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디에나 사랑은 있다. 연인을 향한 불꽃같은 애정, 어머니를 향한 사모곡, 길잃은 동물을 향한 연민의 눈빛, 동료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 사랑 애(愛)자는 어디에나 참 잘 어울리게 가서 붙는다. 어쩌면 사랑을 말한다는 것은 ‘사람’을 말한다고 풀이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모뉴먼트 밸리>를 통해 이름을 알린 켄 웡(Ken wong)이 이번에는 ‘사랑 이야기’를 가지고 왔다. 발렌타인데이에 출시한 모바일게임 <플로렌스>(Florence)다. 전작에서 ‘퍼즐’을 통해 마술같은 스토리텔링 실력을 보여준 켄 웡은 이번 작을 통해 본격적으로 ‘스토리텔링을 위한 인터랙션’을 선보인다.
디스이즈게임이 <플로렌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켄 웡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개발사 마운틴즈(Mountains)가 호주 멜버른에 위치하고 있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디스이즈게임 반세이, 김규현 기자
* 기사 내용에 <플로렌스> 스토리 누출이 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Mountains와 구성원들을 소개해달라.
켄 웡> 내 이름은 켄 웡(Ken Wong)이고 마운틴즈의 설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이전에는 어스투(ustwo)게임즈에서 <모뉴먼트 밸리>의 리드 디자이너로 일했다. 다른 팀원으로는 리드 프로그래머이자 <컵헤드>에서 일한 토니 코컬루치(Tony Coculluzzi)를 비롯해 프로듀서 카미나 빈센트(Kamina Vincent), 프로그래머 샘 크리스프(Sam Crisp)가 있다.
왼쪽부터 리드 프로그래머 토니 코컬루치(Tony Coculluzzi),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켄 웡(Ken Wong), 프로듀서 카미나 빈센트(Kamina Vincent), 프로그래머 샘 크리스프(Sam Crisp).
이번 작품 <플로렌스>는 어떤 계기로 제작됐나?
<플로렌스>는 프리미엄 모바일게임을 만들고 싶은 것에서 출발했다. 그러기 위해 수많은 아이디어를 실험했고,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책, 영화, 음악 등 우리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에 둘러싸여 있지만 게임에서는 그렇지 않다. 모바일게임이란 매체가 관계에 대한 감성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로 보였다.
개발과정에서 스토리와 연출이 많이 바뀌었다.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거쳐야 할 당연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예상치 못한 것, 그리고 삶에 관한 더욱 진솔한 것을 찾기 위해서라면 해결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모두 거쳐야 할 필요가 있다.
ustwo가 <모뉴먼트 밸리>를 통해 확실한 색깔을 드러낸 것처럼, <플로렌스>는 Mountains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게임인가?
어떤 면에서는 그렇다. ustwo에서는 게임 외에도 애플리케이션과 다른 디지털 디자인 제품을 만들었다. <모뉴먼트 밸리>는 재미있고, 아름답고, 접근 가능한 디자인을 하고자 하는 욕구에 영향을 받았다. 마운틴즈는 이런 아이디어 중 몇몇을 이어받았지만, 다른 팀이다. 개발사의 아이덴티티는 우리의 작업과 그 안의 사람들로 만들어진다.
<플로렌스>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나?
말하자면 그렇다. 플로렌스와 크리시 두 사람 모두에 내가 많이 들어있다. 또한, 내 가족과 친구들, 그들과의 관계는 물론 만화와 영화의 러브스토리에서도 영감을 받았다.
사람들은 <플로렌스>를 게임보다는 넓은 의미의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분류하기도 하는 것 같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게임’이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에 도전하는 것은 내게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 궁극적으로 이것이 게임인지 아닌지 답을 구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하는 일은 좋은 경험을 만드는 것이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꿈’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더라. <플로렌스>는 사랑과 꿈,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둔 이야기인가?
둘 다 균형있게 포함돼 있다. 플로렌스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이 삶에서 사랑과 꿈, 두 가지 모두를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토리는 그녀가 모두 얻는 것으로 끝나지 않지만, 플로렌스는 성장했고 좀 더 슬기로워진다.
