 '네코제' 이야기다. 지난 2~3일에 열린 제4회 네코제는 최초로 관람객 1만 명을 넘기는 등, '공식이 판을 깔아주는 동인 행사'이자 유일의 넥슨 유저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래서 궁금했다. 넥슨이 꽤나 지극정성으로, 진지하게 동인 행사를 여는 이유가.
4년째 네코제를 지휘하는 조정현 넥슨 콘텐츠사업팀장을 만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 디스이즈게임 장이슬 기자
넥슨 사업본부 조정현 콘텐츠사업팀장
# 관람객 1만여 명, 역대급 네코제의 뒷이야기
디스이즈게임: 안녕하세요. 먼저 어떤 일을 하시는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조정현 팀장: 콘텐츠사업팀은 일이 두 가지인데, 먼저 IP 사업을 총괄해서 진행하는 콘텐츠사업 파트가 있어요. 다른 쪽은 채널 사업 파트로, 마케팅을 할 때 미디어나 SNS 등 마케팅을 진행할 때 필요한 협상을 하거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팀입니다. 네코제, 지스타 등 행사도 저희가 맡아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네코제는 전체 일정이 매우 길었는데 마무리한 소감이 어떠신가요?
행사가 조금 더 성장하고, 여러 가지를 시도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는 매번 새로운 콘텐츠를 확보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는 단계에요. 게임 문화나 IP 관련한 기업 행사가 국내에서는 유례가 없어 저희도 매번 어려워요. 그래도 조금씩 알아주신다 싶네요. 해가 갈수록 참여해주시는 분이 계속 늘어나고 있거든요. 관심을 많이 주시기 때문에 저희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간다고 생각합니다.
매 해 콘셉트가 다른데, 이번 네코제의 테마는 무엇이었나요?
기존의 네코제가 유저 아티스트 굿즈를 사거나 공식 부스에서 마련한 이벤트를 수동적으로 즐기고 가는 형태였다면 이번엔 일일 체험 교실(원데이 클래스)과 특강을 준비했어요. 현장에서 자신이 듣고 싶은 강의도 듣고 일일 체험을 통해 직접 뭔가도 만들면서 재미도 느낄 수 있도록 능동성을 강화했어요.
이 두 가지를 네코랩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했는데, 티켓이 모두 한 시간 만에 완판되더라고요. 네코제에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 대학생이나 학생, 앞으로 꿈을 키워가실 분들이 많아서 특히나 인기가 좋았던 것 같아요. 참여하는 개개인에게 집중하고 방향을 맞추는 기회가 됐다는 느낌입니다.
사실은 7월부터 일정이 진행된 2017 제4회 네코제. 관련 티켓은 전부 완판됐다.
네코장이라는 굿즈 크라우드 펀딩 때문에 거의 반 년 동안 네코제를 진행한 셈인데요. 아무래도 넥슨 브랜드 명의로 펀딩이 진행되니 말이 좀 있었습니다.
넥슨 PB 상품도 한두 개가 있지만, 대부분 유저분들이 제작한 상품입니다. 사실 네코제에 나오시는 분들은 연 1회, 2회 열리는 행사에서 상품을 선보이고 수익을 얻으시는데, 가능하면 네코제가 안정된 수입원이 되어서 좋은 상품을 계속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 추가로 ‘네코장’을 마련했던 거였습니다. 네코제 행사 외에서도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도록 장을 열어드리는 차원인 거죠.
소문에는 지금껏 열린 네코제 중에서 가장 많은 분들이 오셨다고 하는데, 얼마나 되나요?
현장 집객은 8쳔여 명 정도가 됩니다. 이번 네코제가 열린 장소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이하 ‘DDP’)인데, 지나가다 얼떨결에 오셨던 분들까지 합치면 만여 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사전예약, 네코제의 밤, 네코랩 티켓도 모두 단시간 내에 전량 매진됐고요.
지난해까지는 본 행사에 밴드 공연처럼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 법한 행사가 같이 있었는데, 올해는 ‘넥슨 유저 콘텐츠 축제’ 자체에 집중한 느낌입니다.
