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빌의 야심작 <로열블러드>가 오는 10일, 사전 오픈 서비스를 시작한다. <로열블러드>는 게임빌이 직접 만든 모바일 MMORPG로, 돌발 임무(다이내믹 이벤트)와 PC MMORPG에 준하는 실시간 파티 플레이를 특징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냉정히 말해 게임을 둘러싼 환경은 결코 녹녹치 않다. 이미 시장은 <리니지M> <리니지2 레볼루션>과 같은 기존 게임들이 꽉 잡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올해 초에는 <야생의 땅: 듀랑고>나 <검은사막 모바일>같은 중량급 작품들이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신작 모바일 MMORPG가 나오기엔 거짓말로라도 좋다 하기 힘든 상황이다.
게임빌은 왜 이런 시장에서 <로열블러드>를 준비한 것일까? 그리고 <로열블러드>는 앞서 말한 특징으로 유저들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경험'을 제공하려 하는 것일까? 게임빌의 장용호 PD, 정다운 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새로운 모바일 MMORPG를 내기엔 빡빡한 시기에 <로열블러드>를 출시한다.
장용호: 14년부터 구상했는데 이제서야 나오게 됐다. 아마 처음 모바일 MMORPG 개발을 결심하게 됐던 때가 2014년쯤이었던 것 같다. 한참 중국식 웹 MMORPG 문법을 기반으로 모바일 MMORPG가 쏟아지기 시작한 무렵이었는데, 그 흐름을 한국식 문법으로 바꾸고 싶었다. 물론 유저들이 기존 게임들의 문법에 익숙해진 만큼 진입장벽 때문에라도 100% 새로운 게임을 만들진 못했지만, 나름 시장의 틀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많이 기대해달라. (웃음)
중국식 웹 MMORPG의 문법이라면 자동사냥과 성장 중심의 시스템을 말하는 것인가?
장용호: 맞다. 어떤 의미에선 매니지먼트 게임의 즐거움이라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대부분의 모바일 MMORPG는 순간순간 플레이의 재미보다는, 긴 관점에서 어떻게 하면 내 캐릭터를 남들보다 빠르게 성장시킬까를 겨루는 매니지먼트 게임에 가까운 재미에 집중하고 있다. 내가 어떻게 플레이하느냐보단, 내 캐릭터를 어디서 자동전투 시키느냐가 더 중요한….
계속 온라인게임을 만들 입장에선 이 부분이 아쉬웠다. 아무래도 기존에 한국 유저들은 액션 요소가 강한 게임을 좋아했고, 한국 개발자들이 잘하는 분야도 이 부분이니까. 실제로 MMORPG 시장에서도 <테라>나 <블레이드&소울> <검은사막> 등 점점 액션성 강한 게임이 나왔고 또 실제로 좋은 반응도 얻었으니까. 그래서 모바일에서도 시장에 자리 잡은 매니지먼트 요소를 아예 바꾸진 못하더라도, 그 위에 우리가 잘하는 이런 요소를 넣은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12월 개최한 쇼케이스에서 게임의 특징으로 ▲ 돌발임무, ▲ 역할분담에 기반한 실시간 파티 플레이, ▲ 태세변환과 기력버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조작의 재미'를 강조한 바 있다. 앞서 말한 '한국 게임 요소'가 이런 것을 말하는가?
장용호: 맞다. 하지만 위 요소들은 어디까지나 장치일 뿐이다. 우리가 <로열블러드>를 통해 선사하고 싶은 경험은 저 장치가 아니라, 저 장치들이 만들 '유저 간의 인터렉션(상호작용)'이다. MMORPG의 액션은 결국 상호작용을 위함이고, 또 모바일 플랫폼에서 가장 취약한 것도 이 부분이니까
돌발임무: 퀘스트가 정해진 순서대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필드 곳곳에서 임의의 퀘스트가 생겨 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방식
태세변환: 캐릭터마다 솔로잉용 공격 자세 외에, 파티플레이용 탱킹·풀링·매즈·힐 특화 자세가 존재한다. 자세는 전투 중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자동 전투 AI는 태세변환을 사용하지 않는다.