스토리만 보면 사실 그다지 새롭지 않게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을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성장으로 이어지는 클리셰 말이다. 스토리를 통해 독자들에게 무엇을 전달하려 했나?
내 작품에 ‘메시지’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낄 만 한 이야기를 전하는 게 내 일이다. 그들(유저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건 ‘그들에게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플로렌스>는 그들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것보다 이미 알고 있던 것을 보여주는 것에 더 가깝지만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많은 국가에 출시했는데, 반응은 어떤가? 기억에 남는 유저 반응이 있다면?
반응이 매우 좋았다. 그 반응들에 정말이지 압도당했다. 많은 사람이 울었다고 했다. 특히 아시아계 미국인들과 (나 같은) 아시아계 호주인들로부터 수많은 메시지를 받았다. 그들은 ‘게임에서 이런 경험은 처음 했다.’고 말했다.
안드로이드 출시 계획은 있나? 있다면 언제쯤이 될까?
그렇다. 안드로이드 버전은 3월 14일, 바로 화이트데이에 출시된다.
(원문: Yes! The Android version will be released on March 14, 화이트데이 :)
* 켄은 친절하게도 화이트데이를 한글로 써 주었다.
차기작에 대해 구상하고 있나? 있다면 어떤 컨셉인가?
아직 <플로렌스>와 관련된 여러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다음 프로젝트가 언제인지는 아직 확실히 말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플로렌스>에 대한 나의 가장 큰 희망 사항은 우리가 배운 걸 다른 크리에이터들이 가져가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말하는데 사용하는 것이다. 게임에는 스토리텔링에 대한 수많은 가능성이 있다.
# 게임의 주요 장면에 대해 (구체적 내용 누출이 있습니다.)
플로렌스가 처음 첼로 소리를 듣고 크리시에게로 갈 때, 공중에 떠서 날아가는 연출은 무엇을 뜻하나?
게임에서 보는 것은 실제 사건이 아니라, 플로렌스의 느낌에 더 가깝다. 플로렌스가 지루해하면, 그래픽과 게임플레이도 덩달아 지루해진다. ‘Music’ 챕터에서는 그녀가 아름다움에 압도된 나머지 날 수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웃음)
‘crash’ 챕터에서 무언가에 충돌해 넘어진 플로렌스가 크리시를 바라보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흐릿한 시야를 눈금을 맞춰 맑게 만드는 것은 무엇을 뜻하나?
빠르고 감정적인 이벤트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자전거 충돌로 이 매우 멋진 남자(크리시)와 부딪힌 그녀는 모든 일이 너무 빨리 진행돼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플로렌스와 크리시가 처음 말다툼을 할 때와 두 번째 말다툼에서 다소 다르게 행동했다는 유저들의 경험담이 있었다. (처음엔 적극적으로 퍼즐을 맞추고, 두 번째는 주저했다)이것은 의도한 것인가? 의도했다면 무엇을 전하고자 했나?
말하자면 그렇다. 플로렌스가 뭐라고 말하든 그들은 결국 말다툼하는 것으로 끝날 것이다. 유저가 똑똑해서 어떻게 다툼을 안 하게 하는지 알아도, 플로렌스와 크리시는 어리고 경험이 부족해서 서로의 차이를 해결할 수 없다.
게임에서 ‘플로렌스의 엄마’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
챕터 2에서 우리는 플로렌스의 어머니가 플로렌스를 창의적인 관심사에서 떨어지게 하여 학업에 관심을 가지도록 압박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것은 플로렌스가 안정적이지만 성취감을 주지 못하는 직업을 가진 어른이 되도록 이끈다. 이 문제는 그녀가 엄마와 통화할 때 볼 수 있듯 엄마에게 거리를 두는 계기가 된다. 플로렌스는 그녀 혼자 어려움을 극복하려 애쓰지만 그녀가 가장 안 좋은 상황에 있을 때 자신의 곁에 있어줄 사람은 바로 엄마다.
엔딩 후 플로렌스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건 당신이 생각하기에 달려있다. (웃음)