세종예술시장처럼 열린 공간에서 한다면 좋겠지만 두 가지 제약이 있습니다. 공간과 날씨죠. 오픈된 행사로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데, 날씨가 너무 추워요. 그래서 이번엔 인근 호텔 지하를 대관해서 ‘네코제의 밤’ 콘서트로 따로 진행했습니다. 이 역시 티켓이 빨리 매진됐고, 현장에서도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네코제가 뭔지, 어떤 부대행사가 열리는지 처음부터 정보를 가진 사람들이 참석할 수 있는 만큼 대중성을 지향하는 축제라고는 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게임 유저들이 직접 와주시기 때문에 넥슨 게임을 모르거나 하지 않는 분은 참여하기 어려운 행사에요. 지금은 순수 미술을 하시는 아티스트도 초빙하고 점점 외연도 확장하겠지만 기본적인 취지는 ‘유저’와 ‘유저가 만들어가는 넥슨 IP’입니다. 가장 집중해야 할 부분은 당연히 지속하고, 한편으로는 넥슨 IP를 좀 더 알리면서 모르시는 분들도 품을 수 있는 행사가 되어야죠. 코어성과 대중성 투 트랙으로 운영해갈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비너스맨션’, ‘롬’ 작가 콜라보레이션이 있었던 건가요?
게임 IP라고 하면 보통 게임을 하는 유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데, 서울디자인재단과 함께 네코제를 준비하면서 좋은 작가분을 소개받았어요. 비너스맨션과 ROM 작가님이 <메이플스토리>의 ‘핑크빈’과 ‘루시드’를 소재로 작품을 만들어주셨는데 실제로 반응이 굉장히 좋았죠.
그분들 입장에서도, 저희에게도 순수 미술과의 콜라보레이션은 새로운 시도였어요. 핑크빈과 루시드를 아티스트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라 외부에서도 회자가 됐습니다. IP 활용이라는 것이 꼭 게임이나 팬시 상품 뿐 아니라 다른 미술과도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비너스맨션, ROM 작가 콜라보레이션 일러스트가 전시된 네코제 아트갤러리.
기기에서는 작품 설명이 나오는 등 미술관처럼 꾸며졌다.
행사를 준비한 입장에서, 특별히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었나요?
관람객 중에 군인 분들이 계셨던 것이 제일 감동적이었어요. 저도 시간의 소중함을 잘 알거든요. 제가 군에 있을 땐 시간이 아까워서, 부대에서 나오자마자 택시만 타고 다녔어요. 그렇게 귀한 휴가 시간을 쪼개서 네코제에 참여하신 것이 감사했어요. 군에 있으면서 티켓까지 구하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여러 측면에서 감사하고 감동적인 상황이었어요.
입장 전 기다리고 계셨던 분들의 항의는 아찔했어요. 이번에는 일반 입장과 사전 입장을 분리했어요. 사전 예약은 11시부터, 일반 입장은 12시부터 들어오는 것으로 나눴는데, 사전 입장에서 줄을 많이 서시는 바람에 일반 입장이 그만큼 지연됐어요.
사전 입장 티켓을 1,500장 판매했는데 오신 분이 1,500명이에요. 다 오신 거죠. 거기에 일반 입장 줄에서도 새벽부터 기다리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혹시나 사고가 생길까 봐 일반 예약자 일부를 실내에서 기다리게 했고, 계속 설명도 드리고 사죄도 드렸어요. 너무 죄송하죠. 운영상의 미숙이기도 했고요.
또 현장에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DDP 크레아가 작지 않은 공간인데도, 이 정도 규모로는 이제 부족하다 싶었어요. DDP는 공조난방체제라서 특정 공간만 개별 냉난방 조절이 안돼요. 그런데 이번 네코제는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셨죠. 그래서 난방을 꺼뒀는데도 너무 더우니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요청했는데 그건 어렵다고 하시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 불편을 끼쳐드려서 죄송했습니다.
DDP에도 계속 무리한 요청을 드려서 죄송스러웠어요. 원래 DDP에서는 실내에 줄을 세우지 말라고 했어요. 전시장 외에는 상업 시설이기 때문에 다른 업체에서 항의를 하거든요. 그걸 어떻게 협의를 해서 최대한 대기열을 실내로 돌렸어요. 날도 추운데 새벽부터 줄을 서시는 분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남아도 상관없으니 핫팩을 최대한 많이 사서 대기열에 돌리고, 굉장히 죄송하고 마음도 아팠어요.