기력버블: 전투 중 모은 '기력 버블'을 소모해 같은 스킬을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자동 전투 AI는 태세변환을 사용하지 않는다. |
# 유저가 '직접' 플레이하는 시간 내내 상호작용을 체험하게 하고 싶다
유저 간 인터렉션이라면 기존 모바일 MMORPG에서 PK나 길드, 던전 등에서 제한적으로나마 존재한다. <로열블러드>의 인터렉션은 뭐가 다를까?
장용호: 전투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돕고 누군가와 소통하는 인터렉션, 기존 게임보다 더 깊이 있는 파티플레이라고 하면 답이 될까?
'돌발임무'를 예로 들어보자. 돌발임무는 2가지 목적에서 개발한 시스템이다. 하나는 유저에게 자기가 성장 과정에서 수행할 퀘스트를 '선택'하게 하는 것.
유저는 <로열블러드>를 하며 어떤 콘텐츠를 수행하든, 해당 지역에서 달성도 100%만 만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돌발임무는 달성도를 높이는 대표적인 콘텐츠이자, 이런 시스템을 대표하는 장치고. 이를 통해 유저가 설사 자동전투를 돌린다고 할지라도 성장 과정 중 성장이나 재화 획득 효율 등을 고민하고, 다른 캐릭터를 키워도 조금씩 다른 경험을 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다른 하나는 앞서 말한 '인터렉션' 유도다. 지역 달성도 100%를 만들면 모든 유저들은 다른 사람들과 보스를 공략하거나 몬스터 웨이브를 막는 협동 콘텐츠를 수행해야 한다. 대부분의 모바일 RPG에선 경쟁 콘텐츠가 많아 무과금 유저가 과금 유저에게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는데, <로열블러드>는 RvR 콘텐츠를 제외하곤 대부분 협동 콘텐츠라 이런 일이 적다. 돌발임무는 이런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는 장치기도 하고.
그렇다면 역으로 돈을 쓴 유저들이 돈을 쓰지 않은 유저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일도 거의 없이 무임승차(?)한다고.
장용호: 처음에 난이도 낮은 협동 퀘스트에선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점점 상위 지역으로 갈수록 퀘스트 난이도가 높아진다. 유저들도 파티플레이까진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쓰러진 유저를 되살리는 일에는 신경을 쓰게 되게끔. 아, 참고로 <로열블러드>는 다른 유저가 쓰러졌을 때 힐러가 아니더라도 쓰러진 유저를 되살릴 수 있다.
때문에 중반 이후부턴 자연스럽게 강한 유저들은 일선에서 싸우고, 상대적으로 전투력이 떨어지는 유저들은 1.5선에서 다른 유저들을 지원하거나 쓰러진 유저를 되살리는 식으로 협동 플레이를 하게 된다. 또 이런 기능의 존재를 알게 되면, 평상시에도 자연스럽게 필드에 쓰러진 유저를 구원하려 할테고….
협동 임무야 임무 완료라는 목적이 있다지만, 평상시에도 유저들이 다른 유저를 그렇게 도우려 할까?
장용호: <로열블러드>에는 전투력 외에도 '영향력'이라는 점수가 존재한다. PvP, RvR 상황에서 각 유저의 전투력을 보정해주는 일종의 특수 수치다. RvR 콘텐츠가 있는 게임에서 이만큼 강한 보상이 있을까? (웃음)
참고로 이 영향력은 이름처럼 다른 유저와 인터렉션을 했을 때 올라간다. 예를 들어 다른 유저를 되살리는 행동을 했을 경우, 던전을 한 번 깬 것에 준하는 영향력 수치가 올라간다. 이외에도 다른 유저를 칭찬하거나 다른 유저에게 칭친 받았을 때, 길드에 출석했을 때 등등 다른 유저와 관계 맺을 때마다 영향력이 오르게 된다.