여러모로 공간과의 싸움이었군요. 행사를 여는 입장에서는 안전 관리도 신경쓰이는 부분이죠?
현장 스태프만 120명이 넘어요. 그 공간에 120명, 저희까지 포함하면 150명이에요. 지스타도 그랬지만 이런 행사에서는 최대한 많은 인건비를 지출하고 신경을 쓰고 있어요. 현장에서 관련 공기관에 모두 연락을 취하고, 구급차와 소방차도 준비하고.
지스타만 해도 계속 개근을 하고 있잖아요. 그만큼 내부에서 행사 이해도도 높은 편이에요. 특히 지난 지스타 직전엔 지진이 나서, 부스 보강 공사를 평소의 두 배로 작업했고 공사 관계자 분께 행사 동안 계속 있어달라고 부탁드렸어요. 구조물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네코제도 마찬가지였고요.
# 처음엔 '듣보잡', 지금은 '워너비' 행사
<클로저스> 공식 부스에서 신규 캐릭터 실루엣을 처음 공개했는데요. 지스타나 유저 간담회가 아니라 네코제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지스타는 신작에 집중하는 행사고, 개별 게임 행사는 업데이트를 주로 알리는 경향이 많죠. 네코제에 참여하는 공식 부스가 앞으로는 그런 역할까지 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네코제에 오시는 분들은 정말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분이 오는 행사이니 함께 이벤트를 진행하면 효율적인 행사가 될 것 같습니다.
저희 팀 입장에서는 이런 행사를 유치하고 싶어요. 기존 유저를 모시면서도 넥슨의 다른 게임을 보면서 새로운 정보를 알아갈 수 있는 장이 되고 싶습니다.
공식 부스 참가 결정을 네코제가 아니라 개발팀에서 하나요?
게임에 따라 다르긴 합니다만 네코제 팀에서 독단으로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넥슨은 스튜디오 체제라서 개발팀의 의향이 가장 중요하고요, 당연히 사업팀과의 요구도 맞아야 하고, 네코제에 오시는 분들도 좋아하셔야겠죠.
이번에 <오버히트>가 성우 사인회도 열고 코스프레팀도 꾸리는 등 굉장히 공을 많이 들였는데요. 플랫폼은 다르지만 그래픽 퀄리티가 높은 수집형 RPG라 어느 정도 팬층이 겹친다고 본 것 같아요. 네코제에 어울리는 게임이 있는 거죠. 같은 신작이라도 <피파온라인 4>가 나오면 애매하잖아요.
공식, 유저 부스 모두 둘러보면 <오버히트>가 가장 최신이고, 그 다음으로 젊은 게임은 <트리 오브 세이비어>네요. 전반적으로 <마비노기> <메이플스토리> <클로저스> 부스가 많은 느낌입니다.
원래 네코제의 기원이 ‘마비노기 판타지 파티’였어요. 유저들을 모셔서 업데이트 발표도 하고 유저 콘텐츠도 선보이는 행사였는데, 이걸 넥슨 IP 전체로 확장한 것이 네코제에요. 그래서 십수년 된 게임이나 팬덤의 충성도가 높은 게임이 많은 건 당연한 것이라고 봐요.
신작 팬덤이 약세라는 표현보다는 기존의 오래된 게임 서비스보다 모수 자체가 적어서 크게 나가기 어려운 것도 있을 것 같아요. 서비스 기간 대비 유저가 모이는 것이니. 쌓아온 역사도 무시할 수 없고요. 모바일게임이라도 네코제에서 어필하고 싶은 스튜디오나 유저 아티스트가 있다면 참가를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2014년 열린 '마비노기 판타지 파티'
여러모로 생각과는 다르게 운영하고 있었네요. 네코제에 대해 내외부적인 평가는 어떤가요?
당연히 저희 입장에서는 고무적이죠. 넥슨 내부에서는 같이 참여하려는 프로젝트를 구하기 쉬워졌어요. 전에는 없던 행사잖아요. 당연히 처음부터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워요.
'자기 비용으로 하는 데다 소위 ‘듣보잡’ 행사인데 왜 나가야 하지?' 제가 해당 스튜디오 사업팀이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에요. 지금은 내부에서도 많은 프로젝트가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해주세요. 행사가 성장하고 있다는 반증이죠.
외부에서도 조금씩 다른 반응이 오고 있어요. 티켓 판매, 규모 등 모든 것이 역대 최대였어요. 유저 부스로 참여하신 아티스트, 코스어 분들은 두 배 이상이고요. 별도로 섭외도 안 했어요. 순수하게 직접 오신 거에요. 게임 회사만의 화젯거리가 아니라 바깥에서 보기에도 흥미롭고, 다른 분야로 확대할 수 있는 행사로 성장해간다는 느낌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얻을 것이 없는 행사지만 말이죠.
수익이라는 입장에서 본다면 그렇습니다. 티켓, PB 상품 등 모든 수익은 어린이 재활병원에 전액 기부하니까요. 아까도 말했듯 네코제는 기존에 게임을 플레이하는 분들이 중심이 되는 행사에요. 유저 중심으로 넥슨 IP를 만들어가는 분들이 와서 이끌어주시는 행사죠. 브랜드 가치를 제고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네코제의 기원은 '마비노기 판타지 파티'인데, 앞서 롤모델로 삼을 만한 행사가 없어 어렵다고 하셨거든요. 어느 부분이나마 참고하는 행사가 있나요?
저희가 보고 있는 건 원더 페스티벌(일본 카이요도와 굿스마일 컴퍼니가 공동 주최하는 피규어 행사)이에요. 원더 페스티벌은 딱 하루 진행하면서 현장에서 IP를 열고 로열티도 받지 않아요. 네코제가 가지고 있는 형태와 똑같고 역사도 오래돼서 처음엔 많이 참고했어요.
물론 원더 페스티벌은 공식 부스가 나와서 이벤트는 하지 않고 판매 위주죠. 제품의 피규어를 만들어서 회사가 직접 판매하고, 전시하고 앞으로 나올 제품을 선보이는 전시가 메인 행사기 때문에 성격 자체는 초기보다 축소된 케이스에요.
네코제는 공식 부스에 신규 출시 캐릭터 등을 같이 선보이면서 네코제의 밤이나 여러 부대 행사를 공식적으로 추가하면서 종합 유저 행사로 자리매김을 하려고 해요. 그래서 해가 갈수록 익숙해지기보다는 더 어려워지고 있어요. 유저간담회 등 다른 행사도 어렵겠지만 네코제는 콘텐츠가 너무 많아요. 유저 행사는 당연히 수반되어야 하고 참여하시는 분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해야 하니까요.
저희 팀은 지스타도 같이 하고 있는데, 네코제가 더 힘들어요. 지스타는 각 게임 시연, 방송 등 특정 주제를 잡고 행사를 기획하는데 네코제는 백화점이에요. 유저가 즐길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다 확보해야 하는데 저희 팀은 인원도 많지 않아요.
# 공식과 2차 창작의 공존, 정말 괜찮을까?
네코제 콘셉트를 처음 들었을 때 제 주위에서는 "모에의 ㅁ 자도 모르는 넥슨이 드디어 유저들에게 얹혀가려 한다"라고들 했던 기억이 나네요. 공식이 2차 창작에게 판을 깔아준다, 여러모로 독특한 결정을 한 것 같습니다.
저희는 게임 회사고, 게임 회사의 IP 사업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게임은 유저들이 능동적으로 대하는 콘텐츠라고 봅니다. 개개인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겪을 수 있는 경험과 감정은 백이면 백 다 달라요. 너무나 개인 지향적, 맞춤화된 콘텐츠죠. 그런 감성 때문에 공급자가 수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식의 IP 사업과는 거리가 멀지 않나 싶어요.
그러고보니 제가 <마비노기>를 할 때 유저들이 '나오'를 대하는 태도가 꽤 달랐죠. 신비한 소녀나 비극의 주인공, 2시간 무료 유저 추노꾼에 악덕 상인 등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진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게임 IP는 말씀하신 것처럼 능동성, 개인화된 경험 때문에 유저 분들이 더 열광할 수 있다고 접근합니다. 이들의 경험이 또다른 브랜드나 IP로 재생산되면서 유저 중심의 IP 사업이 돼요. 이런 면에서 게임은 타 IP나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것 같아요. 사실 게임을 서비스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내키지 않는 이미지도 있겠지만, 회사와 유저들의 간격은 당연히 발생해요.