처음엔 영향력 보상만 보고 다른 유저와 인터렉션을 하더라도, 이것이 하나 둘 쌓이다 보면 유저 간 진짜(?) 인터렉션이 생기지 않을까? 그리고 이러한 인터렉션이 플레이 내내 유저에게 노출된다면 게임의 분위기도 모바일 MMORPG답지 않게 훨씬 더 사람 냄새를 풍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유저 간의 상호 작용이 던전과 같은 제한된 공간에서만이 아니라, 게임 내 모든 공간에서 나올 수 있도록 펼쳐 놓은 모양새다.
장용호: 맞다. 추가로 던전이나 RvR 필드에서의 인터렉션은 전투 쪽으로 깊이를 줬고. 예를 들어 <로열블러드>의 던전은 보스가 회전형, 방사형같은 다양한 장판(?) 패턴을 가지고 있는데다, 추가로 석화나 밀치기 같은 상태 이상 스킬도 여럿 존재한다. 즉사기 같은 패턴도 있어 보스 몬스터의 '슈퍼아머' 게이지를 깎는 시간도 잘 계산해야 하고.
제대로 공략하기 위해선 각 캐릭터들이 자신의 역할에 맞는 일을 잘 수행하고, 또 수시로 태세를 바꾸고 움직이는 것이 권장되는 공간이다. 파티원 간의 합(合)이라는 인터렉션에 집중한 셈이다.
RvR 필드는 종합적이다. 하루에 2번, 2시간 30분씩 열리는 공간인데, 대부분의 시간에는 필드에서 희귀한 재화를 채집하거나 필드 보스를 잡는 것이 메인이다. 다만 RvR 필드이기 때문에 다른 진영 유저들과의 충돌 가능성도 존재하고. 자연스럽게 같은 진영 캐릭터를 도와주고 상대 진영과 부딪히는 식으로 인터렉션이 일어난다.
RvR 필드가 닫힐 때 쯤 개최되는 '점령전'에선 상대의 타워를 부수기 위한 힘싸움이나 '공성병기' 호위, 상대 진영이 경계를 소홀히 한 지점에 '순간이동 장치'를 만들어 아군을 소환하는 등 다양한 합(合)을 만들 수 있다. 백 단위의 인원들이 만드는 전술적인 인터렉션이랄까.
인터렉션 요소가 많은 건 좋은데, 이런 것이 기존 모바일 MMORPG 유저들에게 너무 복잡하게 다가가진 않을까? 더군다나 <로열블러드>는 조작 요소도 많은 게임인데….
장용호: 그럴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이 부분은 지속적으로 의견을 수렴해 진입장벽을 낮춰 나갈 계획이다. 이미 CBT 이후 한 차례 피드백을 들은 상태다. 덕분에 초반부가 기존 모바일 MMORPG와 많이 비슷해지긴 했지만, 이 부분은 도전자인 이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개성이나 진입장벽 둘 다 처음부터 가져갈 순 없으니까.
컨트롤 부분은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 물론 <로열블러드>가 컨트롤할 수 있는 요소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두 '신컨'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것은 아니다. 처음엔 조작 한 두 번으로 '아, 내가 이렇게 해서 더 전투가 잘 되는구나'만 느껴도 좋다. 그렇게 차근차근 시작해 나중에 협력 퀘스트, 전쟁 필드에 갈 때 쯤이면 자연스럽게 <로열블러드>의 조작이 손에 익게 될 것이다. 설사 그렇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파티나 진영에 기여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고.
# 단기적인 매출보단, 멀리 보고 서비스하는 게임이 되겠다
지난 12월 쇼케이스에서 최상위 장비는 레이드에서만 나온다 밝혔다. 또한 캐시와 거래소에서 다른 유저와 아이템을 거래할 때 쓰이는 재화가 'RvR 필드'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게임에서 유료 모델로 쓰는 것 대부분이 게임 내에서 나오는 셈인데, <로열블러드>의 주요 BM은 어떻게 되나?
정다운: 최고 등급 아이템이 레이드에서 나온다는 것이지, 아이템 뽑기 같은 것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름 돈 쓸 데는 여기저기 있다. 물론 이 부분에서 많은 분들이 의아해 할 것이다. 보통 뽑기를 하는 이유가 최고 등급 아이템을 얻기 위함이니까. <로열블러드>에선 최고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빨리 크기 위해서 돈을 쓰는 개념이다.