최대한 유저들의 감성과 게임사의 감성이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네코제죠. 당연히 모든 유저들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클레임을 표하는 분도 계시지만 사실 그런 분들이 게임의 가장 큰 팬이거든요. 현장에서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자리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통제되지 않는 영역을 양지화시키면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위험성이 있지 않을까요?
IP 홀더 입장에서 가장 큰 리스크이긴 합니다. 모든 회사가 그렇듯 많은 돈을 투자하기 때문에 IP를 가지고 상업적인 이득을 취하는 것이 당연하죠. 그래서 이걸 불특정 다수에게 열어주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다고 볼 수 있고, 그런 의견도 공감은 해요.
위험하지 않아서 진행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래서 어느 정도, 예를 들어 전연령이 이용할 수 있는 수위라든가 네코제와 네코장에서만 판매하는 등 제한을 두기는 해요. 부모님과 아이가 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연령 제한은 당연한 거고요. 처음부터 이런 부분을 전부 공지해요. 그래서 참여하시는 분들도 가이드라인을 인지를 하고 가요.
IP를 열어드리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커뮤니티 제공이에요. 본인이 만든 제품을 선보이고 자랑하고 공유할 장소가 없어요. 개별 팬 카페 측면에서 접근할 수도 있지만, 공식적으로 저희가 창구를 열고 공유하며 참여하는 장을 만들어 커뮤니티화하는 것도 저희 입장에서는 IP 사업의 또다른 순기능으로 느껴져요. 리스크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 순기능과 가치보다 중요하지는 않아요. 그 위험성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네코제도 공식에서 열다뿐 2차 창작 행사의 성격이 굉장히 강하네요. 그럼 반대로, 네코제처럼 유저 아티스트와 협업하면 브랜드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요?
우선 창작자의 자유도가 높아질 거에요. 저희는 각 게임 스튜디오의 허락을 받고 시작해요. 공식 라이센스를 보장하는 거죠. 덕분에 다양한 아이템이 나오고, 네코제에 흡수되지 않고 개별 활동하시던 분들이 계속 오시는 상황이에요.
숨은 장인들이 정말 많잖아요. 그런 분들이 오시려면 규제도 적어야 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장소여야 해요. 저희는 그런 점을 최대한 보장하고, 전시하면서 꾸준히 유지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다른 행사와 차이가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그냥 행사를 열어서 방치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죠. 행사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누리실 수 있도록 지원해드리고 있어요. 아주 소소한 식사부터 현장 부스 설치도 도와드리고, 현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택배 발송까지 다 준비해드리고. 공식적으로 회사에서 지원하면 저희의 IP는 물론 아티스트도 보호받을 수 있죠.
조금 속물적인 질문입니다만, 유저들이 굿즈를 만들어 팔면 공식 상품 사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드네요.
저희는 생각이 조금 다른게, 제품을 팔아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단계의 IP홀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만큼 상품을 팔아야 한다는 제약을 주면 이런 행사는 못 해요. 저도 그렇고 경영진도 그렇고, 지금은 IP가 많이 알려지고 더 많은 유저들이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집중해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아직까지는 유저들의 제품이 저희 제품 때문에 덜 팔리는 것을 걱정하고 있어요.
게임은 안 하는데 굿즈에 관심 있는 사람 혹은 그 반대의 유저에게도 네코제가 매력적으로 느껴질까요?
IP 상품은 두 가지가 공존합니다. 코어 유저가 알아볼 수 있는, 게임 이해도가 높은 상품. 그리고 이해도가 없어도 대중적으로 볼 수 있는 상품.
유저 아티스트 분들이 만드는 제품은 코어 유저들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저희가 만드는 제품은 게임을 몰라도 인지할 수 있는 제품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넥슨 공식 PB 상품을 보면 그런 색깔이 있을 거에요.
일례로 ‘슬라임 무드등’ 같은 경우 여러 기능이 있고 그냥 봐도 귀여운 제품이에요. 유저 아티스트가 만든 스노우볼은 굉장히 정교하게 메이플 세계를 옮긴 작품이죠. 두 방향 모두 의미가 있고 어느 하나만 중요하다고 보지 않아요.
최근 다른 회사에서도 게임 IP로 피규어를 만들거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걸 볼 수 있는데요.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견들이 보여요. 넥슨에서는 어떻게 접근하고 있나요?
네코제를 통해 쌓은 경험이죠. 제품을 네코제에 올려보고 유저들의 반응에 맞춰서 제품을 만들려 노력합니다. 번외 상품 역시 또다른 즐길거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제품은 해당 스튜디오에서 준비해요. 그러면 저희 팀에서 가격부터 디자인까지 마지막에 조정을 해보죠.
(네코제가 일종의 자문이군요?) 그렇습니다. 각 스튜디오의 개별 사업팀에서 상품을 제작하면 저희도 참여해요. 판매하는 루트가 네코장이면 더더욱 가능성이 커지죠. 저희가 아는 유저분들의 성향과 목소리를 전달하려고 노력해요. 그게 저희 팀의 일이니까요.
콘텐츠 사업을 하시면서 보람차거나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사실은 처음에 너무 힘들었어요. 각 게임 디렉터 분을 일일이 만나서 참여해달라고 부탁드리고 프레젠테이션도 하면서 어렵게 설득해 최초의 네코제가 나갔거든요. 어쨌든 그렇게 해서 조금씩 인지도도 생기고, 참여해주시는 분들도 많고 큰 기쁨인 것 같아요. 행사 하는 사람들은 다 알지만, 많은 사람이 와서 기다려주시고 참여해주시면 기쁨이 정말 크거든요.
행사로써 제일 좋은 건 엄마, 아빠가 같이 와서 할 수 있다는 점이겠죠. 학생이랑 부모님이 같이 와서 할 수 있는 행사가 의외로 별로 없어요. 부모님이 이 게임을 즐기고 있어서 아이를 데리고 보여줄 수도 있고, 이렇게 가족이 함께 하는 행사로 자리 잡히면 흐뭇하죠.
‘게임은 하위문화(서브컬처)다’라는 말 자체도 폄하된 이야기일 수 있죠. 최근에는 게임이 보다 대중적이고,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분위기가 확장되고 있어요. 예전엔 게임 쪽 코스프레를 하면 싫어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옅어지고 있죠. 네코제가 그런 인식을 무너뜨려보겠다는 취지도 큽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인정받고 싶어요. 좀 더 보여지고, 인식도 개선됐으면 좋겠습니다.
내년 네코제 일정은 언제부터 시작인가요?
네코제를 일 년에 두 번으로 늘리는 것을 고민하고 있어요. 중순에 한 번, 연말에 한 번으로요. 지스타와 겹치긴 하지만 업데이트를 앞둔 게임이 참여해서 이벤트를 진행하려면 겨울 시즌은 계속해야 할 것 같아요.
중순에 열리는 네코제는 유저 아티스트 분의 경우 지장 없이 모두 참여 가능하실 거고요. 공식 부스는 특정 IP 하나를 지정해서 좀 더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해요. 네코제는 게임 유저가 오는 것이 중요하고, 또 더 많은 유저를 만나고 싶다는 것이 게임 쪽 요구라서요. 연말은 기존의 네코제처럼 종합으로 가려고 합니다.
올해 네코장은 연말까지 계속됩니다. 내년부터는 매월 하는 대신 분기별로 모아서 진행하려고 해요. 준비하시는 분들도 호흡이 빠르니 제품 제작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고, 저희 입장에서도 완성도 높게, 많은 제품을 선보이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올해 마지막 네코랩은 ‘핫토이’에서 유명한 김상현 원형사님을 모시려고 해요. <메이플스토리> 공식 부스에서 선보인 ‘오르카’ 8등신 피규어를 만드신 작가님인데요. 피규어 제작에 관심 있는 사람을 10분 정도 모시고 작업실에 방문해서 작업하시는 모습도 보고, 만들고 있는 피규어에 대해 조언도 받을 수 있는 자리로 준비하고 있어요. 내년 네코랩은 확정된 것은 없습니다.
긴 인터뷰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먼저 네코제를 즐겨주시는 유저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덕분에 네코제가 4회를 맞이할 수 있게 됐어요. 그렇기에 가장 먼저 감사드리고 싶어요.
능동적으로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계속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네코제에 또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코제 뿐 아니라 네코장, 네코랩 등 스핀오프 콘텐츠에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면 좋겠어요. 앞으로 어떻게 확장될지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