장용호: 유저 분들이 최근 모바일 게임의 유료 모델에 대해 피로도를 가지는 것은 결국 결제가 '강요되느냐, 아니냐' 같다. 현실적으로 유저가 결제 없이도 게임의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느냐에 대한 얘기다. 나도 오랫동안 PC 온라인게임을 만들었던 사람으로서 이 부분에 공감한다.
때문에 <로열블러드>에선 이러한 과금 장벽(?)을 모두 제거했다. 게임 내에서 모든 아이템을 구할 수 있고, 최고 등급 장비는 앞서 말한 것처럼 레이드에서만 나온다. 설사 캐릭터가 가진 장비가 나빠도 다른 유저와 교류를 많이 하면 '영향력'이 올라 캐릭터의 PvP 스텟이 오른다. 수동 조작을 하면 자기 캐릭터의 DPS가 2배까지 뻥튀기된다.
많은 게임이 '시간'만 있으면 과금 유저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대부분 너무 많은 시간을 요구해 유저들이 실질적으로 그것을 체감하지 못하고.
장용호: 믿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지만, <로열블러드> 오픈 빌드는 하루 4시간 플레이 기준으로 2달이면 최고 레벨은 물론 최상위 등급 장비를 얻을 수 있게끔 설계돼 있다. 하루 4시간만 즐겨도 2달이면 최상위 유저가 된다는 말이다. 자동전투 등을 생각하면 이 시간은 더 줄어들 것이고. 다른 유저들과 같이 어울리는 정도라면 무과금, 소과금으로도 충분한다. 물론 '난 누구보다도 빨리 서버 1위가 되겠다'라고 마음 먹은 경운 얘기가 조금 달라지겠지만.
듣기는 좋은데, 계속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얘기한 대로라면 수익이 바로 나오기 힘든 구조 아닌가?
정다운: 사업 입장에서 단기 성적에 목을 매진 않을 생각이다. 멀리 보며 가려 한다. 물론 이렇게 가면 초기에 매출 당겨 매출 순위 잘 보이는 곳에 게임을 놓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우린 그렇게 해서 매출 높이는 것보다, 처음부터 안정적으로 유저들을 데리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로열블러드>와 이런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을 믿겠단 의미인데, 그런 것치곤 진입장벽 때문에 초반을 너무 무난하게 바꾼 것 아닌가? 초반만 보면 다른 모바일 MMORPG와 크게 다를 바 없을텐데.
장용호: 그 부분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업 게임인 이상 대중을 버릴 순 없을 테니까. 처음부터 <로열블러드>의 색을 드러내기엔 모바일 MMORPG의 문법이 너무 단단하다.
일단 이 부분은 지속적으로 유저들과 소통하며 풀어나갈 계획이다. 그래서 지난 달부터 개발자 노트도 열심히 올리고, 답도 달고 있다. 지금은 우리가 개발자 노트의 주제를 직접 발제하지만, 오픈 이후엔 유저들에게 이 부분을 맡기고 얘기 듣고 개발에 반영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로열블러드>를 단기간 반짝하고 끝낼 프로젝트가 아니라, 유저들과 함께 긴 관점에서 이끌어 나가고 싶다.
유저들의 반응을 날 것으로 듣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오래 갈 수 있을까?
장용호: 분명 고된 일인 것은 많다. 하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개발자가 이렇게 다른 유저들과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되겠는가? 그리고 나는 개발자일 뿐만 아니라 유저이기도 하다.
유저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한다.
장용호: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유저 분들과 오랫동안 호흡하며 같이 완성해 나가는 게임이 되고 싶다. 그리고 유저 분들의 노력이 배신하지 않는 게임으로 만들겠다.
정다운: <로열블러드>는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단기적인 매출 대신, 긴 과점에서 오랫동안 사랑받고 서비스할 수 있는 작품을 목표로 만들었다. 유료 모델에 있어서도 유저 분들께 강요하는 것 없고, 플레이 딴에 있어서도 부담되는 부분이 없을 것이다. 부담 없이 플레이 해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